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9화 (9/110)

009화. 첫 방송, 그 후(2)

몇 시간 후, 지호의 집.

“튜토리얼 변종 좀비라…….”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 지호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뒤적였다.

오늘 그의 관심사는.

다른 사람들이 좀비 아파트를 플레이하는 영상들이었다.

특히, 변종 좀비를 잡는 부분.

그리고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점점 의문이 커져 갔다.

“왜 죽는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고 투박했으니까.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플레이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과정부터 그 결과까지 모두.

‘능력치는 같다고 들었는데.’

지호가 게임을 하면서 느낀 점은.

아무리 현실적이라 해도,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현실의 그는 좀비 아파트 속의 주인공처럼 활약할 수 없다.

기껏해야 도망치는 게 고작이겠지.

하지만 게임 속에서는 달랐다.

그야말로 생각하는 대로 몸이 움직여졌으니까.

이건 모두 게임 보정 덕분이다.

그리고 좀비 아파트는 모든 이들이 같은 능력치로 설정된다고 들었다.

현실의 능력이 반영된다면 게임이 공평하지 않을 테니.

‘근데 왜…….’

심지어 지금 재생되고 있는 영상 속 스트리머는 연달아 15번을 변종 좀비에게 당하기도 했다.

지호는 이내 영상을 종료했다.

그리고 다른 게임들에 대한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오, 이거 재밌겠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지호의 눈이 빛났다.

그를 사로잡은 영상은, 퓨처 워라는 게임의 명장면이었다.

10명의 플레이어들이 팀을 짜서 싸우는 게임.

온갖 이능력과 최첨단 무기들로 무장한 게임답게 영상으로 보고 있음에도 화려하고 역동감이 넘쳤다.

“오…….”

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후 지호는, 해당 게임들의 영상을 찾아보고 또 찾아보았다.

그렇게 늦은 밤까지.

불 켜진 지호의 방에서는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 * *

비슷한 시각.

“내가 추천해서 시작한 건데, 나도 한 손 보태봐야겠다.”

지호에게 방송을 추천한 인물.

준영이 뭔가 결심한 눈으로 노트북을 응시했다.

스크린에는 게임 방송과 관련된 커뮤니티인 겜잘알이 띄워져 있었다.

절친한 친구인 지호도 모르는 사실.

그건 바로, 준영이 겜잘알에서 유명한 네임드라는 것이다.

‘뭐, 네임드라 해봐야 큰 힘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저 이런저런 방송들을 보다가.

괜찮은데 알려지지 않은 스트리머들을 추천하다 보니, ‘심해 탐험가’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 준영이 직접 글을 쓰면 조금의 관심은 끌릴 터.

엄청난 효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뉴비에게는 그마저도 큰 도움이다.

“간만에 등판해볼까.”

어떻게 보면 각종 커뮤니티에서 꺼려 하는 친목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친구를 홍보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준영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친구가 아니었어도 언젠간 내 눈에 띄었겠지.’

뭐, 그 전에 이미 떡상해서 메이저 소리를 들었을 수도 있고.

수많은 게임 방송들을 봐왔던 준영은 알고 있다.

느낌 있는 방송은 언젠간 빛을 본다는 것을.

하물며 그의 친구 지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눈부신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준영은 거침없이 글을 작성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게 되었다.

“뭐야. 굳이 안 써도 되겠는데?”

딸깍!

준영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클릭한 것은.

‘[좀비 아파트] 튜토리얼 변종 좀비 순삭하는 고인물.avi’ 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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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아파트] 튜토리얼 변종 좀비 순삭하는 고인물.avi

오늘 엘카 방송에 누가 보낸 영상인데 다들 봐보셈 ㄹㅇ 미쳤음;;

첨엔 핵인줄 알았는데 엘카 말 들어보니까 ㄹㅇ 썩은물이더라.

참고로 나도 트라이 해봤는데 순식간에 10목숨 순삭당함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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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단에는 지호의 플레이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변종 좀비를 상대하는 것부터.

여러 마리의 좀비를 상대하는 것.

마지막에는 프로 게이머인 엘카의 설명까지.

댓글은 당연히 물음표 천지였다.

-저게 핵이 아니라고??

└ㄹㅇ ㅋㅋㅋㅋ 미쳤네 진짜.

-내가 뭘 본 거지????

-아니 선생님 대체 무슨 게임을 하시는 거예요;; 저렇게까지 고일 수가 있다고? ㄷㄷ

-핵은 핵이네. 개잘핵…….

-저 사람은 대체 저기에 몇 시간을 때려박은걸까.

“역시…… 인생 될놈될이라니까.”

모든 댓글을 확인한 준영이 짧은 평을 내뱉었다.

시청자로서의 짬이 굵직한 준영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호가 얼마나 천운을 타고난 녀석인지.

엘카 방송에 제보됐다니.

엘카가 어떤 스트리머던가.

평균 시청자 수가 10만에 육박하는 초 대기업 스트리머 아니던가.

단순히 계산해도 10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나쁜 방향도 아니다.

엘카가 직접 핵이 아니라고 설명까지 했으니까.

이건 그야말로 복권 1등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다.

“나는 쓸 필요도 없겠는데?”

준영은 알고 있다.

한 번에 너무 과한 관심이 쏠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을.

이미 흐름을 탄 상황이다.

그가 굳이 글을 보태지 않아도 충분할 터이다.

대신 그는 익명으로 바꾼 후, 댓글 하나를 추가했다.

-나 이거 실시간으로 봤는데, 이 사람 오늘이 가상현실게임 2일 차라고 했음! 미친 재능충인 듯 ㅋㅋㅋ.

잠시 기다리자 대댓글이 달렸다.

└ㄹㅇ?? 2일차?? 닉네임 뭐임?

“그럴 줄 알았다.”

아무나 낚이기만 기다렸던 준영이 씨익 웃으며 댓글을 남겼다.

-미다스였음. 내일도 방송한다던데.

* * *

다음 날.

“가보자.”

준영의 집에서 가볍게 몸을 푼 지호는 곧장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사락-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은하수를 감상하며 지호가 방송을 켰다.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한데, 뭔가가 어제와는 달랐다.

-ㅎㅇㅎㅇ.

-미다스님!! 빨리 헬창 잡으러 갑시다!!

-기다리다가 목 빠지는 줄 ㅠㅠ

-미친 피지컬이라는 소식 듣고 왔습니다.

방송을 켜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순식간에 채팅들이 쏟아졌으니까.

폭풍우처럼 지나가는 채팅에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이게 뭔 일이래.’

지호는 눈을 끔뻑거리며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두 자리였던 시청자 수가 어느새 500명을 돌파한 상태였다.

그의 플레이 영상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지만.

지호가 그걸 알 리 없다.

‘왜 갑자기 이렇게 많아진 거지?’

그렇기에 멍하니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이내 정신을 붙잡았다.

이유야 어찌 됐건, 시청자가 많아졌다는 건 희소식이다.

더군다나 반응도 나쁘지 않고.

“어……. 다들 안녕하세요.”

지호가 뻣뻣하게 인사를 건넸다.

아직은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순간, 지호를 도와줄 구원자가 등장했다.

[‘고인돌’님이 1,000원 후원!]

-님, 님. 변종 좀비 잡는 거 봤는데, 진짜 가상현실게임 처음이신가요?

바로, 후원이었다.

“오…….”

지호의 입에서 자연스레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반응 무엇 ㅋㅋㅋㅋㅋ

-뉴비는 늅늅….

-뉴비 맞넼ㅋㅋㅋㅋㅋ

그 어설픈 반응이 시청자들의 웃음을 터뜨렸다.

지호 입장에선 어쩔 수 없었다.

첫 후원이지 않은가.

금액을 떠나,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맞다, 후원을 받았으면 반응을 해야지.’

지호는 차분히 정신을 붙잡았다.

“고인돌 님 1,000원 후원 감사합니다. 네, 엊그제 계정 만들었어요.”

그 말에 시청자들이 지호의 계정 식별코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호의 말처럼 생성일자에는 그제의 날짜가 떡하니 박혀 있었다.

-ㄷㄷ

-진짜네.

-그럼 진짜 재능충이라는 거?

그때부터 질문들이 쏟아졌다.

지호는 질문들을 무시하지 않았다.

몇몇 방송들을 보면서 게임도 게임이지만, 그만큼 소통도 중요하다는 걸 느꼈으니까.

‘모르면 모를까, 알면서도 안 할 이유는 없지.’

그렇기에 지호는 다양한 질문들에 천천히 대답해주었다.

* * *

그 후로 대략 5분이 지났다.

-똑똑한!! 좀비!!! 요청!!

-이제 게임 해주세요 ㅠㅠ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계속되는 질문에 몇몇 시청자들의 원성이 커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마침 지호도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다.

소통도 중요하나, 결국 본연의 목적은 게임이니까.

“질문은 여기까지만 받고, 이제 게임 시작해볼게요.”

그가 좀비 아파트를 실행했다.

[잠시 후, 게임이 시작됩니다.]

잡동사니들이 난잡하게 널브러진 방이 지호를 반겼다.

헬창 좀비의 집이다.

이어서 정면에 처참한 몰골로 죽어있는 헬창 좀비가 보인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오늘 녀석을 처음 본 상황.

-저게 뭐야;;

-진짜 괴물인데?

-저걸 잡았다고??? 미친 거 아냐?

당연히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헬창 좀비 처음 보나봐 ㅋㅋㅋ 촌놈들!! ㅋㅋㅋㅋ

-느이 난이도에는 이런 거 없지?

-이게 악몽이다!!!

몇 안 되는 기존 시청자들이 신나게 뉴비들을 놀려댔다.

하지만 이어진 지호의 발언에 그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맞다. 어제 조금 찾아봤는데. 좀비 아파트가 실제 클리어 타임이 그리 긴 편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지호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래서??

-두근두근.

-ㅁㅇㅁㅇ!!

지금까지 파격적인 행보만 걸어온 미다스의 발언.

시청자들은 이어질 말을 기대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미다스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늘은 켠왕 하겠습니다.”

-엥? 켠왕? 밤 새실 생각?

-흐음…. 피지컬은 킹정인데, 아무리 그래도 오늘 켠왕은 좀 오바 아닌가. 불가능할 듯!

-ㅇㅈㅇㅈ. 악몽 난이도라 세이브도 몇 개 없을 텐데 ㅋㅋㅋ.

-맞네? 한 번도 안 죽으면 모를까…. 근데 설마 한 번을 안 죽겠어?

-다른 좀비들도 있을 거고.

-??? : 헬창 좀비는 우리 중에 최약체였다!

-ㅋㅋㅋㅋㅋㅋ

갑작스러운 켠왕 선언!

시청자들은 지호가 실패할 거라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게, 좀비 아파트는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세이브 존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게임이다.

하드 난이도 기준으로 세이브 존이 두 군데밖에 없는데.

악몽 난이도는 어떻겠는가?

아무리 엄청난 피지컬을 자랑하는 지호라도, 끝까지 죽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 것.

위로 갈수록 어려워질 테니, 그럴 만도 하다.

[‘고인돌’님이 1,000원 후원!]

[미션 : 지금부터 노데스로 켠왕 성공하면 50,000원.]

오죽하면 미션까지 들어올 정도였다.

그만큼 실패를 확신한다는 말!

“오…….”

처음으로 들어온 미션.

지호는 이번에도 감탄사를 흘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오…. 냐고 ㅋㅋㅋㅋㅋ

-그래서 받을 건데 말건데 ㅋㅋㅋㅋㅋ

답은 정해져 있었다.

[수락했습니다.]

‘뭐, 안 죽으면 된다는 말 아닌가? 쉽네.’

처음부터 고민은 하지 않았다.

지호는 오늘 켠왕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최소한 게임에 한해서, 그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적은 없으니까.

10년 전에도, 지금도.

그렇기에 그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간결하게 말했다.

“5만 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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