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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15화 (15/110)

015화. 퓨처 워 -1:1(2)

먼저 움직인 사람은, 지호였다.

타앗!

아직 고유 특성인 가속검의 스택이 쌓이기도 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비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가볍게 땅을 박찼을 뿐인데.

전투 로봇들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질 정도였으니까.

‘이래서 퓨처 워, 퓨처 워 하는 건가.’

그렇기에, 더욱더 궁금해졌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스택을 쌓고 나면 얼마나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걸까.’

아마 곧 알 수 있겠지.

게임은 이제 시작이니까.

“일단 가볍게 맛만 볼게요.”

지호는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그대로 검을 내리그었다.

목표는 최전방의 소형 전투 로봇.

그중에서도 머리 위의 체력바가 바닥을 향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휘익!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궤적을 그린 검이 공기를 가르더니—.

스거억!

그대로 목표인 소형 전투 로봇까지 반으로 갈랐다.

안 그래도 죽기 직전이었던 상황.

체력이 바닥난 전투 로봇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오…….

-첫판 맞아?

-왜 이렇게 자연스러운 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봐봐, 적응력 미쳤다니까;;;;

이번에도 놀라움은 시청자들의 몫이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멍한 모습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능숙한 플레이를 보여줬으니까.

하지만 놀라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탁.

곧바로 몇 걸음 옆으로 발을 굴린 지호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기익— 펑!

이번에도 어김없이 가루로 변하는 한 기의 전투 로봇!

‘조금 빨라졌네.’

아주 미세한 차이지만.

지호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동하는 속도도, 검을 휘두르는 속도도 처음보다 빨라졌다는 것을.

고유 특성, 가속검의 영향일 터.

‘얼마나 빨라지나 볼까.’

또다시 쌓인 가속검의 스택.

미세하게 더 빨라진 속도를 느끼며, 지호가 검을 움직였다.

바로 옆의 전투 로봇으로.

그리고 또 다른 전투 로봇으로….

파도처럼 휘몰아치던 그의 검이 멈춘 건, 사정거리 내의 모든 전투 로봇이 사라진 후였다.

“후….”

불가피하게 멈춰진 상황에 지호가 한숨을 내뱉었다.

아쉬웠다.

이제 막 재밌어지려던 참인데, 이렇게 흐름이 끊기다니.

-미친.

-이 정도면 해볼만 할지도…….

-아니;; 왕눈이도 저렇게는 못 할 텐데?

하나 시청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실, 미다스의 승리를 예상했던 시청자는 거의 없다.

이제 첫판인데 뭘 기대하겠는가.

하지만.

방금 미다스가 보여준 플레이는 그들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완벽했으니까.

첫판에, 그것도 첫 공격부터 저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몇몇 이들이 ‘혹시?’라는 가능성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택 관리가 중요한 거랍니다. 지금처럼 끊기는 경우가 꽤 많아서요.”

때마침 도착한 왕눈이.

그는 차분한 눈으로 미다스를 응시했다.

‘확실히 다르긴 다르네.’

방금 전 미다스의 움직임은 똑똑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예상하던 바다.

‘피지컬 좋은 사람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미다스의 피지컬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당연히 처음 하는 게임이어도 평범하지 않을 수밖에.

그럼에도 왕눈이가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있다.

바로, 스킬의 존재 유무.

피지컬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좀비 아파트와는 달리.

퓨처 워는 스킬이 있는 게임이다.

그 말은, 스킬 이해도와 활용도 그리고 숙련도가 피지컬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소리!

물론 왕눈이도 가속검을 그렇게까지 잘 다루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뉴비인 미다스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일단 인사부터 해볼까.’

그렇기에 그는 가볍게 검을 내리쳤다.

후웅!

여기에 당하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인사차 건넨 공격일 뿐이니까.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타앗!

지호는 가볍게 몸을 날리며 왕눈이의 검을 피했다.

‘스택 관리라….’

그의 머릿속은 방금 전 왕눈이가 꺼낸 말로 가득 차 있었다.

스택 관리.

무슨 뜻인지는 즉시 이해했다.

스택이 초기화되는 타이밍에 맞춰서 다음 스택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굳이?’

왜냐하면, 스택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적을 모으고 한 번에 잡으면 해결될 문제 같았으니까.

물론 그건 나중에 확인해볼 문제.

당장은 눈앞의 왕눈이를 상대하는 게 먼저다.

‘일단 받은 거부터 돌려주고.’

지호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휘익!

이미 가속검 스택은 초기화됐기에 속도는 처음으로 돌아갔으나.

그럼에도 충분히 빠르고 예리했다.

“오!”

이어서 그에 대응하듯 왕눈이도 검을 들어 올렸다.

당연히 막기 위해서일 터.

피하려면 피할 수 있겠지만, 지호는 굳이 방향을 틀지 않았다.

당장에 사생결단 내려던 생각도 아니었고.

결과가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경쾌한 소리쯤은 기대했지만….

퉁-

맥 빠진 소리만 돌아올 뿐이었다.

‘퉁?’

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검과 검이 부딪쳤는데.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란 말인가.

게다가 손과 검에서 느껴지는 감각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완충재와 부딪치기라도 한 듯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으니까.

원인은 왕눈이가 알고 있을 터.

그의 의아한 시선이 왕눈이를 향했다.

“이게 가속검의 스킬인 대응(對應)입니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어떤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최고의 방어기죠.”

대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미다스 멍한 표정 봐 ㅋㅋㅋㅋ

-귀신이라도 봤냐고 ㅋㅋㅋ

-이제야 좀 뉴비같넼ㅋㅋㅋㅋ

-공격에 실패한 미다스라. 이건 귀한데.

이어진 시청자들의 반응까지.

‘아, 맞네…. 스킬.’

그제야 지호는 잠시 간과했던, 스킬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금의 그는 스킬을 사용하는 방법도 모르는 처지였으니까.

‘일단 좀 지켜보자.’

재빨리 판단을 끝낸 지호는 곧바로 몸을 뒤로 날렸다.

그리고는 왕눈이에게 질문했다.

“왕눈이 님! 스킬은 어떻게 사용하나요?”

“음… 그냥 생각하시면 맞춰서 써집니다. 멋을 내고 싶으시면 직접 외치셔도 되고.”

“멋이… 있을까요?”

“…….”

지호의 의문에 왕눈이는 대답을 멈췄다.

“크흠, 이미 느끼셨겠지만. 고유 특성인 가속검은 공격을 성공시킬 때마다 속도가 20%씩 증가합니다.”

대신 검을 휘두르며 화제를 돌렸다.

써억!

“중첩 횟수 제한은 없고. 대신 5초가 지나면 초기화됩니다. 방금 전 미다스 님처럼 말이죠.”

지호라는 태풍이 지나간 후라.

근처에는 왕눈이의 먹잇감인, 지호 팀의 전투 로봇들만 가득한 상황.

왕눈이의 스택은 점차 쌓여갔다.

서걱! 스거억!

“그러니까 타이밍을 맞춰서 계속 공격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게 가속검을 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고, 숙련도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원래 양측이 서로 견제하며 전투 로봇을 처치하고.

그러면서 균형이 유지되는 것인데.

지금은 한쪽의 전투 로봇만 일방적으로 학살당할 뿐이니 균형이 유지될 리 없다.

기릭! 기릭!

다행히 왕눈이의 스택이 끊기기 전에 새로 생산된 전투 로봇들이 다가왔다.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었으나.

왕눈이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거리가 좀 있을 땐. 질풍참을!”

이러한 말과 함께.

휘릭!

왕눈이의 몸이 번개처럼 이동했으니까.

쐐액!

동시에 검을 빠르게 내려치기까지!

순간적인 그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질풍(疾風) 그 자체였다.

후웅! 훙!

이어서 왕눈이가 새로 충원된 전투 로봇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콰악!

“엇!”

왕눈이의 검이 그가 노렸을 전투 로봇이 아닌, 바닥에 박힌 것이다.

‘속도를 주체할 수 없는 건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던 지호였기에 이유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 ㅋㅋㅋㅋ

-뱁새가 황새 따라하다 어떻게 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

채팅창은 왕눈이를 놀리는 채팅들로 가득했다.

“아, 이렇게 스택 많이 쌓아본 거 오랜만이라고!”

이게 가속검이 피지컬캐라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앞서 말했듯.

퓨처 워는 초인들의 전장이다.

일명 ‘영웅’이라 불리는 초인들은, 대부분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지니고 있거나. 고도로 발달된 무구들을 사용하는 이들이다.

그중에서 가속검은, 검 한 자루로 세계관 최강자의 위치에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

그 배경에는 스택을 쌓으면 쌓을수록 강해지는 고유 특성, 가속검이 있었다.

설정상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문제는, 플레이어가 컨트롤하는 경우였다.

피지컬이 어지간히 뛰어나지 않으면, 지금의 왕눈이처럼 속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킬 구성으로 알 수 있듯.

완벽한 효율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전장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난전을 펼쳐야만 하는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함일까?

가속검은 손에 꼽힐 정도로 대표적인 유리 몸이다.

당연히 대부분은 제대로 스택을 쌓기도 전에 죽기 마련이었고.

그렇기에 피지컬챔으로 불리는 것.

왕눈이도 평소에는 그러했다.

스택을 신경 쓰면서 상대방의 견제까지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초보자를 상대하는 상황.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가속검으로 날뛸 수 있을까?

“다시 스택 쌓는다. 이번에는 궁극기까지 써볼 테니까 다들 기대하라고!”

왕눈이가 호기롭게 외치며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미다스가 가만히 왕눈이를 관찰한지도 몇 분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생산되고 사라진 전투 로봇만 해도 어언 수십 기.

차분히 관리한 스택은 물론이고.

자연스레 레벨도 왕눈이가 앞서가는 상황이다.

-역시 첫 판은 어쩔 수 없는 건가…….

-미다스 코인 탄 흑우 읍제?

-이렇게 보니까 왕눈이 플레 맞네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이미 결과가 나온 것 같은 반응이었다.

그럴만하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봐도 왕눈이의 일방적인 압살이었으니까.

“미다스 님, 이번엔 큰 거 갑니다.”

왕눈이도 자신이 우위라 생각하는지, 신나는 목소리로 멘트를 쳤다.

하지만 왕눈이를 포함한 모두는 몰랐다.

맹수가 움직이는 순간은.

사냥감을 완전히 포착한 그 순간임을 말이다.

“잘 봐두세요. 이게 마지막 스킬이자 궁극기인 공간살입니다.”

-ㄷㄷ 공간살까지~

-캬!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왕눈이가 공간살 쓰는 걸 보다니 ㅋㅋㅋ

공간살은 가속검의 유일한 원거리 스킬이자 궁극기이다.

효과는, 말 그대로 공간을 뛰어넘어 상대를 죽이는(殺) 것.

한 가지 단점을 고르자면.

가속검 스택이 꽤 많이 쌓여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한 판이 끝나도록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그 대신 위력은 확실하지.’

맞는 순간, 최소 반피 아래.

치명타가 터지면 한 번에 죽을 수도 있는 위력의 스킬이기 때문에.

왕눈이는 이미 이겼다고 생각했다.

“갑니다! 공간살!”

그래서일까?

그는 들뜬 목소리로 스킬명까지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변수는 없었다.

공간살은 상대를 지정한 상태로 발동하는 타겟팅(Targeting) 스킬.

애초에 사거리 밖에 있었으면 모를까, 이미 타겟으로 지정된 이상 무빙으로 피할 수는 없다.

유일한 방법은, 대응(對應)으로 막는 것뿐인데.

그 또한 가능할 리 없다.

타이밍을 맞출 수 없을 테니까.

‘뭐가 보여야 막지.’

공간살은 실체가 없는 무형(無形)의 검격.

게다가 속도는 번개처럼 빠르다.

대응의 발동 조건이 정확한 타이밍이라는 걸 감안하면, 미다스가 막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라는 소리!

-끝이네 ㅋㅋㅋ

-이건 못 이기지.

-??? : 왕눈이 두고 보자!

-앞으로 왕눈이 미다스랑 절대 일대일 안할 듯 ㅋㅋㅋㅋ

-당연하지 ㅋㅋ 첫 판이라 이긴 거고 앞으로는 개 털릴 텐데 ㅋㅋㅋ

그렇게 모두가 왕눈이의 승리를 확신하던 순간.

지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어?”

반격을 알리는 신호탄은, 왕눈이의 의아한 목소리였다.

그의 시야 끝에는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미다스가 있었다.

사락!

문제는….

-공간살을 막았다고…?

-미친?

-????????

-어케 했누…….

회심의 일격인 공간살이 미다스의 검에 허무하게 막혔다는 것이다!

“미친.”

왕눈이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감이 온다.

‘당연히, 대응이겠지.’

가속검의 방어 스킬인 대응은, 타이밍만 완벽히 맞추면 사실상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으니까.

문제는, 그 ‘완벽한’ 타이밍이다.

“대체 어떻게 타이밍을 잡은….”

그의 말끝이 흐려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리 피지컬이 좋다 한들.

공간살을 처음 겪는 사람이 타이밍을 맞춘다고?

-운인가?

-실력일수도…. 상대는 미다스잖아;;

-운이든 실력이든 미친놈이긴 함.

그래도 아직 왕눈이가 우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레벨도 레벨이고.

미다스는 아직 스킬을 쓰는 것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을 테니.

…라고 왕눈이는 생각했다.

“또 해보면 알겠죠. 어차피 스택은 다시 쌓으면 되니까!”

하나 그는 이내 다시 의아한 목소리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

주변에 더 이상 잡을 전투 로봇이 없었으니까.

그야 당연하다.

지금까지는 왕눈이의 일방적인 독무대. 지호 팀의 전투 로봇들만 학살당한 상황이다.

그리고 그 말인즉.

지호가 잡을 수 있는 전투 로봇들은 수두룩하다는 소리다.

“설마…?”

왕눈이의 눈동자가 떨렸다.

‘이 상황을 유도한 건가?’

-미친….

-이걸 노렸다고?

-이 정도면 피지컬만 좋은 게 아닌데?

왕눈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몇몇 시청자들이 경악했다.

그리고 미다스의 표정을 봤을 때.

짐작은 확신으로 변했다.

“아니….”

왜냐하면.

어느새 미다스의 입가에는.

씨익-

진한 미소가 걸려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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