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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52화 (52/110)

052화. 로스트 월드 -레이드(1)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산.

한 여자가 광물을 캐기 위한 도구인 착암기를 들고, 그곳을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있었다.

쿠구구구!

“쿠구구! 쿠구구! 아, 이 소리 너무 좋지 않아여?!”

착암기의 요란한 소리를 흉내 내며 꺄르르 웃는 그녀는, 발랄한 목소리와 귀여운 외모가 특징인 미아였다.

-ㅇㅈ ㅋㅋㅋㅋㅋㅋ

-들을 때마다 시원시원하네 ㅋㅋ

-소리도 소린데 속도가 진짜 미쳤다 아님? 돌 하나 캐는데 3초인가 그럴 텐데.

-ㄷㄷㄷㄷㄷㄷ

“맞아여! 글고 보니 벌써 인벤 거의 다 찼네. 좀만 더 캐다가 집 가서 비우고 와야겠다!”

미아가 광물을 캐기 시작한 건.

왕눈이, 쿠누누랑 함께 간 파밍지에서 미다스 덕에 간신히 살아 돌아온 직후였다.

그게 대략 20분 전이니.

슬슬 정비가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게다가 아이템창도 거의 풀이다?

평소 그녀의 방송을 시청하던 이들이 묘한 기시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미아핑’님이 1,000원 후원!]

[근데 미아님 혼자 광질 다녀도 되나? 매번 이러다가 다 털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러게??

-맞네 ㅋㅋㅋㅋ

-이제 돌아가죠 ㅋㅋㅋㅋ 이러다가 죽으면 걍 나가리임 ㅋㅋㅋㅋㅋ

쿠구구구!

“미아핑 님 천 원 땡큐! 다른 사람들은 다 파밍지 도느라 바쁘기도 하구! 음….”

그들의 우려에.

한참 신나게 착암기를 내려찍던 미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로스트 월드의 설산.

돌이나 철, 유황 등.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 광물과, 알짜배기 파밍지에서 나오는 아이템들로 빠른 성장이 가능한 지역이다.

단점이라면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

‘고인물들의 리그’라 불릴 만큼 실력자들만 모이는 지역이니 어련하겠는가.

‘원래였으면 혼자 못 다녔겠지!’

설령 혼자 다닌다 한들, 지금처럼 여유롭게 다닐 순 없었을 거다.

그러다가 적이라도 만나면 열심히 캔 자원을 다 털릴 테니까.

하지만 이 서버는 조금 달랐는데.

“여긴 괜찮을 거 같은데?! 우리 집도 근처고! 이 주변에 아무도 안 살아여!”

일단 근처에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갓 시작한 사람들 정도?

그마저도 제대로 무장을 갖춘 미아를 보면 도망가기 바빴으니, 위기감을 못 느낄 수밖에.

-아하!!!

-하긴 ㅋㅋㅋ 얘네 시작부터 반소 들고 다녔었지 ㅋㅋㅋㅋ

-근처에 이런 대형 팀 있으면 공포긴 해…….

시청자들은 바로 납득했고, 미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파밍을 이어나갔다.

이런 채팅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어? 방금 무슨 소리임??

-????

-발소리 들렸는데???

“에이, 장난치지 마여! 설산에 진짜 아무도 없다니… 까……?”

갑작스러운 시청자들의 경고.

장난이라 생각한 미아는 웃으며 손사래 쳤으나, 설마? 하는 생각에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때.

어디선가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삭-!

동시에 미아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녀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분명 사람의 발소리였으니까.

“어? 누구야?”

혹시 하는 마음에 질문도 던져봤는데.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 어디에도 팀을 나타내는 표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말인즉, 팀원이 아니라는 소리.

미아는 다급히 자동소총을 들며 뒤로 돌았으나, 이미 늦었다.

탕, 타앙-!

적들의 총구는 이미 불을 뿜고 있었으니까.

순식간에 바닥난 체력.

미아의 몸이 바닥으로 기울었다.

-아이고…….

-그러게 집에 가라니까 ㅠㅠㅠ

-결국 또 이 엔딩이얔ㅋㅋㅋㅋㅋ

-황금 고블린 어디 안 가네…….

‘흐앙, 진작 집에 갈 걸! 대체 누구지?!’

아쉽지만, 이런 상황은 익숙한 편.

미아는 체념하며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죽은 거, 얼굴이나 확인하기 위함이었는데….

‘어? 아까 그!’

적들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쟤네 아까 걔네 아님???

-뭐냐;;;;

-좀 수상한 냄새가…….

사망을 의미하는 회색 화면 멀리 보이는 건.

푸른 눈의 외국인들.

앞서, 팀원들과 간 파밍지에서 자신들을 공격했던 이들이었다.

* * *

“세르게이! 성공했어! 무기랑 방어구 한 세트씩에, 착암기. 그리고 광물도 거의 한 인벤 가득이네!”

“이게 얼마 만에 밴딧 성공이냐!”

“캬, 이 맛이거든!!”

팀 채팅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설산에서 혼자 파밍하는 스트리머를 노리고 떠났던 팀원들이었다.

간만에 들려오는 기분 좋은 승전보에 세르게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봐, 그 새끼만 없으면 다 우리 밥이라니까? 잘했어, 다들!”

한데, 동시에 자괴감도 들었다.

‘아니, 어쩌다가 우리가 고작 한 명 잡았다고 기뻐하게 된 거냐. 그것도 방플까지 하면서…….’

황당하고 어이없었다.

미다슨지 뭔지 하는 놈한테는 무기력하게 당했다지만, 그들도 나름 로스트 월드에 자신이 있던 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이내 자괴감보다 어두운 감정, 분노가 그를 집어삼켰다.

‘그래. 그 새끼가 먼저 핵 쓰고 우리 괴롭혔으니까, 이 정도는 해야지. 당하고 참을 순 없잖아?’

먼저 시비를 건 것도.

이후에 갖은 욕설을 시작으로 인종차별에 패드립까지 퍼부은 것도 그들이었지만.

그런 사소한 이슈는 세르게이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사람은 원래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하기 마련이니까.

재빠르게 합리화를 끝마친 세르게이는 이어서 오더를 내렸다.

“너네 4명은 방금 했던 것처럼, 계속 저 새끼들 카운터 치면서 템 빨아와.”

“오케이.”

“명심해. 아무리 완벽한 타이밍이어도 미다스 새끼는 건드리면 안 된다. 절대.”

“알아, 나도 당해봤잖아.”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다시 꺼낸 말을 팀원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치고는.

역으로 질문을 던져왔다.

“거긴 잘 풀리고 있어?”

“우리?”

세르게이는 씩 웃으며 눈앞의 전장을 바라보았다.

콰아아아앙! 콰앙!

연신 불을 뿜고 있는 탱크의 포신.

그리고 군복을 입은 NPC들이 보인다.

로스트 월드에서 가장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다연장로켓의 포탄을 얻을 수 있는 파밍지.

군사기지의 풍경이었다.

타다당! 타당!

“왼쪽! NPC 온다!”

“탱크는 직진밖에 안 하니까 뒤로 돌아!”

그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팀원들은 적대 NPC들을 죽이고 이어서 탱크까지 터뜨리고 있었다.

잠시 대화를 하느라 참전하지 않았음에도 안정적인 모습.

세르게이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다연장 로켓탄은 넘치도록 모으고 있으니까 걱정 마. 이제 저 새끼들 유인해서 집에 박기만 하면 된다.”

“크…….”

“그러니까 너넨 그 새끼들만 피 말리게 조져. 그래야 유인하기 쉬워지니까.”

“라져.”

머리끝까지 악에 받친 러시아 팀.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 *

몇 시간이 지난 후, 설산의 큰 집.

지호를 비롯한 모든 팀원들이 그곳에 모였다.

로스트 월드 2일 차.

한참 파밍이나 레이드를 다녀야 할 시점에 그들이 모인 이유는, 이상한 일이 반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무거운 분위기와 어두운 표정.

왕눈이가 먼저 입을 열며 적막을 깼다.

“이번에 온 카운터도 걔네였어?”

“응응! 또 그 새끼들이었어!”

“형님, 걔네 백퍼 저격이라니까요? 그게 아니고서야 이렇게 정확히 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이어서 김자돌과 망군이 바로 대답했고.

그들의 말에 동의하는지 쿠누누와 미아도 옆에서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카운터.

레이드나, 파밍지를 돌고 있을 때 빈틈을 노리고 기습하는 걸 말한다.

이 또한 밴딧만큼이나 로스트 월드에선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니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다.

중요한 점은, 계속 카운터를 오는 이들이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

-근데 ㅋㅋㅋ 거짓말처럼 미다스한테는 한 번도 안 오네 ㅋㅋㅋㅋㅋ

-지들도 뒤지긴 싫은 거지 ㅋㅋ

-방플 저격도 피해 가는 남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팀원들이 전부 모인 파밍지나, 미다스가 있는 파밍지 등.

애매하다 싶은 장소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보고 있기라도 한 듯.

반면, 다른 팀원들은 최소 한 번씩은 녀석들에게 당했다.

“진짜 이 새끼들 잡히기만 해봐.”

“자돌 누나, 저랑 같이 조져요. 전 걔네 집 찾으면 거기서 24시간 대기 타면서 괴롭힐 겁니다.”

지금 울분을 토하고 있는 김자돌이나 망군의 경우에는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일 정도였다.

“흠…….”

분통을 터뜨리는 팀원들의 모습에 왕눈이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처음에는 우연인가보다 했는데.

이렇게까지 반복되니 확신이 들 수밖에 없다.

“방플 저격 맞겠죠?”

왕눈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그게 아니고서야……. 타이밍이나 동선이…. 보고 하는 거 아니면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곧바로 대답한 건, 디티.

왕눈이나 시청자들이 확신했을 정도인데 그녀가 짐작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쵸? 이건 무조건이라니까.”

“진짜 재수 없어! 그렇게 게임 하면 재밌나?!”

쿠누누는 물론이고.

어지간하면 인상을 찌푸리지 않던 미아까지 뾰로통한 표정으로 투덜거릴 정도로 살벌한 분위기.

이어진 디티의 말은 거기에 불을 붙였다.

“일단… 그 사람들 집 위치는 찾아뒀어요…….”

“오?”

“진짜요? 어떻게?”

“어…….”

순식간에 자신에게 쏠린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디티는 순간 움찔했고.

그녀를 대신해 봉봉봉이 나서며 팀원들의 의문에 답했다.

“디티 님이 부탁하셔서 내가 찾아냈지!”

그의 말은 이러했다.

몇 번 비슷한 카운터를 당한 이후.

혼자 분노를 삭이던 그에게 디티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지금 계속 카운터 오는 사람들 방플이 의심되니까 잠깐 방송 끄고 걔네 뒤 좀 밟아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

“아! 그래서 아까 잠깐 세팅한다고 잠깐 껐던 거구나?”

“글치!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귀를 쫑긋 세우며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팀원들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봉봉봉은 신난 목소리로 설명을 계속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 이후로 카운터 온 적들을 뒤쫓아서 집을 발견하고, 정확한 좌표와 집 스샷까지 디티에게 보냈다는 것.

-캬…….

-역시 고인물은 달라 ㅋㅋㅋ

-ㄹㅇ ㅋㅋㅋ 조질라고 벌써 집 위치까지 수배해뒀네.

-집 스샷까지 보내 달라한 거 보면, 아마 레이드 견적까지 이미 짰을 듯? ㅋㅋㅋㅋㅋㅋ

확실히 고인물 소리가 어울리는 판단과 행동력에 모두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 때.

“헉! 근데 그러면 이것도 보고 있는 거 아니야?”

미아가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는데 디티는 바로 반박했다.

“괜찮아요…. 어차피 자동 번역은 게임 내에서만 작동해서…. 방플로는 들어도 이해 못 할 거예요…….”

“아하! 그럼 우리 이제 어떻게 해요?!”

예상했던 질문이다.

디티는 준비했던 말을 꺼냈다.

“일단, 봉봉봉 님이 보내주신 사진으로 견적 대충 냈는데…. 지금까지 모아둔 휴대용 로켓이랑 폭탄이면 충분히 밀어버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오?”

“네네!”

여기까지만 들어도 이어질 말은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봐도 밀자는 소리였으니까.

-와 ㅋㅋㅋㅋㅋ

-큰 거 오나????

-저격 새끼들 참교육 가즈아!!!!

그렇게 모두의 기대감 속에서, 디티의 입이 열렸다.

“이제 방플해도 소용없게…. 레이드로 집 다 밀어버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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