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화. 피지컬 테스트(2)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처음으로 다른 장소에서 시작한 개인방송.
일단 스트리밍만 누르고, 아직 송출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 어두운 화면만 방송될 뿐이었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착.석
-미다스 왔다!!!
-문 열렸냐?!?!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ㅎㅇㅎㅇㅎㅇㅎㅇㅎㅇ
-미하!!!!
-자, 드가자~~~~~~
벌써부터 채팅창이 미친 듯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이 정도는 왕눈이와의 합방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속도였기에, 자연스레 지호의 시선이 화면 구석을 향했다.
[시청자 수 : 7,323]
‘미친…….’
어느 정도 늘어날 거라 예상은 했다.
미다스라는 이름이 겜잘알에 도배된 기간만 무려 3일.
그로 인한 홍보 효과는 단순히 어림잡아도 수만 명 이상이다.
일단 조회 수만 해도 그 정도는 넘겼으니까.
그뿐인가?
바로 어제는 3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실력으로 핵 논란을 격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인데 시청자 수가 제자리걸음이면 오히려 더 이상할 터.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이렇게까지 많아질 거라곤 지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혼자 방송했을 때, 분명 500명 정도였는데…….’
심지어 그것도 엄청난 성장세라고 들었다.
한데, 곧바로 7천 명을 넘기다니.
다른 이들이 말도 안 된다고 따져도 이상하지 않을 속도였다.
‘이게 어그로의 힘인가.’
왕눈이가 조언해주었듯.
이건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주제인 ‘피지컬 테스트’ 덕분에 가능한 수치일 것이다.
그 말인즉, 일시적이라는 소리.
다음 방송에서는 다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뭐, 어떨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
지금 당장은 멍하게 있을 때가 아니었다.
-똑똑.
-이 분 어디 갔나요????
-사장 문 열어! 사장 문 열어! 사장 문 열어! 사장 문 열어!
-잘못 켰나……?
-ㄴㄴ 아닐 듯. 2시에 켠다고 했으니까.
-그럼 문 열어!!!!
어두운 화면만 보이고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게 의아했는지, 시청자들이 계속 그를 찾고 있었으니까.
그사이 8천명도 넘어, 9천명을 향하고 있는 시청자 수.
여전히 놀랍긴 매한가지였지만.
그렇다고 계속 멍하니 있는 건, 방송을 보러 온 이들에게 실례다.
아직 뉴비인 지호라 해도 그 사실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후…….”
그렇기에 지호는 잠깐의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내 화면 송출과 함께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채팅창이 난리였는데, 실제로 방송이 켜졌을 때는 어떻겠는가.
-왔다!
-미다스다!!!
-미-하!
-신, 강림.
-미-하!!!
-손님 받아라~~~!!!!
채팅창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시청자 수가 거짓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 끊임없이 올라가는 채팅들.
“네, 네. 다들 반갑습니다. 4일만인가요?”
지호는 들뜬 마음을 누르고.
평소처럼 차분히 멘트를 이어갔다.
-캡슐 사신다더니 그건 어떻게 됐나요???
-피지컬 테스트는 언제하누??
-개꿀잼각 ㅋㅋㅋㅋㅋㅋ
-치킨 시켰습니다!!!
-지금 캡슐 매장이신거 아님?
-배경 보니까 그렇네 ㅋㅋㅋㅋ
“네, 맞습니다. 오늘은 미리 공지했던 대로 캡슐 구매와 피지컬 테스트를 해볼 예정입니다. 방송은 매장에서 제공해주신 캡슐로 하고 있고요.”
-ㅇㅇ 그래보여요 ㅋㅋㅋ
-누가 봐도 매장 캡슐 ㅋㅋㅋㅋ
모르면 더 이상할 것이다.
일반적인 대기 공간이 아니라.
캡슐의 제조사명인 ‘TITAN’이라는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공간이 방송 화면에 비치고 있었으니까.
“일단 오늘 방송을 도와주실 직원분을 모셔보겠습니다.”
지호의 멘트에 맞춰.
그의 옆, 허공에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타이탄의 세일즈 마스터 강운입니다!”
-판매 전문가 등판 ㅋㅋㅋㅋ
-본격적이네 ㄷㄷ
-미다스 오늘 공개적으로 흑우 당하는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
“흑우라뇨. 저 강운의 이름을 걸고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최고의 성능, 완벽한 사후관리까지! 믿고 살 수 있는 타이탄 다들 아시잖습니까?”
방송 경험이라도 있는지.
강운은 시청자들의 장난기 섞인 채팅에도 능수능란하게 대처했다.
그 와중에 홍보 섞인 멘트를 치는 모습까지.
그야말로 프로 그 자체였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홍보를?
-이거 뒷광고였나요 ㅋㅋㅋㅋㅋ
-아 ㅋㅋㅋ 미다스님~~ 광고라는 말 없었잖아요 ㅋㅋㅋㅋ
물론 시청자들도 만만치 않았다.
곧바로 표적을 돌려 지호를 놀리기 시작했으니까.
“광고 아닙니다. 내돈내산이에요.”
“하하, 맞습니다. 광고는 아니지만. 오늘 미다스 님 방송을 보고 나면 다들 타이탄의 캡슐을 기억하시게 될 겁니다. 어쩌겠습니까, 그 정도로 성능이 좋은걸!”
-무친 ㅋㅋㅋㅋ
-리얼 프로네 ㅋㅋㅋㅋㅋ
-미다스님 저분 멘트가 장난 없는데요? ㅋㅋㅋㅋㅋ
-개웃겨 ㅋㅋㅋㅋ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도가 지나쳤으면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을 것이다.
다행히 괜히 전문가가 아닌지.
강운은 칼 같은 타이밍에 화제를 돌렸다.
“하하, 장난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미다스 님 어떤 캡슐을 찾으시나요?”
“음….”
지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제, 왕눈이와의 통화 이후.
캡슐에 대해 조금 알아보기는 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었다.
인터넷만 보고 결정하기엔 캡슐의 종류도 너무 많은 데다가, 그마저도 대부분이 광고였으니까.
“아직 정확히 모델을 정하진 않았는데. 일단 저한테 최적화된 캡슐을 사야 한다고 들어서….”
“아! 최적화를 말씀하시는 거면. 따로 맞춤형 캡슐을 살 필요는 없고, 계정에 최적화 정보만 연동시키면 됩니다!”
“어라? 맞춤형 캡슐을 사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네! 매장에서 최적화를 하고 나면 개인별 코드가 부여되는데, 이걸 계정에 연동하면 제조사에 관계없이 어떤 캡슐을 사용하건, 해당 정보에 맞춰 최적화되니까요!”
계속해서 오가는 최적화에 관한 대화에.
몇몇 시청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잠깐만…. 그럼 미다스님 지금까지 최적화도 안 된 상태로 게임했다는 소린가??
-미친??? 듣고 보니 그렇네???
-에바지 ㅋㅋㅋ 그냥 버그로 최적화 정보가 날라갔던가 그런 거겠지. 맞…지……?
“네, 최적화라는 말 자체를 어제 처음 들어서…….”
지호의 떨떠름한 대답에 이어, 강운의 입이 열렸다.
“맞네요. 미다스 님은 최적화 기록 자체가 없어요.”
-미친;;;;;
-아니 ㅋㅋㅋ 이게 무슨 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괴물이냐?
-아니, 어제 그게 최적화 전????
-미다스가 진화까지…….
-밸붕 에반데;; 인생 게임 운영자 나오라해;;; 뭐 이런 사기캐를 만들었어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방송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뉴비 중 뉴비, 미다스.
한데도 수많은 기록을 세운 그다.
심지어 피지컬 좋은 스트리머들을 압살하기까지 했는데.
아직 최적화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니!
“음….”
그런 반응을 보고 있자니, 지호도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시청자들도 최적화에 대해 알고 있던 모양이다.
그런데 왕눈이가 모른다고?
‘다른 걸 말하려고 했던 건가?’
그때 문득 짚이는 바가 있었기에, 지호는 또다시 질문을 던졌다.
“프로게이머들이 사용하는 전용 캡슐처럼, 피지컬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캡슐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어떤 캡슐일까요?”
“아아!”
그러자 뭔가 감을 잡았는지.
강운이 박수를 짝! 치며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하이엔드급 캡슐을 말씀하시나 보네요! 맞습니다! 종종 보급형 캡슐로는 본인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음… 네.”
“그런 분들을 위해 완전히 개인에게 맞춰서 제작되는 캡슐로, 미다스 님 말씀처럼 피지컬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대신! 가격이….”
한참 신나게 설명하던 강운이 갑자기 말끝을 흐렸다.
“대신 가격이 비싸겠네요?”
“네, 보급형 가격에 어지간한 외제 차가 한 대는 더 추가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ㅁㅊ ㅋㅋㅋㅋㅋ
-그냥 캡슐도 4천인데 거기에 외제차를 한 대 더?
-원래 하이엔드급은 비싸 ㅋㅋㅋ
-ㅇㅇ 괜히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상위권들만 맞추는 게 아님…….
-뭐, 그 정도 피지컬 아니면 굳이 살 필요도 없겠지만.
-그것도 맞지 ㅋㅋㅋㅋ
말 그대로 미친 가격이었다.
지금까지 지호가 빌려 쓰던 보급형 캡슐만 해도 최소 4천만 원인 판에.
거기에 외제 차 한 대를 더한다?
이건 아무리 무리를 해도 불가능이었다.
어차피 사지도 못할 거 들어봐야 아쉽기만 할 터.
지호는 쿨하게 화제를 돌렸다.
“저는 보급형으로 사야겠네요. 그리고, 피지컬 테스트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그건 말이죠! 쉽게 말하자면 가상현실공간에서의 반응 속도, 반사 신경, 순간 판단력, 집중력 등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테스트인데….”
그때부터 한참 동안.
전문적인 용어까지 섞인 설명이 이어졌다.
“아… 그렇군요.”
물론 지호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초반부밖에 없었다.
뇌파가 어쩌니 싱크로율이 어쩌니 하는 용어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해할 수 있을 리가.
그는 연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아, 그렇군요. (이해 못함)
-왜 넋이 나갔어 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이 형 피지컬만 있는 거였어? 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내적 친밀감 올라간다.
-기계는 아니었네 ㅋㅋㅋㅋ
방송으로 보는 이들이 알아챈걸.
바로 앞에서 설명하고 있던 강운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다.
“진부한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 바로 실전으로 가볼까요? 그게 더 나을 거 같은데!”
“좋습니다.”
그는 곧바로 화제를 돌렸고.
이때만 기다렸던 지호는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럼 최적화부터 한 후에,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 * *
다행히 최적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후웅!
잠시 공간이 울리며 환한 빛이 지호를 스치는가 싶더니.
[최적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내 완료 메세지가 나타났으니까.
“계정에 연동까지 끝냈으니, 이제 어떤 캡슐을 이용하셔도 최적화된 상태로 플레이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한 번 확인해보시겠어요?”
그리고 이어진 강운의 말에.
지호는 제자리에서 몸을 움직여보았다.
“오와…….”
사실 최적화를 하기 전에는, 큰 기대감이 없었다.
애초에 그는 기존의 환경에도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무지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최적화 전과 후는.
물 속과 물 밖의 차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다른 감각이었으니까.
‘대박인데?’
지금까지 어떤 게임을 할 때도 이 정도의 느낌은 받아본 적 없다.
이 상태라면 날아오는 총알도 피할 만 할지도?
“보통 피지컬이 좋다고 불리시는 분들은 바로 차이를 알아채시더라고요. 제대로 됐나 보네요.”
표정만으로 결과를 알아챘는지 강운이 말을 건넸다.
“그럼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는 허공에 손을 올리고 무언가를 조작했다.
쿠웅!
그와 함께 공간이 순식간에 뒤바뀌기 시작했다.
“이곳이 테스트가 진행될 공간입니다!”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공간은.
중앙에 붉은 원이 그려진 넓은 방이었다.
“일단 간단히 설명부터 드릴게요.”
이어진 강운의 설명은 심플했다.
중앙의 붉은 원 위에서 ‘테스트 시작’이라 말하면 테스트가 시작된다.
“테스트가 시작되면 방 전체에서 랜덤하게 과녁이 생성되는데, 그걸 정확히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었다.
“방해물들이 집중을 흩트릴 텐데, 그걸 피하면서 과녁을 찾으시면 끝! 간단하죠?”
강운의 말에 따르면 방해물은 종류도 다양했다.
칼이나 화살일수도.
불이나 물일수도 있다.
심지어는 갑작스레 땅이 꺼질 수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뭐가 나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어떤 공격에도 예고는 있을 겁니다. 그걸 인식하고 반응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요!”
이로써 설명은 끝.
“미다스 님, 준비되셨나요?”
곧바로 강운이 물어보았지만.
그건, 쓸데없는 질문이었다.
저벅.
미다스는 이미 넓은 방 한가운데로 걸어가고 있었으니까.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걸어가는 미다스의 뒷모습.
그저 걷는 것뿐인데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ㄷㄷㄷ 나 왜 긴장되냐.
-야, 너도? 야, 나도…….
-미친;; 존재감 뭔데;;;
-진짜 미다스는 다르긴 하다.
시청자들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미다스가 또다시 뭔가 보여주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예상은.
“테스트 시작.”
미다스가 테스트의 시작을 읊조리자마자 현실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