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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54화 (54/110)

054화. 로스트 월드 -VS 핵(1)

쿵! 쿠우우웅!

끊임없이 집을 향해 날아드는 휴대용 로켓과.

일사불란하게 거리를 좁히는 적들.

세르게이는 피식 웃었다.

“허, 무슨 벌써 여기까지…. 성격도 급한 놈들이네.”

상황은 좋지 않았다.

그들의 거점을 빙 두르며 보호해주던 돌 외벽은 진작 박살 났고, 집 자체도 여기저기 뚫린 상태였으니까.

“나 또 죽었다!”

“그냥 나가자마자 죽는데?”

“어어, 야 문 열지 마! 쟤네 입구대기하고 있어!”

게다가, 그의 팀원들은 집 밖으로 나가는 족족 죽어 나가고 있었다.

언뜻 봐도 극명한 차이.

하지만 세르게이와 팀원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차이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더 묘한 쾌감을 느꼈다.

“신나서 밀고 들어오는 거 봐라.”

“흐흐. 저거 템 다 빨아먹으면 쟤네 타격 좀 크겠는데?”

“하, 벌써 신나네.”

왜냐?

이 모든 상황이 한방에 역전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들은 오히려 바랐다.

적들이 승리를 확신하기를.

또, 더 깊숙이 들어오기를.

그리고 이제 때가 됐다.

“준비됐어?”

세르게이는 핵을 사용한다는 지원군을 바라보았고.

동시에 팀원들도 그를 응시했다.

기대감으로 가득한 눈빛.

처음에는 핵쟁이까지 부르냐고 꺼림칙해하던 그들이었는데, 이제 그런 낌새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하긴.’

지금까지 당한 게 있는데 핵이 대수겠는가.

되갚아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텐데.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기대해. 뭐에 당하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죽여줄 테니까.”

그리고 이어진 핵쟁이의 대답은 세르게이를 포함한 모두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죽여준다.

듣기만 해도 든든한 말이었다.

하지만, 1% 아쉬웠기에.

세르게이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지금 쟤네 다 이긴 줄 알고 코앞까지 밀고 들어왔거든? 그거 템 다 빨고 바로 역공 간다.”

“어디까지?”

“일단 레이드 타워부터 조지고, 바로 쟤네 집까지 밀어줘야지. 그러려고 MLRS 모아뒀잖아?”

“캬…….”

계획은 완벽하다.

아마 결과도 마찬가지겠지.

“그럼, 가보자고.”

세르게이는 힘차게 주먹을 쥐었고.

철컥! 철그럭!

그의 말에 모두가 각각 총을 챙겼다.

본격적인 반격의 시작이었다.

* * *

시간이 흘러, 밤이 찾아왔다.

해가 사라졌으니 어두워지는 건 자연의 섭리일 터.

하지만 이곳, 한참 레이드가 진행 중인 전쟁터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쾅! 콰아아아앙!

투두두두!

쉴 새 없이 터지는 휴대용 로켓과 총알이 빛을 밝혀주고 있었으니까.

빡세다던 온라인 레이드.

심지어 양 팀의 인원도 비슷하다.

당연히 치열할 거라 예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걍 양학이네 ㅋㅋㅋㅋ

-이 정도로 뚜까 패니까 슬슬 불쌍하네 ㅠㅠㅠ

-할 짓 없어서 저격이나 하는 놈들인데 뭐가 불쌍하누 ㅋㅋㅋ

-아 맞네?

-너넨 다음 시즌 해라 ㅋㅋㅋ

이미 포기했는지 적들이 집 밖으로 얼굴도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항이 없으니 구도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심심해지는 건.

레이드 타워 꼭대기에서 저격소총을 겨누고 있던 지호였다.

-다른 방송은 다 사운드 터지는데 이 집만 잠잠하네…….

-그러게 ㅋㅋㅋ 집 밖으로 나오질 않는데? ㅋㅋㅋㅋㅋㅋㅋ

-포기한 듯 ㅇㅇ;;;;

-이러다가 미다스 졸겠다 ㅋㅋㅋ

“하하, 그러게요.”

지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뭐라도 보여야 쏘던가 할 텐데.

아무리 기다려도 적이 나오질 않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저격소총으로 벽을 관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쩌겠는가.

“일단 구경이나 해야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팀에 업혀가는 미다스? 이거 귀하거든요…….

-근데 초반에 그 정도로 조져뒀으면 이제 쉬어도 되긴 해 ㅋㅋㅋ

[‘하암’님이 1,000원 후원!]

[미다스님도 슬슬 밖에 나가서 합류하는 게 낫지 않음?]

“뭐, 그렇긴 한데…….”

지호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적들이 잠잠해지자마자 묻기도 했고.

한데, 팀의 오더를 맡은 디티의 의견은 달랐다.

“지금 구도가 압도적이라 굳이 합류하는 것보단, 여기서 억제기 역할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저 때문에 못 나오는 거 같다고.”

-아하~.

-하긴…, 미다스가 쟤네 나올 때마다 죽여주는 게 크긴 했지…….

뭐, 혹여 밀리게 되면 그때 전략을 바꿔보자는 말도 있었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쿠구궁-!

이미 한쪽 벽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데 밀릴 리가 있겠는가.

저항할 거면 진작 했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펑!

무너진 벽 안쪽에서 연막탄이 터졌고, 이어서 쿠누누의 비명이 들려왔다.

“헉! 뭐야! 연막 안에 누구 있어요! 다들 조심!”

“어?”

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참 위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었기에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벽이 무너지는 순간.

연막 사이로 빛이 번쩍였고, 직후 곧바로 쿠누누의 몸이 무너졌다는 걸.

문제는.

‘뭐가 보이나?’

그가 레이드 타워 최상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유는.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바로 저격소총을 겨누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욱한 연막만이 시야를 가릴 뿐.

-뭐지?? 어떻게 쏜 거임???

-그러게, 연막이라 쟤네도 안 보일 텐데…….

-걍 어케든 되겠지 하고 대충 쏜 건가? ㅋㅋㅋㅋㅋ

-ㄴㄴ 나 쿠누누 방송 보는데 정확히 헤드에만 꽂힘;;;;

-흠 ㅋㅋㅋ 뭔가 쎄하네 ㅋㅋㅋ

“뭐, 뭐야! 뭔데! 쟤네 포기한 거 아니었어?”

“미친, 어떻게 해!”

“누가 나 못 살려줘?!”

지호도 의아해할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어련하겠는가.

적진 앞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일단… 연막은 금방 걷히니까 그때까지만 사려볼게요…. 쿠누누 님은 조심스럽게 이쪽으로……. 꺅!”

그나마 돌발 상황에 익숙한 고인물, 디티가 평정을 유지하며 팀원들을 다독이려 했으나.

곧바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내 연막을 뚫고 날아온 몇 발의 총알이 그녀의 머리에 꽂혔으니까.

타아앙!

이번에는 지호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연막이 뚫린 방향.

즉, 적이 있음직한 곳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하지만 피격음은 돌아오지 않았고.

파삿-!

그를 비웃듯, 연막 사이에서 또다시 총알이 날아들더니 봉봉봉의 머리에 정확히 꽂혔다.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헤드샷!

지호를 비롯한 모든 팀원들의 방송 채팅창에 갈고리가 걸리기 시작했다.

-미친;;;; 또 헤드야???????

-이건 진짜 뭐임? 이상한데???

-뻔하지 뭐 ㅋㅋ 핵 아니면 말이 안 됨 ㅋㅋㅋㅋ

-에휴, 로스트 월드답다;;;;

-인디겜 수준ㅡㅡ

이건 미친 피지컬로 유명한 미다스라 해도 불가능한 영역이다.

뭐가 보여야 맞추지 않겠는가.

한데, 자욱한 연막 속에서 쏜 모든 총알이 적중한다?

그것도 전부 헤드에?

당연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철컥-!

“자자, 아직 확실한 거 아니니까 다들 진정하시고. 저는 일단 팀원들 최대한 백업해볼게요.”

지호도 비슷한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는 말을 보태는 대신, 시청자들을 진정시키며 저격소총을 다시 겨누기 시작했다.

그들의 짐작이 맞다 한들.

당장에 전투 자체를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맞네, 일단 템 회수부터 지켜줘야 할 듯…….

-ㅇㅇ 저거 다 털리면 타격 지이이이인짜 크다;;;;;

-방플러들 아예 뿌리 뽑으려고 무리해서 온 거라 진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수도 있음 ㅋㅋㅋㅋ

“위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아직 밖으로 나온 적은 없습니다! 근데 계속 연막탄 깔고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지호는 빠르게 브리핑하며 전체적인 상황을 쭉 훑어보았다.

디티와 쿠누누, 그리고 봉봉봉 등 초반에 죽은 팀원들은 리스폰과 동시에 적진으로 달려가다가.

또다시 바닥에 누워버렸고.

나머지는 몸을 숨긴 채 지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이 깔린 연막을 바라봤을 때.

지호의 동공이 확장됐다.

순간.

연막이 자그맣게 뚫리며 그곳에서 총알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타이밍과 각!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지호가 봤다는 것.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꺾었다.

촤악!

동시에 세 발의 총알이 그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피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체력이 바닥났을 샷이었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케 피했누 ㅋㅋㅋㅋㅋㅋ

-이제 하다하다 총알까지 피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나이스 플레이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적진에서 확성기로 울리는 듯 큰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이번에는 운 좋게 피했나본데, 다음에도 피할 수 있을까? 연막 못 뚫는 거 보니까 싸구려 핵 쓰나 보네? 니들 이 서버 뜰 때까지 한 대도 안 맞고 조져줄게, 허접아.”

명백한 도발이었고.

이는 방금까지 신나게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미친새끼가 돌았나 ㅋㅋㅋㅋㅋ

-욕은 어허야 어허. 근데 빡치긴 하네 ㅋㅋㅋㅋㅋ

-저 새끼 말하는 거 보면 미다스도 핵 쓴다고 생각하나본데 ㅋㅋㅋ

-어딜 비교하누 ㅋㅋㅋㅋㅋ

-핵쟁이 새끼가 허접 소리;;;;;

채팅창이 순식간에 올라갔다.

개중 대부분은 적을 비꼬는 말이었고, 종종 욕설까지 섞여 있을 정도로 격한 분위기였다.

그만큼 화가 났다는 말일 터.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지호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재밌네요.”

물론, 평소와는 다른 의미의 미소였다.

-헉…….

-그;;;; 누가 봐도 재밌는 표정이 아닌데요 ㅋㅋㅋㅋㅋㅋ

-ㄷㄷㄷㄷ 미다스 개빡쳤다

-미다스 화난 거 처음 보는 듯?

-원래 게임하는 사람들 욕은 참아도 허접 소리는 못 참잖아 ㅋㅋㅋ

평소 어지간한 일에는 무덤덤한 지호가 유일하게 불타오르는 것은 단 하나.

바로, 게임에 관련된 것이었다.

‘한 대도 안 맞는다고?’

백번 양보해서 진짜 피지컬이 좋은 사람이 저런 말을 했어도 지호는 불타올랐을 것이다.

한데, 본연의 실력도 아닌.

핵이나 사용하는 주제에 저런 오만한 도발을 한다?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조금 빡세게 해볼게요.”

-진짜 큰 거 오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상대는 핵쟁인데? 이거 못 이기지 않을까 ㅋㅋ

-ㄴㄴ 혹시 모름. 미다스잖아.

-얼마나 미친 플레이를 보여줄까 ㅋㅋㅋ 벌써 두근거림 ㅋㅋㅋㅋㅋ

* * *

반면, 아직 이런 상황을 모르는 팀원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핵 맞겠죠?”

또다시 레이드 타워에서 부활한 쿠누누의 의문.

거기에 대답한 건, 디티였다.

“네…. 100%…. 방금 전에 대놓고 인정하기까지 했으니까… 일단 바로 신고 넣어볼게요…….”

고인물인 디티는 이런 상황을 수도 없이 많이 겪어봤다.

그래서 대응 방법도 바로 나왔다.

“일단… 이번 레이드는 포기하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상대에 핵 있으면 사실상 불가능해서…….”

“넵…….”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녀의 말에 다들 침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긴 레이드라 생각해서 적진 깊숙이 침투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핵쟁이에 휴대용 로켓 발사대를 포함, 수많은 아이템들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전력으로 싸워도 힘들 판에 이대로는 당연히 불가능할 터.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건, 얌전히 퇴각하는 것뿐이다.

그마저도 저들이 얌전히 지켜보고 있을 리 없으니 많은 피해를 각오해야 할 테고.

-핵만 아니었어도 그냥 이기는 건데…….

-원래 이런 게임이잖아 ㅋㅋㅋ

-에휴, 어드민이 빨리 처리해주는 거 말곤 답이 없겠는데ㅠㅠㅠ

팀원들도, 시청자들도.

모두 디티의 말에 납득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덜컹, 덜컹!

“자동소총 한 자루만 주세요, 제가 가볼게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레이드 타워 위층에서 뛰어 내려오는 남자.

지호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계단 소리도 소리지만, 그보다는 지호의 말이 인상 깊었던 까닭이다.

“미다스 님이요……?”

디티 또한 그를 바라보았다.

잠깐의 고민.

고민은 짧았다.

어차피 핵이 나온 이상 이미 실패한 레이드, 밑져야 본전이다.

게다가.

저 사람이라면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내 피지컬로는 불가능하지만… 이론상 에임핵을 카운터 치는 방법도 있긴 하니까…….’

척!

그녀는 자동소총을 건네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에땁 저한테 주세요…. 제가 위에서 백업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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