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화. 퓨처 워 -배치고사(1)
-미다스다!!
-미하~~~
-ㅁㅎㅁㅎㅁㅎㅁㅎ.
-손님 받아라!!!
방송이 시작됨과 동시에 채팅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제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빠른 속도였지만 지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인터넷에서 그렇게 반응이 격했는데 당연하겠지.’
같은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기에.
지호는 차분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하지만, 그와 달리 시청자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미다스님 어제 캡슐은 잘 사셨나 ㅋㅋㅋㅋ
-피지컬 테스트 영상 봤어요!!!
-혹시 질문은 안 받아주시나요??
-갑자기 퓨처 워?
-아직 배치도 안 봤었나;;; 진짜 미쳤네 ㅋㅋㅋㅋㅋㅋ
-오늘도 가속검 하심????
-미다스님처럼 게임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연습해야 할까요???
어찌나 궁금한 게 많은지, 질문들이 끊임없이 쏟아졌으니까.
피지컬 테스트나 게임에 관한 질문부터.
나이와 같은 개인적인 질문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원래였다면 바로 게임을 실행했을 터.
하지만 오늘.
지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음, 다들 궁금하신 게 많은 모양이네요.”
-당연하죠 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
-그니까 좀 알려달라고!!!
“그럼, 퓨처 워 시작하기 전에 질문 몇 개만 받고 갈까요? 시간상 많이는 받기 힘들 테니, 다들 진정하시고 질문해주세요.”
바로, 시청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며칠 전, 합방 후.
왕눈이는 스트리머로 성공하고 싶으면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한다고 조언했었다.
여타 방송들을 보면, 소통도 그중 하나일 터.
그 일환으로 지호는 짧게나마 소통 시간을 가지려 했고.
반응은 생각보다 더 좋았다.
-와, 질문타임!!!
-헉!! 저요!! 미다스님 몇 살이신가요??
-배틀 에어리어 평가 좀 ㅋㅋㅋ 똥겜? 갓겜??
-피지컬 테스트 점수는???
-방송은 새 캡슐로 켜신 건가?
채팅창이 쉴 새 없이 올라갔고.
[‘궁금쓰’님이 10,000원 후원!]
[피지컬 스코어는 어떻게 됐나요?]
[‘학생입니다’님이 1,000원 후원!]
[다른 스트리머분들 피지컬 테스트 하는 영상 보셨음??]
후원도 계속해서 쏟아졌으니까.
그만큼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는 소리일 터.
아쉽지만 처음에 말했듯, 전부 답해줄 수는 없다.
지호는 빠르게 질문을 살펴보고는.
가장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들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피지컬 스코어는 아마 안 나올 거 같아요.”
-ㄲㅂ.
-그럴 거 같더라 ㅋㅋㅋㅋ
-궁금했는데 아쉽누…….
“대신 어제 타이탄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번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피지컬 테스트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에???
-오??
-와… 진짜요? 피지컬 테스트 말하는 거 맞죠???
갑작스러운 지호의 말에 시청자들이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가.
“네, 피지컬 테스트 맞아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는데, 완성되면 저한테 가장 먼저 테스트해볼 거라 하셨으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미친;;;;
-ㄷㄷㄷㄷ
-실화냐…….
-하긴, 점수를 못 재는 사람이 나오면 업그레이드를 하는 게 맞지.
-문제는 그게 미다스 때문이라는 거지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가상현실 계정 만든 지 일주일 ㅋㅋㅋㅋㅋㅋ
-이게 만렙 뉴비 그런 건가 ㅋㅋ
이내 이어진 그의 대답에 경악으로 바뀌고 말았다.
새로운 피지컬 테스트라니!
공식 테스트라 불리는 현재의 테스트가 개발된 지도 어언 5년.
그동안 테스트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니, 변화가 필요치 않았다.
기존의 테스트로도 충분했으니까.
한데, 지금.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것도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제 갓 게임을 시작한 스트리머에 의해.
-어떻게 바뀌려나?
-당연히 난이도는 올라가겠죠?
-와, 미친 ㅋㅋㅋ 진짜 궁금하다.
당연히 궁금한 것도 많아 보였지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개발도 시작하기 전일 텐데, 그가 뭘 어찌 알겠는가.
그는 매끄럽게 주제를 넘겼다.
“혹시 뭔가 알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다음으로, 캡슐도 물어보시던데. 새 캡슐은 맞춤형이라 일주일 정도 후에 도착할 것 같아요.”
-엥?? 맞춤형이요?? 보급형 사실 거 같더만 ㅋㅋㅋㅋ
-와, 맞춤형이라니 ㄷㄷㄷㄷ
-엄청 비쌀 텐데…….
-큰손이셨네 ㅋㅋㅋㅋ
“아, 내돈내산은 아니고. 이번에 타이탄에서 새로 출시될 맞춤형 캡슐을 협찬받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건 캡슐이 도착한 후에 말씀드릴게요.”
-???????
-벌써 캡슐 협찬을 받았다고?
-대박 ㅋㅋㅋㅋㅋ
최소 단가가 몇천에서 억대에 달하는 만큼, 캡슐은 아무나 협찬받지 못하는 분야 중 하나다.
스트리머 중에서는 극히 일부고.
심지어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탑급이 아니면 받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일주일차 스트리머 맞냐고;;;
-진짜 말도 안 된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측정불가좌라면?
-쌉가능 ㅋㅋㅋㅋ
-하긴 미다스 정도면 캡슐사에서 오히려 받아달라고 절해야겠네;;;
-ㄹㅇ ㅋㅋㅋㅋ
당연히 채팅창이 술렁거렸으나.
그것도 잠시.
시청자들은 이내 납득하고 말았다.
미다스의 테스트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제 슬슬 게임으로 넘어가도 될 거 같은데.’
과열된 분위기도 가라앉았고.
마침 타이밍도 적절해 보였기에, 지호는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음, 이제 마지막 질문만 받고, 배치고사 보러 가볼까요?”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후원이 날아들었다.
[‘채팅개빨리올라가네’님이 1,000원 후원!]
[근데 미다스님 배치 못 보지 않나요? 판수 부족할 텐데…….]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문이다.
왕눈이와의 합방에서도 판수 부족 때문에 일반 게임을 돌렸으니까.
하지만 그건 벌써 5일 전.
“아, 판수요? 안 그래도 방송 안 하는 동안 다 돌려뒀어요.”
그동안 이미 조건은 채워두었다.
남은 건, 랭크 게임을 돌리는 것뿐.
-캬, 준비성 ㅋㅋㅋㅋ
-전 안 구워서 좋네요.
-그럼 다른 영웅들도 해봄?
-오, 결과는?? 당연히 다 이겼으려나 ㅋㅋㅋㅋ
역시나 적절한 타이밍이었던 건지.
채팅창의 분위기도 완전히 퓨처 워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몇 개 슬쩍 맛보긴 했는데, 가속검을 제일 많이 했어요. 그때보다 훨씬 숙련도도 높아졌으니, 아마 볼만할 겁니다.”
-거기서 더 숙련도가 올라간다고? ㄷㄷㄷㄷ
-미친 ㅋㅋㅋㅋㅋ
-눈 호강 제대로 하겠네…….
게다가 이어진 놀라운 대답까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원래 핵 소리를 듣던 가속검인데 거기서 숙련도가 더 올라가다니.
당연히 기대가 될 수밖에.
그런 반응을 보며, 지호는 마무리 멘트를 쳤다.
“이제 진짜 마지막 질문 하나만 받고 게임 시작할게요.”
-어떤 영웅이 제일 재밌었나요?
-몇살이냐고!!!
-배틀 에어리어는 안 하시나여.
-최종 목표 티어는 어디???
마지막이라는 지호의 말에 쏟아지는 질문들.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질문이 있었다.
“티어요? 음, 일단 배치부터 다 이기고 볼까요?”
* * *
배치고사.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반 편성을 위해 치르는 시험을 말한다.
퓨처 워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곤 하는데, 보통 랭크 게임에서의 첫 10판을 말한다.
이 10판의 결과에 따라.
골드에서 브론즈까지 티어가 배정되기에 배치고사라 불리는 것.
그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말 그대로 시작선이 달라지는 수준이니까.
이러한 특수성 때문일까?
유명인의 배치고사는 항상 화제가 되곤 했다.
특히, 피지컬로 유명한 미다스라면.
화제가 집중되는 게 당연할 터.
역시나 그에 관한 글은 곧바로 겜잘알에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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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 패기 보소 ㅋㅋㅋㅋ
니들 그거 아냐?
난 진작 배치 끝낸 줄 알았는데, 미다스 아직 배치도 안 봤다더라 ㅋㅋㅋㅋㅋ
지금 배치 시작하는데 누가 최종 목표 물어보니까 일단 배치부터 풀연승 하고 보자는데 미친놈인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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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겜잘알에서 미다스의 유명세를 보여주듯.
댓글도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10연승은 빡세지 않나 ㅋㅋㅋㅋㅋ
-퓨처 워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 된 거 아니냐? 패기 무엇 ㅋㅋㅋㅋ
-근데 미다스는 그럴만해;;;
-ㅇㅈ ㅋㅋㅋ 성공할 듯 ㅋㅋ
└ 하지만 트롤이 나타난다면?
└ 배치 트롤은 진짜 아찔하네;;
└ 불가능한 건 아님……. 미다스가 어지간히 유명해야지 ㅋㅋㅋㅋ
-솔까 미다스는 시간문제지 다이아는 걍 찍을듯
-ㅇㅇ 저 피지컬로 다이아 못 가는건 말 안됨 ㅋㅋㅋㅋ
└어림없지 내가 저격 간다 ㅋㅋ
└나도 감 ㄱㄱㄱ
저격은 유명인이 게임을 할 때.
동시에 게임을 돌려서 같은 팀이 된 후, 방해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특히, 퓨처 워 같은 팀플레이 게임은 저격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누군가 마음먹고 상대에게 죽어주면 답이 없으니까.
이것만으로도 10연승은 힘들 터.
-근데 첫 배치면 트롤들 많을 텐데 과연…….
-ㄹㅇ 진짜 헬인데 ㅋㅋㅋ
-그래서 더 재밌는 거 아님?
-ㅇㅇ 난 보러 가려고 ㅋㅋㅋㅋ
게다가 퓨처 워에서의 장애물은 저격이 전부가 아니다.
트롤이라 불리는 부류부터.
원하는 라인이 아니면 게임을 던지는 부류까지.
다양한 악질들이 가득했으니까.
그리고 그 시간 지호는.
수많은 사람들의 예상처럼, 퓨처 워의 어두운 면을 맛보고 있었다.
* * *
“미드 갈게요.”
“네?”
시청자들과의 잔잔한 소통을 끝마치고 배치고사를 시작한 지호.
게임 매칭이 잡히자마자 그가 들은 건, 황당한 소리였다.
-아니 저 사람 미드 아니잖아….
-벌써 꿀잼이네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호 간의 합의를 통해 포지션을 정하는 일반 게임과 달리.
랭크 게임은 처음부터 원하는 포지션을 고르고 시작하는 시스템이다.
그 말인즉, 정해진 포지션이 있다는 소리.
당연히 지호는 미드를 선택했다.
그리고 시야에 보이는 포지션도 미드인데.
“제가 미드 간다고요. 저 잘함. 다이아 친구가 플래급이라고 했으니까 믿고 주셈.”
상대는 본인이 미드에 갈 거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ㄷㄷㄷㄷ
-첫판부터 ㅋㅋㅋㅋㅋ
-평범한 퓨처 워네…….
-ㄹㅇ ㅋㅋㅋㅋ 질병겜 클라스.
게다가 채팅창의 반응도 태연했다.
마치, 당연한 일이라는 듯.
“음… 저도 미드는 꽤 잘하는데 제가 가면 안 될까요?”
지호가 조심스레 물었으나.
“싫은데? 내가 님 뭘 믿고? 됐고, 미드 안 주면 던짐.”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제는 미드를 양보하지 않으면 고의적으로 죽겠다는 말까지 꺼냈다.
“흠.”
지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상대의 배정 포지션을 보았고.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서폿이구나.’
-딱 봐도 서폿 가기 싫어서 꼬장 피우는 거네 ㅋㅋㅋㅋㅋ
-저런 놈 치고 잘 하는새끼 본 적이 없음 ㅋㅋㅋㅋㅋ
-뭐 어쩌겠어;; 불만이면 닷지하고 30분 기다려야지…….
-어서 와 랭겜은 처음이지?
-이게 퓨처 워지 ㅋㅋㅋㅋㅋㅋ
-미다스님 당황하셨음? ㅋㅋㅋ
시청자들은 욕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였다.
흔히 있는 일이니 익숙한 것이다.
‘이런 게임이 그렇지 뭐.’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달리 지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10년 전 ‘전설의 전장’에서 많이 겪어 본 상황이니까.
당연히 대응법도 알고 있다.
‘이번 큐는 포기하고 좀 기다려야겠네.’
어차피 대화는 불가능할 터.
굳이 감정 소모할 필요 없이 캐릭터 선택창을 나가는 게 상책이다
페널티 탓에 시간은 조금 낭비하겠지만.
이쪽이 정신건강에는 더 이로웠다.
하지만 생각을 끝마친 지호가 종료를 누르려던 찰나.
[‘서폿유저’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서포터로 이기면 100,000원]
미션이 들어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만원 참는 거 가능?
-닉 봐 ㅋㅋㅋ 서폿유저 ㅋㅋㅋ
서포터로 이기면 10만 원이라니.
그렇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세요.”
“가세요는 무슨, 미드 아니면 안… 어?”
“미드 가시라고요. 제가 서폿 갈게요.”
지호는 쿨하게 미드를 양보했고.
또다시 질문들이 채팅창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미다스님 서폿도 가능???
-판수 채웠다더니 그때 해봤나보네 ㅋㅋㅋㅋㅋ
-근데 서폿은 미드 정도 영향력은 없지 않나 ㅋㅋㅋㅋ
-ㅇㅇ 캐리는 힘들 텐데;;;
-일단 미드가 불안함 ㅋㅋㅋ
띠링!
계속되는 질문에 지호는 인게임 마이크를 끄고 입을 열었다.
“음…. 솔직히 서폿 해본 적은 없는데, 할 수는 있을 거 같아요.”
쿵!
그사이 다가온 캐릭터 선택 시간.
지호는 서포터보다는 미드 영웅으로 유명한 ‘환영군주’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보여드릴게요. 서폿으로도 캐리가 가능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