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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26화 (26/110)

026화. 배틀 에어리어(3)

[당신의 AK-47로 인해 파라파라가 사망했습니다.]

[5킬]

‘거의 다 잡았네.’

스윽!

시야 한쪽에 떠오른 킬로그를 보며 지호는 빠르게 벽에 몸을 숨겼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며 확인했던 바.

그를 따라 Camp Parodi에 내려온 스트리머는 총 6명이었다.

이제 한 명이 남았다는 소리.

지호는 그게 누구인지 알고 있다.

얼마 전부터 계속 멀리서 지호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바로, 지금처럼.

탕!

강렬한 총소리와 함께.

방금 전까지 서 있던 공간을 총알이 꿰뚫고 지나갔다.

조금만 멈칫했다면 적중했을 터.

지호는 흥미로운 눈으로 창문 너머, 건너편 건물 옥상을 응시했다.

처음에 내렸던 3층 건물.

그 옥상에 저격소총을 든 타미타미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데,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곧바로 잡아먹힐 것 같은 살 떨리는 느낌.

“하하.”

마치 사냥감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에 지호가 미소를 지었다.

배틀 에어리어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느끼는 감각이었으니까.

재밌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

호탕한 성격과는 달리.

타미타미의 움직임은 날래고 정교했다.

벽과 기둥을 활용, 완벽하게 몸을 엄폐하며 저격소총을 겨냥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총알이 빗나갈 때마다.

순식간에 자리를 옮기는 무빙도 깔끔 그 자체였다.

왼쪽인가 싶었는데 오른쪽에서 나타나고. 어느새 한참 떨어진 곳에서 총구가 올라온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그야말로 홍길동이 따로 없었다.

와중에 조금의 틈만 보이면 곧바로 방아쇠를 당기기까지.

FPS게임에서 저격소총을 활용하는 방법의 정석을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하는 건가.’

비단 가상현실게임이 아니라도.

지호는 저격소총이 익숙하지 않다.

10년 전에도 돌격소총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저격은 저격으로 상대해야 하는 법.

철컥!

상대 파악을 끝낸 지호가.

지금까지 들고 있던 AK-47 대신 저격소총인 M24S1을 장착했다.

그리고는 타미타미의 움직임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총구를 이쪽, 저쪽으로 흔들고.

마찬가지로 위치도 빠르게 옮긴 것.

탕! 타앙!

처음 해 보는 시도였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에 낚여 타미타미가 몇 발이나 총을 격발했으니까.

이어서, 공격에 실패한 타미타미가 또다시 위치를 옮기기 시작했다.

‘확실히 무빙이 고였네.’

하지만 아쉽게도 지호를 상대로 그건 무의미한 행동이었다.

현란하게 움직이면 뭐하겠는가.

그에게는 다 보이는 것을.

“후.”

지호는 타미타미가 몸을 숨기는 타이밍에 맞춰 심호흡과 함께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가 고개를 내미는 순간.

정확히 그곳을 겨냥하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언제나 그랬듯.

지호의 총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의 총 끝에서 쏘아진 총알이 날래게 움직이던 타미타미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으니까.

[미다스 → 타미타미]

[6킬]

[잠시 후, 유독성 가스가 이동합니다.]

때마침, 경고 메세지도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배틀로얄 게임은 시간에 따라 전장의 범위를 한정 짓게 만드는 요소가 존재한다.

배틀 에어리어는 독가스인 모양.

확인 차 지도를 열어보니 어느새 둥그런 원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 밖의 범위는 어두운 녹색으로 가려진 상태였다.

‘아직 안정권이긴 한데…. 일단 가야겠네.’

범위를 보아하니 중앙으로 잡힐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미리 움직여서 나쁠 건 없기에.

그는 빠르게 발길을 재촉했다.

현재 남은 인원은 11명.

죽은 9명의 스트리머 중, 6명을 처치한 후였다.

* * *

푸슉!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캡슐이 열렸다.

“허허….”

허탈하게 웃으며 그곳에서 나온 건, 험상궂은 외모가 인상적인 남자 타미타미였다.

“황당하죠? 저도 그랬는데.”

곧바로 자신을 반기는 목소리에 타미타미는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스트리머 동생, 숭어빵이었다.

아마 그가 죽는 장면을 보고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 왔냐.”

반가운 얼굴에 타미타미는 먼저 인사부터 하고 질문을 던졌다.

“근데 넌 어떻게 죽은 거냐? 거의 시작하자마자 죽던데.”

처음부터 궁금했었다.

그들은 모두 게임을 어느 정도 해본 스트리머들. 당연히 눈치껏 서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내렸었다.

괜스레 비슷한 위치에 내려 봐야 결과는 개싸움일 테니까.

특히, 숭어빵은 Camp Parodi의 가장 외곽 지역에 내리는 걸 봤다.

한데도 순식간에 죽다니.

“별거 없어요. 그냥 미다스 님이 AK를 줍고 저를 쐈더라고요. 2발 전부 헤드에 꽂혀서 그대로 끽.”

“옥상에서 총이랑 배율을 주웠나보네. 운이 없었다야.”

운이 없다.

타미타미가 아닌 누구라도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미다스의 저격 솜씨는 그도 본바.

돌격소총인 AK-47이라도 배율만 있다면 충분히 저격이 가능한 실력이었다.

시작부터 그의 시야에 걸렸으면.

피할 도리가 없을 만하다.

그러나 숭어빵의 대답은 또 달랐다.

“놉, 그냥 미다스 님이 괴물이에요. 배율도 없이 430m 저격을 성공하던데? 그것도 헤드에 2발….”

“배율이 없었다고?!”

“네, 그냥 깡 AK였어요. 저도 처음엔 운인가 했는데, 그때부터 계속 보니까 그냥 괴물이네요. 한 번 봐보셔요.”

그 말과 함께 숭어빵이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어느새 만들어진 클립들이 보였다.

[430m 저격? AK면 충분하다고~]

[화염병을 상대하는 방법]

[섬광탄을 노룩패스하는 스트리머]

……

숭어빵, 초롱, 코라니, 나이토, 파라파라.

그리고 자신, 타미타미까지.

미다스가 Camp Parodi에서 처치한 목록이자, FPS게임을 잘하기로 유명한 스트리머들이었다.

한데, 결과는 완벽한 패배였고.

심지어 과정은 하나같이 놀라웠다.

“음, 크흠.”

영상이 하나씩 이어질 때마다 놀라서 헛기침이 나올 정도로.

“핵이고 나발이고 관심 없어서 미다스 님도 처음 봤는데. 저 정도면 핵 소리 나올 만하네요. 뭐, 저 사람은 핵이 아니라 개잘핵이겠지만.”

“하하… 진짜 괴물이네.”

타미타미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티끌처럼 작게 보이는 숭어빵을 저격하는 부분이나.

공중에서 화염병을 터뜨리는 것.

그 외에도 모든 킬 장면이 화려한 건 둘째 치고, 깔끔했으니까.

마지막 저격전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미다스의 행보, 여기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신을 꺾고 나아갈 것인가!!!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메인 MC 김두기. 화면에는 저격소총을 든 두 캐릭터가 나오고 있었다.

자신과 미다스의 저격전이다.

당연히 결과는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타미타미는 궁금했다.

승패를 가른 차이가 무엇인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분명히 내가 유리했는데….’

탕! 타앙!

화면 속 타미타미는 계속해서 위치를 옮기며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이때까지는 분명 유리했다.

자리도 좋은 위치였고.

미다스는 저격소총을 잡는 것조차 어색한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어…? 하!”

이어진 장면을 보자마자 타미타미의 입에서는 또다시 헛웃음이 나왔다.

멈칫거리던 방금 전과는 달리.

점점 정교해지는 미다스의 무빙.

그게 자신의 움직임과 상당히 유사해 보였기에.

‘미친, 그 잠깐 사이에?’

그렇다.

미다스는 순식간에 그의 움직임을 카피한 것이다.

아니, 저걸 카피라고 할 수 있나?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데….

탕! 타앙!

그 증거로, 화면 속의 그는 계속해서 총을 격발하고 있었다.

미다스의 무빙이 현란하지는 않다.

그저 저격소총의 긴 총구를 슬쩍 보이고.

거기에 시선이 팔린 틈을 타.

위치를 이동한 후 곧바로 방아쇠를 당긴 것뿐이니까.

FPS게임의 고인물이라 불리는 타미타미가 당할 페이크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탕!

-신이!!! 신이 꺾였습니다아아!!!

-미다스 님 정말 대단하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타미타미 님을 저격전으로 누르다니.

-그냥 누른 정도가 아니었어요!!! 정말 깔끔했습니다!! 신을 이긴 남자!!!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저엉말 대단합니다!!

영상 속 그는 귀신에라도 홀린 듯, 쉽게 낚이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미다스의 움직임이 노련하다는 것.

그러니 어쩌겠는가.

인정해야지.

“하하! 진짜 물건이네, 미다스.”

멍하니 있는 사이 클립이 끝나고.

자동으로 본방송으로 이어졌다.

“유독성 가스가 좁혀지고 있네요. 이러면 점점 전투 범위가 한정됩니다. 끝이 얼마 안 남았다는 소리죠.”

“맞습니다! 이게 또 배틀로얄 게임의 묘미거든요! 좁아지는 전장! 치열해지는 전투!! 아직까지는 Camp Parodi 말고는 이렇다 할 접전이 없었는데! 이제 좀 치열해지겠네요!”

“과연 누가 끝까지 생존할지 기대가 됩니다.”

“그렇죠! 일단 지금까지는 미다스가 가장 돋보이고 있지만! 게임은 끝까지 가봐야 아는 법! 언제 어디서 당할지 누구도 장담 못 해요!”

MC들의 티키타카를 내려놓고.

타미타미가 숭어빵을 바라보았다.

“넌 누가 이길 거 같냐?”

“뭘 물어요. 미다스 님이겠죠. 남은 사람 중에 저 괴물 이길 만한 사람 없을 거 같은데. 게임한테 억까 심하게 당하는 거 아니면.”

“그치?”

예상했던 답이다.

다들 피지컬이 좋은 스트리머라지만.

그래도 특화된 분야는 있는 법.

타미타미가 알기로도 FPS에 자신이 있는 이들은 대개 미다스를 따라서 내렸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미다스의 승리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이변은 무슨.’

결정적으로, 미다스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변도 쉽게 극복할 터.

타미타미는 어깨를 으쓱하며 캡슐에서 나왔다.

* * *

[미다스 → 고코]

[미다스 → 플라안]

타미타미와 숭어빵의 예상대로.

이어진 건, 미다스의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점점 좁혀지는 유독성 가스가 만들어낸 전장.

그 중심을 향해 이동하던 미다스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한 명씩 죽어나갔으니까.

무슨 레이더라도 있는 것처럼.

미다스의 동선에는 한 치의 낭비도 없었다.

“또! 미다스에요!!!”

“그야말로 태풍이네요.”

“이건 술래잡기 게임이 아닌데!! 왜 미다스만 일방적으로 공격하나요!!! 누군가 막아야 해요!!”

“타이밍이 너무 완벽해요. 사각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니까 대처할 방법이 없는 거죠.”

“그렇군요! 그런데! 미다스는 적을 계속 찾아내는데, 왜 상대는 미다스를 못 보는 걸까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움직임이 상당히 은밀해요. 게다가 타이밍까지 잘 잡으니까 답이 없는 느낌?”

-저게 뭐냐…….

-겜잘스들 다 찢기는데??

-이런 경기에서 양학을 하네;;;

-저게 진짜 피지컬이라니 ㅋㅋㅋ

-세상 불공평하네.

다른 스트리머들의 시점도 계속해서 보여주곤 있지만.

이미 시청자들 대부분의 관심은 미다스에게 꽂혀 있었다.

익숙한 흐름.

기존에 미다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기시감을 느꼈다.

한 번의 플레이에서 쏟아지는 명장면들.

그리고 달라지는 사람들의 반응까지.

언제나의 미다스 같았으니까.

-이제 슬슬 라스트 같은데?

-ㅇㅇ 지금 유독성 가스 좁혀지네.

이처럼 모두의 관심이 미다스에게 집중되기 시작했을 때.

오늘 방송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전투가 열렸다.

“이제 4명밖에 안 남았네요. 이 정도면 유독성 가스존도 거의 마지막이겠어요.”

“맞습니다! 마지막 한타!!”

“그런데, 미다스 님 위치가 좀 좋지 않네요. 하필 유독성 가스가 저렇게 움직일 줄이야.”

“이런 걸 억까라고 하죠!!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어요! 과연 미다스!! 마지막까지 보여줄 것인가!!!”

그것도 미다스에게 불리한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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