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화. 증명(2)
겜잘알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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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실시간 미다스 등판!!]
TH소프트 신작 게임 홍보 방송에 미다스 나왔음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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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인물.
미다스가 나타났다는 소식!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ㄹㅇ???
-TH 미쳤나;;;;;
-아니, 실력파들 사이에 왜 굳이 핵쟁이를 끼얹어…….
-뻔하지 뭐. 딱 보니까 TH에서 어그로 끌려고 부른 거여.
-어그로 끌게 따로 있지 ㅋㅋㅋ 분위기 파악 못 하네 ㅋㅋㅋㅋ
조회수는 기본이고.
수많은 추천과 댓글까지.
[베스트 게시판]
[1. 속보!!! 실시간 미다스 등판!!]
미다스가 나타났다는 소식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베스트 게시판 상위로 올라갔다.
게다가.
[‘호외요 호외’님이 1,000원 후원!]
[왕눈이형, 방금 핵쟁이 등판함!!]
방송 중이던 왕눈이를 비롯.
핵 논란에 대해 언급했던 모든 이들의 방송에도 미다스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캬! 벌써 시청자 수가 삼만 명을 넘겼습니다!”
“왠지 이유를 알 거 같네요.”
광고 아닌 광고.
효과는 엄청났다.
기존에 10,000명 정도였던 시청자 수가 순식간에 30,000명을 돌파한 것이다.
지호가 혼자 방송할 때가 600명.
왕눈이와의 합방도 7,000명 남짓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임이 분명하다.
물론 그때와 달리 시청자들은 지호의 편이 아니었다.
-미다스는 어디???
-핵쟁이 잡으러 왔습니다.
-소문 듣고 왔는데, 여기에 범죄자가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무슨 양심으로 나왔누 ㅋㅋㅋ
-벌써 오지게 까이고 있네 ㅋㅋㅋㅋ 개꿀잼 ㅋㅋㅋㅋㅋ
늘어난 시청자 수에 비례해 끝없이 올라오는 채팅들. 그중 99%는 미다스를 비난하는 내용이었으니까.
그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카메라가 스트리머들의 좌석을 비췄다.
-?????
-저게 미다스라고……?
20명의 스트리머들.
그중 누가 미다스인지 시청자들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대부분 이미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어느 한 명이 독보적으로 눈에 띄었기 때문일 것이다.
-X발…. 아니라고 해줘 ㅠㅠㅠ
-저 새끼 대체 왜 핵 썼냐?????
-ㄹㅇ;;;; 저 정도 와꾸면 브론즈여도 사람들이 볼 텐데;;;;;;;
배우라 해도 믿을 외모에 훤칠한 키까지.
한 시청자의 한탄처럼 방송만 켜도 사람들이 보러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외모에 시선이 간 것도 잠시.
-그럼 뭐해? 결국 핵쟁인데.
누군가의 날 선 지적을 기점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맞네.
-ㅇㅈㅇㅈㅇㅈ
-미다스는 해명해라!!!!!
-님님ㅋㅋㅋ ㄹㅇ 핵 맞음???
-핵 어떻게 뚫었는지 공유점 ㅋㅋㅋ 나도 써보자 ㅋㅋㅋㅋ
-핵쟁이가 왜 이런데 나오냐고;;; 민폐 끼치지 말고 알아서 퇴장하자;;;;
-TH도 정신 차려요 진짜.
MC들은 굳이 격한 채팅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히 멘트를 이어갔다.
“화제의 주인공이 나왔는데, 이 질문. 안 할 수 없겠죠?”
“그렇죠! 바로 질문부터 들어가겠습니다! 아마 다들 궁금하셨을 텐데! 미다스 님, 핵 사용하셨습니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정곡을 찌르는 질문.
“헙!”
“와우…….”
몇몇 스트리머가 놀라서 숨을 삼킬 정도로 직설적이었다.
-캬!!!
-이거지 ㅋㅋㅋㅋㅋ
-김두기식 진행 죠코!!!!
반면, 시청자들은 시원시원한 진행에 MC의 이름까지 부르며 찬사를 보냈다.
가장 원하던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미다스가 부정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최소한 망설이기라도 하던가.
그런데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아니요.”
미다스가 고민 없이 즉답했으니까.
그것도 한 치의 흔들림 없는 태연한 표정으로.
-??????
-이걸 부정하네.
-와, ㄹㅇ 개뻔뻔 ㅋㅋㅋㅋㅋㅋ
-대박……
-이 정도로 뻔뻔해야 방송에서 대놓고 핵 쓰는구나;;; 하나 배워갑니다;;;
악명도 유명세의 일종이라면.
지금 방송을 보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지호는 엄청난 유명인이다.
당연히 이유는 핵 논란 때문.
이런 상황에서 의기소침하거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 공격받기 딱 좋다.
[뭔가 잘못한 게 있으니 저러지.]
이런 말이 자연스레 나올 테니까.
그걸 알기에 지호는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였고.
확실히 효과적이었다.
다만, 이건 일시적인 효과일 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저들을 납득시킬 순 없다.
-사기꾼도 사기 안 쳤다고 함.
-ㄹㅇ ㅋㅋㅋㅋ 진짜 떳떳하면 방송은 왜 안 켰누? ㅋㅋㅋ
-뭔가 켕기니까 안 켰겠지 ㅋ
역시나 비난은 계속 이어졌고.
“어….”
“후음…….”
거기에 더해 몇몇 스트리머들도 탐탁지 않은 듯 헛기침을 흘렸다.
그런 반응이 대세가 되기 전에.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네요! 논란이 제기된 이후 방송을 켜지 않으셨는데, 혹시 이유가 있을까요?”
메인 MC인 김두기가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사실, 그에게 미다스의 핵 사용 여부는 크게 중요치 않다.
그럼에도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가는 이유는 방송의 재미 때문이다.
업계에서 십 년 이상 방송을 진행해온 김두기는 TH소프트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어그로를 끌려고 핵사용자를 섭외한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터.
김두기는 그게 무엇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핵은 아니라는 거겠지.’
그렇다면 방향을 잡는 건 쉽다.
핵 관련 이슈를 부각시키면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해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요.”
빙고.
미다스의 대답은 ‘방법이 마땅치 않다.’였다.
그 말인즉, 방법이 있으면 증명할 수 있다는 소리!
김두기는 그 점을 다시 되짚었다.
“방법이 마땅치 않다! 왜죠?”
“당사자가 안 했다고 말한들 효과가 있을 거 같지도 않고. 어떤 방법으로 증명해도 제가 준비한 방법이니 신뢰도가 떨어질 테니까요.”
“아! 그렇겠네요!”
정론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 비슷한 뉘앙스의 채팅이 계속 올라왔기에 더더욱 그럴싸했다.
“그렇다면! 오늘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겠네요? TH에서 준비한 캡슐로 진행할 테니, 믿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당연하죠. 설마 그 정도 자신도 없이 얼굴을 공개했겠습니까. 아예 방송 접을 생각 아니고서야.”
이번에도 대답은 시원시원했다.
또, 맞는 말이었다.
아무런 대응도 없던 어제까지와는 분명 다르다.
얼굴도 목소리도 알려졌으니.
제대로 증명해내지 못하면 스트리머 생활은 끝일 터.
-일리는 있네.
-ㅇㅇ
-또 속냐 흑우들아!!!
-근데 맞는 말이긴 하잖아;;;
-ㄹㅇ ㅋㅋ 욕 먹는 거 즐기는 변태도 아니고, 자신 없으면 얼굴 안 까긴 했을 듯…….
-하긴 저기서 핵을 어케 쓰겠어.
-TH에서 도와주면?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아니냐? TH가 왜 도와 ㅋㅋㅋㅋㅋ
-말투나 표정 보면 당당하긴 하네. 한 번 봐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
-2222 글고 뭐, 이미 참석했는데 어쩔 겨 ㅋㅋㅋ 끌어낼 수도 없고.
역시나.
시청자들의 분위기는 조금씩 유해졌다.
물론, 의혹을 접은 건 아니다.
일단 지켜보자는 방향 정도니까.
결과로 보여주지 못하면 미다스의 말처럼 방송을 접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거야 뭐, 본인이 알아서 하겠지.’
김두기는 지금의 결과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미다스의 대답도.
이어진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상적이었으니까.
남은 건, 행사의 진행이다.
“기대가 됩니다! 과연 미다스 님은 증명할 수 있을 것인가! 자, 그럼 이 시점에서! TH소프트의 이태한 대표님을 모셔보겠습니다아아!”
탁!
그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스튜디오가 어두워지며 조명이 한쪽 벽의 스크린을 비췄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지호가 어제 만난 바로 그 남자.
TH소프트의 대표, 이태한이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TH소프트의 이태한입니다.”
* * *
-ㄷㄷㄷㄷㄷ
-태한이형!!!!
-직접 나오는 거 보면 이번 게임 진짜 제대로 준비했나본데?
-그러게 ㅋㅋㅋ 기대된다.
“이야~ 역시 이태한 대표님은 인기가 남다르네요! 선수 시절부터 그랬었죠!”
“오! 그러고 보니 김두기 캐스터님은 그때부터 안면이 있으셨겠네요.”
“저야 뭐, 캐스터 생활을 길게 했으니까. 이태한 선수라고 부를 때는 진짜 어마어마했죠~.”
“과찬이십니다.”
‘대표라….’
지호는 차분한 눈으로 이태한을 바라보았다.
바로 어제.
집으로 돌아가며 정보를 찾아봤기에, 이태한이 대표라는 사실이 새롭지는 않았다.
‘다른 정보는 좀 놀라웠지만.’
누구라도 놀랐을 것이다.
MC들과의 대화처럼 10년 전에는 프로게이머였다가.
갑작스러운 은퇴 이후.
메가 런, 어비스 이스케이프, 좀비 아파트 등 출시한 게임마다 히트시킨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니.
[저는 그렇게 허투루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어제 했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물론, 왜 직접 지호를 보러 왔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내가 알아야 할 이유면 알게 되겠지. 당장에 중요한 것도 아니고.’
지호는 고개를 털며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그래서 대표님! 이번 신작은 어떤 게임인가요?!”
“일단 영상부터 보실까요?”
쿠우웅-!
이태한의 신호에 맞춰 스크린에 게임 플레이 영상으로 보이는 장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탁-! 타닷!
가장 먼저 화면에 잡힌 것은, 급박한 표정으로 달리고 있는 남자였다.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는 걸 보니,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기를 잠시.
이내 그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총과 방탄헬멧을 비롯한 아이템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간절히 바라던 아이템들을 손에 넣지 못했다.
그가 아이템을 향해 손을 뻗는 그 순간.
타앙-!
어디선가 총성이 울리더니.
총알이 미간을 관통하고 지나갔으니까.
“후.”
남자가 죽은 장소에서 몇 블럭 건너, 건물 옥상. 저격소총을 들고 있는 여자가 후련한 숨을 토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숨도 오래 가진 못했다.
쿠웅! 콰과과광!
거의 곧바로, 하늘에서 떨어진 폭격이 그녀를 비롯한 대지를 불태웠으니까.
탕! 타앙!
투다다다!
이처럼 전투는 계속 벌어졌고.
당연히 총성은 멈추지 않았다.
그 와중, 전장을 둘러싸고 있는 유독성 가스는 점점 범위를 좁혀왔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한곳으로 모일 수밖에.
시간이 지날수록 전장은 점점 좁아졌고.
마찬가지로 생존자도 줄어만 갔다.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건 두 명의 생존자. 지형지물로 엄폐를 끝마친 그들은 숨 막히는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탕!
동시에 서로를 향해 총을 발사하는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뭐야, 걍 평범한데????
-그러게;;;;
-TH도 한물갔네 ㅋㅋㅋㅋ
-ㄹㅇ 이건 에반데…….
영상은 볼만했다.
한데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전형적인 배틀로얄 게임으로 보였기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어… 그냥 평범한 배틀로얄 게임이라는 반응이 많은 거 같은데. 뭐 특별한 포인트가 있을까요!”
“흔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 가지를 제외하면 그게 맞으니까요.”
“한 가지요?! 그게 뭡니까!”
-한 가지???
-뭔가 있나?
-ㅁㅇㅁㅇㅁㅇ!!!
배틀로얄 게임.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전투를 벌이는 장르를 의미한다.
진부한 게임이라 생각했는데.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니.
모두의 관심이 다시 이태한에게 쏠렸다.
“완벽한 자유도입니다.”
“자유도 말입니까?!”
자유도?
조금 뜬금없게 느껴지는 단어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던 찰나.
이태한의 설명이 이어졌다.
“배틀 에어리어에서는 모든 것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나무에 올라가 숨을 수도 있고, 땅을 파고 숨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건물을 부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그만한 충격을 줄 수 있어야겠지만.”
“방금 설명 드린 것들은 그저 예시일 뿐. 이외에도, 모든 것이 자유롭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재미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미친.
-저게 다 된다고??
-변수 오지겠는데 ㅋㅋㅋㅋㅋ
방송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아니! 그게 다 가능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오…. 확실히 색다르긴 하네요.”
“대박인데?”
“빡세겠네요.”
MC들과 스트리머들도 감탄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소리니까.
변수가 많다는 건.
게임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
그럴수록 돋보이는 건, 실력이다.
-저렇게까지 말하는 거 보니 자신있나본데?
-ㅇㅇ 그런 듯. 해보고 싶네.
-아, 그래서 피지컬 좋은 사람들만 모아놨구나.
-맞네 ㅋㅋㅋㅋ 대박 ㅋㅋㅋㅋ
-일단 피지컬 얘기 나오는 거 보니까 미다스는 제일 먼저 죽겠네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핵 못 쓰니까 광탈이겠지 ㅋㅋㅋㅋㅋㅋ
-팝콘 팝니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들.
공통적인 의견은 ‘빨리 보고 싶다.’였다.
이대로 시작해도 되겠지만.
김두기는 한 가지 관전 포인트를 더했다.
“아! 대표님! 당연한 말이겠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핵 같은 걸 사용할 수는 없겠죠?!”
“그럼요. 오늘 이 자리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핵은 불가능하다고 TH의 이름을 걸고 확신합니다.”
“역시! TH!!! 자, 그럼 시청자분들! 여기 계신 스무 명의 스트리머들이 자유도 높은 배틀로얄, 배틀 에어리어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ㅋㅋㅋㅋ
-가즈아!!!
-ㅃㄹㅃㄹㅃㄹ!!!!
“그럼! 잠시 후, 스트리머 분들의 플레이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