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7화. 퓨처 워 -콜로세움(1)
보통 퓨처 워 하면 떠올리는 보편적인 맵은 ‘황폐화된 도시’다.
공식 홍보 영상도 그곳에서의 플레이인 데다가, 랭크 게임을 돌리는 맵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퓨처 워에 황폐화된 도시만 있는 건 아니죠!”
“네네, 저도 첫판 돌릴 때 ‘하나의 길’에서 해본 기억이 있네요.”
“어? 저 그거 어제 업로드되자마자 봤는데! 왕눈이 님하고 1:1 맞죠? 안 보신 분들은 방송 끝나고 미다스 님 오튜브 가서 꼭 보세요! 진짜 오짐!!”
-왜 채널 주인이 아니라 너가 홍보를 하냐고 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보긴 함 ㅇㅇ
-어? 너도?
본격적인 게임에 앞서.
호박왕과 미다스는 잠시 대화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시청자들의 의문을 풀어줌과 동시에, 간단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누구든 홍보하면 좋은 거지, 뭐! 말 나온 김에 내 채널도 눌러주시고! 그나저나 하던 얘기 마저 해보자면… 근데 어디까지 말했더라?”
“퓨처 워에 다른 모드도 있다는 것까지 말씀하셨어요.”
“캬! 감사합니다, 미다스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휴…. 호박왕 맹한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 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 콜로세움 하는 사람도 있음???
-일단 난 다른 모드가 있다는 것도 처음 들어봄 ㅋㅋㅋㅋ
-그러게?? 보면 방송에서는 만날 같은 맵만 하던데;;
-솔까, 퓨처 워 하는 사람 아니면 모를 수밖에 없음. 아니, 하는 사람도 태반은 모를 걸??
이처럼 가볍게 분위기를 풀자.
시청자들이 하나둘씩 궁금증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호박왕은 잠시 채팅을 지켜보다가.
이내 설명을 다시 이어갔다.
“다들 그렇지 뭐! 근데 알고 보면 쉽다? 자 봐바-.”
기본적인 맵인 ‘황폐화된 도시’를 시작으로.
비슷한데 길이 한 줄인 ‘하나의 길’.
마지막으로 모두 서로를 적대하며 한 명이 20킬을 할 때까지 배틀로얄을 펼치는 개인전 ‘콜로세움’까지.
핵심만 쏙쏙 짚은 그의 설명은 빠르게 끝났다.
-오 ㅋㅋㅋ 배틀로얄? 듣고 보니 재밌겠는데?
-ㅇㅇ 재밌긴 함 ㅋㅋㅋㅋ
-근데 그거 진짜 하는 사람만 한다고 들었는데.
-글치? 그래서 큐 돌려보면 만나는 사람들 거의 다 고인물임;;;
하는 사람만 하는 모드.
이게 콜로세움에 대한 인식이었다.
뭐, 맞는 말이다.
그래서 호박왕은 오히려 즐거웠다.
“맞아! 고인물들! 그래서 내가 미다스 님이 콜로세움 돌리시는 걸 보고 싶다고 말한 거야! 거긴 진짜 야생이거든! 미다스 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야 뭐, 좋습니다.”
보는 사람의 텐션까지 같이 끌어올리는 호박왕의 진행.
지호는 내심 감탄하며 대답했다.
‘대단하긴 하네.’
얼핏 보면 잔뜩 들떠서 막 내뱉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지금의 진행은 전부 미리 계획된 흐름이었다.
인터뷰 이후 콜로세움에 관한 주제를 꺼내는 것부터.
지호가 게임을 하는 것까지, 모두.
한데, 그렇게 이어지는 과정의 진행이 너무나도 깔끔했다.
아무도 정해진 흐름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호박왕 님은 이런 스타일로 방송을 하시는구나.’
최근 다른 스트리머들과 합방을 하면서 언변이 뛰어난 이들은 여럿 봤는데.
호박왕의 진행에는 그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캬! 역시 미다스 님! 저는 벌써 기대가 되는데요!”
[‘허접’님이 1,000원 후원!]
[그래서 호박왕도 같이 돌림?]
“야! 나 골드라 같이 못 돌리는 거 알면서 놀리냐!!!”
-미친 닉 봐 ㅋㅋㅋㅋㅋㅋ
-허접이래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합방하면서 티어가 낮아서 게임도 같이 못 돌리는 스트리머가 있다?! ㅋㅋㅋㅋㅋㅋ
예를 들면.
지금 보는 것처럼 시청자들과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모습이 그러했다.
자학개그라고 하던가?
지호로써는 상상도 못 할 방법을.
호박왕은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나도 플레 찍을 거야…! 나중에! 님들, 일단 게임 얘기하자 게임. 미다스 님, 가속검이 주 캐릭이셨죠?”
그러면서도 도가 지나치기 전에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기까지.
그야말로 프로를 보는 느낌이었다.
“네네, 그렇죠. 다른 영웅들도 쓸 수 있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가속검이 잘 맞아요.”
“맞아요! 미다스 님 가속검 진짜 멋있던데! 근데 왜 내가 쓰면 과학이지……?”
-그건…….
-그 이유는…. 피지컬이…….
-가속검 잘 쓸 수 있었으면 골딱이는 진작 벗어났겠지ㅠㅠㅠ
지호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호박왕과 그의 방송 시청자들의 티키타카를 머릿속에 넣었다.
이게 그가 다른 스트리머들과의 합방을 반기는 이유였다.
당장은 써먹지 못하더라도.
보고. 또, 익히다 보면.
언젠간 이러한 것들이 그의 무기가 될 테니까.
물론 그건 나중의 일.
지금 이 시점에서 지호의 무기는 다른 것이었다.
띠링!
[‘대마법사’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콜로세움 첫 판인데 잘하는 영웅으로 압살하면 좀 노잼 아님? 랜덤 골라서 이기면 200,000원]
-캬 ㅋㅋㅋㅋㅋㅋㅋ
-개싸움판인 콜로세움에서 랜덤이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미션이지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내 방송에는 이런 게 어울리긴 해.’
지호는 피식 웃었다.
미다스의 방송을 보는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피지컬이라고 대답할 거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듯.
지호에게는 피지컬에 관련된 미션이 자주 들어오곤 했다.
물론, 언제나 어려운 미션이다.
하지만 지호는 피하지 않았다.
이 또한 즐거움 중 하나였으니.
“호박왕 님, 죄송한데 이번 판은 랜덤으로 가야겠네요.”
* * *
“캬, 역시 미다스 님은 달라. 콜로세움에서 랜덤픽은 진짜 빡센데.”
-ㄹㅇ ㅋㅋㅋㅋㅋㅋㅋ
-미션 그렇게 거는 건 진짜 안준다는 마인드 아님? ㅋㅋㅋㅋㅋ
-저 방 분위기 슥 봤는데 매번 저래도 미션 다 깬다더라 ㅋㅋㅋㅋ
-엥? 진심??
-ㅇㅇ 승률 100%래 ㅋㅋㅋㅋ
시청자들이 주고받는 대화는 호박왕도 알고 있던 정보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힘들지.’
그는 회의적인 눈빛으로 정면의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쿵!
[게임을 찾았습니다!]
그곳에는 콜로세움 모드를 시작한 미다스의 픽 화면이 보이고 있었다.
미다스는 게임에 집중하고.
호박왕은 관전자 시야로 시청자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식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제 큐 잡혔네.”
-저거 마스터 티어인거지?
-ㅇㅇㅇ
-진짜 개빡세겠네 ㅋㅋㅋㅋ
-이길 수 있나?
-되겠냐 ㅋㅋㅋㅋㅋㅋ
앞서 말했듯 퓨처 워의 랭크 게임은 황폐화된 도시에서만 돌릴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산정된 티어는 다른 모든 맵에서 큐를 잡을 때 사용된다.
그 말인즉,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콜로세움 모드의 평균 티어가 마스터라는 소리!
이게 호박왕의 회의적인 이유다.
미다스는 콜로세움이 첫판이다.
애초에 마스터 티어라 어려울 판에, 랜덤 영웅이라니.
당연히 빡셀 수밖에 없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하지만, 괜찮다.
“근데 사실 미다스 님이 저기서 고생하는 것도 꿀잼각이긴 해. 우리가 언제 그런 걸 볼 수 있겠어.”
-ㅇㅈ ㅋㅋㅋㅋㅋ
-그건 무조건 오튜브 각임.
-솔까 여기서 똥챔 나온다? 그건 진짜 팝콘 각이다 ㅋㅋㅋㅋㅋ
그들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던 순간, 화면 속 미다스의 영웅 선택 차례가 왔다.
미다스는 곧바로 랜덤을 눌렀고.
이어서, 선택된 영웅의 이름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고대창병]
“음…. 애매하네요?”
고대창병이라는 이름을 확인한 호박왕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뭐랄까.
이건 좋다고 말하기도, 나쁘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픽이었다.
-진짜 애매하넼ㅋㅋㅋ
-왜? 고대창병 쓰레기 아님??
-어…. 음….
시청자들이 의문을 표했다.
호박왕은 화면 속의 미다스를 바라보다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고대창병이 장인챔이거든. 제대로 쓰는 사람이 잡으면 진짜 무쌍 찍는데, 처음 해본 사람이면. 음…. 아마 감 잡는 데만 한 세월 걸릴 듯?”
-그래서 어떻다는 겨. 왜 말을 얼버무림 ㅋㅋㅋㅋㅋ
-딱 들으면 모름? 쓰레기잖아;;
-ㄹㅇ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미다스 님은 다를 수도 있으니 애매하다는 거야.”
-오? 게임 시작했다 ㅋㅋㅋ
[콜로세움에 소환됩니다!]
때마침 게임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스크린이 밝아졌고 이어서 미다스를 포함한 10명의 플레이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각 플레이어들의 앞에는 중앙의 투기장으로 향하는 길이 있었고.
뒤쪽으로는 중립 몬스터들이 나오는 숲이 둥그렇게 투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였다.
-???
-좀 독특하네??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바.
호박왕은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여기서 두 가지 방법이 있어. 바로 투기장으로 가서 피 터지게 싸우는 거랑. 중립몹 좀 잡다가 싸우러 가는 거. 보통 후자가 무난한 편.”
-미다스 중앙으로 달리는데???
-고민도 안하누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움직임.
호박왕은 멍하니 화면만 바라볼 뿐이었다.
* * *
[콜로세움에 소환됩니다!]
전장을 울리는 기계음에 지호가 눈을 떴다.
부웅!
“창 쓰는 캐릭터는 처음 써보네요.”
이어서 그는 낯설게 느껴지는 무기인 창을 가볍게 휘두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투기장을 연상케 하는 원형 공간.
그리고 거길 둘러싸고 소환된 플레이어들이었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원형 투기장을 둘러싼 숲이 보인다.
‘중립 몬스터 파밍 장손가 보네.’
트스대 공지를 본 이후, 지호는 콜로세움에 대해 대강 알아보았다.
처음에는 중립 몬스터를 파밍하는 게 국룰이라고 했었지.
타악.
그는 사뿐히 몸을 돌렸으나.
언제나 그렇듯 그의 시청자들은 무난한 길로 향하게 두지 않았다.
[‘서폿유저’님이 10,000원 후원!]
[미다스님이라면 당연히 바로 투기장으로 달리시겠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미다스긴 해
-암암 맞지맞지.
기대감 가득한 후원과 채팅창.
평소였으면 못 이기는 척 투기장으로 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지호는 다른 선택을 해보았다.
“하하, 가끔은 평범하게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물론 그건 아주 잠시였다.
[‘서폿유저’님이 100,000원 후원!]
[미다스님이라면 당연히 바로 투기장으로 달리시겠지?]
거의 곧바로, 거부할 수 없는 돈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그렇게 투기장을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어쩔 수 없지.
-미친, 돈으로 패네 ㅋㅋㅋㅋㅋㅋ
지호는 바로 중앙의 투기장을 향해 달려갔고.
이내,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가속검이네?’
이곳은 콜로세움.
뒤가 없는 전투가 특징인 공간이다.
“흐얏!”
역시나 상대도 지호를 보자마자 달려오며 검을 휘둘렀다.
가속검은 지호의 주력 영웅.
스택이 쌓이기 전엔 쓸모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스윽.
지호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며.
창을 깊게 찔렀다.
푸화악!
상대가 미처 방어기인 대응을 발동하기도 전.
창은 그의 어깨를 뚫고 들어갔다.
현실이었으면 치명상이었겠지만 이건 게임이다.
적, 가속검은 바로 검을 휘둘렀다.
물론 지호는 그 자리를 뜬 상태였다.
‘뭐야, 별거 아니네.’
하도 여기저기서 겁을 줘서 조심스러웠거늘.
막상 까보니 별거 없었다.
지호는 차분하게 발을 놀리며 무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결과는 평소와 같았다.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고대창병 → 가속검]
한데, 결과는 조금 달랐다.
킬 로그가 투기장 위에 있는 전광판에 뜨더니.
지호의 위치까지 표시된 것이다.
동시에, 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기 시작했다.
* * *
“아, 이건 안 좋은데!”
미다스의 첫 킬!
빠져들듯이 스크린을 보던 호박왕이 탄성을 토했다.
-?????
-왜?????
-좋은 거 아닌가?
채팅창엔 물음표가 올라왔다.
킬을 내면 좋은 거지, 왜 안 좋다는 말인가.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아니야, 콜로세움은 다 적이라 처음부터 저렇게 눈에 띄면 다굴 맞거든! 봐봐!”
호박왕은 속사포처럼 외치며 스크린을 가리켰고.
이내, 이어진 장면을 본 그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