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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49화 (49/110)

049화. 로스트 월드 -합방(4)

기리릭-

활줄이 팽팽하게 당겨졌고.

“어어, 미다스 님. 그거 못 맞추면 진짜 대참산데….”

이어서 봉봉봉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석적인 공략법이 아닌 데다가.

리스크도 큰 행동이니 말리고 싶은 모양이다.

-봉봉봉 당황했나본데 ㅋㅋㅋㅋ

-못 맞추면 대참사긴 해 ㅋㅋㅋ

-근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다스가 못 맞추겠냐고 ㅋㅋㅋㅋ

-쟤는 모르잖아 ㅋㅋㅋㅋㅋㅋ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처럼, 봉봉봉의 반응은 이미 예상했던바.

지호는 차분히 그를 안심시켰다.

“괜찮습니다, 맞출게요.”

“진짜 위험한데…….”

단순히 괜찮다는 말 한마디로 걱정이 사라질 리가.

돌아오는 봉봉봉의 대답은 여전히 걱정스럽다는 말이었으나.

괜찮다.

어차피 결과로 증명하면 되니까.

또다시 말을 꺼내는 대신, 지호는 3층 창문을 바라보았다.

‘얘넨 방어구가 더 좋아 보이는데? 두 발로 되려나.’

지하도에서 본 녀석들과 달리.

제대로 된 장비를 입은 채, 레이저 포인트가 달린 총으로 사방을 경계하는 적 NPC가 보인다.

“여기도 활로 두 대면 죽일 수 있을까요?”

-노노, 정확히 헤드만 박아도 3발은 맞춰야 할걸요 ㅋㅋㅋㅋ

-글고 AI 수준도 지하도랑은 차원이 달라서 좀 빡셀 듯?

-삑 나는 순간 튀어야지 ㅋㅋㅋ

만약 실수라도 한다면 저 포인터가 바로 이쪽을 향하게 될 터.

바로 도망치면 죽지야 않겠지만.

빠르게 설산 관측소를 정리하려는 계획은 틀어질 수밖에 없다.

‘뭐, 못 맞췄을 때의 이야기지만.’

아직 반대편을 향하고 있는 NPC의 총구와 시선.

그 방향이 움직이기 전에.

지호는 한쪽 눈을 감으며 화살 끝에 정신을 집중했다.

로스트 월드에서 활은 고인물의 상징이라 불린다.

아무런 보정도, 조준기도 없이 순전히 감 하나로만 표적을 맞춰야 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제약은 지호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핵 논란이 생길 정도로 뛰어난 그의 피지컬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확한 조준을 가능케 만들었기에.

흡.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자.

멀찌감치 보이던 표적, NPC의 머리가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로써 조준은 끝.

지호는 무심하게 활줄을 놓았다.

피잉!

그의 손끝에서 출발한 화살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고.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지호는 또다시 활을 당겼다.

촥! 차악!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정확히 같은 궤도를 그리며 날아간 3발의 화살이 꽂힌 곳은, 3층에서 경계를 서던 NPC의 미간이었다.

-캬……. 진짜 활 쏘는 거 미친놈처럼 깔끔하네.

-진심 ㅋㅋㅋ 무슨 군더더기 하나 없누 ㅋ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 무슨 화살 끝에 자석 달려있냐곸ㅋㅋㅋㅋㅋ

-이 맛에 미다스 방송 보지 ㅋㅋ

평소에 그의 방송을 즐겨보던 시청자들은 당연하다는 듯, 익숙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의 반응은 달랐다.

-봉봉아 입에 파리 들어가겠다;;;

-와 진짜 미다스는 다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임??? 저게 어떻게 오늘 처음한 사람????

“엥? 아니, 저게 뭐야…….”

봉봉봉은 눈을 깜빡이며 다시 3층 창가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던 NPC. 녀석의 미간에 3발의 화살이 정확히 꽂혀 있었다.

‘미친, 미아가 했던 말이 진짜였네…….’

활이 고인물의 상징이라지만, 단순히 빠르게 쏘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마구잡이로 난사하면 그만이니.

다만, 이 경우에 정확도는 장담하기 힘들다.

제대로 된 조준도 없이 난사하는 화살이 적에게 닿을 리 없으니.

한데, 미다스는?

연사 속도와 정확도 모두,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직접 보고 있음에도 믿기 힘들 정도로.

-넋이 나갔는데? ㅋㅋㅋㅋㅋㅋ

-얘 아무것도 안하고 멍 때릴 거면 왜 따라옴? 진짜 모름.

-봉봉아 정신 차려 ㅋㅋㅋㅋ

-걍 미다스가 다 하네 ㅋㅋㅋㅋ

어찌나 놀랐는지, 채팅창에도 반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3층만 바라보고 있던 그때.

미다스의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봉봉봉 님, 이제 가시죠.”

“네? 2층은……?”

설마 하는 마음에 봉봉봉은 2층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리자 눈에 들어온 건.

3층과 마찬가지로, 미간에 화살 3발이 박힌 채 창문에 걸려 있는 NPC의 시체였다.

* * *

“미다스 님, 다음은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봉봉봉? 저 사람 아까랑 스탠스가 너무 다른데 ㅋㅋㅋㅋㅋ

-그러게 ㅋㅋㅋㅋㅋㅋ

-근데 이해는 됨…….

-ㅇㅈ

정문에서의 활약 이후.

지호를 대하는 봉봉봉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는 뉴비에게 설산 관측소라는 파밍지를 강의해주려는 듯한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뭐랄까.

마치 웃어른을 대하듯 깍듯한 느낌이었다.

“미다스 님. 파밍이나 기믹은 제가 맡아서 해결할 테니, 걱정 마십셔!”

NPC들을 잡고 남은 시체 파밍을 시작으로.

곳곳에 숨겨진 상자나 드럼통 파밍, 심지어 1레벨 열쇠를 비롯한 각종 장치를 작동하는 것까지.

전부 그가 도맡아서 해결했고.

그가 지호에게 맡긴 일은 단 하나, 적을 처치하는 것뿐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미다스 님, 아이템 좀만 정리하고 가도 될까요?”

“당연히 괜찮죠.”

한참 설산 관측소를 공략하던 참.

봉봉봉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이템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아이템창이 반 정도 차기도 했고.

총기 부품이나 총알 등, 몇몇 아이템은 미다스에게 넘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것들은 중요한 템들이니까. 저보다는 미다스 님이 들고 다니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위기 상황이 오면 저보다-. 헉! 미다스 님, 등 뒤에!”

그런데 아이템을 다 건네기도 전에.

봉봉봉은 황급히 소리치며 몸을 일으켜야만 했다.

딸깍!

저 멀리 코너에서 나타난 NPC가 그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있었으니까.

이미 수류탄은 던져진 상황.

어차피 피하기에는 늦었다.

그렇다면 둘 다 죽거나, 한 명이 희생하거나.

“미다스 님 도망치세요! 제가 몸으로 막을게요!”

봉봉봉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은 죽어도 상관없다.

미다스만 살리면 다시 돌아와서 아이템을 수거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는데….

몇 걸음을 채 가기도 전에.

그는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설산 관측소의 정문에서 그랬듯 입을 떡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피잉!

‘피잉? 도망치라니까… 어?!’

미다스가 있는 방향에서 도망치는 소리가 아니라 활을 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팅-

이쪽으로 날아오던 수류탄을 정확히 튕겨냈으니까.

게다가 튕겨진 수류탄은 허공을 날더니, 그대로 다시 NPC에게 돌아가기까지 했다.

퍼어엉!

-????????????

-저거 뭐임???

-화살로 수류탄을 튕겨낸다고?

-미다스 주특기임 ㅋㅋㅋㅋ 배틀 에어리어 이벤트 매치에서도 저거로 우승했거든 ㅋㅋㅋㅋ

-아니;;; 어이가 없네 ㅋㅋㅋㅋㅋ

순식간에 올라가는 채팅처럼, 봉봉봉도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미다스의 슈퍼 플레이에는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아직도 그 위가 남아있던 것이다.

봉봉봉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미다스를 바라보았고, 이번에도 그의 대답은 차분했다.

“아, 이거 저번에 다른 게임에서 해봤던 건데. 되네요.”

-되네요래 ㅋㅋㅋㅋ 뭐 이리 담담한데 ㅋㅋㅋㅋㅋㅋ

-미다스한텐 당연한 거거든…….

-저거 쟤만 되는 거 맞지???

-일단 우리는 못함 ㅠㅠㅠ 봉봉이도 못할 걸 ㅠㅠㅠ

이쯤 되니 봉봉봉도 깨닫게 됐다.

미다스에게 상식을 바라는 건 사치라는 것을.

“일단 아이템부터 챙기시고, 마저 가볼까요?”

그는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다시금 설산 관측소 공략을 시작했다.

로스트 월드에 빠삭한 만큼.

지리나 장치 따위는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봉봉봉.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피지컬로, 무장한 NPC를 학살하는 지호.

둘의 조합은 생각보다 뛰어난 시너지를 일으켰다.

“미다스 님, 이 앞에서 위로 점프한 다음에 사다리 잡고 올라오시면 됩니다!”

길을 잃고 헤매기 쉬운 구간에서도.

“이쪽은 NPC가 여러 마리 나오니까 조심하세요!”

총을 들고 와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주춤하는 구간에서도.

촥-콰직!

“죽였습니다.”

“네! 다음은 위쪽입니다!”

그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저벅-저벅.

그렇게 한참을 이어지던 지호와 봉봉봉의 공략이 멈춘 건, 설산 관측소의 모든 구역이 정리된 후였다.

“끝났습니다!”

“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요. 미다스 님이 다 하셨는데! 이제 템 정리하고 복귀하면 되겠네요.”

이 지역의 평균 파밍 시간은 10분.

그리고 활 한 자루만 들고 온 그들이 모든 구역을 공략하는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6분이었다.

* * *

-와, 집이다 ㅋㅋㅋㅋㅋ

-근데 뭔가 아까 그 러시아애들 집이랑은 다르게 생겼는데??

-원래 빌더마다 집 짓는 방식이 달라서 ㅋㅋ 디티가 빌더쪽으로 고인물이라 아마 이 집이 더 나을 듯?

설산 관측소 공략이 끝난 뒤.

지호와 봉봉봉은 아이템창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아이템을 들고 집결지였던 K9으로 돌아왔다.

“봉봉봉 님. 저기 집 보입니다.”

“오! 안 그래도 허기짐 수치 바닥이었는데! 얼른 가서 템도 비우고, 먹을 거도 먹어야겠네요.”

목적지에 도착하자.

새로 지어진 작은 돌집이 보였고.

집 바깥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집을 확장하고 있는 디티도 볼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파밍 나갔나 보네.

-근데 저 사람은 집에서 뭐함?

-로알못임? 지금 보는 것처럼 집도 짓고 광물도 굽고 템 정리도 하고,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ㄹㅇ? 개빡세네 ㅋㅋㅋㅋ

“디티 님! 저희 왔습니다!”

“아…. 봉봉봉 님, 미다스 님…. 고생하셨습니다…….”

성공적인 복귀가 기뻤던 건지.

봉봉봉이 반갑게 그녀를 불렀다.

그리고는 디티가 고개 숙이며 인사하자, 흥겨운 목소리로 파밍의 결과를 알렸다.

“이번 파밍 대박이었습니다! 총이랑 회복 키트 같은 핵심 아이템들 다 득했어요! 확인해보십셔!”

“오… 진짜요…? 이쪽 상자에 넣어주세요…. 제가 확인하고 분류해둘게요…….”

“넵!”

총까지?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지금 이 시점에 총을 얻었다는 건 엄청난 이득이었다.

텐션이 살짝 높아지는 걸 느끼며.

디티는 지호와 봉봉봉이 아이템을 넣은 상자를 열었다.

-오 ㅋㅋㅋㅋㅋㅋ

-진짜 야무지게 파밍해오긴 했네.

-ㄹㅇ

-저걸 어케 다 먹었누 ㅋㅋㅋㅋ

‘와….’

봉봉봉의 말처럼 대박이었다.

각종 자원과, 초반에 입을만한 저티어 방어구들을 시작으로.

회복 키트, 2레벨 열쇠, 총알. 그리고 반소라고 불리는 총인 반자동소총까지.

종류도 다양한 데다가, 모두 유용하게 쓰이는 아이템들이었다.

“이 정도면…. 지금은 서버에서 저희가 제일 부자겠네요…….”

남들은 이제야 슬슬 파밍지로 진출할까 고려할 시점.

한데, 이쪽은 벌써 파밍지를 한 번 털어먹었고 총까지 얻었다.

이 총으로 제작도면을 만든 뒤, 양산하기 시작하면 차이는 점점 벌어질 터.

디티는 팀 전체에 오더를 내렸다.

“관측소 파밍조가 반소… 구해오셨어요…. 이제 총 만들고, 공격적으로 성장할게요…. 참고해주세요…….”

“꺄! 조아요!”

“맡겨만 주세요.”

의기양양한 팀원들의 대답.

디티는 드물게 미소를 지으며, 미다스에게 말했다.

“30분 후가 젠타임이니까…. 그때 다시 관측소 파밍해 주시면 될 거 같아요…. 어느 정도 성장하기 전까진… 저희가 독식할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일단은 설산 관측소만…. 무장 조금 더 생기면, 2티어 파밍지인 과학기지까지 컨트롤 할 수 있겠지…….’

설산에 있는 모든 파밍지의 독식.

그녀가 생각하는, 설산의 왕이 되기 위한 지름길이었다.

* * *

한편, 같은 시각.

“찾았다고?”

앞서 지호에게 호되게 당했었던 러시아 팀의 팀장.

세르게이가 싸늘하게 말했다.

“응, 찾았어. 바로 서버 보낼게.”

그의 말에 대답한 건, 같은 대화방에 있던 팀원 중 하나였다.

이어서 세르게이의 눈앞에 서버명이 적힌 메시지가 나타났다.

“여기에 그 원숭이 놈이 있다는 거지?”

천천히 서버명을 체크한 그는 이를 악물었다.

원숭이 놈.

그와 팀원들에게 굴욕을 준, 동양인 스트리머를 일컫는 말이었다.

“어, 저 새끼 방송 본 다음에 서버 들어가서 지형까지 확인했어.”

보통 로스트 월드 방송을 진행하는 이들은, ‘스트리머 모드’라는 기능으로 맵과 같은 정보를 숨기지만.

사실, 방송을 하는 이상 정보를 캐내는 건 쉬운 일이다.

방송을 시작한 시간대에 초기화된 서버를 물색한 뒤, 각 서버를 돌아다니며 지형을 살피면 끝이니까.

“다들 서버 확인하고 준비하자.”

“오케.”

“원숭이 새끼, 가만 안 둔다.”

세르게이는 그렇게 찾아낸 서버를 팀원들에게 공유하며.

마지막으로 계획을 점검했다.

“핵 쓰는 놈은 불렀다고 했지?”

“당연히 불렀지. 지금 밖이라 바로는 못 오고, 몇 시간 정도 있다가 올 수 있다더라.”

그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어차피 핵이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니, 그동안 준비하고 있으면 되겠지.

“좋아. 그럼 우리는 기반 마련하고 있자.”

“설산으로 가게?”

한 팀원의 질문에 세르게이는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미쳤냐. 군사기지 근처로 가서 다연장 로켓탄 모아둬야지. 집에다가 한 번에 박아서 집부터 박살 낸 다음에 핵으로 조지는 거야, 오케이?”

“캬! 생각만 해도 속 시원하네.”

사이좋게 웃는 세르게이와 팀원들.

그들의 입가에는 음습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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