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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16화 (16/110)

016화. 퓨처 워 -1:1(3)

“이게 마지막 스킬이자 궁극기인 공간살입니다.”

아주 조금 전.

그러니까, 왕눈이가 공간살을 발동하던 그 순간.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지호가 잠시 늘어뜨렸던 검을 다시 들어 올렸다.

이제는 움직여야 할 시간이니까.

사실, 가속검의 다른 스킬들은 이미 파악이 끝난 상태다.

그럼에도 더 지켜본 이유는.

아직 보지 못한 궁극기, 공간살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기다렸던 때가 다가온 것.

“갑니다! 공간살!”

검을 휘두르는 왕눈이의 의기양양한 표정과.

-끝이네 ㅋㅋㅋ

-이건 못 이기지.

마찬가지로 그의 승리를 확신하는 시청자들의 채팅까지 보고 있자니 더더욱 기대가 됐다.

오죽하면 저런 반응을 보이겠는가.

하지만 이어진 상황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뭔가 온다.’

왕눈이가 검을 휘두르자마자 벌어진 기현상(奇現象).

사악!

지호의 눈앞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려치기 시작한 것이다.

눈으로 볼 수도 없는데.

속도는 마치 번개와도 같았다.

그렇기에 왕눈이와 시청자들이 승리를 확신했을 터.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빠른 공격을 무슨 수로 막아내겠는가.

하지만 그건 평범한 이들이 기준일 때의 이야기다.

그들이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는데.

바로, 지호는 좀비 아파트 첫 트라이부터 변종 좀비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막다 못해 그 틈을 비집고 카운터까지 날린 괴물이다.

왕눈이가 미리 경고까지 했고.

그렇기에 대비까지 하고 있던 이상. 공간살을 막아내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의 감각에는 검의 궤적이 선명하게 느껴졌으니까.

‘대응을 발동하면서.’

지호가 검을 휘둘렀다.

목표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검기.

사악!

그리고 역시나, 그의 검과 부딪친 무언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대응이 제대로 발동했다는 소리다.

“미친.”

이어서 들려오는 왕눈이의 목소리.

지호는 승리를 확신했다.

‘신기하긴 한데, 생각보다는…….’

너무 기대했던 걸까?

궁극기인 공간살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덕분에 어떤 스킬인지 감은 잡았으니 됐다.

이제 끝내야 할 시간.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아군의 전투 로봇은 없고. 적군의 전투 로봇만 쌓여있는 상황.

처음에 그렸던 그림대로였으니까.

‘이 정도로 많으면 스택이 끊길 일도 없겠지.’

“아니….”

지호는 왕눈이의 황망한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곧바로 달려나갔다.

일단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소형 전투 로봇부터.

서걱!

그의 검은, 간결한 궤적을 그리며 전투 로봇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번에도 역시나, 반으로 갈라지는 전투 로봇!

“어림없죠!”

그를 막으려 왕눈이가 검을 휘둘렀지만.

퉁-

아무 소용없었다.

지호가 대응 스킬을 발동하며 검을 막아냈으니까.

-갑자기?!

-뭔데;; 뭐가 어떻게 되는 건데;;

공간살을 막아냈다는 놀라움이 미처 사라지기도 전. 순식간에 뒤바뀐 전황에 모두가 당황했다.

스윽!

지호가 계속해서 체력이 바닥난 전투 로봇을 향해 검을 날리고.

퉁-

그사이 왕눈이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기까지 했으니까.

공격이 반복될수록.

지호의 검은 더욱더 빨라졌다.

자연스레 움직임도 빨라진 터라, 그 무엇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휘익! 쐐애액!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던 왕눈이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호는 처음부터 이 속도였다는 것처럼, 완벽하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컨트롤할 수 있었기에.

심지어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의 움직임은 더 정교해져 갔다.

-벌써 20스택 돌파;;

-? 그럼 속도가 4배라는 거 아님??

-ㅇㅇ;;;

-미다스는 스택 2개씩 쌓이는 버그 있나? 왜케 빨리 올라???

-아니, 속도가 저렇게 빠른데 왜 삑이 안나 ㅋㅋㅋㅋㅋ

-괴물…….

그 모습을 지켜본 모든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자신들이 알던 상식과는 너무도 다른, 이질적인 장면이었으니까.

한데, 막상 당사자인 지호는 태연하기만 했다.

‘이제야 좀 시원시원하네.’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

짜릿했다.

현실이었다면 한참을 뛰어야 도착할 거리도.

탓!

가벼운 발걸음만으로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

검 또한 마찬가지.

쐐액!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찢겨 졌다.

어찌나 빠른지, 잔상까지 보일 정도였다.

쐐액! 타앗-! 쐐애액!

이처럼 짜릿한 속도감을 즐기며.

지호는 계속해서 발을 구르고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이 향하는 모든 것이 빠르게 지워졌다.

순식간에 수십 번의 검격이 쏟아지는데 어떻게 버티겠는가.

그리고 그건, 왕눈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쐐액!

자신의 목을 노리고 쏘아지는 미다스의 검 끝!

“헉!”

화들짝 놀란 왕눈이가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애초에 평소의 속도였어도 날카롭다고 생각했을 텐데.

가속검 스택이 쌓인 미다스는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대, 대응!’

급하게 스킬을 발동하며 막아내려 했으나.

쐐액!

“아악!”

뱀처럼 움직이는 미다스의 검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그를 비웃듯 방향을 틀며 타이밍을 어긋나게 하더니, 그대로 어깨를 베고 지나갔으니까.

‘이건 좋지 않은데.’

눈 깜짝할 새 전황이 역전된 처지.

게다가 이미 체력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또다시 공격에 당하면,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될 터.

‘일단 피 좀 채워야겠다.’

왕눈이는 잠시 후퇴하려 했다.

경계 포탑의 범위 내에서 잠시 체력을 회복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등 뒤에서 미다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왕눈이 님. 큰 거 갑니다. 라고 하셨었죠?”

“네에?”

익숙한 말이다.

불과 몇 분 전, 왕눈이 자신이 공간살을 쓰기 전에 장난처럼 내뱉은 멘트니까.

왜 저런 말을 꺼내는지.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의도는 직감할 수 있었다.

‘공간살을 쓰겠다는 소리겠지.’

진작 경계 포탑까지 거리를 벌렸어야 하는데….

이미 늦은 것이다.

사실, 이건 모두 그의 역량 부족 때문이다.

‘스택 쌓는 걸 막을 수만 있었어도.’

스택만 초기화시키면.

공간살은 발동할 수 없다.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이제 몇 걸음 더 도망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차피 공간살의 범위 내일 테니.

‘어쩔 수 없지. 막아보자.’

생각을 끝낸 왕눈이가 검을 들었다.

-왕눈이도 보여주나?

-에반데 ㅋㅋ 공간살은 아무나 막냐고 ㅋㅋㅋㅋ

가능성이 낮은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플래 클라스 보여줄게요.”

게다가 이건, 할만한 배팅이다.

막아내면 미다스의 스택도 초기화될 것이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 터이니.

“갑니다.”

사악!

때마침 휘둘러진 미다스의 검.

“도저언!”

힘차게 외친 왕눈이가 타이밍을 맞춰 검을 휘둘렀다.

당연히 대응도 발동한 상태였으나.

그의 검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대신.

촤악!

보이지 않는 기운이 왕눈이를 가르고 지나갔을 뿐.

[적에게 당했습니다!]

이미 체력이 절반 이하였던 터.

왕눈이의 귓가에 사망을 알리는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회색빛으로 물든 화면까지.

일대일의 결과는, 왕눈이의 완패였다.

“미친, 괴물.”

왕눈이의 허탈한 목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 * *

-왕눈이 인증 괴물, 미다스

-근데 ㅋㅋㅋㅋ 나였어도 괴물소리 나왔을 듯 ㅋㅋㅋㅋㅋㅋ

-1렙인데 플래 찢네;;;

-미다스!! 믿고 있었다구!!!!

-이제 누가 뉴비지??!

짧은 일대일을 끝내고 돌아온 로비.

“재밌네요.”

격한 채팅들에 지호가 간단하게 소감을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움도 남는다.

깃털처럼 가벼웠던 가속검의 신체가 아닌, 퓨처 워의 기본 아바타로 돌아온 상태였으니까.

‘확실히 사람들이 빠져들 만하네.’

직접 플레이해보고 나서야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퓨처 워에 빠지는지.

이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색다른 느낌이었다.

-왕눈이 복수전 해야지 ㅋㅋㅋ

-한판 더?

-꿀잼인뎈ㅋㅋㅋ

게다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왕눈이의 판단이 옳았다.

일대일을 시작하기 전과는 확연히 온도가 다른 채팅들이었으니까.

“캬, 설마 했는데 진짜로 지네요. 그래도 덕분에 눈요기 제대로 했습니다. 스택 몇까지 쌓으셨던 거예요? 마지막에는 잔상까지 보이는 거 같던데.”

그들의 반응에 만족한 걸까?

마찬가지로 로비에 돌아온 왕눈이의 목소리도 경쾌했다.

-한 30정도까지는 봤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올라가서;;;

-ㄹㅇ 무슨 심야 택시인줄 ㅋㅋ

“마지막에 공간살 쓸 때 43이었어요.”

“43이면 8.6….”

조용히 무언가 계산하던 왕눈이가 이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근데 미다스 님. 전투 로봇 수가 그 정도로 많았었나요?”

“아아! 한 번에 안 죽는 전투 로봇도 있어서. 여러 번씩 휘두르다 보니까 빨리 쌓이더라고요.”

“아니, 근데 스택이 그렇게 쌓였는데도 똑같이 움직이다니…. 역시 엄청난 피지컬이네요. 혹시 꿀팁 같은 거라도?”

“음….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주변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니까, 그걸 감안해서 움직이면 되는 거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했는데.”

1+1은 2라는 사실을 말하듯.

지호의 대답은 태연했다.

“어…. 그건, 그렇겠죠. 꿀팁… 감사합니다.”

당연히 왕눈이는 그가 어떻게 스택을 쌓았는지 알고 있었다.

직접 앞에서 봤는데 모를 리가.

한데도 저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미다스의 피지컬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흥미를 북돋기 위해서였다.

-그니까, 교과서 위주로 공부하면 수능 만점 맞을 수 있다는 말이죠?

-ㄹㅇ ㅋㅋㅋㅋㅋ

-아~ 우린 그거 못한다곸ㅋㅋㅋ

역시나.

왕눈이의 의도대로, 시청자들은 지호의 대답에 폭소했다.

빠르게 스택을 쌓는 방법.

시청자들도 어지간하면 알고 있다.

하지만 안다고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속도를 제어할 수 없을 테니까.

왕눈이가 헛손질을 했을 때의 스택이 고작해야 15 남짓이다.

스택이 1개 쌓일 때마다 속도가 0.2배씩 증가하니, 15스택이면 평소의 3배 가까운 속도인 것.

왕눈이는 그것도 감당하지 못했는데, 43스택이면 8배도 넘는다.

어지간하면 제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상식!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들도 40스택이 넘으면 힘겨워할 정돈데 어련하겠는가.

한데, 미다스는?

완벽하게 속도를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플레이인 것이다.

대체 어떤 팁을 풀까 궁금했는데, 저런 정석적인 대답이라니.

-하긴, 종족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지 ㅋㅋㅋㅋㅋ

-ㅇㅈㅇㅈ 미다스는 인간 아니고 괴물이자나…….

-어차피 제대로 된 팁 줘도 못 따라할 텐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함.

-222 ㅋㅋㅋ 뽕맛 있음.

-그래서 다음 게임은 언제 시작하나요!!!!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러려니 하고 납득했다.

그에게는 당연한 일인 것이다.

피지컬뿐만 아니라 눈높이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은 애초에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처럼 모두가 다음 게임을 기대하던 찰나.

“난 당하면서도 진짜 미쳤다 싶더라니까? 근데 이런 꿀잼을 한 번만 보면 아쉽죠. 안 그래요, 여러분?”

왕눈이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당연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럼 한판하고 갈라했냐고 ㅋㅋㅋㅋ

-랭겜 듀오 가즈아!!!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듯한 그의 말에 시청자들이 격하게 호응했고.

띠링!

[‘스피드레이서’님이 100,000원 후원!]

[미션 가죠. 가속검 스택 50개 이상 쌓으면 10만원. 추가 10개당 20만원+, 최대 100개까지.]

이어서 미션까지 들어왔다.

그것도 최대 11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큰 미션이었다.

왕눈이와의 합방으로 시청자 수가 많아졌기에 가능한 일일 터.

물론 현실적인 미션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들의 한계가 40스택이다.

엘카를 비롯한 일부 괴물들은 또 다르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규격 외의 세계다.

한데 최소 50스택에서 100스택까지라니.

-10만원만 받으라는 거네 ㅋㅋㅋ

-에이, 미다스는 가능할지도?

-말이 되나 ㅋㅋㅋ 그랬으면 프로게이머 했지 ㅋㅋㅋ

시청자들은 당연히 안 되리라 단정 지었다.

하지만 지호만은 달랐다.

‘100스택이라.’

대략 방금 전의 두 배 정도 되는 속도일 터.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기에.

“스피드레이서님, 10만 원 감사합니다. 그리고… 110만 원도 미리 감사합니다. 바로 갈게요.”

그는 곧바로 사람들의 열기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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