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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41화 (41/110)

041화. 종합 게임 스트리머

준영의 집, 캡슐이 설치된 방.

푸슉!

정적을 깨며 캡슐이 열렸고.

이내, 방송을 막 종료한 지호가 그곳에서 나왔다.

“후, 끝났다.”

일차 목표였던 다이아를 배치로 찍어서일까?

벌써 몇 시간 연달아 게임을 돌리고 왔음에도 그의 표정은 개운하기만 했다.

하지만 몸은 속일 수 없는 법.

이내 지호의 뱃속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으, 배고프네.”

이어서 허기짐도 몰려왔기에, 그는 배를 감싸며 방을 나섰다.

“나왔냐? 방송 잘 봤다. 이번에도 오지던데.”

거실로 나가자, 소파에 반쯤 누워서 TV를 보고 있던 준영이 그를 반겼다.

보아하니 방금 전까지 방송을 따라오고 있었던 모양. TV에서는 낯익은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서걱!

[아, X발 좀!]

바로, 안개 장막 속에서 지호가 서리검을 잡던 그 장면이었다.

“오, 방송 화면에는 저렇게 나오는구나.”

지호는 배고픈 것도 잠시 잊은 채, TV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물 흐르듯 움직이는 귀신을 보고 있자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직접 플레이했음에도 눈이 갈 정도로 흥미로웠다.

“하도 신기해서 다시 보고 있었다. 너 진짜 미친놈 아니냐? 저걸 어떻게 한 거야….”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하다는 걸 보여주듯.

준영도 황당한 표정이었다.

‘하긴, 생각해보면 저 이후에 채팅창도 난리 났었지.’

문득 드는 생각에 지호의 시선이 화면 구석의 채팅창으로 향했다.

-지금 미다스 뭐 하고 있는 거임?????

-서리검이 발광하는 거 보니까 공격하고 있는 거 같은데??

-엥? 어떻게??

-몰라 ㅋㅋ 뭐가 보이나 ㅋㅋㅋ

-한 마디로 설명 가능 ‘미다스잖아’.

-맞네 ㅋㅋㅋㅋㅋㅋㅋ

‘크…….’

순식간에 올라가는 채팅들을 보고 있자니, 방금 전의 방송에서 느꼈던 기분이 또다시 떠올랐다.

단순히 게임만 하는 것도 즐거울 거다.

그는 게임을 좋아하니까.

하지만.

이건 또 다른 느낌의 즐거움이었다.

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사람들이 반응하고. 또, 열광한다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다른 어떤 직업도 아닌.

게임 스트리머라서 느낄 수 있는 기분.

자연스레 ‘방송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어서 그를 이 분야에 발 딛게 만든 녀석에 대한 고마움도 들었다.

“오진다, 오져! 야, 나도 저것 좀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라. 미다스한테 배웠다고 자랑하게.”

바로, 배를 긁으며 너스레를 떨고 있는 준영이 놈.

모든 것의 시작은 저 녀석이다.

그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게임 방송이라는 건 생각해볼 일도 없었겠지.

아니, 여전히 게임과 거리가 먼 일상을 지내고 있었을지도.

그뿐인가.

오늘처럼 매번 방송을 보면서 피드백까지 해준다.

‘참, 고마운 놈이지.’

하지만 굳이 표현하지는 않았다.

괜스레 서로 민망해질 테니.

대신, 지호는 평소처럼 태연히 말했다.

“저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줄 알아? 나니까 하는 거지 임마. 쓸데없는 소리는 됐고, 밥은 먹었냐?”

“먹었겠냐. 퇴근하자마자 니 배치 돌리는 거 구경하고 있었는데. 안 그래도 배고파 죽겄어.”

“그래,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자.”

* * *

치이익!

준영과 함께 들어온 근처 삼겹살집.

지호는 멍하니 불판 위를 응시했다.

어찌나 배가 고팠는지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보고만 있어도 침이 나올 것만 같았다.

다행히, 침을 흘리기 전에 준영이 말을 걸어왔다.

“이제 보름 정도 됐냐?”

“엉?”

갑작스러운 물음에 지호가 고개를 갸웃하자, 준영은 말을 덧붙였다.

“방송말야.”

“아아…. 거의 그 정도 됐지.”

“보름 만에 만 이천 명…. 진짜 미친 속도긴 하다. 안 그냐?”

“뭐, 핵 논란부터 시작해서 워낙 일이 많았으니까.”

그간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핵 논란에, 배틀 에어리어 공식 방송, 그리고 피지컬 테스트까지.

어지간한 이들은 몇 년 동안 겪을 일들을 지호는 보름 사이에 겪었다.

게다가 그 모든 과정에서 겜잘알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으니.

당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뭐, 넌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워낙 화려해서 그거 아니었어도 금방 체격 커졌을걸?”

하지만 준영의 생각은 다른지.

그는 고개를 저으며 술잔을 내밀었다.

짠!

“크…….”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잔을 부딪친 후, 그대로 소주를 들이켠 준영이 다시 지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근데 넌 앞으로 어떻게 방송 하고 싶냐?”

“갑자기?”

지호의 고개가 또다시 기울었다.

그런 반응을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준영이 부연설명을 시작했다.

“뭐, 너가 원래 이쪽에 뜻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시작하게 된 거잖아?”

“맞지.”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까, 지금까지 한두 명 봐온 게 아니거든. 트리스 시청자 중에서도 0군이여.”

“엉.”

귀에 딱지가 나도록 들은 말이다.

덕분에 방송에 대한 간단한 지식이나, 초보 스트리머가 자주 실수하는 내용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보니까, 어떤 방송을 할지 이렇다 할 방향성이 없는 방송은 언젠간 휘청거리더라고. 특히 너처럼 급격하게 뜬 경우는 더더욱 그래.”

“아아….”

“뭐, 그래서 물어본 거니까 차차 생각해보라고. 큰 의미는 없어.”

“앞으로라….”

일리가 있는 말이다.

지호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뜬금없고 즉흥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채팅이 신기했던 첫 방송을 시작으로.

좀비 아파트로 화제가 된 것도.

왕눈이와의 합방, 그리고 핵 논란으로 온 커뮤니티를 도배한 이후, 오늘의 배치고사까지.

그동안 지호가 느낀 건.

“내가 10년 동안 게임을 멀리하면서 살았잖아.”

“응, 그랬다며.”

“그래서인지, 두 가지가 생각나네.”

“두 가지?”

흥미롭게 바라보는 준영의 시선.

지호는 작게 웃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말했다.

“일단 그동안 못한 만큼 다양한 게임들을 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방송을 성장시키고, 오랫동안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 이렇게 두 개.”

“뭐?”

그의 대답에 준영의 눈이 커졌다.

‘의외네.’

지금까지 준영이 알던 지호는 열정, 욕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언제나 중간만 가면 된다고 말하던 놈이었으니까.

그래서, 어떤 방송을 하고 싶은지 물어보면서도 큰 기대는 없었다.

게임에는 진심인 녀석이니.

기껏해야 게임 잘하는 사람들하고 붙어보고 싶다 정도?

한데, 방송의 성장이라니.

“좀 의외긴 하네.”

“뭐가?”

“얼마 전에 엘카 얘기하더니, 바로 퓨처 워 시작하길래 앞으로 퓨처 워 전문으로 가려나 싶었거든. 아니면 엘카랑 만나는 게 목표던가.”

“아아.”

그럴싸한 준영의 말에 지호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뭐, 엘카를 게임에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아마 방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지호라면 그게 최우선 목표였을지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게임 잘하는 사람과 만나는 것?

물론 좋다.

문제는.

“엘카 님이랑 게임 잡히려면 최소한 챌린저 상위까지는 가야 하잖아.”

“그렇겠지.”

“모든 판을 이긴다 쳐도. 거기까지 올라가려면 한참 동안 퓨처 워만 해야겠더라고. 위로 올라갈수록 매칭되는 시간도 길어진다던데.”

“엉, 나도 실버라 잘 모르는데 그렇다더라. 챌린저 상위권은 한 판에 5~10분도 더 걸린다고 듣긴 했어.”

“그치. 솔직히 올리는 건 문제가 아닐 것 같거든? 근데 시간이 좀 걸린단 말이지.”

지호가 대강 계산한 바에 따르면.

단순히 하루에 100점 정도 올린다고 가정해도, 챌린저 상위에 가려면 최소 20일 가까이 걸린다.

게다가 배치고사 마지막 판이 시작되는 데 10분 넘게 걸렸던 것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대기시간은 더 길어질 테고.

뭐,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다만.

“그렇게 내내 퓨처 워만 하는 건, 내가 생각하는 종합 게임 스트리머의 느낌은 아닌 거 같아서.”

“음…. 그렇긴 해.”

당연히 모든 판을 이긴다는 전제는 둘째 치더라도.

이어진 말에 준영은 감탄했다.

방금 지호가 언급한 말은, 그도 걱정하고 있던 부분이었으니까.

지호는 퓨처 워를 잘하고 좋아한다.

또,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다.

여기까지만 보면 베스트일 수도 있는데….

문제는, 길게 이어졌을 때다.

딱히 언급한 적이 없으니 시청자들은 지호를 퓨처 워 전문 스트리머라 인식하고 있을 터.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뭐, 원래 종겜스들은 게임 바꿀 때마다 시청자가 갈린다곤 하지만. 퓨처 워 스트리머로 인식되는 건 결이 다르지.’

시청자들은 입맛에 맞는 방송을 찾아 정착하는 경향이 있다.

위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자연스레 방송은 퓨처 워 시청자들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 때 떨어지는 사람도 많아진다.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종합 게임 스트리머, 일명 종겜스들은 꾸준히 여러 게임을 시도하곤 한다.

지호가 원하는 게 종겜스라면 저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

“잘 생각했네.”

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은 지호는 또다시 자신의 생각을 이어갔다.

“아, 그리고 다양한 스트리머분들도 알아가고 싶어. 다들 재밌더라.”

“하긴 왕눈이랑 합방도 잘 했었지.”

“뭐, 왕눈이 님도 그렇고. 배틀 에어리어에서 잠깐 만났던 타미타미 님도 그렇고. 오늘 본 라스코라는 사람도 재밌었고.”

“걔는 좀….”

“왜, 이기려고 안달 난 거 재밌지 않았나.”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게임할 거라 말하는 지호의 눈은, 지금까지 본 어느 때보다도 생기가 넘쳤다.

‘역시, 게임 방송 해보라고 추천하길 잘했다.’

예상보다도 빨리 궤도에 오른 친구의 방송에 뿌듯함을 느끼며.

준영은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다른 게임은 언제 해보려고?”

“새 캡슐 도착하는 날.”

* * *

며칠이 지났다.

[미다스 님, 캡슐 설치 일정이 빠듯해서 내일 오전 10시 30분 정도에 가능하실 거 같은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강운]

마침내 기다렸던 날이 온 것이다.

지호는 방송 종료 직전에 공지를 시작했다.

“오늘은 중대발표가 있습니다.”

-????

-갑자기???

-뭔데???

“드디어 내일! 새 캡슐이 도착한다고 합니다!

-오오…….

-그 맞춤형???

-캬!! 미다스 더 진화하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 캡슐이라는 말에 시청자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맞춤형 캡슐은 흔한 게 아니니 당연한 반응일 터.

그리고 시청자들이 새 캡슐에 관심이 쏠렸을 때, 지호는 자연스럽게 준비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네네. 그래서 그때 새로운 게임을 해볼까 하는데, 제가 아는 게임이 몇 개 없어서요. 혹시 추천해주실 게임 같은 거 있으실까요?”

-오! 다른 겜 함???

-캬!!!

-[삼국지 : 전설의 시작] 지금 즉시 다운로드

-미친 삼기견이 ㅋㅋㅋㅋ

-해머 어택 개꿀잼임!!!

-닌자 어쌔신 강추

-퓨처 워 챌린저 안 가????

-드래곤 레어 생존기 ㄱㄱㄱ

-별 똥겜을;;;;;;

“삼국지 : 전설의 시작. 해머 어택. 닌자 어쌔신. 드래곤 레어 생존기…. 퓨처 워는 다음에 또 할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전부 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지호는 눈에 보이는 몇몇 게임들을 찬찬히 검색해보았다.

턴제 디펜스 게임부터, RPG, 심지어는 로그라이크에 이르기까지.

이름만큼이나 종류도 다양했다.

-삼국지 제발 ㄴㄴㄴㄴㄴ

-아 왜;; 미다스님 천하를 구해주세요ㅠㅠㅠㅠ

-닌자 어쌔신 개똥겜임ㅡㅡ

-해머 어택은 나가라 ㅋㅋㅋㅋㅋ

재밌는 건, 한 게임을 검색할 때마다 누군가는 반대한다는 것.

그가 알기로 대부분은 장난이다.

‘가끔 진짜 지뢰인 게임도 있지만.’

다행히 지호에게는 저런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놈, 준영이 있다.

일단 그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지호는 화제를 돌렸다.

“일단 참고하겠습니다. 어떤 게임을 들고 올지는 내일 서프라이즈로 알려드릴게요.”

-근데 미다스님은 어떤 게임 좋아하심?

그때, 질문이 날아들었다.

애초에 취향이 확고한 지호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음…. 저는 좀 스릴 넘치는 게임을 좋아하긴 합니다. 전투도 많이 벌어지고 죽을 가능성도 높은 빡센 게임.”

-미다스 변태임????

-취향 ㅋㅋㅋㅋㅋㅋ

-피지컬 좋아서 그런가……?

-하긴, 저 피지컬이면 빡센 게임일수록 재밌긴 하겠네 ㅋㅋㅋㅋ

다소 독특한 취향에.

시청자들이 여느 때처럼 ‘미다스니까.’ 하며 납득하고 있던 찰나.

익숙한 이름의 후원이 들어왔다.

[‘왕눈이’님이 10,000원 후원!]

[스릴 넘치고 틈만 나면 싸워대는 꿀잼 게임 로스트 월드 한 번 같이 하쉴???]

첫 합방의 주인공, 왕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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