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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46화 (46/110)

046화. 로스트 월드 -합방(1)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미하미하!!

-뭐야 ㅋㅋ 방종한 거 아녔음???

-ㅇㅇ 로스트 월드 시작하면 한참 못 끄니까 준비만 조금 하고 다시 온다고 했었음 ㅋㅋㅋㅋ

-ㅇㅎ

“네네, 다들 반갑습니다. 방금 왕눈이 님이 링크 보내주셔서 들어가 보려고요. 오늘 같이할 팀원 분들 슬슬 모일 거라고 하셔서.”

이제 준비하자는 왕눈이의 연락에.

간단히 밥만 먹고 다시 방송을 켠 지호.

링크를 누르자, 합방 전에 왕눈이와 대화를 나눴던 응접실이 눈에 들어왔다.

차분한 분위기의 벽지와 바닥.

중앙의 테이블, 마지막으로 푹신해 보이는 의자까지.

지호의 기억 속 그대로였다.

그때와 다른 점은 사람이 많다는 것.

“왕눈이 형. 나머지 셋은 언제 온데요?”

“음…. 지금 셋이 같이 방송 중인데 거의 마무리 중이라, 서버 초기화 시간 맞춰서 온다더라.”

“걔네는 맨날 지각해!”

-오, 벌써 와있었네 ㅋㅋㅋ

-뭐야? 미아랑 쿠누누였어??

-저 둘이 원래 왕눈이네 로스트 월드 고정 멤버라 ㅋㅋㅋㅋㅋ

그를 초대한 왕눈이를 시작으로.

왕눈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남녀.

그리고 지호에 이어 대화방에 들어온 한 여자 스트리머까지.

지호를 포함, 총 다섯 명이 같은 공간에 모여 있었다.

[대화방에 참여했습니다.]

-미다스

-디티

“오! 다들 오셨네요! 일단 뉴페이스 두 분 소개부터 할까요? 요즘 핫한 미다스 님이랑, 로스트 월드 고인물이신 디티 님입니다!”

두 명이 새로 대화방에 참여했다는 메시지.

그와 동시에 왕눈이가 반가운 표정으로 일어나며 소개를 시작했고, 이어서 나머지 둘도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미아에요! 두 분 반가워요!”

-캬…….

-역시 미아님은 목소리가 사기야.

-ㅇㅈ ㅋㅋㅋㅋㅋ

통통 튀는 발랄한 목소리에 귀염상의 여성, 미아.

“간만에 새로운 분들이랑 로스트 월드 하겠네요. 저는 쿠누누입니다. 두 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짜 쿠누누는 볼 때마다 닉이랑 매치가 안 됨 ㅋㅋㅋㅋㅋ

-ㄹㅇ ㅋㅋ 닉은 귀여운데…….

그리고 다부진 체격에 인상이 진한 남성, 쿠누누.

이 둘은 지호도 들어본 적 있다.

왕눈이 사단이라 불리며, 그와 잦은 합방을 하는 이들이었으니까.

“안녕하세요, 저는 디티에요. 왕눈이 님이 고인물이라고 하셨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로스트 월드를 좋아하는 정도에요….”

-와, 디티네.

-유명함?

-ㄴㄴ 미아나 쿠누누처럼 유명하진 않지. 근데 로스트 월드 방송 보는 사람들은 다 알듯. 빌더 장인이거든.

-빌더면 집 짓는 거?

-ㅇㅇㅇ 팀 있어서 다른 방송에는 잘 안 나오던데 대박이네 ㅋㅋㅋ

“에이, 디티 님. 너무 겸손하시네! 로스트 월드를 1만 시간 넘게 하신 분이 고인물이 아니면, 누가 고인물입니까!”

“아니에요, 왕눈이 님….”

거기에 소심한 성격인지 멋쩍은 목소리로 말끝을 흐리는 차분한 외모의 여성, 디티까지.

모두의 인사가 끝났고.

마지막으로 지호도 여느 때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짧은 인사 시간.

그리고 이어진 건, 대화의 폭풍이었다.

“안 그래도 저번에 미다스 님 퓨처 워 배치방송 보고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생배에서 다이아 나오는 건 처음 봤는데 진짜 대단하시더라고요.”

“저도 다이아까지는 예상 못 했는데,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에이, 솔직히 그 정도 캐리하셨으면 다이아 받으실 만하죠. 아니, 받아야죠.”

“어? 누누 너도 봤어? 나도 봤는데! 그 사파리 쪽 저격하는 사람 참교육하는 거!”

“아, 그분. 욕 엄청 먹으시던데.”

“그러게 왜 저격을 해! 나도 예전에 그 사람 골드일 때 한 번 당했었어!”

“하하…….”

지호는 내심 감탄했다.

시청자들이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는 이유는 많다.

예를 들면, 지호의 게임 실력.

말수가 적고 뛰어난 말솜씨가 없음에도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이유가 바로 게임을 잘해서일 테니까.

하지만 모두가 그처럼 게임을 잘할 수는 없는 노릇.

여타 스트리머들은 뛰어난 게임 실력이 아닌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고 방송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평범한 게임 실력을 가진 스트리머가 수천이 넘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방송을 보게 만드는 힘.

짧게는 서너 시간에서 길게는 열 시간도 넘어가는 방송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원동력.

이게 바로 입담.

즉, 사운드를 채우는 능력이다.

‘대충 알고는 있었는데…….’

왕눈이와의 합방 때도 느낀 사실이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사람은 3명 늘어났을 뿐인데, 사운드는 수십 배 이상이었으니까.

-미다스 얼 타는 거 왜케 웃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1로 싸우면서도 얼은 안타던 사람인데 ㅠㅠ

-와, 근데 진짜 사운드가 비질 않네…….

-ㄹㅇ;; 미다스 혼자 3시간 방송 할 때보다 사람 목소리 많이 들은 것 같은데.

-이게 합방이지 ㅋㅋㅋㅋㅋㅋ

“그러게요. 괜히 스트리머들이 아니네…….”

-님도 스트리먼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다스는 게임만 할 줄 안다고 ㅋㅋㅋㅋㅋㅋㅋ

그나마 뉴페이스가 또 있어서 다행이었다.

혼자였다면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졌을지도.

“디티 님! 저 그거 봤어요!”

“네…? 어떤…….”

“디티 님이 오튜브에 빌드 영상 올려두신 거! 저 빌더 지망생이거든요!”

“그럼 뭐해. 누나는 마무리 허술해서 매번 왕눈이 형이 한 번 더 손대는데…….”

“시끄러! 나도 할 수 있거든! 왕눈이 오빠가 성격이 급해서 그러는 거지! 무튼 나 오늘 디티 님이 집 지으시는 거 옆에서 보고 배울 거야!”

“네네. 파밍노예 쿠누누는 광질이나 할랍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길 잠시.

슬쩍 시간을 확인한 왕눈이가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짝짝!

“자자, 다들 인사는 어느 정도 나눈 거 같으니, 간단하게 설명부터 할게요.”

“넹!”

“전 준비 됐어요, 형.”

두어 번 박수를 치며 이목을 집중시킨 왕눈이.

그의 시선이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디티에게로 향했다.

“미리 얘기된 내용인데, 이번 서버에서 오더는 디티 님이 내리실 겁니다. 우리가 로스트 월드를 좋아하긴 하는데, 잘하는 편은 아니니까 고인물 분 오더 듣고 배우는 시간 가져보자고.”

“꺄! 좋다 좋아!”

“디티 님, 저는 집요정이라 생각하시고 명령만 내려주세요.”

“네…. 열심히 해볼게요…….”

동시에 쏟아지는 모두의 시선.

디티는 주먹을 작게 쥐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서 왕눈이가 지호를 바라보았다.

“미다스 님은 오늘 로스트 월드 처음 하시는 거니까,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저한테 물어보세요!”

“형… 근데 미다스 님이 나보다 잘할 거 같아.”

“인정! 내 생각에도 미다스 님이 누누보다 잘할 거 같음!”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당장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지호는 로스트 월드에 대해 몰랐으니까.

다만, 그들이 모르는 사실은.

지호는 이미 몇 시간 동안 게임을 하다 왔고, 그동안 로스트 월드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이미 고였는데…….

-저 사람들 미다스 아까 게임 하던 거 보면 기겁하겠네 ㅋㅋㅋㅋ

-오늘 처음 하는데 고이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하겠냐고 ㅋㅋㅋㅋㅋ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나서서 기대감을 부풀릴 필요는 없을 터.

지호는 무난하게 대답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8시 59분.

이제 곧 서버가 열릴 시간이었다.

-1분 남음!!!!

-큰 거 온다 ㅋㅋㅋㅋ

-ㄷㄱㄷㄱㄷㄱㄷㄱㄷㄱ

-근데 이거 게임 목적이 뭐임?

-살아남는 거지 ㅋㅋㅋㅋ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자연스럽게 채팅창에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리고 가만히 채팅들을 보다가.

문득 궁금증이 든 지호는, 왕눈이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왕눈이 님, 혹시 이번 게임에 목표 같은 것도 있을까요?”

“음…….”

목표라.

왕눈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보통 로스트 월드에서 그들의 주목표는 생존이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다른 이들의 집을 터는 레이드 정도?

한데, 기껏 게임을 잘하는 뉴페이스들까지 부른 합방인데 그 정도로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뭐가 좋을까…….’

그 순간.

지금까지 몇 번 도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목표가 떠올랐다.

“아! 이번에 디티 님도 계시고, 미다스 님도 계시니까 그거 도전해볼까요?”

“그거?”

“그거가 뭔데?! 알려줘!”

감이 잡히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쿠누누와 미아.

그들의 반응에 왕눈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설산의 왕.”

* * *

[Now Loading…….]

초기화 시간인 9시가 되자마자 접속한 서버.

잠시의 기다림이 지나고.

이어서 지호의 눈에 들어온 건, 황량한 평야였다.

“진짜 지형이 다양하네요.”

-이 정도는 약관데?

-ㅇㅇ 아직 5%도 못 본 건데.

-물속이랑 바다 위에 파밍지도 있음 ㅋㅋㅋ

흥미로운 눈길로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잠시.

이내 그의 귓가에 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들… 로딩 끝나셨나요…?”

“넹! 어디로 모이면 될까여!”

맵 전역에서 랜덤으로 시작하는 게임 특성상.

로스트 월드는 팀원들이 빠르게 한데 모이는 것부터가 관건이었다.

모두 모여야 자리를 잡고 파밍을 시작할 테니까.

“음….”

오더를 맡은 디티는 지도를 살피는지 잠시 침음을 흘리더니.

곧바로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K7…. 정도에서 모인 다음에, 근처에 집 지을 만한 자리 볼게요…….”

“확인했습니당!” 나 H3인데! 금방 도착하겠당!”

“오, 난 J6인데. 마침 근처네. 미아 누나 모여서 같이 가자.”

“응! 좋아!”

각자 위치를 보고하는 팀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호도 지도를 열고 위치를 확인했다.

‘K7라……. 좀 머네.’

로스트 월드의 지도는 바둑판처럼 구역이 나뉜 형태였다.

각각의 구역을 표기하는 방법은 알파벳과 숫자였는데.

이 중 가로로 K라인의 세로 7번째 칸.

즉, K7 지점은 설산 지역이었다.

설산의 왕을 목표로 하자던 왕눈이의 말에 해당 지역을 거점으로 삼으려는 모양이다.

아쉽게도 지호의 위치는 D19.

집결지와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가 알기로.

보통 이런 경우에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자살 명령어를 입력한 후 다른 구역에서 리스폰 하거나.

아니면, 열심히 뛰어가거나.

이 중 지호는 후자를 택했다.

“저도 바로 가겠습니다. 전 D19라 좀 걸릴 거 같네요.”

“다들…. 혹시 모르니까 오시면서 침낭작 계속 하셔요…….”

그러자 디티의 조언이 들려왔다.

침낭작의 중요성은 지호도 몸소 경험한바.

그는 바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침낭을 만드는 데 필요한 건, 천.

한데, 다른 것도 눈에 들어왔다.

“나무 상자네요.”

-저것도 파밍 가능함

-맞음 ㅋㅋㅋ 그리고 길 가다 보면 드럼통도 있는데, 그것도 까면 자원이나 템 나와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좋은 건 거의 안 나와….

-ㅇㅈ ㅋㅋㅋㅋ 쓸 만한 템들은 확률 한자리 수라 ㅋㅋㅋㅋ

뭐가 나오든 없는 것보다는 나을 터.

지호는 바로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들어있었다.

“어? 방사선 보호복?”

-캬 운도 좋아 ㅋㅋㅋㅋㅋㅋ

-저거 좋음?

-ㅇㅇ 전신 방어구인데, 초반에 야무지고 중후반에도 템 없으면 급하게 입을 때 쓰일 정도임.

-오 ㅋㅋㅋㅋ 개이득이네

-확률 2펀가 그럴 텐데 저게 나오네;;;;

-맨몸으로 활만 들고 4:1 찢었는데, 저거까지 있으면 그냥 초반 깡패겠네…….

시작부터 나온 쓸 만한 장비.

그것도 극악한 확률을 뚫은 결과물이었다.

낙관할 만도 하거늘.

지호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초반부터 이거 입고 돌아다니면 위험할 테니, 간단하게 무기는 만들고 출발해야겠네요.”

-ㅇㅇ 괜찮을 듯?

-맞네 ㅋㅋ 스타팅 하자마자 방복 입고 혼자 뛰어다닌다? 이건 그냥 나 잡아먹어 주세요지 ㅋㅋㅋㅋ

그가 혼자 플레이할 때, 처음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습격을 받지 않았던 이유.

바로, 빈약한 아이템이다.

당시에는 활 한 자루만 들고 뛰어다녔으니까.

게다가 어차피 활이나 화살 정도 만드는 자원은 모으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

지호는 곧바로 파밍을 시작했고.

머지않아 손에 조잡한 활을 만들 수 있었다.

이로써 준비는 끝.

“이제 출발해볼게요.”

그는 남은 자원으로 침낭을 제작하며 집결지인 K7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활을 만들기로 했던 선택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이! 멈춰 봐! 거기!”

지도상으로 세 칸을 이동하기도 전에 들려온 소리.

지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활과 나무창으로 무장한 무리, 네 명이 있었다.

“내놔라.”

“벗고 가면 살려준다. 방호복.”

지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비릿하게 웃으며 손을 까딱이는 이들.

수적 우위 때문일까?

그들의 표정에는 조금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필 골라도 미다스냐 ㅋㅋㅋ

-방복 어그로 확실하쥬? ㅋㅋㅋㅋㅋㅋㅋㅋ

-쟤네 말하는 거 봐 ㅋㅋㅋㅋ 템 내놓으라는데? ㅋㅋㅋㅋㅋㅋ

-원래 누구나 그럴 듯한 계획은 있어…….

그리고 적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는 달리, 채팅창은 웃음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다가올 미래를 보기라도 한 듯.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지호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역시, 활 만들길 잘했네요.”

마찬가지로 지호 또한.

다가오는 적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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