소설리스트

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4화 (4/110)

004화. 첫 방송(2)

“푸핫, 미친놈.”

지호에게 방송을 추천한 인물.

박준영이 스마트폰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작은 화면에 나오는 건, 친구 지호의 방송이다.

이제 시작한다는 연락에 슬쩍 방송을 확인해본 게 겨우 몇 분 전.

아직 게임이 실행되기 전이라 어두운 배경만 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골 때린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방송의 제목 때문일 터.

[가상현실게임 2일차 뉴비. 좀비 아파트 튜토리얼 변종 좀비 잡으러 갑니다.]

“아무튼 골 때린다니까.”

제목 센스에 준영은 감탄했다.

이제 막 가상현실게임을 시작한 뉴비가 변종 좀비를 잡는다고 선언하다니!

‘확실히 느낌은 있어.’

준영의 짬이 말해준다.

100%라고 확신할 수는 없으나, 분명 가능성은 높다고.

일단 제목부터가 먹고 들어간다.

초보자가 플레이하는 좀비 아파트.

심지어 불가능이라 여겨지던 변종 좀비에 도전하는 느낌이다.

결과를 아는 그라면 모를까.

대부분은 처참한 결과를 예측할 것이다.

좀비 아파트는 만만한 게임이 아니기에.

하지만 정해진 결과라 해도 과정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다.

‘그래서 수많은 방송들이 존재하는 거지. 같은 게임에서도 서로 다른 장면들이 나오곤 하니까.’

시청자들의 취향도 각양각색이니.

지호의 방송에도 시청자들이 유입될 만하다.

‘특히 스트리머가 고생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이 구경 오겠지.’

역시나.

“오, 벌써 들어오기 시작하네?”

그리 많은 수는 아니나, 몇몇 시청자들이 방송에 들어오고 있었다.

준영은 확신했다.

그들이 무엇을 기대하고 지호의 방송에 들어왔건,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될 거라고.

그런 상황에서 지호는…….

‘흠.’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앞서, 잠시 고민하던 중이었다.

우윳빛 은하수가 펼쳐진 대기실.

지호의 시선이 닿은 곳은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였다.

[진행 중인 게임이 있습니다.]

[이어 하시겠습니까?]

원래였으면 바로 시작했을 터.

하지만 왠지 망설여지는 이유는, 어젯밤 친구인 준영의 열변 때문이리라.

‘그대로 진행하면 핵이니 버그니 시끄러워질 거라 했지.’

이제는 지호도 그 이유를 안다.

‘변종 좀비 때문에.’

왜인지 초반부의 변종 좀비는 잡는 게 불가능한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오죽하면 ‘뉴비 학살자’라는 별명까지 붙여질 정도겠는가.

그런 녀석을 처치했다?

심지어 아무런 증거도 없이?

핵이나 버그 소리가 나오고도 남을 상황이었다.

‘까짓거 다시 하지 뭐.’

사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야 어떻든.

최소한 지호에게는 문제도 아니니까.

“새로운 게임 시작.”

지호가 정해진 키워드를 읊자.

이내 은하수가 사라지고 그의 몸이 게임 타이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게임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게임이 시작됩니다.]

곧이어 시야가 어두워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터.

‘기대되네.’

지호는 차분히 게임이 실행되기를 기다렸다.

* * *

-속보! 속보입니다!

어제 들었던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지호의 귀를 강타했다.

게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이어서 뉴스가 흘러나왔으나 지호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또다시 들을 필요는 없으니까.

대신 그는.

방 한구석, 무기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띠링!

[주 무기를 선택하세요.]

때마침 주변이 흑백으로 변했다.

이 또한 겪어본 상황. 지호의 시선이 빛으로 강조된 무기들로 향했다.

[식칼]

[목도]

[야구 방망이]

[골프채]

‘어제는 야구 방망이를 골랐었지.’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호를 만족시키기에는 2% 부족했다.

그렇기에 오늘은 다른 무기를 선택할 생각이었다.

‘식칼.’

그의 시선이 예리하게 빛나는 식칼로 향했다.

어제는 짧은 사거리 때문에 배제했지만,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좀비의 공격이 예상보다 피할 만했으니까.

“그래, 식칼로 하자.”

거침없이 나아간 지호의 손이 식칼을 잡았다.

[무기 선택이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식칼을 사용할 때 추가 데미지가 부여됩니다.]

동시에 멈춰있던 모든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직- 치지직!

다시 빛과 소리를 되찾은 세상.

지호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굳게 닫힌 문이었다.

“나가볼까.”

문밖에 변종 좀비가 있다는 걸 알기에,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다.

한데, 무언가 그를 막아 세웠다.

-어? 문 열면 안 되는데!!

시야 한쪽에서 올라온 채팅이었다.

지호의 눈이 자연스레 그곳을 향했다.

놀라운 것이 보인다.

[현재 시청자 수 : 12명]

무려 12명이 그의 방송을 보고 있다는 소리!

지호는 묘한 들뜸을 느꼈다.

시청자 수 12명.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많다고 할 수치는 아니다.

방송을 켜기만 하면 수천, 수만 명이 달려오는 스트리머들도 수두룩하니까.

하지만 그들과 달리.

지호의 방송은 오늘이 1일 차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일명 0따리 방송들도 수두룩한 판에.

시작부터 12명이나 들어왔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제목 어그로가 먹힌 건가.’

뭐, 이유야 어찌 됐든.

그들은 지호의 방송을 보러 왔다.

이번에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다시 올지 말지가 결정될 터.

지호는 설레는 마음으로 소통을 시작했다.

“네? 문 열면 안 되는 건가요?”

-ㅇㅇ 무조건 죽어요. 조금 기다렸다가 사이렌 울리고 나면 그때부터 움직여야 함.

실시간 방송의 장점이다.

오가는 대화 속에 싹트는 친밀감.

이게 또다시 방송을 찾게 만드는 것이니.

“아…… 그래요? 무기도 있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어떤 채팅이 올라올지는 예상된다.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겠지.

그럼에도 지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밑밥을 깔기 위해서다.

-네, 안 괜찮아요. 나가자마자 즉사 예약!

-엥? 식칼 고르셨네. 그거 별론데……

-그러게;; 차라리 야구 방망이나 골프채를 고르지 ㅋㅋㅋ 지금이라도 리트 ㄱㄱ?

이번에는 다른 시청자도 거들었다.

안 좋은 무기를 골랐으니 다시 시작하라는 훈수였다.

‘하긴.’

지호도 저들의 반응을 이해는 한다.

정상적인 진행 루트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무기도 아니니 답답할 수밖에.

어제 알아본 내용이 있기에 지호도 대충은 알고 있다.

정상적인 진행 루트란.

처음 시청자가 말했듯 사이렌이 울린 후, 문을 열고 나와서 안전하게 계단을 찾는 것이다.

‘그러면 변종 좀비를 피할 수 있다고 했었지.’

하지만 지호는 정석이라 불리는 방법을 따라갈 생각이 전혀 없다.

왜냐?

누구나 아는 방법은 재미없으니까.

지금까지 아무도 변종 좀비를 잡지 못했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이어질 전개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소리다.

최초!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뛸만한 단어 아니던가?

“밖에 나가면 무조건 죽는다는 말이죠? 일단 나가볼게요. 혹시 모르죠. 저는 살 수도?”

-말 안 듣누 ㅋㅋㅋ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혹시 모르는 거라 얼버무렸지만.

사실 지호는 이어질 결과를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놀리는 채팅을 보면서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변종 좀비를 잡으면 얼마나 놀라려나.’

이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철컥!

그는 묘한 기대감을 느끼며 문을 살짝 열었다.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

여전히 비릿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찔렀지만, 그 외에 딱히 눈에 띄는 무언가는 없었다.

잠시 후면 변종 좀비가 나타날 터인데도 말이다.

“아무것도 없네요. 가볼게요.”

지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문밖으로 나섰다.

-3초 후, ??? : 뭐에요?

-유언인가 ㅋㅋㅋ

철컥!

그리고 그 순간.

시청자들이 바라던 상황이 다가왔다.

“크아!”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울려 퍼지는 변종 좀비의 괴이한 비명 소리!

삭-!

거의 곧바로.

정면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들려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녀석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것이다.

-봐봐요. 죽을 거라니까……

-모르면 죽어야지 ㅋㅋㅋ

-뉴비 학살자 등.판

지호의 죽음을 확신한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하지만 지호의 표정은 태연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눈은 모든 것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빠르게 달려드는 좀비의 발놀림. 관절의 뒤틀림. 녀석의 날카로운 발톱이 향하는 궤도까지 모두.

그렇기에 막아내는 건,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다.

공격의 빈틈을 찌르면 그만이니까.

사악!

지호가 식칼을 일자(一)로 휘둘렀다.

파리를 쫓듯 가벼운 동작.

하지만 이어진 결과는 놀라웠다.

“크아아!”

그가 휘두른 칼의 궤적에 좀비가 팔을 들이민 것이다.

‘들이밀었다.’ 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애초에 좀비의 목적이 그것이었다는 듯 자연스러웠기에.

안 그래도 예리한 식칼에 변종 좀비의 가속도까지 더해진 상황.

위력은 엄청났다!

서걱! 툭!

고요한 복도에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진 것.

변종 좀비의 팔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였다.

“크에?”

순간 사태 파악이 늦은 걸까?

변종 좀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키에에엑!”

이내 좀비는 격하게 비명을 지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날렸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지호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오죽하면 딴 생각을 할 정도였다.

‘신체보정이라 했었나? 신기하네.’

단단한 좀비의 팔을 자르고도 그의 손에는 아무런 충격이 없었다.

가상현실게임에 있다는 신체보정 덕분일 터.

물론 담담한 건 지호뿐이었다.

-???

-뽀록?

-저게 운으로 된다고? 운빨 무엇…….

-오늘 로또 사셔야 할 듯.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그들은 대부분 지호가 변종 좀비의 공격을 우연히 막아냈다고 생각했다.

당연하다.

그들에게는 그게 상식일 테니.

지호는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준영의 경우에서 느꼈듯, 열심히 설명해도 이해시키긴 힘들 테니까.

“에이, 운이라뇨. 실력입니다.”

대신 이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식칼을 꽉 쥐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확신이 들었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네.’

야구 방망이로 변종 좀비를 때려잡을 때, 알아챈 게 있다.

특정 타이밍에 공격이 맞닿으면 무기가 살짝 빛난다는 것이다.

그 경우에 좀비는 더더욱 고통스러워했었다.

식칼도 같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ㅋㅋㅋㅋㅋ

-패기 ㄷㄷ

-네, 다음 행운 만렙.

지호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이 신나게 놀려댔다.

그리고 그사이.

변종 좀비가 또다시 앞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아악!”

쐐액!

대포알처럼 빠르게 달려드는 변종 좀비.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와 같은 속도로 지호의 눈앞에 나타났다!

“후…….”

그에 맞서, 지호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몸을 가볍게 뒤로 흘리며, 식칼을 살짝 뻗었을 뿐.

푸욱-!

그것으로 끝이었다.

변종 좀비의 공격은 지호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고.

반대로, 지호의 식칼은 살짝 빛나며 좀비의 두개골에 박혔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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