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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31화 (31/110)

031화. 피지컬 테스트(4)

‘진짜 미쳤다.’

테스트의 결과창을 보며 강운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측정불가]

이 말이 의미하는 건 보통 둘 중 하나다.

측정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던가.

아니면, 결과가 측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던가.

피지컬 테스트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으니.

이 경우에는 당연히 후자일 터.

직접 보고 있었음에도 믿기지 않았다.

‘하다못해 그 엘카도 점수는 나왔다고 들었는데.’

피지컬 테스트는 스트리머나 프로게이머는 물론이고,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테스트다.

그 말인즉, 표본도 많다는 말.

하지만 이런 유형은 처음이었다.

거의 대부분이 탈락하는 구간에서마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도 놀라웠는데.

심지어 결과는 측정불가라니!

-미친……. 측정불가 ㅋㅋㅋ

-아니;;;;;

-이게 맞아????

-미다스는 이게 맞긴 해 ㅋㅋㅋ

-진짜 대박이네 ㅋㅋㅋㅋㅋㅋ

-<<<< 뭘 하든 찢어버리는 편

강운도, 시청자들도 경악하는 와중에.

한 사람은 평온했다.

“그럼 피지컬 스코어는 아예 알 수 없는 건가요?”

이 상황을 만들어낸 주인공, 미다스였다.

강운은 자연스레 그를 바라보았고.

이내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알아챌 수 있었다.

‘뭐 이리 태연해?’

어떤 테스트건, 점수가 높게 나오면 기분이 좋아야 정상이다.

하물며 측정불가는 어떻겠는가.

한데, 왜인지 미다스는 표정에 작은 변화조차 없었다.

‘당연하다는 것처럼… 아!’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강운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

미다스에게 측정불가라는 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연한 결과였을 뿐이니까.

자신에 대한 완벽한 믿음.

몇 번 겪어본 적 있는 부류였다.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그러했으니까.

그들과 달리 강운은 평범한 편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사실 지금도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멍하니 있을 순 없다.

고객이 그를 찾고 있지 않던가.

“음, 잠시 확인해보겠습니다!”

강운은 빠르게 대답한 후, 다시금 테스트 관리창을 살펴보았다.

측정불가라는 결과는 변함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찾았기에.

“점수는 지금 당장 알 수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 다시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니 일단 볼 수 있는 것부터 확인해볼까요?”

그는 다시 활기찬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미다스 님 그리고 시청자분들. 피지컬 테스트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대충 아시죠?”

-ㅇㅇㅇㅇㅇ

-대충은?

-난 잘 모르는데?

-검색해 친구야 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 그것도 모르면서 피지컬 테스트를 보고 있누 ㅋㅋㅋ

-걍 피지컬 스코어랑 능력치표 두 가지만 알면 됨 ㅋㅋㅋㅋ 어차피 그 이상은 몰라도 된다 ㅋㅋㅋㅋ

대강 아는 것 같은 채팅창의 반응.

미다스도 마찬가지인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누군가의 채팅처럼 저 정도만 알고 있으면 충분할 터.

“정확합니다. 저거면 다 아는 거예요! 피지컬 스코어는 측정불가로 나왔으니까 넘기고……. 다행히 능력치표는 나오네요, 바로 여기!”

강운이 손바닥을 가볍게 내밀었다.

지잉-!

그러자 손바닥 위로 파란색 정오각형 홀로그램이 떠올랐고.

동시에 채팅창이 물음표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

-저게 능력치표??? 내가 보던 거랑 다른데???

-이것도 버그 수준인데요 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 이게 뭐냐고 ㅋㅋㅋㅋㅋ

-와;;; 진짜 미쳤다…….

미리 확인했던 강운도 어이가 없었는데.

저들은 어련하겠는가.

‘이런 걸 보고 어떻게 안 놀라겠어.’

그는 웃음을 참으며 허공에 떠오른 능력치표를 응시했다.

피지컬 테스트의 능력치표는.

정오각형의 도형 내부가 각 능력치의 수치에 따라 채워지는 형태다.

그렇다고 피지컬 테스트가 다섯 가지 항목만 측정하는 건 아니다.

다만,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항목들만 능력치표에 표시되는 것.

그 항목은 바로.

“잘 보세요, 능력치표가 맞습니다. 여기 보시면 반응 속도, 순간 판단력, 반사 신경, 집중력, 인지처리 속도까지 다섯 항복 보이잖습니까.”

-근데 저건 그냥 정오각형이잖아;;;;

-수치가 다 비슷하다는 건가…?

-아니 그보다 ㅋㅋㅋㅋ 왜 글자가 안에 들어가 있어? ㅋㅋㅋㅋ

강운의 말처럼, 보이기는 했다.

문제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

사람인 이상, 보다 뛰어난 능력과 비교적 떨어지는 능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능력치표의 형태도 사람마다 제각각이기 마련.

한데, 미다스의 능력치표는 완벽한 정오각형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독특한걸, 심지어 정해진 틀을 뚫고 나오기까지 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강운은 웃으며 미다스에게 말했다.

“좀 당황스럽죠? 저도 그렇습니다! 데이터를 확인해보니까, 모든 항목이 측정범위를 넘어서 이런 모양이 된 것 같네요. 하하, 이러니까 측정불가가 나오죠, 미다스 님.”

-아 그런 거였어??

-ㅁㅊ ㅋㅋㅋㅋ 이러니까 측정불가가 나오지 ㅋㅋㅋㅋㅋㅋㅋ

-아~ 높아도 적당히 높아야지~~

이어서 곧바로 시청자들도 그에 동참했고.

미다스의 대답도 들려왔다.

“아, 제가 너무 잘했나 보네요.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대답이야 ㅋㅋㅋㅋㅋ

-너무 잘해서 죄송 ㅋㅋㅋㅋ

“하하!”

이번에는 간신히 참고 있던 강운도 터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방금 피지컬 테스트에서 측정불가라고 나온 사람이 스트리머 ‘미다스’ 맞습니까?]

허공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발신인을 보아하니 개발팀인 모양.

“미다스 님 본사에서 연락이 와서 그런데 잠시만 확인해보겠습니다.”

강운은 미다스에게 양해를 구한 후, 답장을 보냈다.

[네, 맞습니다.]

[신형 캡슐 협찬 관련 건으로 연락 드렸습니다. 파일 첨부했으니, 확인해보세요.]

급한 일인 모양인지 답장 메시지는 곧바로 돌아왔고.

파일의 내용을 확인했을 때.

강운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캡슐 제조 회사, 타이탄.

미다스에게도 자랑스럽게 말했듯이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피지컬 최상위권 플레이어들의 캡슐 사용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

이 데이터를 토대로 새로운 캡슐을 개발한다는 걸 감안하면.

캡슐 제조사로써 이보다 큰 약점은 없을 것이다.

‘특히 보급형 캡슐은 몰라도, 하이엔드급 맞춤형 캡슐을 개발할 때는 필수니까.’

타이탄이 업계에 진출했을 때.

이미 그런 이들은 타 회사와 계약을 한 상태였기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참에 미다스가 측정불가라는 기록을 세운 것.

회사 입장에선 애타게 바라던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회였다.

오죽하면 이렇게 빨리 움직이겠는가.

‘그만큼 급하다는 말이겠지.’

다른 캡슐사에서 선수를 치기 전에 미다스를 설득하기 위함일 터.

[네,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안건인지 알고 있기에, 강운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

-여기서 끊는다고?????

-아니 되오!!! 우리도 알려줘!!!

-우리 버려? 우리 버려? 우리 버려???

-또 나만 진심이었지!!!

“에이, 버리긴요. 다들 아시다시피 여긴 매장이라 계속 방송하기 애매하잖아요. 이 뒤는 제가 내일 방송에서 썰 풀어드릴게요!”

-어떤 캡슐 살 건지 우리도 궁금하단 말야 ㅋㅋㅋㅋㅋㅋ

-우리 궁금해 죽이려는 거지!!!! 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 이거 딱 보니까 오늘도 겜잘알에 미다스 이름 도배되겠네 ㅋㅋㅋㅋㅋ

그 사이.

방송을 마무리하고 있는지 미다스는 잔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긴, 처음부터 캡슐 구매랑 피지컬 테스트만 한다고 했었지.’

마침 타이밍도 좋은 상황.

“그럼 다음 방송에서 뵙겠습니다!”

강운은 인사를 끝으로 방송을 종료한 미다스에게 다가갔다.

* * *

약 1시간 후.

“그러니까, 새로 출시할 맞춤형 캡슐을 무료로 제공해주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지호는 눈을 크게 뜨고 강운을 응시했다.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었기 때문.

“네, 맞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강운의 대답은 변함없었다.

“저는 캡슐을 사용하면서 나오는 데이터만 주기적으로 제공해드리면 되는 거고?”

“결론적으로는 그렇죠!”

방송종료 후, 캡슐에서 나온 지호.

강운이 그에게 건넨 건 한 가지 제안이었다.

“괜찮지 않습니까?”

단순히 괜찮은 정도가 아니었다.

지호에게는 이로운 점밖에 없는 제안이었으니까.

맞춤형 캡슐을 공짜로 준다니!

오늘은 시청자 수가 꽤 많았지만.

일시적인 수치임을 감안하면 이것만 해도 엄청난데.

심지어.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미다스 님이 제공해주신 데이터로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추가적으로 보상이 있을 테니, 아쉬운 조건은 아닐 거라 확신합니다!”

이 정도면 너무 일방적인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다.

“아까 맞춤형 캡슐은 최소 외제 차 한 대 값이 추가된다고 하셨는데, 거기에 결과에 따른 추가보상까지 주신다고요? 왜 그렇게까지….”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조건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찝찝했기에, 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간단합니다! 미다스 님이 아니었으면 다른 프로게이머분을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 경우에는 아마 비용이 더 들어갔을 거고.”

“아아, 네.”

“다른 이유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라고 하네요. 저도 일개 직원이라 확신은 못 하지만, 아마 장기적인 관계를 원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부할 이유는 없을 터.

지호는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아까 맞춤형 캡슐은 피지컬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가요?”

피지컬 테스트를 시작하기 전.

맞춤형 캡슐을 사용하면 피지컬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고 들었다.

당시에는 그림의 떡이라 넘어갔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궁금해진 것이다.

“음….”

그러자 강운은 잠시 턱을 긁더니 이내 되물었다.

“아까 최적화를 하고 나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어떤 느낌이라.

정확히 표현할 수 있었다.

“물속에 있다가 나온 느낌이었어요.”

“네, 그럴 겁니다. 최적화를 하기 전에는 싱크로율이 제한되어 있으니까요.”

“싱크로율이요?”

“가상현실의 원리가 뇌 과학과 관련 있는 건 아시죠?”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뇌가 가상현실에 얼마나 동화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를 싱크로율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감당할 수 있는 싱크로율이 다르다는 점이죠.”

“아아.”

감당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가상현실게임 초기에 얼마나 많은 사고들이 있었는지는, 관심이 없던 지호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캡슐을 제조할 때부터 싱크로율을 제한하곤 합니다. 최적화는 그중에서 1차 제한을 푸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한을 푼다라….”

“개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과 보급형 캡슐이 감당할 수 있는 선까지 풀어주는 거죠. 아마 그래서 차이를 느꼈을 겁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자 대충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맞춤형 캡슐의 장점 또한.

대충이나마 가늠 잡을 수 있었다.

“아, 그럼 맞춤형 캡슐은 싱크로율을 그것보다 더 높게 맞춰주는 거겠네요?”

“그렇죠! 역량에 딱 맞게 리미트를 풀어주는 느낌! 레이싱카를 생각하시면 쉬울 겁니다. 플레이어의 역량에 따라 컨트롤 할 수 있는 잠재력이 넓어진다는 말이죠.”

“아아….”

지호는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단순히 최적화만 했을 때도 물에서 나온 기분이었거늘.

한계를 풀어준다는 맞춤형 캡슐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정말 말도 안 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을 터.

물론 한편으로는 불안감도 들었다.

“다 좋은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네요.”

“어떤?”

“맞춤형 캡슐은 리미트를 풀어주는 느낌이라고 하셨는데, 위험성은 없을까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지호 스스로도 가상현실에서의 그는 남다르다 생각하고 있던 터.

그러니 현실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플레이까지 해내는 거겠지.

한데, 제한을 아예 풀다니.

더군다나 뇌에 관련된 영역이라 하니 더더욱 불안감이 든 것이다.

“아,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다행히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사실 가상현실 자체가 어느 정도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부분인 건 아실 겁니다. 전 세계에서 몇 년에 한 건이긴 하지만, 종종 사고는 나는 것처럼.”

“네, 그거야 그렇죠.”

“근데 그 정도면 벼락을 맞아 죽는 것보다 낮은 확률인 거 아시나요? 게다가 하이엔드급 캡슐이 괜히 비싼 게 아닙니다. 실시간 뇌파 점검부터 각종 안전장치까지! 오히려 보급형보다 더 안전할 테니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고민은 해결이다.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좋네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호는 웃으며 강운이 건넨 계약서에 사인했다.

* * *

그 날, 그리고 다음날.

겜잘알에 도배 될 거라는 시청자들의 말처럼, 미다스의 피지컬 테스트는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이게 피지컬이다.]

[측정불가좌 미다스 ㅋㅋㅋㅋㅋㅋ]

관련된 글이 언제나처럼 베스트 게시물에 올라갔을 뿐만 아니라.

테스트 영상을 보고 승부욕이 끓어오른 사람들로 어지간한 캡슐 매장의 예약이 가득 찰 정도였으니까.

그 결과, 하루 사이에 피지컬 테스트를 진행한 인원만 수백 명.

하지만 당연하게도, 측정불가라는 기록은 다시 나오지 않았고.

혹시나 싶은 결과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돌고 돌아 기록의 주인공을 찾기 기다리기 시작했다.

-미다스 언제 옴??

-밀당 오진다 ㅋㅋㅋ

-방송 켜!!! 방! 송! 켜!!!!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미다스가 방송을 켰다.

[퓨처 워 배치고사] 라는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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