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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13화 (13/110)

013화. 합방(2)

왕눈이와의 대화를 끝낸 후.

이제는 익숙하게 방송을 켠 지호가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들 반갑습니다. 미다스입니다.”

-ㅎㅇㅎㅇ

-미! 하!

-다들 착-석!!

그러자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니, 어제보다 몇 배는 더 빠르게 시청자 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미다스 님, 이제 무슨 게임 하실?

-뱀파이어 헌터 해주세요!

-ㄴㄴ 해머 어택이 대세임.

-퓨처 워 한 표.

-절대 닌자 어쌔신 해.

그리고 끊임없이 올라오는 채팅들.

현존하는 모든 게임을 나열할 기세였다.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지호는 일단 그들을 진정시켰다.

새로운 게임을 하긴 하겠지만.

지금 바로는 아니다.

그보다 왕눈이를 소개하는 게 먼저일 테니까.

“일단 새로운 게임에 앞서, 오늘은 합방이라는 걸 해볼 예정입니다.”

-엥?

-갑자기??

지호의 말에 당황스러운 반응들이 올라왔다.

이제 3일차 스트리머가 갑자기 합방이라니.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의아함도 잠시.

-누구랑?

-헉! 미다스 님 아는 스트리머도 있었어요?!

-궁금쓰!!

이내 합방 상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사실 그들도 큰 불만은 없었다.

한참 게임이 진행되고 있던 도중이면 모를까.

지금은 그것도 아닌 상황.

무엇을 하든 재밌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합방 상대방!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오늘 방송의 재미가 달라질 터이기에.

-아, 피지컬 보려고 왔는데 ㅡㅡ

-하꼬가 뭔 합방임. 게임이나 하지;;

지난날의 방송으로 새로 유입된 몇몇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왕눈이’님이 10,000원 후원!]

[그게 바로 접니다! 1번 교육생 왕.눈.이!]

시기적절한 왕눈이의 후원에 묻히고 말았다.

아니, 그들도 놀래서 같이 채팅을 쳤으니 큰 상관은 없을지도?

-?????

-형이 왜 여기서 나와?

-머기업과 뉴비의 합방이라니?!

-이게 무슨 조합 ㅋㅋㅋ

갑작스러운 유명 스트리머의 등판에는 그 정도의 힘이 있었다.

왕눈이가 누구던가.

그의 방송을 시청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름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스트리머다.

당연히 놀랄 수밖에.

‘다행이네.’

호의적인 반응에 지호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아직 방송이 익숙하지 않은 터라 조금 걱정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왕눈이가 지원사격한 것이다.

덕분에 분위기도 꽤 좋아진 상황.

자신감을 얻은 그는 곧바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

“네네, 맞습니다. 오늘 합방은 왕눈이 님과 합니다! 일단 음성채팅부터 연결하고 자세한 설명 드릴게요.”

-그래서 무슨 게임?

-아마 분석방송 아닐까? 그거 왕눈이 특기잖아 ㅋㅋㅋㅋ

-ㄹㅇ? 진짜 꿀잼각이누 ㅋㅋㅋ

아직 지호가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시청자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새로이 떠오르는 피지컬 괴물 미다스와, 분석력과 두뇌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피지컬은 평범한 왕눈이.

이건 어지간하면 재밌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었으니까.

-일단 팝콘 사 옵니다.

-두근두근.

-와, 근데 3일차 스트리머가 왕눈이랑 합방 ㄷㄷㄷ

-오지긴 함 ㅋㅋㅋ

그렇게 시청자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잠시.

“아아, 들리세요?”

이내 지호의 목소리가 아닌.

새로운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네, 들립니다. 왕눈이 님, 반갑습니다.”

-왕하!!

-누추한 분이 이런 귀한 곳엔 어쩐 일로….

-왕눈이형!!! 보고싶었다구!!!

지호와 시청자가 그를 환영했다.

그러자 들려오는 대답은.

“헉! 저도 반갑습니다, 미다스 님! 그리고 시청자분들! 1번 교육생 왕눈이 인사올립니다!”

상당히 높은 텐션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신병이야? ㅋㅋㅋㅋ

이쯤 되니 시청자들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방송이었냐고 ㅋㅋㅋㅋ

-왕눈이 오늘 울듯. 진도 너무 빨라서 ㅋㅋㅋ

-울기만 하면 다행이지. 오늘밤에 미다스 차단할 수도?

-ㄹㅇ ㅋㅋㅋㅋ

왕눈이와의 대화에서 일단 교육방송인 것처럼 시작하기로 말을 맞춰둔 터.

지호는 곧바로 오늘의 계획을 알렸다.

“대충 예상하신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맞습니다! 오늘은 제가 왕눈이 님을 가르치는 교육방송을 해볼 예정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미다스 교수님!”

-ㄷㄷㄷ

-이게 무슨 조합이야 ㅋㅋㅋ

-미다스 (교수, 스트리머 3일차)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커졌다.

최소한 미다스의 방송을 보러온 이들은 그의 피지컬이 뛰어나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짜 천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을 정도니까.

그런 미다스의 교육방송이라니.

“다들 미다스 님 플레이 보면서 그런 생각들 했을 거야. 저기서 어떻게 저런 판단을 한 거지? 이런 생각! 나만 한 거 아니지?!”

-ㅇㅇ

-궁금하긴 했음.

-당연 ㅋㅋㅋㅋ 안 궁금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확실히 매끄럽네.’

왕눈이의 진행을 보며 지호가 감탄했다.

한데, 채팅이 빨라도 너무 빠르게 올라온다. 이내 그의 시선이 시청자 수를 향했다.

[시청자 수 : 6,321]

어제의 10배가 넘는 인원이다.

아마 거의 대부분이 왕눈이의 시청자들일 터.

-그래서 강의 시작은 언젭니까!!

-지금 치킨 시켜도 안 늦음?

-왕눈이형 내 이름 한번만 불러줘!!

-방송 언제 시작했나요?

-가출한 왕눈이 잡으러 왔습니다. 여기가 맞나요?!!

“이제 곧 시작할 거고. 방송은 방금 시작했습니다.”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채팅창.

왕눈이는 그중에서 몇 개만 골라서 대답하며 능숙하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확실히 괜히 대기업이 아닌지.

감탄스러울 정도로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저 감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 지호는 왕눈이의 방송을 시청하는 게 아니라.

합방을 하고 있는 거니까.

마침 왕눈이의 멘트가 지호를 향했다.

“미다스 님, 시작할까요?”

기다렸던바. 지호는 곧바로 대답했다.

“네, 준비됐습니다.”

* * *

대체 어떻게 교육 방송을 진행한다는 걸까?

처음에 지호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에 대한 왕눈이의 해결책은 간단명료했다.

“일단 우리가 궁금해하던 장면들을 보면서 미다스 님이 브리핑해주실 거야.”

듣고 보니 그럴싸한 방법이었다.

어차피 좀비 아파트는 다인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고.

지호가 또다시 혼자 클리어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을 테니까.

“자, 그럼 재생하겠습니다!”

-ㄷㄱㄷㄱ

-미다스 교수님의 강의력은?!

-강의평가 딱 대 ㅋㅋㅋ

왕눈이의 외침에 지호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어서 클립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크르르!”

“크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좀비들에게 둘러싸인 미다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내.

끼릭-!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저 멀리 대나무처럼 길쭉한 무기를 들고 있는 좀비가 클로즈업되었다.

‘아, 저때! 조금 위험했었지.’

지호에게도 인상적인 순간이다.

처음으로 게임오버를 각오했던 때였으니까.

기억대로면 바로 못이 쏘아질 터.

푸슉!

역시나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영상 속의 미다스를 향해 못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때! 내 방송을 봤던 시청자들은 알겠지만. 난 이때 끝났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안타까워했었고.”

-ㅇㅈㅇㅈ

-맞지. 저땐 다 끝이라고 생각함.

-ㄹㅇ ㅋㅋㅋ 스나에 당했는데 어케 피해.

-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영상 속의 미다스가 유려하게 식칼을 들더니, 못을 막아냈으니까.

-캬! 이건 다시 봐도 레전드.

-진짜 미쳤음.

-자세 까리한거 봐 ㅋㅋㅋ 대체 저걸 어케 막아낸 거임 ㅋㅋㅋ

“아아, 이때요?”

지호가 짝! 하고 박수를 쳤다.

“음…. 뭔가 발사되는 소리를 듣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고요?”

왕눈이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일단, 그다음에는요?”

뭔가 짐작되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다음은 보신 것처럼. 못의 궤도를 식칼로 막았죠.”

“허….”

왕눈이의 헛웃음을 끝으로 순간 정적이 흘렀다.

그때, 시청자의 후원이 정적을 깼다.

[‘혹시?’님이 1,000원 후원!]

[예전에 어디서 봤는데 운동선수들이 빡집중하면 그런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비슷한 상황 아닐까요?]

왠지 그럴싸한 말.

지호가 빠르게 동의를 표했다.

“네, 저도 들은 적 있어서. 게임 시스템이거나, 아니면 그런 상황 아닐까 했었는데.”

-나도 듣긴 했는데.

-근데 미다스님은 운동선수 아니고 스트리머잖아….

-ㄹㅇ ㅋㅋㅋㅋ

오고 가는 대화를 바라보며 왕눈이는 생각했다.

‘역시. 엘카 님이랑 비슷한 괴물이었네.’

극한의 집중으로 주변속도를 느리게 느끼는 현상.

각종 정보에 관심이 많던 왕눈이였기에 들어본 적은 있다.

흔한 경우는 아닐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프로게이머들이나 간혹 겪는 상황이라 들었으니까.

시청자들이 모르는 게 당연하다.

왕눈이도 사석에서 만난 프로게이머에게 넌지시 듣지 못했다면 몰랐을 터.

‘반쯤 하소연에 가까웠었지.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벽 같은 느낌이라고 했었나.’

당시 엘카와 같은 팀이었던 선수.

그의 말에 의하면, 엘카를 비롯한 몇몇 최정상급 선수들이 저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그들도 세계대회 결승전처럼 중요한 순간에만 경험한다던데….

‘대체 저 괴물은 뭐지?’

당황스러웠지만 왕눈이는 굳이 티 내지 않았다.

사석에서, 그것도 엘카에게 직접 들은 것이 아닌. 타인에게 들은 정보를 함부로 말할 필요는 없을 터.

‘일단 방송부터 끝내고, 미다스 님에게 슬쩍 언급만 해주면 되겠지.’

그는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음…. 그건 나중에 알아보도록 하고 다음 장면 볼까요?”

딸깍!

곧바로 준비한 다음 클립을 재생한 것이다.

쩌걱-

이번에는 칼날이 부러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때도 진짜 끝이라고 생각했거든. 여러분들은 어때?”

-2222

-3333

-저건 무조건 죽었어야 맞지.

-ㄹㅇ;; 난 100번 다시해도 죽을 자신 있음.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미다스의 플레이는 경악스러웠다.

사악!

곧바로 식칼 조각을 잡아서 던지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일본도로 좀비를 벤 것이다.

일본도를 줍자마자 발도 자세를 취한 후, 위로 크게 베는 모습은 그야말로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궁금했던 부분이 있는데. 미다스 님 어디서 검을 배우거나 하신 거예요?”

“그건 아닌데. 검을 주웠을 때, 이렇게 쓰면 되겠다고 느낌이 왔어요.”

지호도 이게 제대로 된 답변이 되리라 생각지는 않았다.

한데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걸.

“흐음….”

왕눈이의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봐봐!! 미다스 천재 맞다니까!!

-교수님? 학생이 진도를 못 따라오는데요??

-참 쉽죠? (미다스, 교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수록 시청자들은 더 신나했다.

미다스의 플레이에서 뭔가 팁을 얻으면 좋았겠지만.

일단 지금은 왕눈이의 멍한 반응이 더더욱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왕눈이는 결정했다.

‘지금 말하면 되겠다.’

미다스와 방송 계획을 짤 때부터 예상했던 흐름이었다.

“자! 여러분! 보면 알겠지? 미다스 님은 진짜 천재라고!”

-우리도 알아….

-왕눈이형 교육방송 어떡할 거야 ㅋㅋㅋㅋ

-망한 거 같은데요?

“그래서 말인데….”

잠시 말을 멈추는 왕눈이.

‘와….’

지호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곧바로 깨달았다.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교육방송은 힘들 거 같거든? 그러니까! 오늘은! 미다스 님의 한계가 어디일지 다른 게임으로 확인해볼까?”

역시나 왕눈이는 다른 게임으로 전환한다는 말을 꺼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

-오!

-새 게임?!

-어떤 게임???

-해머 어택! 해머 어택! 절대 해머 어택 해!!!

“해머 어택도 좋긴 한데. 사실 피지컬을 최대한 뽑아내는 게임은 퓨처 워 아니겠어?”

-킹쳐 워?!!!!

-오….

-대박…. 왕눈이형 천재야?

-저는 이 게임 찬성입니다!!!

게다가 시청자들의 반응도 훌륭했다.

교육 방송으로 지호의 특별함을 부각시키고. 자연스럽게 다른 게임에 대한 기대감까지 증폭시키다니.

다년간 방송을 진행한 스트리머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진짜 대단하네.’

지호가 감탄하고 있던 찰나.

“미다스 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왕눈이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전에 이미 이야기를 나눴던 터.

지호는 고민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

“좋죠. 바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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