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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12화 (12/110)

012화. 합방(1)

하루 전 변종 좀비를 잡는 영상으로 미다스가 알려지기 시작한 커뮤니티, 겜잘알.

그곳이 오늘은 또 다른 화제로 시끌벅적해졌다.

사실, 게임 커뮤니티라는 특성상 매일 새로운 이슈거리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경우가 달랐는데….

[좀비 아파트에서 모세의 기적을 보여주는 스트리머가 있다?!]

[신개념 좀비 아파트 공략법!!!]

[뭔가 이상해진 게임….]

……

이번에도 [좀비 아파트] 탭의 게시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갓 출시된 게임이면 모를까.

한물간 게임이 연달아 이슈가 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새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겠는가?

한데도 글이 계속 오르내린다는 말은, 그럴싸한 떡밥이 있다는 소리!

이번에도 그 주인공은 미다스였다.

하루 치 방송에서 나온 장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수많은 클립들이 쏟아져 나왔으니까.

특히나 그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린 클립은.

좀비들이 미다스의 명령을 받고 길을 비키는 바로 그 장면이었다.

-미친, 내가 뭘 본 거지?

-저게 뭔;;

-내가 본 좀비들은 저렇지 않았는데….

-뭐야, 우리 좀비 돌려줘요 ㅠㅠ

좀비 아파트를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저 좀비들이 얼마나 독종인지 모를 수 없다.

죽어라 달려드는 건 기본.

집 안으로 도망치면 문을 박살 낼 기세로 들이받고, 간신히 숨어도 계속 쫓아오는 게 녀석들이다.

그런 좀비들이 공포에 떨다니.

-주작이네

-ㄹㅇ ㅋㅋ 아니면 핵이던가.

└무기랑 방어구 좀 보셈 ㅋㅋ 기본무기에 기본 방어구 ㅋㅋㅋ 장난하나;; 빼박 핵이지 ㅋㅋㅋ

└그러게 성의도 없네 ㅡㅡ

너무나도 이질적인 광경이었고.

자연스레 핵이나 버그 논란도 생겨났다.

-어제 엘카 방송에 제보된 스트리머 아님?

└맞는 거 같음.

-뭐야 ㅋㅋ 미다스네. 저거 주작 아니고 리얼임. 트리스에 미다스 치면 다시보기 나올 텐데?

└미다스가 누군데;;

└어제 튜토리얼에서 변종 잡고 악몽 난이도 발견한 스트리머 ㅋㅋ

└아아 걔임?

하지만 영상의 주인공이 미다스임이 밝혀지며, 댓글들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는 실시간으로 미다스의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도 있었다.

-나도 본방 본 사람인데, 이거 바로 전 장면이 진짜 개미쳤음!!

-ㅇㅈㅇㅈ. 그냥 굇수 그 자체.

안 그래도 좀비가 명령을 듣는 이유가 궁금했던 터.

-일단 보고 온다.

-따라갑니다아~

-보고 요약 좀 부탁함.

몇몇 사람들이 홀린 듯 미다스의 방송 다시보기로 향했다.

그리고.

-와, 미친.

└ㅋㅋㅋㅋㅋㅋ 보고 옴?

└ㅇㅇ 이건 무조건 봐야한다.

└그렇다니까 ㅋㅋ 최소한 마지막 전투는 봐야함. 미다스 저거 진짜 미친놈 아니냐?

-윗댓 믿고 보러 간다.

└와……. 저게 말이 되나? 사람이 아니네.

그들의 댓글이 또다시 다른 이들을 다시보기로 끌어당겼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홍보효과!

그렇게 전례 없는 속도로, 미다스라는 스트리머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 * *

그 시간, 화제의 주인공인 지호는.

“흐음….”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방송용 계정에 도착한 메시지를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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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님 안녕하세요.

트리스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스트리머 왕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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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메시지.

내용은 꽤나 길었지만.

핵심만 요약하자면, 합동 방송.

즉, 합방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왕눈이…?”

지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검색을 시작했다.

꽤나 유명한 스트리머인지, 왕눈이라는 단순한 검색어만으로도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졌다.

“와, 시청자 수가….”

그중에서 가장 놀라운 정보는, 평균 시청자 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평균 시청자 수가 5,000명 이상인 스트리머를 대기업이라 칭하곤 한다.

왕눈이의 평균 시청자는 5,200명.

명백한 대기업 반열의 스트리머라는 소리다.

그런 사람이 먼저 합방을 하자고 제안하다니.

‘일단 봐볼까.’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 지호는.

검색 포털 상단의 링크를 눌렀다.

[왕눈이] 방송 중 -[좀비 아파트 악몽 난이도! 찍먹 가볼게요.]

마침 방송 중이었던 모양인지 곧바로 영상이 재생됐다.

“크하아!”

익숙한 장면이었다.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와, 빠르게 달려드는 흉측한 좀비.

좀비 아파트의 튜토리얼이었다.

“오….”

지호는 기대감 어린 눈빛으로 재생되는 영상을 바라보았다.

대기업 스트리머는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기대됐던 것.

그리고 결과는.

“크억……!”

[GAME OVER]

화면 속 왕눈이의 허무한 죽음이었다.

“엥? 이렇게 빨리…?”

지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와 달랐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 찍먹 가볼게요.(40 데스)

-형 이만 포기하잨ㅋㅋㅋ

-오늘 밤샘 각인데? 치킨 시키러 갑니다.

대부분 즐거워하고 있었으니까.

그걸 본 지호는 새삼 깨달았다.

“하긴, 스트리머마다 방향은 다르다고 했었지.”

‘신기하네.’

시청자마다 취향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체감하니 기분이 색달랐다.

“합방이라….”

사실 지호에게는 불리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왕눈이는 게임 방송이라는 분야의 선배다.

심지어 완벽하게 자리 잡은!

그것만으로도 합방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뭐라도 배울 부분이 있을 테니.

게다가.

‘궁금하기도 하고.’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지호는 확실할 수 있었다.

왕눈이의 게임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방송은 매번 5,0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따라온다.

‘방금 전, 그 방송도 6,700명이 시청하고 있었지.’

게다가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채팅들은 하나같이 칭찬일색이었다.

저 많은 사람들을 따라오게 만드는 포인트가 궁금해진 것이다.

물론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합방, 괜찮으려나?”

당장에 지호는 아직 혼자 방송하는 것도 어색한 뉴비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의 방송이라니.

조심스러운 게 사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미리 걱정해서 뭐하겠어. 재밌을 거 같으니까 연락해보자.”

다시 메시지로 돌아온 지호.

그는 곧바로 상단의 [답장] 버튼을 누르고 내용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응접실처럼 꾸며진 가상현실 공간.

“네?!”

그곳의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던 지호는, 크게 뜬 눈으로 정면의 남자를 응시했다.

그의 정면에는.

다소 차갑게 느껴지는 외모지만 눈빛은 서글서글한 남자.

왕눈이가 앉아 있었다.

이런 지호의 반응을 예상이라고 하고 있던 걸까?

그가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방금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합방은 미다스 님 방송을 통해서 진행하고, 그로 인한 수익도 전부 미다스 님 몫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지호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합방을 지호 자신의 방송에서 진행하자니.

왕눈이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건 결코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호는 기껏해야 방송을 2번 켠 뉴비 스트리머.

물론 그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시청자를 끌어당기기는 했지만….

아무튼 경력만 보면 생초짜라는 말이다.

반면, 왕눈이는 어엿한 대기업 스트리머다.

어느 시간대에 방송을 켜도 최소 4~5,000명은 달려올 터.

그런 왕눈이와의 합방을 오로지 지호의 방송에서만 진행한다면?

당연히 그 모든 인원들이 지호의 방송에 몰릴 수밖에 없다.

“저야 감사한 일이지만, 그럼 너무 저한테만 유리한 거 아닐까요?”

지호가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어젯밤에 알아본 바로는, 합방 자체로도 지호에게는 이득이었다.

그것도 무조건적으로.

일단 5,000명 이상의 시청자들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다.

그렇기에 이 정도로 규모가 차이 나는 상황에는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오히려 불러주기만 하면 언제든 달려가는 이들도 허다할 정도였다.

한데, 그걸 넘어.

방송도 지호의 방송에서 진행하고 수익까지 다 넘긴다니.

‘무슨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아니고.’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는 없기에.

지호는 의아한 눈빛으로 왕눈이를 응시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뭐, 저는 지금까지 항상 이렇게 합방을 진행해왔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정 그러시다면, 그냥 투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투자요?”

“나중에 미다스 님 방송이 성장하면 제가 덕 볼 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또 보는 눈은 있는 편이라.”

이번에도 빠르게 대답한 왕눈이.

그는 이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하하 웃기 시작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계속 거절하는 것도 서로가 민망한 상황이다.

‘뭐, 나중에 갚을 일이 있겠지.’

“그렇다면야… 알겠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합방 컨텐츠로는 어떤 걸 생각하고 있으신지요?”

처음부터 궁금했던 점이다.

왕눈이가 합방 제의를 보냈으니 생각해둔 바가 있을 터.

역시나 계획이 있었던 건지, 곧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처음에 미다스 님께 합방 제의를 보냈을 때 생각은, 고수가 알려주는 교육방송 느낌을 생각했는데….”

“어… 그건.”

순간 지호가 멈칫했다.

일전에 준영에게 설명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했음에도 그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조심스러웠던 것.

“왜 그러시나요?”

그런 지호의 반응에 왕눈이가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에 친구한테 변종좀비 잡는 방법을 설명해줬는데 못 알아들은 적이 있어서 걱정되긴 하네요.”

“아아….”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인 왕눈이.

그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역시. 미다스 님도 같은 부륜가 보네.’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의 경험상 미다스 같은 사람들은 일반인들과 보는 시야가 다른 경우가 많았으니까.

당연히 왕눈이는 그런 상황을 대비한 플랜 B도 준비해뒀다.

“그럼 시청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실 몇 장면만 간단하게 같이 분석해보고. 이후엔 게임 하나 같이 해 보는 게 어떨까요?”

“게임이요? 저는 좋습니다.”

“오! 혹시 퓨처 워 티어가 어떻게 되시나요? 듀오 돌릴 수 있으려나.”

반기는 지호의 표정에 왕눈이가 당연하다는 듯 티어를 물었다.

퓨처 워는 캡슐방 점유율 1위인 데다가.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다 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게임이니까.

당연히 미다스도 그럴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대답은 왕눈이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아직 해본 적은 없어서. 티어는 없습니다.”

“네? 퓨처 워를요? 음…. 그럼 배틀 존은 어떠신가요?”

“어…. 그것도 아직 못해봐서…. 제가 이번에 방송 시작하면서 가상현실게임을 접한 거라, 좀비 아파트만 해봤거든요.”

“허허. 방송을 이제 시작하신 건 알고 있었는데. 게임도 처음이실 줄이야.”

어지간히 잔뼈가 굵은 왕눈이였지만 이건 좀 당황스러웠다.

가상현실게임이 처음이라니.

인터넷에 미다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에 몰랐던 것.

‘근데 어떻게 저런 플레이를…. 이래서 천재들은.’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해보고 싶은 게임은 있으십니까?”

지호의 대답은 곧바로 들려왔다.

“안 그래도 다음 게임으로 아까 말씀하셨던 퓨처 워 해볼까 생각 중이긴 했습니다.”

“오, 역시.”

왕눈이가 반색했다.

괜히 퓨처 워를 언급했던 게 아니다.

그의 생각에 미다스에게 가장 어울리는 게임이 퓨처 워였으니까.

좀비 아파트도 어느 정도 수준의 게임 보정은 있지만.

퓨처 워와는 급이 다르다.

쉽게 비교하자면, 경차와 스포츠카의 차이 정도랄까?

게다가.

온갖 이능력과 최첨단 무기들로 싸우는 게임이기에,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성능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한 마디로, 미다스의 능력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게임이라는 소리!

일반인보다 조금 뛰어난 신체인 좀비 아파트에서도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준 미다스.

퓨처 워에서는 어떨까?

왕눈이의 심장이 기대감으로 쿵 쿵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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