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화. 피지컬 테스트(3)
지잉!
테스트의 시작과 함께 방 한쪽 공간이 일렁거리며 과녁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호가 그곳을 바라보았고.
콰직!
이제 막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과녁은 그대로 부서지고 말았다.
과녁을 정확히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는 강운의 말처럼, 지호의 시선이 닿자마자 반으로 갈라진 것이다.
-오….
-캬!
화면을 통해 보는 시청자들은 소리만 들었을 정도로 빠른 속도.
그래도 아직까지는 무난했다.
원래 바라보고 있던 방향에 과녁이 생성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은 그 속도가 우연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다.
휘릭!
곧바로 다른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지호.
콰직!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 개의 과녁이 완전히 생성되기도 전에 사라졌다.
콰직! 콰직! 콰지-익!
그 이후로도.
몇 개나 되는 과녁이, 허공에서 갈라진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치, 원래 그런 모양이었다는 듯.
-뭐여 ㅋㅋㅋㅋ 버그 아냐????
-ㅅㅂ 버그겠냐고 ㅋㅋㅋㅋㅋㅋ
-나 안 해봐서 그러는데, 원래 고개만 막 도리도리하면 되는 거임??
-ㄴㄴ;;; 저거 테스트 개발하느라 들어간 비용이 얼만데 ㅋㅋㅋㅋ
-그냥 대충 보는 게 아니라, 정확히 인식해야 사라짐.
-미다스가 미다스 한 건데 다들 왜케 놀라누…….
-미친;;; 이 정도면 진짜 답지 받고 외운 수준인데????
당연히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들이 알던 피지컬 테스트는, 무작위로 나타나는 과녁을 쫓는 것.
하지만 미다스는 달랐다.
그가 고개를 돌리는 곳에 과녁이 생겨나는 느낌이랄까?
“어… 버그는 아닙니다! 테스트는 정상적으로 작동 중인데…….”
나름 전문가로서 수많은 테스트를 지켜봐 왔던 강운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가 보기에도 미다스의 테스트는 명백히 이질적이었으니까.
‘뭐, 저렇게 빨라.’
계속해서 차오르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던 찰나.
전혀 예상도 못한 이의 대답이 들려왔다.
“답지 없습니다. 잘 들어보세요. 과녁 나오기 전에 미세한 진동 소리가 들릴 테니까.”
한참 피지컬 테스트를 진행 중인 미다스였다.
-ㅁㅊ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채팅창 보고 대답한거임??
-에이 설마 ㅋㅋㅋㅋㅋㅋ
설마라고는 했지만.
채팅창을 보는 게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되는 대답이었다.
“네, 맞아요. 채팅창 보고 대답한 거.”
역시나.
미다스의 대답은 또다시 들려왔다.
콰직!
그 와중에도 과녁은 쉬지 않고 부서지고 있었다.
여전히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속도.
보고 있는 모두가 경악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스트리머가 채팅에 답하는 건 놀랍지 않다.
그런데 계속해서 과녁을 찾아야 하는 피지컬 테스트 중간에 대답을 한다?
심지어 다른 이들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놀라운 속도 아니던가.
무슨 눈이 8개 달린 것도 아니고.
아무리 미다스가 지금까지 남들보다 뛰어난 피지컬을 보여줬다 해도, 이건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리고 놀라움의 대상인 지호는.
‘최적화 덕분인가?’
그들만큼은 아니어도, 조금 놀라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간만에 방송이라 들떴기 때문일까?
아니면 최적화 덕분인가.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을 정도로, 몸이 가볍고 감각이 예민했으니까.
지잉-!
오죽하면 공간이 일렁이는 미세한 진동까지 전부 느껴지겠는가.
‘이 방 전체가 내 몸이 된 느낌이네.’
뭐, 실제로 그럴 리는 없다.
다만 그 정도로 감각이 섬세해진 건 사실이다.
예민해진 그의 청각, 촉각, 그리고 육감이 사방으로 범위를 뻗치고 있었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범위는 넓어졌고, 이제는 방 구석구석까지 감각이 닿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과녁을 인식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이제는 공간이 일렁임과 동시에 과녁이 갈라지고 있을 정도로.
‘미친.’
테스트룸 밖에서 미다스를 지켜보던 강운은 가상공간임에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시청자들과 달리 그는 관리 시스템까지 같이 지켜보고 있던 터.
미다스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
놀랍게도 어느 순간부터.
그의 시선이 과녁이 생성되기도 전에 생성될 위치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진짜 무슨 소리라도 들리는지 그의 눈빛에는 확신이 엿보였고.
그곳에는 언제나 과녁이 나타났다.
아주 조금의 막힘도 없는 움직임.
-엘카 같다.
-ㄹㅇ…….
-진짜 엘카가 피지컬 테스트 하던 영상이랑 똑같네?
그 완전무결(完全無缺)한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한 사람들 떠올리게 만들었다.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피지컬로 손에 꼽힌다는 엘카. 그의 피지컬 테스트도 이런 느낌이었으니까.
“이거, 이 상태로는 의미 없겠네요.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강운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에.
그는 바로 테스트의 단계를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피지컬 테스트의 시작인 과녁 찾기.
이게 끝이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피지컬 테스트에 열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건 바로 다음 단계!
일명 찐 테스트라 불리는 난이도였다.
이제부터 수많은 요소들이 미다스를 방해할 터.
-이게 진짜지 ㅋㅋㅋㅋ
-솔까 찐 테스트도 미다스 못 막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사람이면 당황이라도 하겠지…?
-맞지;; 찐 테스트는 진짜 다르거든 ㅋㅋㅋㅋㅋ
그들과 마찬가지로 조금 기대하며.
강운은 난이도를 올렸다.
* * *
[승리!]
같은 시각.
낮방송을 켠 상태로 퓨처 워의 랭크 게임을 승리하고 나온 엘카에게 영상 후원이 왔다.
[‘새로운 괴물?????’님이 10,000원 후원!]
-형, 미다스 피지컬 테스트하고 있는데 형 생각나서 클립 따왔어.
“어? 영상 도네네요. 제가 생각났다고요? 한 번 봐볼게요.”
엘카는 바로 확인을 눌렀고.
이내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콰직!
-잘 들어보세요. 과녁 나오기 전에 미세한 진동 소리가 들릴 테니까.
영상 속의 남자, 미다스는.
차분히 멘트를 치고는 태연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 모습에서 다급함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곳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과녁이 갈라진 채 떨어졌다.
-ㄹㅇ 엘카님이랑 비슷하네 ㅋㅋ
-좀 치누.
-핵 쓰던 걔 아냐?
-그거 아니라고 밝혀진지가 언젠데 ㅋㅋㅋㅋㅋ
-저 사람 피지컬 미치긴 했어;;;
-근데 진짜 엘카형 같다…….
엘카의 시청자라면 익숙할 모습.
당연히 반응도 무난했다.
‘와……. 진짜 괴물이네?’
하지만 엘카는 알 수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자신과 미다스의 플레이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건 바로.
빠르게 따라가는 것과, 먼저 알고 있는 것의 차이다.
자신은 과녁이 생성되는 걸 빠르게 뒤따라간 것에 불과한데.
미다스는 과녁이 생성될 위치를 감각으로 알고 있는 느낌이었으니까.
시청자들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둘 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기껏해야 영점 몇 초 정도?
하지만 프레임 단위의 피지컬 싸움에서 그 정도는 엄청난 차이.
그렇다.
놀랍게도 벽 아래 있는 건.
미다스가 아닌,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탑이라고 불리는 엘카였다.
불과 일주일가량 전.
미다스의 좀비 아파트 영상을 볼 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데 그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시 본 미다스의 영상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상태였다.
‘내가 다른 사람의 플레이에서 벽을 느끼는 날이 오다니.’
그는 미다스가 자신보다 피지컬적으로 위에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감각이 이랬을까?
엘카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어릴 적 게임에서 만난 보스 몬스터.
그리고 수많은 장애물들.
그것들은 언제나 그를 끓어오르게 만들었으니까.
-그래봐야 엘카형은 못 이기지!
-비빌 걸 비벼야지 ㅋㅋㅋ 엘카를 어케 잡누
-세최피잖아 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오히려 귀여워!!
-ㅁㅈㅁㅈ ㅋㅋㅋㅋㅋ
그때, 수많은 시청자들의 채팅이 눈에 들어왔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의 그였다면 약한 모습을 보여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언젠간 이겨낼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하지만 지금의 엘카는 그럴 수 없다.
저들에게 그는 언제나 최강이어야만 하니까.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게요? 점수 높게 나오겠네.”
그렇기에 그는 겉으로는 태연을 가장한 체.
‘어서 올라오세요, 미다스 님. 그때까지 더 올라가 있을 테니.’
언젠간 그를 꺾으러 올라올 호적수를 다시금 인식하며 영상을 닫았다.
* * *
“오해하실까 봐 이번에는 미리 말씀드리는데, 버그 아닙니다? 정상 작동 중이에요.”
-ㅇㅇ, 그건 아는데 미친…….
-진짜 질린다;;;;
-솔직히 이 정도면 미다스 사람 아니고 AI다 ㅇㅈ?
-ㄹㅇ ㅋㅋㅋㅋ 저게 가능한 사람이 어디있어 ㅋㅋㅋㅋㅋㅋ
황망한 목소리로 아무도 묻지 않은 변명을 내뱉는 강우도.
이제 체념한 듯한 채팅창도.
“다들 왜 그러시나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
모두 태연한 표정의 미다스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솔직히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미다스가 위기에 빠질 거라 생각한 사람은 이제 없다.
그저 잠깐이라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미다스는 그마저도 거부했다.
후웅!
네 방향에서 맹렬하게 날아오는 검도.
쐐애액!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쏘아진 화살도.
모두 가볍게 피해냈으니까.
심지어 지진이 일듯 땅이 울렁거리더니 푹 꺼지는 함정도.
그는 아무렇지 않게 태연한 표정으로 피해냈다.
콰직!
그 와중에 조금의 오차도 없이 과녁을 깨부수는 건 이제 당연하게까지 느껴졌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평온한 움직임.
‘캬!’
당사자인 지호는 짜릿한 기분을 계속해서 만끽하고 있었다.
게임으로 따지면 지금의 지호는 치트키를 쓴 상태였다.
날이 서듯 예민해진 감각으로 방 전체를 관조하고 있으니, 어떤 방해도 통하지 않을 수밖에.
하지만 그건 지호의 입장.
강운을 비롯한 시청자들은 연이어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의 채팅처럼 사람이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이질적인 모습이었으니까.
-대체 정체가 뭐야…?
-뭘 어떻게 하면 저렇게까지 피지컬이 좋을 수 있지;;;
-이 정도면 점수가 몇 점이나 나올지 궁금한데 ㅋㅋㅋㅋㅋ
-이거 정확한 분석도 나오나?
-ㅇㅇ 나오긴 하는데 세세한 수치까지 공개하진 않을 듯?
이제 그의 피지컬을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테스트의 결과나 피지컬의 근원에 대해 궁금해할 뿐.
하지만 설명해줄 사람은 없었다.
“대박.”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강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
그렇게 수많은 궁금증을 쌓으며.
테스트가 끝났고, 이내 결과가 나왔다.
[???]
한데, 뭔가 이상했다.
피지컬 테스트의 결과는 최소 두 자리에서, 세 자리의 숫자로 표시되는 게 기본인데.
왜인지 에러라도 난 것처럼 물음표만 떠 있었으니까.
-뭐임???
-아니, 몇 점인지 왜 안 알려줘;;
-에반데 ㅋㅋㅋㅋㅋ
-리얼 버그였나?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이해할 수 없는 결과에.
지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강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돌아오는 건, 마찬가지로 황당한 목소리였다.
“츠, 측정 불가라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