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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44화 (44/110)

044화. 로스트 월드 -솔로 플레이(3)

세상이 어두워진 늦은 밤.

지호는 높은 언덕 위에 몸을 감춘 채, 멀리 보이는 집을 바라보았다.

처음에 죽은 곳 근처에서 파밍하던 외국인들을 조심스레 쫓아온 것.

한데 그들이 들어간 집은 예상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돌집이었다.

“뭐지? 총도 들고 있어서 꽤 발전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리 크지는 않네요.”

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로스트 월드는 처음이지만 대강 찾아봐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가 기억하기로 규모가 있는 팀들의 집은 저 정도 크기는 아니었다.

‘최소한 몇 배는 더 컸던 것 같은데. 무슨 담장 같은 것도 있었고….’

지호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닌지, 채팅창에도 비슷한 말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러게?

-외벽도 없음 ㅋㅋㅋㅋㅋ

-원래 저렇게 기반 다져놓고 저기서 점점 확장하면서 짓는 거임.

-얼마 전에 초기화 된 서버인가?

-아님 쟤네가 늦게 시작했을 수도 ㅋㅋㅋㅋ

-ㄴㄴ 아닌 듯. 아까 곰 잡던 애들도 무장 부실했거든 ㅋㅋㅋ 초기화 된 서버 맞나 봐.

-하긴 ㅋㅋㅋ 그럼 쟤네 총은 초반 파밍지 파밍하다가 운 좋게 먹었나보네 ㅋㅋㅋ

“잘됐네요.”

뭐, 이유야 어찌 됐건.

그에게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완전히 발전을 끝낸 후였다면 집을 둘러싸고 있는 외벽을 뚫는 것조차 힘들었을지도.

-근데 이제 뭐 할 거임???

-일단 쟤네 조져야지 ㅋㅋㅋ

-근까 어떻게;;;

-그거야 미다스가 알겠… 지?

다행히 저들도 발전하고 있는 중.

그렇다면 괴롭힐 방법은 많다.

“어차피 지금은 밤이라 안 움직일 거 같죠?”

-ㅇㅇ

-초반에는 밤에 안 움직이지.

로스트 월드의 밤은 위험하다.

현대 사회처럼 인공적인 빛이 있는 것도 아니라, 주변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횃불을 들고 다니면?

얼마 가기도 전에 다른 플레이어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해가 뜬 후에 파밍을 나서곤 했다.

지금 지호가 기다리는 건, 바로 그 타이밍이다.

“일단 파밍하러 나가는 놈들 털어먹는 것부터 해볼까 합니다. 그동안 혹시 로스트 월드 꿀팁 같은 거 있으면 알려주세요.”

낮과 밤이 바뀌는 시간은 60분.

얼마 전에 해가 졌으니 못해도 몇십 분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멍만 때릴 순 없는 노릇.

지호는 시청자들과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 * *

“나오네요.”

그로부터 대략 40분이 지나고 해가 뜨기 시작했을 때, 돌집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수는 네 명.

하나같이 총을 들고 있었다.

-다 무장하고 있는 거 보니까 파밍지 가려나 봄.

-로알못) 파밍지가 뭐임?

-적대 npc들 있는 지역인데 거기서 npc들 죽이고 파밍하는 거임.

-쟤넨 좀 빡셀 거 같은데;;;

-ㅇㅇ 쟤넨 그냥 보내주고 자원 파밍 가는 애들 노리죠?

총을 든 적들은 위험하니 자원을 파밍하는 적을 노리는 게 낫다.

일리는 있는 말이다.

다만 그들이 간과한 점이 있다.

바로, 지호의 목적이다.

“제가 지금 자원 파밍하는 조 털어서 뭐하겠어요. 조금 위험하더라도 쟤네를 털어야 데미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요?”

-하긴…….

-맞긴 해.

-근데 그건 털었을 때 이야기잖아요 ㅋㅋㅋㅋ

지호의 목적은 자원을 털어서 성장하려는 게 아니다.

어떻게든 적들을 괴롭히는 것이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지금 보이는 저들을 터는 게 맞다.

게다가 때마침, 결정에 쐐기를 박는 미션까지 들어왔다.

[‘2300시간 로악귀’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활로 쟤네를 잡는다고? ㅋㅋㅋ 이건 진짜 불가능함. 쟤네 다 잡고 템 빨아먹으면 5만원. 쫄리면 뒤지시던가.]

-ㅋㅋㅋㅋㅋㅋㅋㅋ

-얘 근성 있네 ㅋㅋㅋㅋㅋㅋ

-지갑님이 또~~~~

“오, 로악귀 님이 또 미션을…. 미리 감사합니다, 저 친구들 따라갈게요.”

안 그래도 갈 생각이었는데 미션까지 주다니.

바로 미션을 수락한 지호는 적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 *

한참을 이동한 그들이 들어간 곳은 지하로 내려가는 맨홀이었다.

“내려갔네요.”

-ㅇㅇ 지하도인가 봄.

-초반에 지하도 파밍은 개꿀이긴 하지 ㅋㅋㅋㅋ

-오, 지하도면 가능할지도…?

-활 vs 총 ㅋㅋㅋㅋ 이게 가능하다고???? ㅋㅋㅋㅋㅋ 한 번 실수하면 바로 죽는 건데?

-친구야 “미다스잖아.”를 기억해.

-미멘…….

지호는 조심스럽게 맨홀로 다가간 후, 사다리를 타고 내려갔다.

그러자 나타난 건.

더 아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와 그걸 둘러싼 나선형 계단이었다.

철컹- 철컹!

방금 전에 내려온 이들이 타고 내려가는 중인지, 엘리베이터에서는 요란한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건 못 타겠네요.”

저렇게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면 누군가 내려온다고 광고하는 격일 터.

지호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발소리마저 죽이며 조용히 계단을 돌아 내려가기를 한참.

대략 절반 정도 내려왔을 즈음.

아래쪽에서 총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탕! 타아앙!

“싸우기 시작했네요.”

-역시 ㅋㅋㅋㅋㅋ

-지하도 파밍 맞다니까

-여기는 npc 많아서 뒤치기 잘만하면 진짜 킹능성 있다 ㅋㅋㅋㅋ

-얼른 내려가죠!!!

‘이 정도면 발소리도 안 들리겠네.’

지하도 전체가 총소리로 시끄러운데, 발소리가 들릴 리 없다.

그는 빠르게 아래로 내려갔고.

이내, 가장 아래층의 열린 문틈으로 치열한 전투를 엿볼 수 있었다.

타다당! 탕! 타다다당!

지호가 쫓아온 외국인은 4명에.

그들과 맞서 싸우는 NPC는 대략 10명 정도였다.

두 배가 넘는 수적 우위.

하나, 전황은 점점 NPC들에게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각종 엄폐물을 활용하는 외국인들과 달리, NPC들은 상대가 보일 때만 총을 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딱 뒤통수치기 좋네.

-미다스님 ㄱㄱㄱ

-가즈아!!!!!!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NPC들이 패배하겠지.

그야 당연하다.

괜히 초반 개꿀 파밍지라 불리겠는가.

그만큼 난이도가 쉽다는 말일 터.

하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지호가 활을 겨누기 시작했으니까.

기리릭-

화살이 활줄에 걸리며 새된 소리가 울렸다.

다행히 NPC와의 전투에 몰두하고 있던 적들은 듣지 못했고.

이내 활이 끝까지 당겨졌다.

동시에, 지호도 타겟을 정했다.

적들 중 가장 정면에서 NPC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남자였다.

“후.”

지호는 잠깐 숨을 멈추며 상대를 겨누고, 줄을 놓았다.

콰직!

이어서 그의 귓가에 수박이 깨지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 헤드 ㅋㅋㅋㅋㅋ

-그거야 뭐. 미다슨데 당연하지.

-그저 미멘…….

로스트 월드는 적을 맞췄을 때, 소리가 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머리를 맞췄을 때 나는 소리는 시원하기로 유명한데.

방금 들은 게 바로 그 소리였다.

갑작스럽게 헤드를 맞은 상황.

순식간에 체력이 줄어든 적은 달려가던 자세 그대로 고꾸라졌다.

탕! 타다당!

그리고 NPC들이 쓰러진 그를 향해 총을 난사했다.

-캬! 한 명 컷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각 오지게 잘 봤네 ㅋㅋㅋㅋ

‘이 이상은 욕심이지.’

한 명은 처치했으나.

아직도 남은 적은 3명이다.

저들이 바보가 아니라면 화살을 날린 지호부터 노릴 터.

그는 곧바로 등을 돌리고 계단을 반쯤 올라갔다.

탕! 타다다다! 타당!

여전히 총소리는 시끄러웠다.

그 와중에, 총성을 뚫고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저벅, 저벅.

바로, 누군가의 발소리였다.

“후….”

지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다시 활을 장전했다.

그러고는 계단 틈 사이.

지하도로 나가는 문이 보이는 위치를 겨누었다.

‘하나… 둘… 셋!’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속으로 타이밍을 재던 지호가 정확히 셋을 센 그 순간.

계단 틈새로 보이는 좁은 시야로 누군가의 머리가 보였고.

지호는 곧바로 손을 놓았다.

피잉!

이어서 그는 그대로 계단을 뛰어 내려가며 다시 활을 당겼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2초.

철컥!

화살에 맞은 적이 반사적으로 총구를 돌린 시간과 동일하다.

다만 둘은 마음가짐이 달랐다.

당황해서 본능적으로 움직인 상대.

반면에, 지호는 이미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쐐애액!

그는 그대로 화살을 날렸다.

결과는 어김없이 적중!

상대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기절 상태가 된 것이다.

이 상태에서 도움을 받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콰직!

-캬!!!!!!!!

-순식간에 두 명 컷! ㅋㅋㅋㅋ

-미친;; 아무리 지하도라도 뒤치기가 이렇게 쉬울 리가 없는데;;;;

-미.다.스.잖.아

-그저 미멘…….

그야말로 정석이라고 불려도 좋을 정도로 깔끔한 플레이.

모든 시청자들이 감탄했다.

그리고 또다시 지호의 입이 열렸다.

“남은 두 명도 빠르게 정리할게요.”

-이제 좀 빡세지 않음?

-ㅇㅇ 대비하고 있을 텐데 ㅋㅋ

-아직도 불신하느냐…….

-아니 ㅋㅋㅋㅋ 상식적으로 ㅋㅋㅋㅋㅋ 이젠 진짜 힘들지 ㅋㅋㅋ

-상식 같은 소리 하네 ㅋㅋㅋㅋ 얘한테 상식이 통할 거 같아?

벌써 4명 중 2명이 당한 후.

채팅창의 우려처럼 문밖에서 들려오던 총소리가 사라졌다.

그 말인즉, 전투가 멈췄다는 말.

이유는 둘 중 하나다.

모든 NPC들이 죽었거나.

아니면, 적들이 지호부터 정리하기 위해 NPC들의 시야에서 완벽히 엄폐했거나.

“제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네요.”

지호의 감은 후자를 골랐다.

왜냐.

총소리뿐만 아니라,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함부로 움직일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거겠지. 당연히 이유는 NPC들일 거고.’

판단이 끝난 순간.

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지원이 올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함이었다.

타앗!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자.

적이 죽으면서 떨어진 총이 보였다.

철컥.

로스트 월드에서 처음 얻게 된 총.

배틀 에어리어에서 사용하던 것처럼 깔끔한 느낌은 아니었다.

다소 조잡한 느낌이라 해야 하나?

뭐, 그래도 그게 어딘가.

‘활보다는 낫겠지.’

새 무기를 얻은 지호는 지금까지와 달리, 발소리를 크게 내며 걸었다.

그리고 문 앞에 도착한 순간.

한쪽 손에 들고 있던 활을 밖으로 던졌다.

타다다다!

탕! 탕! 타앙…!

그와 동시에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ㅋㅋㅋㅋ 여기서 낚시를

-개웃기네 ㅋㅋㅋㅋㅋ

-쟤네도 저기서 활이 튀어나올 줄은 몰랐겠지 ㅋㅋㅋㅋ

‘왼쪽에 한 명, 오른쪽에 한 명. 아까 그 위치에서 크게 안 벗어났나 보네.’

순식간에 적의 이목을 끌고.

그와 동시에 대강의 위치까지 파악한 상황.

지호는 곧바로 문틈에 반쯤 몸을 가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타다당!

순식간에 쏘아진 다섯 발의 총알이 허공을 가르며 적에게 꽂혔다.

콰직!

모두 깔끔한 헤드샷이었다.

화살이었어도 쓰러졌을 텐데, 이건 총이다.

적은 곧바로 기절 상태에 빠졌다.

철컥!

그 순간, 지호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어진 총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지막 적의 위치에서는 문틈에 몸을 가린 지호를 쏠 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친 ㅋㅋㅋㅋㅋ

-와……. 진짜 경이롭네…….

-이게 나랑 같은 사람? 이게 나랑 같은 사람? 이게 나랑 같은 사람? 이게 나랑 같은 사람?

-ㄴㄴㄴㄴ 정신 차려 친구야. 미다스는 신임.

-미멘…….

-설마 저 각을 노린 거임??

-그럼 운이겠냐 ㅋㅋㅋㅋ

-;;;;;;;;;

어찌 된 일인지 뒤늦게 확인한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2:1을 어떻게 극복하나 싶었는데.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돌파한 것이다.

-이젠 끝이네 ㅋㅋㅋㅋㅋ

-봐 ㅋㅋㅋ 미다스는 해낸다니까.

-미쳤다…….

-진짜 어이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은 이미 끝난 것 같은 반응이었다.

1:1로 지호를 이길 수 있었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기울지도 않았을 테니까.

한데, 그때.

생각을 뒤집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컹! 철컹!

바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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