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화. 퓨처 워 -콜로세움(2)
콜로세움은 다 적이라 처음부터 눈에 띄면 다굴 맞는다.
호언장담하던 호박왕의 말처럼.
스크린에 비친 것은 여럿에게 포위당하고 있는 미다스였다.
-4명이네;;;
-왐마, 이건 빡세겠는데 ㅋㅋㅋ
-여기서 죽으면 끝임???
-ㄴㄴㄴ 4번까지 부활할 수 있을 걸? 그 뒤엔 자동 패배.
-아하~ 그럼 일단 1번 죽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시작부터 4:1이라니!
겨우 퍼블이나 먹은 정도로 극복할 수 있는 차이는 아니었기에.
그들은 이쯤에서 미다스가 죽겠거니 예상했다.
하지만 그건 규격 외라 불리는 미다스의 피지컬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었다.
그래서일까?
평소 미다스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확실히 마딱이들이라 그런가 대응 개빠르네;;;;
-그러게…….
-바로 다굴 실화냐? 저게 콜로세움 악귀들이구나 ㅋㅋㅋㅋ
-그래도 아직 모른다.
-ㅇㅇ 미다스잖아 ㅋㅋㅋㅋ
워낙 불가능을 극복하는 장면을 많이 봐온 터.
혹시? 하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 그리고 기대감이 섞인 가운데.
당사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후웅.
투기장 중앙에 위치한 지호.
그는 창을 고쳐 잡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리검, 수확귀신, 남극점, 생체골렘이라….’
전후좌우.
적들은 말 그대로 사방에 있었다.
게다가, 빠르게 거리를 좁히는 중이었다.
아마 곧 사거리가 닿겠지.
“시작부터 4 대 1은 좀 귀하네요.”
지호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우짤래!!!!!
-GG?
-어차피 한 번 정도는 죽어도 됨.
-ㄹㅇ 사소해 ㅋㅋ 미다슨데 1데스 정도는 걍 복구함 ㅋㅋㅋㅋㅋ
-미다스가 죽겠냐 ㅋㅋㅋ
-그럼 4:1인데 어케 이기냐 ㅋㅋㅋ 미다스가 신도 아니고 ㅋㅋㅋㅋ
-미다스는 신 맞는데???
흔치 않은 상황이 재밌는 걸까?
그의 방송 채팅창은 축제라도 벌어진 듯, 들뜬 분위기였다.
‘확실히 콜로세움이라 일반게임하고는 흐름이 다르네.’
지호 또한 흥미롭다는 생각이었다.
괜히 마스터 티어 유저들이 아닌지, 개인전임에도 그들의 합은 노련하고 빈틈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극복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아무리 합이 좋아 봐야 진짜 팀은 아니잖아?’
지호는 기본적으로 게임을 잘한다.
보통 피지컬로 찍어 누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세세한 테크닉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말.
적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쯤이야 누워서 식은 죽 먹기다.
특히, 급조된 합이라면 깨기는 더욱 쉽다.
“재밌는 거 보여드릴게요.”
-오???
-ㄷㄱㄷㄱㄷㄱㄷㄱ
-역시 미다스 ㅋㅋㅋㅋ
지호는 들떠있는 시청자들에게 말하며.
다시금 적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처음보다 가까워진 적들.
그들은 스킬을 날리려는지 슬금슬금 거리를 재는 눈치였다.
이제 곧 스킬을 난사하겠지.
‘일단 방향을….’
그는 살짝 옆으로 위치를 조절했다.
파앙-!
묘한 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왼쪽. 적 영웅인 남극점이 있던 방향에서 들려온 소리!
지호는 지체 없이 반대편으로 내달렸다.
[축지(縮地)]
“와라!!!”
도약 스킬까지 사용하며 달려간 그를 반겨준 것은.
호탕하게 소리치며 쇠스랑을 휘두르는 다른 적, 수확귀신이었다.
-ㄷㄷㄷㄷㄷㄷ
-이래서 양각이 무서워 ㅋㅋㅋㅋ
-이건 체크메이트지 ㅋㅋㅋㅋ
진퇴양난인 상황.
지호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창을 찔렀다.
쐐애액!
수확귀신이 아닌, 바닥을 향해서.
-???????
-왜 거길?????
-???
-삑남????
순간, 채팅창에 무수히 많은 갈고리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반응은 하나둘씩 감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타앗!
바닥에 창을 꽂은 지호가 곧바로 땅을 박차더니 한 바퀴 돌며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도약!
“뭣?!”
적 수확귀신도.
-와 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퓨처 워에서 장대높이뛰기를 보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
-이게 뭐누…….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한 명.
지호만은 차분히 할 일을 했다.
푸우욱!
공중을 빠르게 도는 와중, 수확귀신을 겨누고 창을 찌른 것이다.
“미, 미친!”
등 뒤에서 꽂히는 공격에 수확귀신은 당황했다.
‘방금 뭐였지……?’
눈앞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자신을 뛰어넘다니.
심지어 허공에서 창을 찌르기까지 했다!
보고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였다.
휘릭!
그는 빠르게 뒤로 돌았다.
묘기를 부리며 넘어간 고대창병을 쫓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미친, 뭐 이리 빨라!’
어느새 녀석이 다시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쫄래쫄래 쥐새끼처럼!”
수확귀신은 거칠게 쇠스랑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순간.
콰지직!
등 뒤에서 하얀 빛이 터졌다.
[빙결 상태 : 10s]
잠시나마 호흡을 맞췄던 남극점의 스킬이 그의 등에 꽂힌 것이다.
빙결 상태는 움직임을 막는다.
수확귀신은 쇠스랑을 휘두르던 자세 그대로 멈추었고.
고대창병의 창은 아무런 방해 없이 그를 꿰뚫고 지나갔다.
푸화악!
[적에게 당했습니다!]
[고대창병 → 수확귀신]
이내, 회색빛으로 변하는 시야.
그는 분노를 담아서 외쳤다.
“남극점 이 미친 새끼. 리스폰 한 다음에 보자!”
피식.
분노에 찬 수확귀신의 외침을 들으며 지호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어때요, 재밌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쟤 미다스한테 죽어놓고 왜 남극점한테 ㅋㅋㅋㅋㅋ
-개웃기네 ㅋㅋㅋㅋㅋㅋ
-진짜 어이없겠는데 ㅋㅋㅋㅋ
이제 남은 적은 3명.
하지만 처음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불신의 씨앗이 싹터버렸으니까.
* * *
“미친…….”
순식간에 펼쳐진 미친 플레이에 호박왕은 헛웃음을 지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저 사람 진짜 미쳤네;;;
-저걸 어떻게 하냐 ㅋㅋㅋㅋㅋㅋ
동감이었다.
아니, 백번 양보해서 장대높이뛰기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이어진 장면은 차원이 달랐다.
스킬이 날아오는 타이밍이랑 방향까지 계산해서 맞춰버리다니.
자연스레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래서 미다스, 미다스 하는구나.”
-ㅇㅈ…….
-저기 마스터 맞지? 걍 클라스가 다른데???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맞더라 ㅋ
솔직히 그는 실버나 브론즈에서도 저런 묘기를 성공시킬 자신이 없다.
심지어 저기는 마스터 티어다.
아마 미다스 정도나 되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Poro’님이 1,000원 후원!]
[근데 이러면 금방 끝나겠는데?]
이쯤 되니 격차가 느껴지는지 이런 의문도 날아들었다.
일리는 있는 말이지만.
호박왕이 아는 한, 그건 오산이다.
“노노! 절대 그럴 일 없어! 왜냐하면, 지금 미다스 님한테 덤빈 4명 말고 다른 사람들은 정글에서 중립 몹 잡으면서 성장 중이거든!”
-중립몹이 뭐 주나??
-걍 다른 모드랑 비슷하게 잡몹A 아님?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어 ㅋㅋㅋㅋㅋ
-그러게 ㅋㅋㅋ 호들갑 ㄴㄴ
-또 오바해서 오튜브 각 재는 거 봐 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아오는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가 과장하는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뭐, 이해는 된다.
퓨처 워의 다른 모드에서 중립 몬스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니까.
“음… 다른 모드에선 그런데. 여긴 좀 달라. 정글몹을 잡을수록 능력치도 올라가고, 경험치나 골드도 더 주거든. 잘만 파밍하면 킬 먹는 것보다 더 세질 수 있다고!”
-어? 그럼 그거만 잡아도 되는 거 아님?
-ㅇㅇ 그런 전략도 있음.
-오 ㅋㅋㅋ 굳이 피 터지게 싸울 필요가 없네 ㅋㅋㅋㅋㅋ
“그러치! 킬만 먹는다고 다가 아니라는 말! 진짜 고수들은 이 정도로 킬 먹었으면 정글 돌아다니면서 견제 시작할걸?”
호박왕은 박수를 치며 설명했다.
콜로세움을 몇 번 해본 사람은 킬을 먹으면서도 중립 몬스터 파밍을 견제하겠지만.
처음 하는 사람.
특히, 미다스처럼 투기장을 씹어먹은 사람이 그걸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아마 알아차렸을 때는 늦었을 거고! 모르면 당하는 거지 뭐!”
라고 호박왕이 웃으며 말하던 그때였다.
-근데 저 사람 어디 감??
-숲으로 가는데???
-엥 ㅋㅋㅋ
맵 중앙의 투기장에서 적들을 싹쓸이한 미다스가 갑자기 숲으로 이동하더니.
중립 몬스터가 젠 되는 장소를 돌아다니며 적들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호박왕이 고수들의 동선이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분명 콜로세움은 처음 하신다고 했는데…….”
영문 모를 상황.
호박왕은 연신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 * *
[적을 처치했습니다!]
[고대창병 → 수확귀신]
전장에 킬로그가 울렸다.
이어서 지호의 방송에 미션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미션 성공!! -3. 중립 몹 잡고 있을 때 조지기]
[‘콜로세움 악귀’님이 10,000원 후원!]
“캬, 콜로세움 악귀님 만원 감사합니다.”
벌써 3번째 이어진 미션, 지호는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에 호응하듯.
또다시 미션이 들어왔다.
[‘콜로세움 악귀’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4. 버프몹 잡기 10,000원]
“버프몹 잡는 미션을! 근데 버프몹은 어디서 나오나요?”
[‘콜로세움 악귀’님이 1,000원 후원!]
[맵 보면 해골표시 있음]
그 말에 미니맵을 바라보니. 과연, 멀지 않은 장소에 해골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아하, 감사합니다. 이거 무슨 연계 퀘스트 깨는 느낌이네요.”
지호는 바로 그곳으로 이동하며 중얼거렸다.
하나를 깨면, 하나가 추가되는 등.
연속으로 걸리고 있는 미션에 관한 말이다.
-ㄹㅇ ㅋㅋㅋㅋㅋㅋ
-튜토리얼 가이드 같음 ㅋㅋㅋ
-저거 다 같은 사람이 건 거 아님?
-ㅇㅇ 맞음 닉 봐 ㅋㅋㅋㅋㅋ
지호도, 시청자들도 웃었다.
콜로세움 악귀라는 닉네임부터, 미션의 내용까지.
얼마나 콜로세움 모드에 진심인지를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하나 배웠네.’
그가 아니었으면 투기장에서만 싸웠을 텐데.
덕분에 지호는 콜로세움 모드에서 정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끝이다.
[미션 성공!! -4. 버프몹 잡기]
[‘콜로세움 악귀’님이 10,000원 후원!]
4번째로 걸린 미션, 버프 몬스터 잡기를 성공하자마자 마지막 미션이 걸렸기 때문이다.
[‘콜로세움 악귀’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더 하면 뇌절이니까 여기까지, 게임 이기면 100,000원]
-캬 ㅋㅋㅋㅋㅋㅋㅋ
-딱 좋을 때 끊어주네.
-이게 센스지 ㅋㅋㅋㅋㅋㅋ
‘승리라…. 10킬만 더 하면 되는데 빡세네.’
지호는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허공에 표시된 전광판이 보인다.
전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미니맵에는 그의 위치가 붉은 점을 표시되어 있었다.
킬 스코어 1위를 부각시키는 것.
그걸 보고 적들이 도망 다니는 터라 킬이 초반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하하. 차라리 단체로 덤벼들면 상대하기 쉬운데, 이렇게 도망 다니니까 좀 귀찮네요.”
지호가 멋쩍게 말하는 찰나.
[‘콜로세움 악귀’님이 1,000원 후원!]
[방법이 있긴 함.]
-오??????
-역시 악귀 ㅋㅋㅋㅋㅋ
-콜쌤 알려주세요!!!
“오, 알려주세요.”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돌아온 건 말 그대로 단순무식한 방법이었다.
* * *
“캬! 나 잡아봐라!”
연신 숨바꼭질을 하는 미다스를 보며 호박왕은 낄낄 웃었다.
-왜케 신났어 ㅋㅋㅋㅋㅋㅋ
-미다스가 이거 보면 딱밤 때리고 싶을 듯 ㅋㅋㅋㅋ
“아니, 미다스 님도 고생은 하셔야 방송이 재밌어지지! 그리고 이게 또 콜로세움의 묘미거든”
-맞긴 해 ㅋㅋㅋㅋ
-근데 다 박살내자나…….
-그치만 그게 미다스인걸ㅠㅠ
강자를 피해 다니며 성장하는 것.
그리고 결국 승리하는 것.
이게 호박왕이 생각하는 콜로세움의 묘미였다.
‘그래서 제작자들도 제일 잘 큰 사람의 위치를 다 드러나게 설계했겠지.’
이제야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호박왕이 흥얼거리려던 찰나.
미다스의 움직임이 이상해졌다.
“어?”
갑자기 투기장 중앙으로 향하더니, 전체 채팅을 시작한 것이다.
[님들 한 번에 미드 와요. 싸워줄게요.]
지금까지 신나게 맞았지만, 다른 이들도 나름 높다고 자부하는 마스터 티어 유저들이다.
당연히 미다스의 도발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돼! 다들 존버해서 성장하라고! 노! 노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포기 해 ㅋㅋㅋㅋㅋㅋㅋ
-너 누구 팀이야 ㅋㅋㅋㅋㅋㅋ
반쯤 장난으로 오바하고 있지만 호박왕도 시청자들도 이미 결과는 짐작하고 있었다.
당연히, 금방 끝날 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다스다.
그것도 남들은 이제 1, 2킬 정도 먹은 상황에서 혼자 10킬을 먹었을 정도로 잘 큰 상황이다.
고작해야 머릿수만 많은 게 의미가 있을 리 없다.
“뭐, 농담이고, 이제 슬슬 나오시겠는데?”
-ㅇㅇ ㅋㅋㅋㅋㅋ
-이지했네.
-그야…. 미다스니까…….
“고생하시는 장면 나왔으면 진짜 꿀잼이었을 텐데, 그건 좀 아쉽다! 님들 그쵸?”
그때였다.
[‘Poro’님이 1,000원 후원!]
[방금 중계하는 거 보니까 둘이 은근 잘 맞을 거 같은데 협동 게임 함 해보실? 트라이만 하고 클리어 못해도 각방 20만원씩 도네함 ㅇㅇ]
“오! 콜! 미다스 님 의견은 들어봐야겠지만, 일단 난 무조건 콜!”
클리어를 하지 못해도 20만 원이라니.
이건 거절하면 바보였다.
호박왕은 바로 신나게 콜을 외쳤다.
몇 시간 후에 얼마나 후회하게 되로 줄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