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22화 (22/110)

022화. 증명(1)

이틀이 지났다.

그럼에도 겜잘알을 뜨겁게 달군 화제는 아직 식지 않았다.

당사자인 미다스가 핵 논란 이후 이틀 동안 방송을 켜지 않았기 때문이다.

-찔리는 게 있으니까 안 켜지.

-난 처음부터 그 새끼 핵쟁이일줄 알았다니까 ㅋㅋㅋㅋㅋ

-맞지 ㅋㅋㅋ 핵이 아니면 그게 말이 되나;;

-핵 아니라고 실드 치던 놈들 다 어디갔누?

-양심 있으면 닥쳐야지. 할 게 없어서 핵쟁이를 실드 쳐?

그동안 논란의 불씨는 점점 커져 갔다.

하지만 여전히 해명은 없었고.

자연스레 모두가 미다스는 핵을 사용했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

-근데 엘카가 좀비 아파트는 핵 아닌 거 같다고 하지 않음?

└그만큼 핵이 치밀하다는 거임.

└ㄹㅇ ㅋㅋㅋㅋ 오죽하면 엘카도 속이겠어.

└개발사인 파나즈도 속였는데 뭐 ㅋㅋㅋ 말 다 했지 ㅋㅋㅋㅋㅋ

-지대로 핵쟁이라니까 ㅋㅋㅋ

지난날 미다스의 플레이가 핵이 아니라고 말했던 엘카의 발언도 이제는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비난만 거세질 뿐.

이제 사람들은 미다스의 지난 플레이들을 하나하나 해부하며 그를 비난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베스트 게시판]

[1. 미다스의 좀비 아파트 클리어가 핵빨인 이유.EU]

[2. 신입 스트리머? 아니, 핵쟁이 스트리머 미다스의 지난 행보]

[3. 핵으로 변종 좀비를 잡는 법]

[4. ??? : 그냥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핵 보유)]

……

독점 수준의 베스트 게시판 지분.

핵 논란이 그만큼 충격적인 주제이기도 했지만, 이건 모두 미다스의 행보 때문이다.

고작 3일차 스트리머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업적을 달성했으니까.

일단, 좀비 아파트부터 살펴보자면.

그는 튜토리얼의 변종 좀비를 최초로 잡았고, 마찬가지로 지옥 난이도의 문도 처음으로 열었다.

그뿐인가?

첫 플레이에서 노데스로 클리어까지!

심지어 그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하이라이트 급이었다.

오죽하면 당시 만들어진 클립들만 정주행해도 방송을 전부 본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있겠는가.

퓨처 워에서도 마찬가지다.

막 계정을 만든 주제에 플래티넘인 왕눈이와의 일대일을 이기고.

일반 게임에서는 가속검 스택 100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게 그동안의 상식을 가볍게 뛰어넘는 엄청난 행보였다.

한데, 전부 핵 덕분이었다니!

겜잘알 유저들이 격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만큼 배신감이 컸을 테니까.

뭐, 어찌 됐건.

이제는 무슨 수를 써도 여론을 돌릴 길이 없어보였다.

세상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는 법이고, 미다스의 건은 골든타임을 명백히 넘겼기 때문이다.

‘방송을 접을 생각은 아닌 거 같았는데, 대체 뭘 어쩌려고….’

왕눈이도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이번 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은 왕눈이다.

당사자인 미다스야 방송도 켜지 않았으니 그러려니 해도.

왕눈이는 쉬지 않고 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갈 곳 없는 분노가 그를 향하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띠링!

[‘핵 단속반’님이 1,000원 후원!]

[왕눈이 님, 핵쟁이랑은 연락 안 되심? 빨리 해명하라 하죠.]

지난 2일간 수도 없이 받은 질문이다.

왕눈이 님, 미다스 님은?

연락 안 되시나요?

핵 쓰는 거 알고 있었나요?

원래 알던 사이 아닌가요?

등등….

어찌나 패턴도 다양한지.

다 외울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어떤 질문에도 왕눈이의 대응은 같았다.

“아~, 천원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른 스트리머 언급은 밴 사유니까 참고하세요.”

대답을 피하는 것.

달리 방법이 없었다.

어차피 무슨 대답을 하든, 좋은 소리를 듣기는 힘들 테니까.

이건, 태풍 같은 천재지변이다.

자고로 천재지변은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피하는 거다.

그렇기에 왕눈이는 당분간 다른 스트리머 언급을 금지했다.

이게 최선이었다.

-왕눈이형이 고생 많네.

-그러게;;; 핵쟁이 하나 때문에;;

-에휴;; 핵일 줄 왕눈이 형이 알았겠냐고 ㅋㅋㅋ 엘카도 몰랐던 걸 ㅋㅋㅋㅋ

-합방한 게 죄라는 거지 뭐 ㅠㅠ

심지어 그의 시청자들조차 미다스를 욕하는 판에.

대놓고 실드를 쳐 봐야 어떤 소리를 들을지 뻔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왕눈이는 미다스가 핵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아니, 애초에 의심한 적도 없었다.

‘그러니까 합방까지 했지.’

왕눈이가 스트리머라는 직업을 선택한 지도 어언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스트리머를 봐왔다.

왕눈이는, 미다스를 믿기 이전에 자신의 경험과 안목을 믿었다.

핵을 사용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큰 공통점이 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

어차피 핵을 사용하는 이상 이기려면 언제든 이길 수 있으니 불탈 리가 없는 것이다.

한데, 미다스는 그렇지 않았다.

“재밌네요.”

그가 엘카를 비롯한 최정상급 선수들 이야기를 건넸을 때 미다스의 대답이다.

당시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명백한 호승심이었다.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호승심을 불태우다니.

자신의 실력에 확신이 없다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일 터이다.

그런 사람이 핵을 쓸 리가.

뭐,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무슨 생각일까.’

지금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연락은 진작 해봤다.

그것도 당일 날 바로.

이런 인재를 놓치긴 아까우니까.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왕눈이는 한 가지 계획이 있었다.

일명 ‘왕눈이 사단’이라 불리는 스트리머 모임.

다들 좋은 사람들이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피지컬이 뛰어난 스트리머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매번 스트리머들이 팀을 짜서 나가는 대회에서 처참하게 패배하곤 했다.

스트리머는 재미를 추구하고 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지는 건 누구나 싫기 마련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책을 고민하던 차에 왕눈이의 눈에 들어온 게, 미다스였다.

원래부터 계획한 건 아니다.

합방하면서 떠오른, 일단은 계획일 뿐이니까.

‘성격도 괜찮은 거 같았고, 센스도 있었는데.’

그렇기에 자신이 방송하면서 느낀 팁까지 슬쩍 알려줬던 것이다.

그리고 다 떠나서.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핵 논란이 터지자마자 연락을 했었다.

‘담이 큰 건지, 뭘 모르는 건지….’

당시 미다스에게 연락한 왕눈이는 또다시 황당함부터 느꼈었다.

겜잘알의 베스트 게시판을 통차지한 핵 논란.

솔직히 말하자면.

스트리머로서 잔뼈가 굵다고 자부하는 왕눈이여도 멘탈이 나갔을 거라 생각할 정도로 큰 사건이다.

한데 미다스는.

“네, 왕눈이 님. 늦은 시간인데 무슨 일이세요?”

평온해도 너무나 평온한 반응이었다.

“음, 겜잘알 확인해보셨나요?”

혹시나 해서 조심스레 물었지만.

“네, 알고 있습니다.”

반응은 여전히 태연했다.

‘근데 이런 반응이냐고!’

오히려 왕눈이가 답답할 지경.

다행히 답답해서 숨이 넘어가기 전에 미다스가 말을 이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리기 힘든데, 아마 일주일 내로 해결할 방법이 생길 것 같습니다.”

“네?”

뜻밖의 말.

왕눈이는 멍하니 되물었다.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는데. 제가 며칠 방송을 안 켤 생각인데. 왕눈이 님께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이네요. 아무래도 오늘 합방을 했으니.”

하지만 그가 원하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또 다른 고민이 들려왔다.

그거야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어떻게 되던 엮일 텐데요 뭘. 저야 방송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괜찮습니다.”

“그렇다면야…. 제가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그걸로 통화는 끝이었다.

어떻게 해결한다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조금 되긴 하지만.

‘뭐, 방법이 있다니까 알아서 잘하겠지.’

자신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기에.

“자! 오늘 할 게임은!”

왕눈이는 태연히 방송을 진행했다.

* * *

같은 시각.

수도권의 모 카페.

“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지호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아, 네. 안녕하십니까. TH소프트의 이태한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중히 인사를 건넨 상대가 명함을 건넸다.

[TH소프트]

이태한

‘명함이 특이하네.’

회사명과 이름, 연락처 말고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명함.

하지만 수상한 인물은 아니다.

좀비 아파트 개발사인 TH소프트의 직원임은 확실하니까.

‘왜 보자고 한 걸까.’

엊그제의 쪽지 때문은 아니다.

그와 관련된 건은, 메일과 전화로 처리가 끝났으니.

물론, 추정되는 이유야 있다.

‘핵 논란 때문이겠지.’

그것에 대해 따지기 위해서겠지.

라고 지호는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렇게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아, 네. 온라인으로 들었던 내용 그대로네요.”

그저 평범하게 내일 진행될 행사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을 뿐이니까.

결국, 지호가 먼저 운을 띄웠다.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시 그밖에 여쭤보실 건 없나요?”

“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하나 있긴 합니다.”

역시나.

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혹시 게임을 아예 처음 하신 겁니까?”

하지만 돌아온 건, 뜻밖의 질문이었다.

‘뭐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호는 차분히 대답했다.

아무래도 예민할 수 있는 문제니까 조심스러워서 그렇겠지.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며.

“아, 그건 아니고 10년 전에 온라인 게임은 종종 했습니다.”

“그렇군요.”

예상과는 다르게, 짧은 대답이 끝이었다.

TH소프트의 직원 이태한은 묘한 미소만 지었을 뿐, 추가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으니까.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심지어 이태한은 이대로 대화를 끝맺으려 했다.

“다른 건 안 물어보셔도 됩니까? 핵이라던가.”

의문을 이기지 못한 지호가 되물었으나.

상대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핵. 사용하셨습니까?”

“아니요.”

“네, 알고 있습니다. 저는 게임을 그렇게 허투루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이태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의미심장한 말에 지호가 고개를 갸웃하던 찰나.

이태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내일 보여주셔야 할 거고요. 자신 있으십니까?”

자신 있냐는 질문.

그 말에 대한 지호의 대답은 언제나 하나뿐이었다.

“네, 보여드리죠.”

* * *

다음 날.

핵 논란이 제기된 이후 3일 만에.

핵이 아닌 다른 화제가 겜잘알의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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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소프트 새 게임 출시!]

좀비 아파트 만든 TH소프트 모르는 사람 없지?

지금 4년 만에 새 게임 발표한다고 방송 시작했는데 대박임.

스트리머 20명 섭외해서 실제 플레이하는 거 보여준다는데 ㅋㅋㅋ

멤버가 초롱 / 타미타미 / 숭어빵 / 수박수 등등임.

대충 기억나는 애들만 말했는데, 걍 20명 다 실력파더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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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만하다.

TH소프트가 히트작, 좀비 아파트 이후 4년 만에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니까.

심지어 개발 중일 때부터 입소문을 타던 게임이다.

-대박이네.

-미친 ㅋㅋㅋ 라인업 보소 ㅋㅋ

-게임 잘한다는 사람들 다 모았는데? ㅋㅋㅋㅋㅋ

글을 읽은 겜잘알 유저들이 하나 둘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네, 지금까지 총 19분이 나와 주셨는데요!”

“다들 실력이 출중하신 분들이죠. 오늘 이벤트 매치 정말 기대되네요.”

방송 시작 후 몇 분이 지난 시점.

두 명의 MC가 벌써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데, 뭔가 이상했다.

스트리머를 위한 자리 20개 중, 19자리만 사람이 앉아있는 것이다.

-한 자리 비었는데? 뭐지?

-노쇼 아님? ㅋㅋㅋㅋ

-무슨 음식점이냐고 ㅋㅋㅋ

-지각인가보지 뭐;;

“아, 다들 한 자리가 비었다고 말씀들이 많으신데요~!”

“네! 그렇습니다! 아, 노쇼는 아니고. 이제 나오실 겁니다. 다들 너무 놀라지 마세요.”

“저는 솔직히 방송 직전에 명단 확인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묘하게 누군가를 연상케 하는 MC들의 대화.

-설마?

-마사카?

-에반데;;;;

-아니겠지 ㅋㅋㅋㅋ

눈치 빠른 몇몇 시청자들이 혹시나 하는 채팅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MC들이 멘트를 이었다.

“요즘 제일 논란이 많으신 분이죠? 미다스 님! 나와 주세요!!”

-미친, 이왜진?

-ㄴㅇㄱ ㄴㅇㄱ

-갑자기 미다스?????

순식간에 채팅창에 불이 붙었다.

“어?”

“미다스…?”

“그, 핵?”

마찬가지로 현장에 있던 나머지 스트리머들도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논란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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