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8화 (8/110)

008화. 첫 방송, 그 후(1)

-…….

-미친?

-내가 뭘 본 거지?

어디서 소식을 듣고 오는지.

이제 50명을 넘어가는 시청자들.

그들의 채팅도 제대로 치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 지호가 선보인 플레이가 그만큼 경악스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얼마 전에도 변종 좀비를 비롯, 총 8마리의 좀비를 처리했으니 엄청난 건 맞지만.

지금의 기예에는 비할 바 못 된다.

-진짜 미친 거 아닌가….

-아니, 미다스님? 사기 치지 말고 정직하게 게임해주세요…….

-대체 어케 한 거임?

-어떻게 했는지 알려주면 할 수 있을 거 같음?

-ㄴㄴ;; 못하겠지…….

-가상현실게임 2일차라고 하지 않았슴……?

-ㄷㄷ 이게 재능이라는 건가.

지호가 어떤 기예를 선보였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한 시청자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시청자도.

공통적으로 경악스러움을 느꼈다.

특히 지호가 이제 2일 차 플레이어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사실, 몬스터의 힘을 역이용한다는 발상이 아예 최초인 것은 아니다.

아무리 현실적이라 해도 결국 가상현실‘게임.’

당연히 현실에서 행하기 힘든 것들도 가능케 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게 고인물들이나 겨우겨우 가능한 영역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그들조차 많은 시도가 필요할 테고.

그런데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한 스트리머가 성공하다니.

우연도 아니다.

시큰둥한 말투와 무심한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듯, 그에게는 아무런 어려움도 아닌 것이다.

이걸 설명할 수 있는 건.

‘재능’ 이라는 단어밖에 없다.

-버그… 아닐까? 진짜 핵이거나.

애써 현실을 부정하려던 이도 종종 있었으나.

-버그는 무슨……. 그냥 넘사벽 괴물인거임. 방금 저거 난 죽었다 깨어나도 못 따라하겠던데?

-처음에도 미친놈이었는데 잠깐 사이에 더 미친놈이 됨 ㄷㄷ.

-ㄹㅇ ㅋㅋ 뭔 소설 주인공이냐고 실시간으로 강해지게 ㅋㅋㅋ

대다수의 의견은 일치했다.

바로, 지호가 괴물이라는 것.

그들이 놀랄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좀비화된 NPC가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해당 구역의 좀비들이 위협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좀비들의 지능이 높아집니다.]

헬창 좀비의 죽음과 동시에 떠오른 메시지였다.

NPC가 좀비로 변한 게 처음이니.

이건 당연히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는 메시지다.

한 마디로, 최초라는 소리!

-와, 미친. 생각하는 좀비?

-역시…. 이대로 당하기만 하면 좀비 아파트가 아니지.

-ㄹㅇ ㅋㅋㅋ 너무 샌드백처럼 맞기만 하긴 했음.

채팅창이 또다시 폭주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이어진 지호의 말은.

“일단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방종 선언이었다.

-에? 여기서?

-안됩니다!! 못가!!

-갈 때 가더라도…. 똑똑해진 좀비는 보여주고 가….

가지 말라는 채팅들이 빠르게 올라왔다.

그만큼 이어질 상황이 궁금하다는 소리다.

NPC의 좀비화로도 놀라웠는데.

이제는 좀비들의 지능까지 높아진다니.

궁금하지 않으면 이상할 터이다.

‘확실히 뭔가 다르긴 한가 보네.’

반복된 시청자들의 반응.

지호도 자신의 게임 진행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저렇게 아쉬워하겠지.’

지호에게는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오늘의 아쉬움이 또다시 방송을 찾게 만들 테니까.

그렇기에 지호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럼! 내일 같은 시간에 뵐게요!”

* * *

[스트리밍을 종료합니다.]

[게임을 종료합니다.]

푸슉!

캡슐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두운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후…….”

지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방송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이 온몸을 감돌았기 때문이다.

친구의 추천과, 그저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시작한 새로운 도전.

인식하지는 못했으나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처음인 거치곤 꽤 괜찮게 한 거 같은데.”

채팅창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재밌다.”

지호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게 솔직한 그의 심경이었다.

무기력하게 회사를 다닐 때와는 달리,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삐비삐비, 띠리릭-!

철컥!

때마침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주인인 준영일 터.

‘벌써?’

지호의 시선이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향했다.

[05 : 41]

어느새 6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간이 보인다.

벌써가 아니었다.

정신없이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읏차!”

그는 곧바로 캡슐에서 나왔다.

거실에는 방금 돌아온 준영이 짐을 내려놓고 있었다.

“왔냐?”

지호가 간단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굳이 긴 말은 필요치 않은 사이니까.

“어, 방금.”

마찬가지로 짧게 대답한 준영이 냉장고로 향했다.

덜컥!

그리고는 물을 꺼내더니,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날이 더웠던 모양.

그렇게 물통을 절반 가까이 비우고 나서야 그의 입이 열렸다.

“그나저나 어제는 게임 방송을 어떻게 하니 뭐니 하더만, 잘하더라?”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근데 넌 어떻게 봤냐? 일할 시간 아녔나?”

“뭐, 사이사이 봤지.”

태연히 대화를 나누면서도.

지호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랑 많이 다른가? 하긴 튜토리얼에서 변종 좀비를 잡은 게 처음이라 했으니까….’

방금 전까지 빠져있던 좀비 아파트에 관한 생각이었다.

준영과 대화하다 보니 다시 생각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샘솟았다.

‘일단 집에 가야겠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지호가 빠르게 짐을 챙겼다.

“야, 나 집에 간다.”

“밥이나 먹고 가지 그러냐?”

평소였다면 바로 콜을 외쳤을 터.

하지만 지금은 내키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온통 다른 곳을 향해 있었으니까.

“바빠, 나중에 먹자.”

“그랴.”

쿨한 대답에 지호는 곧바로 문으로 향했다.

이어서 문을 열려던 찰나, 준영의 질문이 들려왔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깰 건지 대책은 있냐? NPC도 없어서 빡셀 텐데. 겁나 궁금하네.”

탁!

문고리를 잡던 지호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고 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 보여줄게, 기대하셔.”

그 말을 끝으로 지호가 밖으로 나갔다.

이제 집에 남은 건 준영 혼자.

띠리- 철컥!

문이 닫히고, 도어락 잠기는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도 준영은 움직이지 못했다.

“허! 내일 보여준다고…?”

그저 멍한 표정으로 혼잣말만 내뱉을 뿐.

친구지만 참 황당한 놈이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말한 이상 실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기대되네.”

준영이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내심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기 때문이다.

방금 전 문을 나선 지호.

녀석의 표정이 지난 10년 동안 본 적 없는 생기를 띄고 있었으니까.

* * *

지호의 첫 방송이 끝난 후.

한 스트리머의 방송에 후원이 터졌다.

[‘단속반’님이 100,000원 후원!]

-엘카형, 오늘자 핵쟁이 스트리머 검거함. 아니라고 우기는데 감정 좀.

“아! 단속반님 감사합니다. 핵쟁이요? 한 번 봐보죠.”

엘카.

그는 지호와 같은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다.

다만, 평범한 스트리머들과는 조금 결이 다른데…….

그가 현재 가장 유명한 AOS 게임인 ‘퓨처 워’의 프로게이머이자, 일명 대기업이라 분류되는 스트리머이기 때문이다.

‘또네.’

프로 게이머답게 엘카는 엄청난 피지컬을 자랑한다.

그렇기에 종종 저런 시청자들도 오곤 했다.

일상이라는 소리다.

‘뭐, 어차피 게임을 하던 것도 아니고 잠시 토크 중이었으니까…….’

게다가 후원도 10만 원이나 하지 않았는가.

엘카는 곧바로 재생되는 영상을 바라보았다.

“크아!”

그건 좀비 아파트를 플레이하는 영상이었다.

누군가가 튜토리얼에서 변종 좀비를 잡는 장면을 시작으로, 위층에서 다수의 좀비떼를 상대하는 장면까지.

솔직히 말해서 엄청났다.

“오… 저게 잡히네…….”

엘카의 입에서도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였으니까.

그가 이런데 다른 시청자들은 어련하겠는가.

-와, 미쳤네.

-저게 핵 아니면 뭐가 핵이야 ㅋㅋㅋㅋ

-근데 솔까 저건 핵이어도 대단한 거임. 고인물이 핵 쓰는 건가?

모두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단속반’님이 10,000원 후원!]

-어때요? 핵 맞죠?

핵 감정을 의뢰한 시청자가 또다시 후원을 보냈다.

무슨 대답을 바라는지 뻔하다.

하지만 엘카의 판단은 달랐다.

“핵 아닌 거 같은데?”

확고한 목소리였다.

-엥? 저게 핵이 아니라고?

-;;;;?

[‘단속반’님이 1,000원 후원!]

-에이 저게 핵이 아니면 뭐에여. 일단 뒷부분 떠나서, 변종 좀비 잡는 부분만 봐도 빼박인데.

시청자들의 반응에 힘입었는지 단속반의 후원이 또다시 울렸다.

‘후…….’

엘카는 속으로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시청자들이 그와 비슷한 시야를 가지고 있을 수는 없기에.

‘그렇다고 노코멘트로 대응하면 사람 하나 매장될 거 뻔하고.’

엘카는 알고 있다.

프로 게이머이자 대기업 스트리머인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떠한 무게를 갖고 있는지.

그의 반응에 한 스트리머의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그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자세한 건 직접 해봐야 알 거 같은데. 일단 영상만 보면 저스트 가드 시스템을 응용한 거 같은 느낌?”

-저스트 가드? 갑자기?

-형 무슨 말인지 설명 좀. 진도가 너무 빨라…….

삽시간에 물음표가 채팅창을 장악했다.

그만큼 엘카의 말이 당황스럽다는 의미일 터.

피지컬이 뛰어난 엘카의 방송답게, 시청자들도 빠삭한 편이다.

당연히 저스트 가드에 대해서도 알고는 있다.

저스트 가드.

특정 타이밍에 방어를 성공하면 어드밴티지가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좀비 아파트에서 저스트 가드를 성공하면, 2초 내의 공격이 방어력을 무시하는 데미지로 적용된다.

하지만 그걸 알기에, 시청자들은 더더욱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왜냐?

영상 속 플레이어는 분명 공격을 하고 있었으니까.

저스트 ‘가드’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하나, 아직 엘카의 설명은 끝나지 않았다.

“봐봐.”

그가 영상을 다시 띄웠다.

“보통 저스트 가드가 완벽한 타이밍에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거면. 이분은 공격적으로 응용하는 거지.”

영상이 천천히 재생된다.

그리고 변종 좀비와 지호의 공격이 맞부딪치는 순간.

“지금!”

엘카가 영상을 멈췄다.

지호의 식칼이 살짝 빛나고 있다.

“식칼 빛나잖아? 이거 좀비 아파트에서 저스트 가드 성공하면 나오는 이펙트인건 다들 알 거고.”

-ㅇㅇ!!

-맞네요.

-그래서 원리는? 알려줘요 교수님!

엘카가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보는 것처럼, 이분이 공격하면서 절묘한 타이밍에 좀비의 공격을 막았어! 이게 방어로 판정 되서 저스트 가드 발동으로 이어진 거지. 당연히 변종 좀비는 풀 데미지를 받았을 거고.”

-미친.

-그게 가능한가…?

“가능하냐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잖아. 그래도 정 못 믿겠으면 내가 나중에 보여줄게. 원리는 파악했으니까 해보면 될 거 같은데?”

짝, 짝!

잠시 영상을 다시 바라보던 엘카가 두어 번 박수를 쳤다.

“아무튼 나는 핵이 아니라고 확신해. 이분 얘기는 여기서 끝! 이제 게임이나 하러 가보자.”

엘카는 그렇게 상황을 마무리했다.

사실 그도 조금 신선함을 느끼긴 했다.

‘저스트 가드를 저렇게 활용하는 사람도 있네. 진짜 고였다 고였어. 대체 얼마나 연습한 걸까.’

그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변종 좀비를 잡다니.

하지만 그 정도가 고작이었다.

어차피 어떤 게임이든 고이다 못해 썩은물들은 있는 법.

한 게임만 미친 듯이 파는 그들이라면 어떠한 방법을 발견해도 이상치 않다.

“오늘 할 게임은….”

태연히 게임을 고르는 엘카.

당연히 그는 알지 못했다.

방금 본 영상의 주인공이 이제 갓 가상현실게임을 시작한 2일 차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또한, 좀비 아파트는 기껏해야 두 번 플레이한 것이 고작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뉴비 스트리머가 멀지 않을 미래에, 프로 게이머인 그에게 어떠한 벽으로 나타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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