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4화. 도약(2)
미다스.
게임 방송을 보는 시청자라면 플랫폼을 막론하고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뭘 하든 워낙 화제가 됐기 때문.
실제로 그간 지나온 행보를 살펴보면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1. 좀비 아파트, 악몽 난이도 (최초)
2. 퓨처 워, 핵 논란.
3. 배틀 에어리어, 출시 기념 이벤트 매치 우승.
4. 피지컬 테스트, 측정불가 (최초)
5. 퓨처 워, 배치고사 전승 / 생 배치고사에서 다이아 티어 배정.
이 모든 업적을 고작해야 한 달 만에 달성하지 않았던가.
그러던 참에 개설된 오튜브 채널.
미다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채널은 첫 영상부터 화제가 되었다.
[100명한테 저격을 당했는데? 이겨버렸습니다!]
시작은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제목의 최초공개 영상이었다.
인터넷 고인물인 준영의 노림수대로, 수천 명이 모여서 영상을 지켜봤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으니까.
또, 거기서 끝도 아니었다.
[미다스 저격 톡방 터짐 ㅋㅋㅋ]
[미다스 오튜브 영상 보고 방송으로 넘어갔는데 진짜 오지네;;;;]
실시간으로 영상을 봤던 이들이 관련 글을 계속해서 썼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사람들을 해당 영상으로 유입되게 만들었으니.
<게임 인기 급상승 동영상 #99>
이내 미다스의 오튜브 첫 영상은 실시간 순위에까지 올랐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봤다는 거다.
-와 ㅋㅋㅋ 실시간 순위 ㅋㅋㅋ
-99위로 호들갑 ㄴㄴ 그거 개나 소나 다 가는 거 아님? 미다스 체급에 안 들어가는 게 이상하지 ㅋ
└병신인가 ㅋㅋㅋ 채널 오늘 만들었는데 개오지는거지;;;;
└ㄹㅇ ㅋㅋㅋ 오알못 ㅋㅋㅋㅋ
한 댓글의 지적처럼, 사실 게임 탭에서의 100위가 그리 엄청난 결과는 아니다.
채널을 잘 키워둔 대형 스트리머라면 곧잘 들어가곤 한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미다스의 채널이 오늘 만들어졌다는 것.
게다가 첫 영상을 업로드한 지 아직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실시간 인기 동영상이라니!
확실히 이례적인 상황이었고, 그만큼 성장세도 가팔랐다.
-얘 왜 벌써 구독자 2만 명 넘어감????
-미다스잖아 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스트리머가 채널 이렇게 빨리 떡상하는 거 처음 봄 ㅋㅋㅋㅋㅋ
오죽하면 연예인과도 비교될 정도.
이제 시작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급성장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경악하는 이가 있었다.
“아니, 이게 몇 시간 만에 가능하다고……?”
딸깍, 딸깍!
대형 스트리머, 호박왕.
그는 연신 고개를 갸웃하며 인터넷을 돌아다녔다.
한 달 만에 떡상한 미다스와 달리.
호박왕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사람이다.
당연히 이쪽 업계는 빠삭한데, 그럼에도 미다스의 행보는 설명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이레귤러.
모든 게 상식 밖이었으니까.
‘이걸 이렇게 해결해낼 줄이야.’
미다스의 논란을 정리하면서 유입을 받겠다는 계획도, 저격에 당하면 분탕 쳐서 논란을 증폭시키겠다는 계획도.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지만 아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경외감이 느껴졌다.
‘게임을 잘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더 경악스러운 것은 따로 있었다.
띠리링-
바로, 지금 보고 있는 오튜브 채널의 영상이다.
확실히 잘 만들긴 했다.
한데, 그보다 이걸 이슈화시킨 전략이 더 놀라웠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빨리 퍼진 거겠지.”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
이런 식의 작업에는 도가 튼바.
호박왕은 척 보자마자 눈치챌 수 있었다.
‘미다스의 오튜브 편집자가, 겜잘알 네임드였다니.’
다른 사람인 양 글을 썼다만, 그의 눈은 피할 수 없다.
당연히 의도도 훤히 읽혔다.
먼저 이슈화시켜서 채널을 홍보하고, 이후에 궁금증을 증폭시켜서 방송으로 유도하는 것.
“이 정도 인재인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스카웃 해보는 건데.”
호박왕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새로 미다스와 계약했다는 편집자.
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라 그도 알고는 있었다.
그런 이를 보란 듯 데려오다니.
자연스레 미다스에 대한 생각도 고쳐먹게 됐다.
‘일단, 조금 이득 보겠다고 어설프게 건드릴 수 있는 부류는 아닌 거 같네.’
경험상.
이런 사람을 잘못 건드리면 역풍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을 터.
그는 빠르게 계획을 수정했다.
처음에 방향을 잡았던 대로, 친해지려는 목적에 집중하는 것.
이게 호박왕이 생각하는 베스트 플랜이었다.
* * *
[방송 시간 : 09:12:52]
“이제 슬슬 끝이 보이네요.”
힐끔 시야 구석의 방송 시간을 확인한 지호의 시선이 채팅창으로 이동했다.
-와, 이걸 오늘 보게 되네 ㅋㅋㅋ
-다4에서부터 26연승이라니;; 진짜 미다스는 전설이다…….
-지금 0패 미션금 얼마지?
-처음에 30이었는데 150까지 오름 ㅋㅋㅋㅋㅋ
-성공하면 대박이네 ㅋㅋㅋ
-여기까지 와서 실패하겠냐 ㅋㅋ
채팅창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아니, 평소보다 더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 차이를 알아챈 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2만 명을 넘기는 건 처음이네.’
마스터 티어.
상위 0.1%인 만큼 일반인 기준에서는 하늘이지만, 실력파 스트리머 중에서는 꽤나 많다.
문제는, 미다스의 연승 기록이다.
배치부터 시작해서 풀 연승으로 마스터까지 간다?
이건 그 누구도.
심지어 현직 프로게이머들도 해내지 못한 진기록이다.
게다가 중간에 저격들의 방해를 이겨내기까지 했으니,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쿵!
[게임을 찾았습니다!]
“이제 막판이네요. 가보겠습니다.”
지호는 늘어난 시청자 수에 휘둘리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게임을 이어나갈 뿐.
-캬ㅑㅑㅑㅑㅑㅑㅑㅑ
-승격전 막판 드가자~~~
-이제 마스턴가?
-문 열어!! 미다스가 마스터 문 부수러 간다!!!!!!!
동일 티어 내에서 단계만 올라가는 승급전과 달리.
티어 자체가 올라가는 승격전은 5판으로 진행된다.
이 중 3판을 이기면 올라가는 것.
현재 지호의 승격전 전적은 2승 0패다.
사실상 마지막 게임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픽을 숨죽여 지켜보기 시작했다.
“역시 마지막은 이거겠죠?”
그리고 이어진 지호의 선택은 모두를 열광케 만들었다.
[가속검]
-캬ㅑㅑㅑㅑ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린!!! 막판도 양학한다!!!!
-미친 ㅋㅋㅋㅋ 가속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다스의 가속검은 한때 핵 논란까지 불러왔을 정도로 유명한 영웅.
오늘만 해도, 가속검을 픽할 때마다 양학에 가까운 결과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니 시청자들이 이번에도 승리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리라.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듯.
이번에도 미다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 *
미다스의 마스터 등반. 거의 대다수는 결과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으나.
방송 플랫폼 트리스의 직원들은 다른 측면에 집중하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현재 미다스의 방송에는 기존 트리스 유저들도 많지만 신규 계정이나 비로그인도 많이 집계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 초창기에 비해 시장이 많이 커졌다 해도 2만 명은 큰 수치다.
당연히 주시하고 있었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트리스 안에서만 시청자들이 순환되는 타 방송과 달리, 미다스의 방송은 외부유입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들어왔다는 말인가?”
“네, 유입 경로나 여러 정보들을 확인해보니 그렇습니다.”
“그럼 그 사람들을 눌러앉게 만들어야지.”
간만에 들려온 희소식에 기분이 좋은지 연신 미소를 짓는 과장을 보며, 직원은 준비한 자료를 꺼냈다.
“마침 퓨처 워 붐이기도 하고, 시기도 돌아왔으니. 스트리머 대회를 개최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오! 좋은데!”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 중 하나는, 사용자 수다.
보는 이가 많아야 더 많은 스트리머들이 트리스를 선택할 터.
이는 결국 매출로 이어질 테니까.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트리스에서는 주기적으로 유입을 늘리기 위한 이벤트를 열곤 한다.
스트리머 대회는 그 일환이다.
작년에 성황리에 진행됐던 경험이 있으니 과정은 어렵지 않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밸런스로 얘기가 나오겠구먼.”
과장의 일침에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아직 챌린저는 아니라 대회 참가 자격은 되겠지만, 지금 진행되는 경기만 봐도 마스터 수준은 아닐 테니 시청자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나올 수도 있다고 뭉뚱그렸으나.
직원은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한데, 과장의 대답은 쿨했다.
“티어 제한을 풀자. 마스터까지가 아니라, 마스터에서 챌린저까지를 범위로 한 팀에 한 명 넣을 수 있도록.”
퓨처 워 특성상 실력의 차이가 크면 게임이 압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대회에는 챌린저 티어의 스트리머는 참여가 불가능한 조건이 있었다.
과장의 말은 이번 대회에선 그 제한을 풀자는 것.
챌린저 티어에는 전직 프로게이머들도 다수 상주하고 있으니, 확실히 미다스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또다시 과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콜로세움 맵에서 단체로 싸우는 이벤트 매치도 하나 추가해보자. 볼 맛 나겠는데.”
“네.”
“그럼 그렇게 보고서 작성해봐. 내가 위에 올릴 테니.”
과장은 그렇게 대화를 마치며, 처음에 직원이 켜뒀던 미다스의 방송 화면을 바라보았다.
“쩝, 벌써 끝났구만.”
하지만 게임 플레이는 볼 수 없었다.
[승리!]
어느새 게임이 끝났는지 결과 메시지만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 * *
[적이 항복했습니다!]
[승리!]
“이겼네요.”
마스터 승격이라는 벽.
방금 그걸 넘은 상황인데도 지호의 목소리는 태연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 산책 나왔냐고 ㅋㅋㅋㅋㅋ 왜케 평온한데 ㅋㅋㅋ
-마스터? 그거 껌 아님?(미다스)
한데, 결과는 평범하지 않았다.
쿵!
지호가 확인 버튼을 누르자.
웅장한 소리와 함께 퓨처 워의 전장인 황폐화된 대지의 풍경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게임이 종료된 것이다.
이어서 어둡고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그를 반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앗!
공간 전체를 밝힌 눈부신 빛은 이내 허공에 모여들더니.
티어를 나타내는 문양으로 변했다.
띠링!
[승격 완료 : 마스터]
-캬!!!!!!!
-이걸 진짜 성공하네 ㅋㅋㅋㅋ
-0패 마스터가 말이 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 -미-
-와…, 진짜…….
-미다스요? 그냥 괴물이었어요!!!
-이래도 미다스가 거품이냐? 이래도 미다스가 거품이냐? 이래도 미다스가 거품이냐?
실시간 채팅창은 말 그대로 터졌다.
어찌나 채팅이 빨리 올라가는지.
동체시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지호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번 마스터 등반이 경이로웠다는 소리일 터.
지호는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각종 알림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미션 성공!! -마스터까지 0패]
[‘서폿유저’님이 300,000원 후원!]
[‘과연’님이 100,000원 후원!]
[‘ㄷㄱㄷㄱ’님이 500,000원 후원!]
……
…
[미션 성공!! -승격전 마지막 판 가속검으로 캐리]
[‘과학자’님이 50,000원 후원!]
……
…
마스터까지 0패라는 조건이 걸린 미션을 시작으로.
킬 미션에, 데미지 미션 등등.
그간 쌓였던 수많은 미션들이 차례로 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캬 ㅋㅋㅋㅋㅋㅋㅋ
-이 장면을 또 보네 ㅋㅋㅋㅋ
-이러다가 미다스 건물 올리겠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려야지!! 게임을 이렇게 잘 하는데!!!!!!!!
-배치부터 지금까지 37연승은 진짜 전설이다 ㅋㅋㅋ
게다가 미션이 끝도 아니었다.
[‘다딱이’님이 100,000원 후원!]
[8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랑 같은 티어였는데!!!!!]
[‘미멘’님이 50,000원 후원!]
[미다스, 그저 빛. 누가 미다스를 의심하느냐.]
[‘눈치없는놈’님이 1,000원 후원!]
[이제 이대로 바로 챌 ㄱㄱ?]
……
…
후원도 연신 날아들었으니까.
미션과 후원이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 감사 인사를 하는 데만 수십 분이 걸릴 정도였다.
그렇게 모든 인사를 끝내고.
지호가 조심스럽게 멘트를 쳤다.
“다들 오늘 방송 재밌게 보셨나요?”
-ㅇㅇㅇㅇㅇ 미쳤음 ㅋㅋㅋ
-오늘은 진짜 역대급이다
-오늘 방송? 설마…. 아니지?
-더 해다오….
-안됩니다!! 못가!!
평소였다면 못이긴 척 더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벌써 8시간째.
게다가 연신 집중한 터라, 눈이 슬슬 떨려오기도 했다.
지호는 단호하게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그럼! 다들 오늘 방송 봐주셔서 감사하고, 내일 같은 시간에 뵙겠습니다!”
* * *
[스트리밍을 종료합니다.]
[게임을 종료합니다.]
푸슉!
캡슐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두운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후…. 이대로 자고 싶네.”
물밀듯 밀려오는 피로감에 지호가 늘어져 있던 그때였다.
띠리리링-!
우렁찬 벨소리가 그를 깨웠다.
[준영]
친구, 박준영이었다.
“어, 왜….”
“이 새끼 피곤한가보네. 내가 선물 준비해뒀으니까, 오튜브 계정 한번 들어가 봐라.”
방송이 끝나기만 기다렸는지.
준영의 말은 속사포처럼 빨랐다.
“뭔데…. 어?!”
지호는 곧바로 스마트폰에 깔린 오튜브 어플을 눌렀고.
이내 눈이 크게 뜨였다.
“구독자 3만? 뭐야, 뭔 짓을 한 거냐.”
“말하면 길다, 일단 나와. 밥 먹으면서 설명해줄게. 비싼 거 사줄 준비하고.”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알겠-.”
띠링!
하루 만에 오튜브 채널을 저렇게 키워뒀는데, 밥이 문제겠는가.
지호는 흔쾌히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새로운 문자 소리가 지호의 말을 끊었고, 이내 문자를 확인한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