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화. 퓨처 워 -일반 게임(3)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게임 시간 3분이 지나기도 전에 나온 첫 번째 킬!
[미션 성공!]
[‘참교육 요망’님이 50,000원 후원!]
[사이다 좋구연~!]
-이게 미다스지!!!
-으디 실버가 ㅋㅋㅋㅋㅋㅋ
-잼민이 컷!
미션 성공 알림과 함께.
수많은 채팅들이 올라왔다.
모두가 예상하고, 기대한 사이다였으니까.
-그나저나 미다스 벌써 스택컨 하는 거 실화임?
-디나이도 하던데 스택컨이 문제냐고 ㅋㅋㅋㅋ
-디나이가 뭐임?
-파밍 못 하게 압박하는 거 ㅋㅋ
-전판에 왕눈이 보고 배웠나본데, 무슨 스펀지도 아니고;; 그걸 고새 흡수하네 ㅋㅋㅋㅋ
-걍 그러려니 해 ㅋㅋㅋ 미다스잖아. 우리랑은 다른 종족이여…….
-하긴;; 왕눈이 이긴 것부터가 말 안 되는 거였지.
물론, 그 와중에도 인상적인 장면들은 나왔다.
예를 들면.
상대를 압박하며 전투 로봇 파밍을 견제하는 움직임이라던가.
그 와중에 본인은 차분히 스택을 쌓는 모습 등이 그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고?
그게 미다스니까!
좀비 아파트에서 보여준 플레이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그 직후였다.
“참교육 요망님, 5만 원 감사….”
미션 성공 후원에 감사를 표하려던 지호의 말이 끊겼다.
“미드 님! 정글 가요! 빼세요!”
갑자기 들려온 아군 정글러의 다급한 목소리 때문이다.
-갱?!
-타이밍이긴 했지.
-왠지 ㅋㅋㅋ 거미가 대놓고 들어오더라 ㅋㅋㅋㅋㅋ
미드가 위험하다는 경고.
자연스레 지호의 시선이 미니맵을 향했다.
‘저건?’
퓨처 워의 지형 대부분은 ‘전장의 안개’라 불리는 묵빛 안개로 가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보이는 반경은 극히 일부. 정확히는 아군의 캐릭터나 전투 로봇, 경계 포탑의 범위 정도다.
추가적으로 시야를 밝히기 위해서는 ‘감시 드론’이라는 아이템을 설치해야 하는데.
당연히 지호는 그 사실을 모르는 데다, 알더라도 아직 구매할 시점이 아니다.
한데 적 정글러의 위치가 보인다?
그 말인즉, 가깝다는 소리!
더군다나 지호는 상대 경계 포탑 근처기에. 빼란다고 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잘 먹겠습니다!”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미드 아래쪽 샛길에서 튀어나온 적 정글러, 그림자 늑대의 발걸음은 위풍당당했다.
게다가 패기 넘치는 말투까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눈치였다.
그럴만하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날로 먹는 킬이었을 테니까.
방금 맞다이를 이겼는데, 갑작스러운 정글러의 난입이라니!
체력은 바닥이고.
스킬도 쿨타임이라 사용할 수 없어야 정상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경우였을 때.
-아직 상황 파악 못했나본데?
-그니까 저렇게 신나서 뛰어왔겠지 ㅋㅋㅋㅋㅋ
-내가 다 눈물이 나누 ㅠㅠㅠ
-ㄹㅇ ㅋㅋㅋㅋ
그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타란튤라 퀸이 무기력하게 죽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호는 체력도 풀이고.
모든 스킬도 사용 가능한 상태다.
게다가, 스택은 더 쌓였고!
반면 그림자 늑대, ‘달고나라’는.
중립 몬스터를 잡다 말고 급하게 온 터라 체력도 부족한 처지다.
“뭐지, 원플원인가…?”
“미친……. 풀피네.”
역시나, 지호의 말을 들은 상대가 멈칫했다.
눈이 튀어나올 듯 황당한 표정.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미친 나왔죠? ㅋㅋㅋ
-그러게 더 빨리 왔어야지~~
-이건 ㅋㅋㅋㅋ 거미 급발진이 문제지 ㅋㅋㅋㅋㅋㅋ
-ㅇㅈ 기다렸다 같이 드가야지;;
이런 장르의 게임에서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당연히 퓨처 워도.
팀원의 시야를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기능인데….
그동안 자신의 시야 한쪽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몸을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눈 한쪽이 가려지면 불편할 수밖에 없기에.
대부분은 시야 공유 대신, 미니맵으로만 확인하곤 했다.
‘아니, 피도 못 빼고 뒤졌으면 말이라도 해주던가. 거미새끼 대체 뭘 한 거야.’
사실, 설명할 시간도 없었다.
타란튤라 퀸이 죽은 건 고작해야 10초 전이니까.
그리고 지금은 불평할 때가 아니다.
타앗!
지호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어?”
달고나라의 눈동자가 커졌다.
깜빡.
그저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이다.
한데, 어느새 상대가 눈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후웅!
심지어 검을 아래서 위로 올려 베기까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상대를 베는 스킬, 질풍참을 발동한 것이다.
“미친!”
급하게 그림자 늑대의 단단한 발톱으로 막아보려 했으나.
서걱!
이미 늦었다.
스택을 잔뜩 쌓은 검은 상대가 발톱을 내밀기도 전에, 이미 목적을 달성하고 지나갔으니까.
‘뭐 이리 빨라.’
생각보다 상대가 너무 빨랐기에.
그림자 늑대는 일단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주도권을 뺏긴 상태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최악의 수였다.
그 이유는, 지호가 검을 다시 아래로 내리긋자마자 밝혀졌다.
후웅!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는 검.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다.
푸확!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검격이 그림자 늑대를 베었으니까.
‘미친, 궁도 못 뺀 거였어? 미드 새끼 진짜 가지가지 하네.’
눈 깜짝할 새에 휘몰아친 연계였으나.
아직 죽지는 않았다.
집중하면 이길 수 있다.
빠르게 체력을 확인한 그림자 늑대가 공격 자세를 취했다.
타앗!
상대 가속검이 다시 달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지만, 보인다.
맞출 수 있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지호가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채.
“또 당해주겠냐!”
그렇기에 그는, 타이밍을 맞춰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발톱에 붉은 기운이 감돈다.
그림자 늑대의 스킬, ‘피의 갈망’이 발동된 것이다.
이제부터 공격이 적중하면 데미지에 비례해서 체력이 회복될 터.
후웅!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발톱은 허공만 크게 갈랐다.
가속검에게 닿기 직전.
파밧-
갑자기 상대의 속도가 빨라지더니.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어…?’
당연히 맞으리라 생각한.
아니, 맞아야만 하는 공격이 빗나간 상황.
그림자 늑대는 귀신에라도 홀린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없었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흔한 클리셰.
‘왼쪽도 오른쪽에도 없으면, 뒤…?’
하지만 늦었다.
서걱!
[적, 더블 킬!]
[가속검 → 그림자 늑대]
이미 그의 시야는 회색빛으로 바뀐 후였으니까.
* * *
퍼블로 인한 추가 골드에.
정글러까지 덤으로 죽어줬다.
게다가 그 후에 전투 로봇들까지 싹 쓸고 본진에 귀환한 터라.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벌써부터 상대 미드와는 한 단계 이상 차이 날 정도였다.
그 말인즉, 성장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소리!
게다가 레벨도 앞서간다.
애초에 미드는 실력 차가 명백했던 상황.
한 번 기울기 시작한 균형은 걷잡을 수 없이 기울어져만 갔다.
[적에게 당했습니다!]
[가속검 → 타란튤라 퀸]
미드 라이너인 찐만두는 미드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죽어나갔고.
“아, 좀 사려요. 갱 갈 테니까.”
마찬가지로 도움을 온 정글러도.
[더블 킬!]
[가속검 → 그림자 늑대]
처참하게 죽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 미드 그만 좀 죽어.”
“아니, X발. 저 새끼가 괴물이라고! 아니면 핵이던가.”
“탑 님, 진정하세요. 미드 님 말이 맞음. 이거 진짜 3인 갱 아니면 답 없을 듯, 탑 님도 와주세요.”
“하…… 간다. 정글 미드 니네 진짜 호응 잘해라.”
심지어 탑 라이너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으나.
[적에게 당했습니다!]
[더블 킬!]
[트리플 킬!]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누가 같은 팀 아니랄까 봐.
다 같이 사이좋게 휩쓸려갔으니까.
“와, 이거 진짜 에반데. 봇도 올라와봐. 5인 갱 가자.”
“지금 올라가서 우리까지 같이 뒤지자고? 똥 그만 싸고 얌전히 경험치만 처먹어.”
“아니, 병신아. 저거 키우면 답 없다니까?“
“니가 키웠지, 우리가 키웠냐?”
“하, 그래? 오케, 미드 버림. 정글이나 돌아야지.”
“왜 정글이야…….”
결국, 팀 분위기가 박살 났고.
미드 라이너 ‘찐만두주세요’는 미드를 버리고 정글의 중립 몬스터를 잡기에까지 이르렀다.
자연스레 지호는 아무도 상대하지 않은 채 방치됐고.
그렇게 7분이 지났다.
[적 포탑을 철거했습니다!]
-아니, 미쳤나.
-괴물…….
-이런 사람이 왜 지금까지 게임을 안 한 거야;;;;;
그동안 시청자들의 반응을 요약해보면.
놀라움, 그 자체였다.
지호가 가속검을 능숙해도 너무 능숙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퍼블은 모두가 예상했다.
이어서 갱을 온 정글러를 잡는 것까지도, 그러려니 했다.
매서운 연계가 놀랍긴 했으나.
상대가 방심한 탓도 있었으니까.
한데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스택 미션 건 사람 오늘 파산하겠는데? 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이제 40개는 그냥 기본이네. 프로게이머 별 거 없누.
-근데 거긴 상대도 프로고 여긴 실딱이들이라 ㅋㅋㅋㅋ
-그래도 저거 컨트롤 하는 게 대단한 거 아님?
-ㅇㅇ 미친놈임.
-40스택이면 8배네 ㅋㅋㅋ 뭐가 보이긴 하나.
-일단 난 23스택에서 지지 침. 뭔 오토바이 탄 기분이라 컨이고 뭐고 정신없던데 ㅋㅋㅋ
-미다스가 그냥 사람이 아닌 거.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미드.
지호의 스택은 계속해서 쌓여갔다.
중요한 점은, 아주 조금의 흔들림도 없다는 것.
이제 겨우 두 번째 판이다.
한데, 이 무슨 숙련도란 말인가.
고이고 고여서 ‘장인’이라 불리는 이들처럼.
그의 플레이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가속검(미다스) 8/0/0 108]
8킬 0데스 0어시스트.
게임시간 12분이 지난 지금, 지호의 스코어다.
한 번도 죽지 않고 적을 8번이나 처치했다는 의미다.
그뿐인가?
전투 로봇은 108기를 처치했다.
1분에 대략 10.8기의 전투 로봇을 처치한 것.
다이아 티어 평균이 1분에 8기라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인 것이다.
물론, 상대의 견제가 없기도 했지만.
“뭔가, 잔잔하네요.”
그런 주제에 하는 말은 이렇다.
-당신이 다 죽였으니까…….
-??? : 잔잔하네요. (8킬 0뎃)
-무슨 산책 나왔냐고 ㅋㅋㅋㅋ
실제로 그의 팀 분위기는 평온했다.
하도 서로를 탓하고 싸워대서, ‘질병게임’이라는 악명이 붙은 퓨처 워가 맞나 싶을 정도.
그도 그럴게.
[적을 처치했습니다!]
“오, 왕눈이 님 킬 나이스!”
“서폿 님이 잘해주셔서 그렇죠 뭐! 저야 떠먹여 주신 거 입만 벌렸을 뿐입니다!”
왕눈이가 원거리 딜러로 간 봇도.
마찬가지로 탑도 무난하게 잘 성장 중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결과다.
미드가 혼자 2인분 이상을 해준 결과, 정글러인 수확귀신이 다른 라인을 더 도울 수 있었으니까.
이미 게임 자체가 기운 상황.
결국 상대 팀이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밖에 없었다.
“미드 모이죠.”
“한타로 쇼부 봐야 할 듯? 답 없다 이거.”
전통의 오더.
‘미드 모여’였다.
마지막 도박으로 다대다 전투를 해보자고 한 것!
그런데.
미드에 도착한 상대 팀을 맞이한 건.
“저거 뭐임? 왜 저렇게 빨라?!”
“아, 몰랑! 그러니까 진작 봇도 올라오라고 했잖아!”
“X발…. 하, 저 똥쟁이 새끼.”
“일단 죽여! 5대1인데 저 새끼 하나는 잡을 수 있겠지!”
처참하게 박살 난 경계 포탑과.
극한의 스택 관리로 이미 50스택을 넘긴. 즉, 10배가 넘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가속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