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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53화 (53/110)

053화. 로스트 월드 -레이드(2)

다른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와 달리.

로스트 월드에서의 레이드는.

휴대용 로켓과 각종 폭탄 등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집을 무너뜨리는 걸 의미한다.

-그럼 당하면 끝이겠네??

-ㅇㅇ 아이템이랑 자원도 다 털리고 집까지 박살나거든 ㅋㅋㅋㅋ

-와 미친;;; 나였으면 걍 게임 껐다…….

-대신 빡세지.

-? 걍 밀면 되는 거 아닌가??

-그냥 당해주겠냐고 ㅋㅋㅋㅋㅋ

집을 박살 내는데 얌전히 지켜볼 팀은 없을 터.

당연히 전쟁은 각오해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규모가 있는 팀이 상대라면 더더욱.

그래서 보통 레이드를 갈 때는 상대 팀원들이 최대한 적게 접속할 시간대를 노리곤 한다.

…라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었는데, 디티의 계획은 달랐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레이드는 바로 출발할 거예요…….”

“지금은 다들 접속 중일 텐데, 조금 기다렸다가 오프라인 레이드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다들 그런가 보다 하며 고개를 끄덕거릴 때.

의문을 제기한 건 왕눈이였다.

평소 오더를 맡아오던 그였기에 자연스레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게? 이건 오프라인이 맞지 않나 ㅋㅋㅋ

-음…, 난 꽝 하고 싸우는 게 더 재밌을 거 같은데?

-글킨 한데, 온라인 레이드는 너무 빡세서…. 인원수 2배 이상 차이나는 거 아니면 다 실패하더라…….

-아하…….

로스트 월드의 레이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온라인 레이드와 오프라인 레이드.

이 중 전자는 상대가 접속 중일 때 레이드를 가는 것이고, 후자는 아무도 없는 빈집을 노리는 것이다.

왕눈이의 의문은 오프라인 레이드.

즉, 적들이 최대한 적게 접속할 타이밍을 노리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이었다.

그래야 가능성이 높아질 테니까.

“오프라인 레이드, 좋긴 한데….”

일리 있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디티의 대답은 변함없었다.

왜냐?

“어차피… 방플러들 상대로 오프라인은 힘들 거예요……. 그리고 지금 성장 차이도 있어서 온라인이어도 할 만하고…….”

“그렇긴 하죠….”

여기까지는 왕눈이도 그런가? 라는 듯 의문이 섞인 표정이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조금 아쉬운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그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미다스 님한테 에땁을 맡길 생각인데…. 미다스 님 에임이랑 반응속도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 그 사람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나올 거예요…….”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면 말이 다르지 ㅋㅋㅋㅋ

-미친;;; 고인물이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ㅋㅋㅋㅋㅋ

-미다스는 ㅇㅈ 그냥 사기임.

보통 에땁이라 부르는 저격소총.

L96 AWP는 로스트 월드에서 가장 높은 데미지를 자랑한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정확히 헤드샷을 맞추면 가장 높은 등급의 헬멧을 착용해도 한 방에 기절시킬 정도다.

한데, 활 한 자루로 전장을 장악하는 미다스가 에땁을 든다?

굳이 보지 않아도 결과는 뻔하다.

“오…? 그거면 진짜 할 만하겠네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디티 님!”

“미다스 님이 에땁을? 이건 진짜 못 막지.”

“꺄! 빨리 가자!”

팀원들은 신나서 환호했고.

그들은 보며 디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안 늦었어야 할 텐데…….’

팀원들이 지레 걱정할까 봐 말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갑작스러운 온라인 레이드를 결정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저 팀 베이스 위치가 군사기지 근처였지…….’

봉봉봉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서버의 군사기지 근처에는 자원도 별로 없고, 이렇다 할 파밍지도 없었다.

한데도 저기에 자리 잡을 이유는?

그녀의 경험상 하나밖에 없었다.

레이드 무기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다연장로켓.

즉, MLRS의 탄이 목적일 터.

‘그 사람들 무장상태 보면 아직 몇 발 못 모았을 테니까… 더 모으기 전에 쳐야 해…….’

적들의 준비가 끝나기 전에 뿌리를 뽑아버린다.

이게 디티의 숨겨진 계획이었다.

* * *

해가 저물기 시작한 이른 저녁.

신속하게 레이드 준비를 끝마친 지호와 팀원들이 상대의 거점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이동수단은 헬기.

그것도 앞서 지호가 타고 갔던 경량 헬기가 아닌, 수송용으로 쓰이는 대형 헬기였다.

-이건 언제 구한거야 ㅋㅋㅋㅋ

-아까 디티가 사오던데 그때부터 준비하고 있었나봄 ㅋㅋ

-캬, 역시 고인물……. 준비성 오지네,

-매주 로스트 월드 할 때마다 레이드 수십 번씩은 갈 텐데 익숙하겠지 ㅋㅋㅋㅋㅋㅋ

투두두두!

거친 소리를 내며 하늘을 가로지르는 헬기가 흥미로울 법도 했는데.

시청자들과 달리 지호는 헬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단 헬기가 도착하고 나면 레이드 타워를 짓는 것부터 시작하게 될 겁니다.”

“레이드 타워가 뭐냐면요!”

그보다 팀원들의 레이드 핵심 강의가 더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타워가 완성되고 나면, 미다스 님이 꼭대기에서 적들을 다 조져주시면 됩니다!”

“그동안 우리는 쟤네 집 부수고! 맞지?!”

“암암, 그렇지!”

그리고 팀원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핵심은.

바로, 레이드 타워에 관해서였다.

일반적으로 레이드의 승패를 가로지르는 포인트는 얼마나 빨리 외벽과 건물 벽을 무너뜨리냐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사실.

특히, 가장 큰 장애물은 교묘한 각에서 날아오는 옥상에서의 저격이다.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 주차타워를 연상케 하는 좁고 높은 건물, 레이드 타워다.

저격전을 지배하기 위해.

목표인 집의 옥상보다 더 높게 타워를 올리는 것.

-타워 안에 침대 설치해서 리스폰 지점으로도 씀 ㅋㅋㅋ

-침낭이랑 다른 건가??

-ㅇㅇ 당연. 침대는 침낭 따위랑 달리 쿨타임이 10초거든 ㅋㅋㅋㅋ

-글고 타워 안에 예비용 템도 쟁여둬야 함. 나중에 죽었을 때 기존템 회수 못할 가능성이 높거든.

-아, 그래서 아까 방어구랑 총 여러 세트 챙긴 거구나…….

한 마디로, 공성에는 필수인 건축물이라는 소리였다.

문제는, 어찌 됐건 건물이니.

사람이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근데! 레이드 타워 어떻게 지어요?! 쟤네 보고 있을 텐데!”

한참 지호에게 설명하던 미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상대는 방플러.

당연히 지금도 그들의 방송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레이드 타워를 순순히 짓게 해줄까?!’

순간 의문이 들었고.

대답은 운전석에서 헬기를 조종하던 디티에게서 돌아왔다.

“그래서, 밤에 움직이는 거예요…. 도착한 다음에 1분… 딱 1분만 막아주세요…. 그러면 레이드 타워 지을 수 있어요…….”

-캬…….

-고인물의 자신감 ㅋㅋㅋㅋㅋ

-와, 레이드 타워를 1분 안에 만들면 얼마나 빠르다는 거야 ㅋㅋㅋ

평소 그들 팀에서 레이드 타워 건축을 담당하는 왕눈이를 기준으로.

타워를 완성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3~4분 이상이다.

그것도 아무 방해가 없을 때 기준인데….

디티는 1분이면 만들다니!

평소 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허세일 리는 없으니 벌써 든든한 느낌이었다.

“어?! 저기 아니에여?”

“네…, 착륙할 테니, 다들 준비하세요…….”

투두두두-!

이처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헬기의 고도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캬 ㅋㅋㅋ 레이드 시작이네?

-레이드 타워 얼마나 빨리 지을지 기대된다 ㅋㅋㅋㅋ

-난 에땁 든 미다스가 ㄹㅇ 궁금.

-그건 안 봐도 비디오임. 걍 신 그 자체일 듯 ㅋㅋㅋㅋㅋㅋㅋ

-미멘…….

짙은 어둠이 내린 밤.

레이드의 타겟인 커다란 집에서 나오는 빛 정도만이 주변을 조금씩 밝혀줄 뿐이었다.

“레이드 타워 지을게요…. 제가 층수 올리면, 미아 님이 침대 깔아주시고…. 왕눈이 님이 입구에 터렛 설치해주세요…. 나머지 분들은 적 오는 거 막아주세요…….”

근처만 간신히 볼 수 있는 암흑 속에서, 건설 망치를 꺼내든 디티가 능숙하게 오더를 내렸고.

이어진 건 놀라운 광경이었다.

지잉-, 지잉!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이 깔리고, 벽이 세워졌다.

한층, 그리고 또 한층.

타워가 위로 올라가는 광경은, 펜으로 종이에 줄을 긋듯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와…….

-미친 ㅋㅋ  저게 뭐야 ㅋㅋㅋㅋ

-원래 저렇게 빨리 지어지는 거임???????

-ㄴㄴ 저 사람이 썩은물인거;;;

-괜히 빌더 원탑이라는 게 아니네 ㅋㅋㅋㅋㅋㅋ

물론 디티가 경고했던 것처럼, 상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타앙! 타아앙! 탕!

적의 거점이 있는 방향에서부터 총알이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제가 막을게요.”

“같이 가요, 미다스 님!”

“저도 갑니다!”

-아무것도 안 보이네;;;;

-쟤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 ㄱㅊ

-그래도 이쪽이 유리하긴 함 ㅋㅋㅋ 쟤넨 타워 짓는 거 막으려고 총 계속 쏘고 있잖아 ㅋㅋㅋㅋ

그 말대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적들을 정확히 볼 수는 없지만.

타앙! 탕!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들려오는 소리만으로도 충분했다.

흡.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은 지호가 재빨리 총을 들었다.

그리고 물 흐르듯 이어진 격발!

파박! 파바바박!

이어서 들려온 소리는 결과가 명중이라는 걸 알려왔다.

-?????

-아니, 뭐가 보이긴 함??? 어케 쏜 거야 ㅋㅋㅋㅋㅋㅋㅋ

-이래야 미다스긴 햌ㅋㅋㅋㅋ

-그래도 헤드는 아니네… 마지막 인간미 뭐 그런 건가 ㅋㅋㅋ

이렇다 할 빛도 없는 어둠 속에서 정확히 꽂힌 총격.

비록 헤드는 아니었지만.

적들을 당황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그들은 잠시 총격을 멈췄고.

레이드 타워는 그사이 끝까지 올라갔다.

“완성했어요… 다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움직여주세요…….”

이어서 팀원들도 각각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대 설치 끝! 다들 권한까지 넘겼으니까, 여기서 부활할 수 있어!”

미아는 집 안에 침대를 설치했고.

“디티 님, 입구에 터렛 설치 끝냈습니다.”

왕눈이는 레이드 타워 입구에 적의 침입을 막는 터렛을 설치했다.

“무장이랑 소모품들도 상자별로 정리 끝났어요!”

마지막으로 템 정리까지 끝나자.

그들은 모두 각자 맡은 위치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포잡이들…. 쏴주세요……!”

디티의 신호를 시작으로 레이드의 포문이 열렸다.

콰아앙! 콰아아아!

휴대용 로켓 발사기라 불리는 ‘바주카’를 든 두 명의 포잡이.

왕눈이와 봉봉봉의 포 끝이 연신 불을 뿜었다.

투다다다당! 타다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저리 가! 나쁜 놈들아!!”

그리고 나머지 팀원들은 밖으로 나오는 적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방플 저격에 당하며 고생했다지만, 지호와 팀원들은 이미 저들과 발전 단계 자체가 차원이 다른 상황.

전황은 급속도로 기울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친 사람은, 단연코 지호였다.

철컥!

레이드 타워의 꼭대기 층.

저격수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후, 지호는 그저 차분히 숨을 가다듬더니.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아앙!

일반적인 총들과 달리 무지막지한 소리를 내며 발사되는 총.

이어서 그의 시야에 보이는 건 쓰러지는 적이었다.

“옥상 원뎃.”

그 후로도 지호의 저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타앙! 탕!

“마당 투뎃!”

그의 손가락이 무심하게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한 명씩 쓰러져갔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

시청자들도, 팀원들도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역시 미다스 님!”

“우리 먹을 것도 남겨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럴 줄 알았어 ㅋㅋㅋㅋㅋ

-아무것도 못하네 ㅋㅋㅋㅋ

-그냥 미다스는 저격총을 금지시켜야 밸런스가 맞음 ㅋㅋㅋㅋㅋ

-그런다고 밸런스가 맞겠냐;;;

물론 적들 중에도 저격소총을 든 사람은 있었으나.

지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철컥!

옥상에 올라온 상대가 지호를 겨누기도 전에.

타아아앙!

그는 이미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으니까.

앞서 디티가 말했듯.

전장 자체를 지배하는 모습.

적들은 감히 집 밖으로 발을 내밀지도 못했다.

그 사이.

포잡이들은 계속해서 휴대용 로켓을 쏘아댔고.

쿠구궁-!

순식간에 적들의 집을 둘러싼 돌 외벽이 무너졌다.

이제 남은 건, 집뿐.

-토대까지 다 박살내즈아!!!

-일단 벽부터 부수고 안에 가서 다 조져버리자 ㅋㅋㅋㅋㅋ

-방플러 참교육 개꿀잼이네 ㅋㅋ

이대로라면 순식간에 레이드가 끝나겠지.

…라고 모두가 생각한 그 순간.

이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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