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7화. 로스트 월드 이후
[게임을 종료합니다.]
합방이 끝난 뒤, 로스트 월드를 종료하자 드넓은 대기 공간이 지호를 반겼다.
이제 혼자 남은 상황.
시끌벅적하던 방금 전과 달리 고요했지만, 적적할 새는 없었다.
-오늘 방송 진짜 레전드 ㅋㅋㅋ
-그래서 이제 뭐함???
-방종해야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헉, 안되는데!!!!!!
이 순간에도 1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방송에 함께하고 있었고.
또, 채팅도 계속 올라왔기 때문이다.
‘방송… 좋네.’
지호는 워낙 게임을 좋아하는 성격이니 혼자 게임하는 것도 나름 즐거웠을 것이다.
한데, 이건 또 다른 맛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플레이에 같이 몰입해주고, 실시간으로 반응해주는 것.
이는 방송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영역의 즐거움이었으니까.
‘뭐, 그래도 방종은 해야겠지.’
어느새 시간은 자정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가 스트리밍을 시작한 시간이 오후 2시 즈음이니, 벌써 방송 시간만 10시간이 넘어간다는 말이다.
굳이 더 하려면 할 수야 있겠다만.
여기서 또 다른 게임까지 시작해버리면 3~4시간은 훌쩍 지나갈 터.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베스트다.
“슬슬 방종을 하긴 해야겠죠? 그 전에 일단…….”
-어째서…….
-10시간이면 방종할 시간이긴 해 ㅋㅋㅋㅋㅋㅋㅋ
-가기 전에 미션!!!
지호는 은근슬쩍 마무리 멘트를 치려다가 잠시 멈췄다.
아직 해야 할 게 남았기 때문이다.
바로, 원활한 게임 진행을 위해 잠시 뒤로 미뤄두었던 미션을 정산하는 것이다.
“네, 그렇죠. 갈 때 가더라도 미션은 완료해야죠.”
그의 시선이 미션창으로 향했다.
기존의 미션에 다른 시청자들도 추가로 상금을 걸 수 있는 특성상, 처음보다 미션금은 커져 있었다.
[미션]
[퇴근비 (방종 할 때 가져가세요) -200,000원]
[레이드 성공! -375,000원]
[적 집 박살내기 -70,000원]
[휴대용 로켓으로 킬 -30,000원]
[핵쟁이한테 극찬(쌍욕) 듣기 -125,000원]
……
…
-미션 이렇게 많이 걸린 거 처음 봄 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
-오늘 방송은 그럴 만 했어 ㅋㅋ 나도 어지간하면 미션 안 거는데 빡쳐서 같이 걸고 있더라 ㅋㅋㅋㅋ
-ㅇㅈㅇㅈ 핵쟁이 쉑 아가리 털 때 진짜 ㅋㅋㅋㅋㅋ
-거기다가 지금 보는 사람도 만 명 넘어서 ㅋㅋㅋㅋㅋㅋ
-이게 왜 성공이냐;;;;;
-그러게 미다스 믿었어야지 ㅋㅋ
시청자들은 스트리머의 방송을 보며 즐기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특히 로스트 월드는 플레이 타임도 긴데다가 빡센 게임이라 보는 사람도 더욱 몰입하게 된다.
그만큼 미션을 많이 걸게 되는 것.
“그럼, 미션 완료 눌러보겠습니다.”
지호는 곧바로 조건을 달성한 미션들의 달성 버튼을 눌렀다.
그와 동시에 다른 미션들을 걸었던 시청자들도 완료를 눌렀다.
[미션 성공!! -레이드 성공!]
[‘아마개똥’님이 100,000원 후원!]
[미션 성공!! -핵쟁이한테 극찬(쌍욕) 듣기]
[‘서폿유저’님이 50,000원 후원!]
……
…
그러자 레이드 성공 미션을 시작으로.
미션창이 부족할 정도로 쌓였던 미션들이 차례로 정산되기 시작했다.
그 금액만 해도 무려 130만 원.
-미친 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다 얼마냐 ㅋㅋㅋㅋ
-아, 몰라 ㅋㅋㅋㅋ 미다스 다 가져가 ㅋㅋㅋㅋㅋ
-지금 도네 몇 분 밀렸는지 아는 사람???
-일단 내가 3분 전에 보낸 거 아직 안 옴 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미션이 끝도 아니었다.
[‘스피드레이서’님이 50,000원 후원!]
[미다스는 진짜 전설이다…….]
[‘ㅇㅇ’님 50,000원 후원!]
[핵? 피하면 그만이지 암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네이션.
즉, 후원도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심지어 미션 완료 알림과 후원이 워낙 많이 몰려서 딜레이가 생길 정도였다.
그만큼 오늘의 방송이 만족스러웠다는 의미일 터.
이유는 역시 지호의 피지컬이었다.
-아까 핵쟁이가 극찬하던 거 다시 생각해도 개웃기네 ㅋㅋㅋㅋㅋ
-게임 x같이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빡칠만하지 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 핵 썼는데도 털렸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이를 보여주듯 채팅창에는 연신 감탄만 올라왔다.
자신의 활약을 더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그 대신, 지호는 태연히 반응했다.
“처음에 너무 경계해서 그런가? 메커니즘 대충 파악하고 나니까, 오히려 상대하기 쉽더라고요.”
이제는 지호도 안다.
자신이 다른 스트리머들에 비해 뛰어난 부분이 뭔지.
또, 시청자들이 어떤 모습을 바라고 그의 방송을 보는지도.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고, 난관 따위는 피지컬로 박살 내는 시원시원한 플레이.
이게 많은 이들이 지호의 방송을 찾는 이유였다.
-님만 그런 거라고 ㅋㅋㅋㅋㅋ
-캬, 말은 진짜 쉽게 한다니까.
-핵쟁이가 이 말 들으면 진짜 억울해서 잠 못 잘듯 ㅋㅋㅋ
그래서일까?
자칫 재수 없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에도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다른 이들은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핵을 별거 아닌 듯 말하고.
그걸 실제로 보여주는 것.
이게 그들이 원하던 모습이었기에.
그리고 역시나.
오늘의 방송은 꽤나 큰 여파를 몰고 왔다.
* * *
지호를 비롯한 스트리머들의 로스트 월드 플레이.
이는 대표적인 게임 커뮤니티, 겜잘알에서부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베스트 게시판]
[1. 핵? 미다스는 그딴 거 걍 피지컬로 찢는다고 ㅋㅋㅋㅋㅋㅋ]
[2. 속보) L1 배틀 에어리어 프로팀 창단]
[3. 트리스 스트리머 대전이 곧인 이유.official]
[4. 오늘도 나온 엘카 매드무비]
[5. [로스트 월드] 핵쟁이 만난 스트리머 팀 레이드 성공!!!!]
……
오죽하면 베스트 게시판 상위 5개 중, 2개가 관련된 이야기일 정도.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으로는 스토리가 좋다는 것이었다.
핵까지 쓰는 방플 저격러들을 상대로 고생고생 하다가 결국 집까지 박살 낸 복수극이라니.
재미가 보장된 소재 아니던가.
게다가 눈이 호강하는 슈퍼플레이가 곁들여지니 전파는 더욱 빨랐다.
[핵쟁이가 쏘는 총을 피할 수 있다고요?!! #Shorts]
왕눈이가 본인의 오튜브 계정에 올린 영상의 제목이다.
짧은 영상을 의미하는 쇼츠.
그 말마따나, 제대로 편집된 것도 아니고 미다스가 총을 피하는 장면만 나온 영상에 불과했다.
한데, 그 짧은 장면만으로도.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저게 뭐냐;;;;;
-내가 뭘 본 거지 ㅋㅋㅋㅋ
-영화에서나 보던 걸, 게임에서 해버리네 ㅋㅋㅋㅋㅋㅋ
-원래 저런 게임임????
└ㄴㄴㄴㄴㄴ 절대 ㄴㄴㄴㄴㄴ
-전투 자체는 이능력 없는 fps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됨. 저건 진짜 걍 피지컬로 피한 거 ㅋㅋㅋㅋ
└???????? 말이 되나;;;;
워낙 비주류 게임인지라 로스트 월드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미다스가 남다르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만큼 경이로운 장면이었으니.
동시에 부각된 건, 며칠 전 끝난 그의 배치고사 기록이었다.
-저 사람이 퓨처 워 생배치에서 다이아 받은 사람 맞나???
└ㅇㅇ 맞음
└생배에서 다이아???? ㅅㅂ 버그 아님????
└ㄴㄴ 라이플이 직접 도네하더라 ㅋㅋㅋ 그럴 수 있다고.
└프로게이머?
└ㅇㅇ 그 라이플.
└ㅁㅊ…….
퓨처 워의 배치고사.
일반적으로는 실버~골드가 나오는 게 정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터넷에서 이야기가 도는 몇몇이라 해봐야 기껏해야 플래 정도?
그런데 배치고사에서 다이아라니!
알 만한 사람은 알지만, 많은 이들이 모르고 넘어갔던 사실이 다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저 정도 피지컬이면 영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네 ㅋㅋㅋㅋㅋ
-ㅇㅈ…….
-배치고사 영상 보고 왔는데 걍 미친놈임;;;;;
-저 정도면 빨리 올라가는 게 도와주는 거겠는데 ㅋㅋㅋ
대다수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는 없는 법.
자연스레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열심히 해도 다이아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 그러했다.
-ㅅㅂ 난 플레에서 1000판 굴렀는데, 배치에서 다이아? ㅈ같네.
-뭔 배치 다이아여. 버그겠지;;
-이건 따져야겠네 ㅋㅋㅋㅋ
그들의 불만도 일리는 있다.
퓨처 워는 다른 이들과 경쟁하는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누구는 기를 쓰고 올라가야 하는 다이아 티어를 미다스는 배치고사에서 손쉽게 차지한다?
이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던가.
그들은 먼저 퓨처 워 개발사인 ‘파나즈’에 항의했다.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많은 유저들이 제보해주신 플레이어명 ‘미다스’ 계정의 배치고사 결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파나즈]
앞서 핵 논란에 고생해본바.
파나즈는 발 빨리 대응했으니까.
이후에 이어진 내용은 길었는데 결론은 제목과 같았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결국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온갖 트집을 잡으며 미다스를 헐뜯기 시작한 것이다.
-저 새끼 저번에 핵 의혹 있던 놈 아님?
-ㅇㅇ 어느새 세탁 끝내고 멀쩡하게 방송하고 있더라 ㅋㅋㅋㅋ
-인생 ㅈㄴ 쉽네 ㅋㅋㅋ
그들은 이미 한물 지나간 떡밥인 핵을 언급하다가, 먹히지 않으니 음모론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요즘 뭐만하면 미다스 빠는 글들 올라오는데 이거 바이럴 아니냐?
-ㅇㅇ 알바 오지게 푼 듯;;;
-그러고 보면 갑자기 시청자 수 떡상한 것도 수상한데 ㅋㅋㅋ
-아, 점마 캡슐도 맞춤형이라 했지? 원래 돈 많았나? ㅋㅋㅋㅋ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네 ㅋㅋㅋ
하지만 일방적으로 욕만 가득했던 핵 논란 때와는 달리.
이제 미다스의 편도 있었다.
바로, 그의 방송 시청자들이었다.
-캡슐은 타이탄에서 협찬해줬다는데 ㅋㅋ 뭘 알고 까라 ㅋㅋㅋㅋ
-바이럴은 ㅅㅂ 매번 욕만 먹다가 증명하면서 떡상했는데ㅡㅡ
-걍 잘해서 부러우면 부럽다 해라 열폭 ㅈㄴ 없어보임 ㅋㅋㅋㅋ
한쪽은 미다스를 칭찬하고, 반대편은 미다스를 욕하고.
말 그대로 콜로세움이 열렸다.
그리고 그 파도는.
또 다른 스트리머에게까지 닿았다.
* * *
“흠……. 저 정도면 마스터는 금방 찍을 거고. 마지막 팀원으로 이 사람 데려오면 딱 좋겠는데.”
평균 시청자 1만 명.
모두가 인정할 대기업 스트리머인 호박왕은 흥미로운 눈으로 미다스의 플레이 영상을 지켜보았다.
확실히 엄청난 피지컬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른 스트리머인 왕눈이와 친분이 있다는 것.
‘지금 상태라면 다음 스트리머 대회에 저쪽 팀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겠지?’
뭐, 아직은 괜찮다.
어차피 왕눈이도 미다스와 합방으로 친해진 사이.
대회까지는 기간이 여유로우니 그도 지금부터 친해지면 그만이다.
“방송 시작한 지는 한 달 조금 지났네.”
이어서 그는 미다스라는 스트리머에 관한 내용을 전부 훑어보았고.
때마침 겜잘알이 미다스라는 떡밥으로 불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저걸 이용하면 되겠는데? 그림 나오네.”
대강 방향을 잡으니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고, 계획도 척척 세워졌다.
“일단은 세계 최초로 배치고사에서 다이아를 받은 괴물을 파헤쳐보자. 이런 느낌으로 시작해봐야겠네.”
이처럼 지호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둘러싼 경쟁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