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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14화 (14/110)

014화. 퓨처 워 -1:1(1)

퓨처 워의 인기를 보여주는 지표는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5년 연속 캡슐방 점유율 1위라는 것!

그렇다면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장르일거라 말한다.

두 팀으로 나뉘어 전투를 벌이고, 상대의 본진을 철거하는 장르!

그동안 칭하는 용어도 몇 번이나 바뀐 모양이지만.

지호가 한참 게임을 즐기던 시절에는 ‘AOS’라 불리던 그 장르다.

당시에도 동일 장르인 ‘전설의 전장’이 가장 인기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나,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다.

-비현실적이라 꿀잼인거 아님? 그만큼 전투가 박진감 넘치니까.

퓨처 워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이나 고도로 발달된 무구들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 말인즉, 좀비 아파트와는 잠재력 자체가 다르다는 소리!

당연히 재미가 있을 수밖에.

특히 ‘한타’라고 불리는 대규모 접전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난 게임 모드가 다양해서 좋던데? 랭겜 말고 라이트하게 즐기고 싶을 때도 있어서.

또, 게임 방식도 다양하다.

드넓은 맵에서 상대의 본진과 경계 포탑을 모두 파괴하는 것이 목적인 ‘황폐화된 도시’를 시작으로.

이와 비슷하지만 길이 단 한 개인 ‘하나의 길’.

마지막으로 플레이어가 모두 서로를 적대하는 개인전, ‘콜로세움’까지!

총 3가지의 모드가 있지만.

처음에는 가장 보편적인 ‘황폐화된 도시’를 하는 것이 좋다.

……까지가 왕눈이의 설명이었다.

“이 정도면 대충 이해하셨을 거 같은데…. 미다스 님, 혹시 더 궁금한 부분 있으실까요?”

“아뇨. 충분합니다.”

지호는 새삼 감탄했다.

지난 2번의 방송으로 깨달은 점.

누군가에게 게임을 설명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왕눈이의 설명은 달랐다.

‘괜히 대기업이라 불리는 게 아니네.’

왕눈이가 누구던가.

모든 게임을 다루는, 종합 게임 스트리머다.

수천 명의 시청자들에게 게임을 소개하는 것이 일상이라는 소리!

그래서일까?

확실히 그의 설명은 일목요연했고.

덕분에 지호는 대략적으로만 알던 정보들을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

-드디어 가나요.

-빨리 좀;;

-와, 리얼로 잠들 뻔…….

한데, 아까와 달리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원찮았다.

‘게임 설명 때문인가 보네.’

지호는 바로 이유를 깨달았다.

하기야, 그처럼 게임과 담을 쌓고 살았으면 모를까. 요즘에 퓨처 워를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특히 게임 방송을 찾아보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터.

이미 알던 내용이니 지루할 수밖에 없다.

뭐, 어찌 됐건.

지금은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

이걸 해결하는 것은 스트리머.

즉, 지호의 몫이었다.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요?”

지호는 바로 운을 띄웠다.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게임을 시작하자고 말한 것이다.

반면, 왕눈이의 생각은 달랐다.

‘것도 괜찮지만.’

곧바로 화제를 전환하는 미다스의 판단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왕눈이의 경험상.

지금은 무난한 선택지가 아닌, 보다 흥미로운 소재가 필요한 때다.

그렇기에 그의 선택은.

“음, 그것도 좋지만. 미다스 님! 그 전에 저랑 가볍게 1:1 한번 해보실래요? 감도 잡을 겸 해서.”

바로, 그와 미다스의 1:1이었다.

-오!!

-킹눈이!!! 믿고 있었다구!!

-이거지~~!!

-꿀잼 시작인가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역시나.

왕눈이의 말을 기점으로, 채팅이 급속도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건 누가 봐도 꿀잼각이었으니까.

-형 ㅋㅋ 플레잖아? ㅋㅋㅋㅋ

-방금 캐릭 만든 사람이랑 일댈 하자는 플레가 있다?!

-양심 어디 갔냐고 ㅋㅋㅋㅋㅋ

-집에 놓고 왔다고 합니다.

비록 피지컬이 평범한 왕눈이지만.

그래도 퓨처 워의 랭크 게임에서 플래티넘은 달성한 상태다.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 -마스터 -챌린저]

이렇게 구분되는 티어 중, 플래티넘은 상위 15%에 해당하는 수준.

물론 스트리머치고는 낮은 편이나.

그래도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을 티어라는 소리다.

반면, 미다스는.

-미다스 (Lv. 1) : 통산 전적 0승 0패

-이걸 어떻게 비비냐고 ㅋㅋㅋㅋ

하다못해 몇 판이라도 해본 후라면 모를까.

아무리 피지컬이 뛰어나다 한들.

첫판인 이상, 맥을 못 출 거라는 게 시청자들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원래 뉴비는 맞으면서 배우는 거야! 나 때는 말야! 한 판에 10데스도 하고 그랬어!!”

-형…. 엊그제도 10데스 했잖아.

-왕눈이 아직도 뉴비야!!!

-컨트롤이 아니라 메타 타고 올라간 거라 ㅋㅋㅋㅋㅋ

-그래도 플레는 플레임. 뉴비한테 지진 않겠지.

왕눈이의 생각도 비슷했다.

물론, 미다스의 괴물 같은 피지컬은 각종 영상들로 이미 확인했다.

본인에게 직접 듣기도 했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첫판인데!

“님들 잘 생각해봐.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미다스 님을 이겨보겠어?”

-본심 잼 ㅋㅋㅋ

-칼같이 날카로운 자기 성찰!

-그건 맞지~ 이때 아니면 언제 저 괴물 패보겠냐고 ㅋㅋㅋ

사실 그마저도 확실치는 않다.

미다스는 좀비 아파트를 처음 할 때부터 괴물이었다고 들었으니까.

그래도 괜찮다.

오히려 더 좋을 수도?

‘그게 더 재밌겠지.’

왕눈이는 프로게이머가 아닌 스트리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시청자들이 즐거우면 그만이다.

물론 일부러 질 생각은 없지만….

아마 미다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왕눈이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미다스의 대답이 들려왔으니까.

“좋네요, 해보죠. 1:1.”

그건, 언제나처럼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였다.

* * *

[하나의 길에 소환됩니다!]

전장을 울리는 기계음에 미다스가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미래의 건축물임을 나타내듯 형이상학적으로 세워진 커다란 건물. 그리고 그걸 지키듯 우뚝 서 있는 2개의 경계 포탑이었다.

저게 지호가 속한 팀의 본진일 터.

“전쟁터였던 미래도시라.”

게임을 시작하기 직전에 왕눈이에게 들었다.

이곳은 전쟁으로 황폐화된 도시고.

플레이어들은 그곳에 자신의 아바타를 보내서 싸운다는 설정이라고.

그 말대로, 미다스가 소환된 전장은 처참하게 박살 난 도시였다.

어느 정도냐 하면.

본진과 경계 포탑을 제외하고는 멀쩡한 건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저 멀리 세워진 상대 팀의 본진까지 훤히 보이겠는가.

“와….”

지호가 멍하니 감탄사를 내뱉었다.

현실과 완전히 다른 게임 속 세상.

좀비 아파트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신기하긴 마찬가지였다.

망가진 세상이라는 걸 증명하듯 하늘을 가득 메운 흉흉한 먹구름.

코끝을 찌르는 매캐한 연기.

싸늘하게 부는 바람까지.

모든 것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었으니까.

영상으로 볼 때와는 또 달랐다.

전쟁터 특유의 날카로운 분위기는 영상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얼타는 거 보니까 뉴비는 뉴비네 ㅋㅋㅋㅋ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일대일 수락한거야;;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런 지호의 모습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이럴 때 보면 뉴비 그 자체인데.

막상 전투를 시작하면 고인물을 뛰어넘는 괴물로 변하곤 했으니까.

-근데 솔직히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함 ㅋㅋㅋㅋ

-에바지;; 스킬도 모를 텐데?

-ㄹㅇ….

-좀비 아파트 처음부터 본 사람이면 알지 ㅋㅋㅋ 3분이면 적응 끝날걸? ㅋㅋㅋㅋ

-??? : 술이 식기 전에 왕눈이의 목을…….

‘그러고 보니 아직 캐릭터 설명도 확인 못 했네.’

지호의 시선이 자연스레 자신의 몸으로 향했다.

‘이름이 가속검(加速劍)이었지.’

왕눈이가 추천해준 캐릭터, 가속검은 독특한 외형이었다.

장비라고는 한복처럼 보이는 하늘하늘한 복장과 검 한 자루가 전부.

먼 미래라는 배경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으니까.

“캐릭터가 엄청 심플하네요.”

-설정이 그럼.

-ㅇㅇ 냉동인간 어쩌구저쩌구~.

-근데 잘 쓰면 좋음!

-잘~~~쓰면 이잖아 ㅋㅋㅋㅋ

-피지컬캐가 다 그렇지 뭐.

-피지컬캐 특 : 잘 쓰는 사람 한 번도 못 봄 ㅋㅋㅋㅋ.

피지컬캐.

즉, 피지컬이 뛰어나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진 가속검은 검을 사용하는 능력자다.

스킬 구성은 항시 효과가 발휘되는 스킬인 가속검(加速劍)을 시작으로.

직접 사용하는 스킬인 대응(對應), 질풍참(疾風斬), 공간살(空間殺)까지 총 네 가지였다.

이 중 가속검은.

공격에 성공하거나 대응을 사용해 상대의 스킬을 막아내면, 공격 및 이동속도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고.

방어기인 대응을 제외한 나머지는 가속검의 스택이 쌓여야만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이었다.

“피지컬캐라….”

스킬 설명을 확인하던 지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대충 어떻게 쓰는지 알겠네.’

확실히 피지컬이 뛰어나야 할 이유가 있었다.

끊임없이 공격을 성공시키거나, 상대의 공격을 막음으로써 스택을 쌓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밌겠네요.”

-캬!

-역시 자신감 하나는 원탑이라니까 ㅋㅋㅋㅋ

-또 보여주나?

-두근.

시작부터 등장한 지호의 자신감에 시청자들이 들떠하던 그때.

[전투 로봇 생산까지 1분 남았습니다!]

또다시 기계음이 전장을 울렸다.

“미다스 님, 이제 슬슬 오시면 됩니다.”

이어서 왕눈이의 음성도 들려왔다.

아마도 전체 채팅일 터.

“넵, 바로 가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전체 채팅으로 대답한 미다스는, 곧바로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아직 전투 로봇들도 생산되기 전.

지잉-지잉-!

황량한 길에 일정 간격마다 세워진 경계 포탑만이 그를 반겼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오.”

슬슬 목적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잉-!

마지막 경계 포탑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상대 팀의 경계 포탑과 왕눈이가 있었다.

“미다스 님! 이쪽입니다!”

“네, 갈게요.”

지호는 빠르게 왕눈이의 캐릭터를 살폈다.

‘똑같네?’

한복처럼 보이는 하늘하늘한 복장과 검 한 자루까지.

복장의 색깔만 다를 뿐, 지호의 캐릭터와 완전히 똑같았다.

-미러전이었네 ㅋㅋㅋㅋㅋ

-왕눈이가 피지컬캐를?!

-형 가속검 못하잖아…….

-이러면 또 얘기가 다른데;;

-미다스 코인 개떡상 ㅋㅋㅋㅋ

채팅을 보아하니, 왕눈이가 잘 다루지 못하는 캐릭터인 모양이다.

“아니, 그래도 처음인 미다스 님보다는 잘하겠지! 그리고 내가 시범을 보여야 감을 잡으실 거 아냐!”

그들의 반응이 민망한지 왕눈이가 연신 부연설명 했으나.

시청자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를 놀리기 위함이었으니 통할 리가 없다.

더욱 신나서 놀리기 바쁠 뿐.

-이래야 왕눈이지 ㅋㅋㅋ 재미를 안다니까?

-자체 페널티 킹정.

-양학 가즈아!!

-누가 당하는 건데? ㅋㅋㅋㅋ

[지금부터 전투 로봇이 생산됩니다.]

때마침 전장에 기계음이 울렸다.

‘시작인가.’

지호는 전장의 지도, 미니맵을 바라보았다.

처음과는 다른 새로운 점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본진에서부터 하나둘씩 나오더니, 길을 따라 이동하는 붉은 점들.

이건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영상으로 이미 보았던 것들이니까.

‘전투 로봇들이겠지.’

퓨처 워의 전투 로봇은 소형, 중형, 대형으로 나뉜다.

이 중 소형은 근거리 전투를.

중형은 원거리를 담당한다.

추후 본진 외곽의 경계 포탑까지 철거되면 대형 전투 로봇도 생산되겠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

당장은 소형, 중형만 나올 것이다.

“이제 슬슬 도착하네요. 전투 로봇들이 전투를 시작하는 걸 신호로 하겠습니다.”

왕눈이가 전투태세를 취하듯 검을 들어 올렸다.

“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지호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새로운 게임, 퓨처 워.

조금이라도 긴장이 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기대가 더 컸다.

언제나, 새로운 게임은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니까.

기릭! 기릭!

어느새 전투 로봇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제 곧 시작이라는 것!

“후….”

지호는 심호흡을 하며 검을 느슨하게 쥐었다.

깡! 까앙! 파삿!

그리고 이내, 정중앙에서 맞부딪친 전투 로봇들이 서로를 공격함과 동시에.

“갑니다!”

두 스트리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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