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화. 새로운 팀(1)
[몸이 좋으면 머리가 편하다.]
[10분 후 최초 공개]
합방 다음 날.
미다스의 오튜브 채널에 새로 올라온 영상의 제목이다.
이번에도 최초공개였던 터.
구독에 알림설정까지 누른 골수팬들은 영상이 올라오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와 채팅창을 채웠다.
-오오, 3번째 영상 ㄷㄷㄷ
-무슨 하루건너 하루 꼴로 영상이 나오냐 ㅋㅋㅋㅋㅋㅋㅋ
-썸네일 보니까 어제네 ㅋㅋ
-벌써 편집이 끝났다고???
-편집자를 갈아넣었나 ㅋㅋㅋㅋ
-어제 재밌는 거 있었음?
-ㅇㅇ 개웃겼음 ㅋㅋㅋㅋㅋ
-ㅇㅈ
-뭔데 니들끼리만 아냐 ㅋㅋㅋ
“와…. 미쳤다. 이렇게 빨리 오른다고?”
실시간으로 반응을 확인하던 지호는 살짝 입을 벌렸다.
[5,552명 대기 중]
아직 영상이 공개되기도 전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채팅을 치고 있다니!
반면, 영상을 만든 놈은 태연했다.
“좋은 거지. 저 사람들이 다 니 영상을 기다렸다는 거잖아.”
“그건 그렇네.”
지호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업로드 알림이 뜨자마자 들어온다.
이건 두말할 필요 없는 찐팬이라는 소리다.
심지어 그게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5천 명이다?
관심을 먹고 사는 스트리머에게 이보다 더 기분 좋은 소식은 없다.
“이제 익숙하지 않냐? 너 방송 켜면 10분 안에 만 명 넘게 모이는데.”
“노노, 매번 겪어도 익숙해지지는 않더라. 매일 새로운 기분이여.”
“하긴, 그렇다고 하긴 하더라.”
준영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확실히 체급이 커지긴 했나보다.
‘기분 좋네.’
내심 뿌듯해진 지호는 미소를 지었다.
방송을 시작하고 관심의 맛을 알게 된 그다.
인기가 올라갔다는 게 직접적으로 보이니 짜릿할 수밖에.
띠리링-
잡담을 나누는 사이 최초 공개 시간이 다가왔는지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 시작한다.”
“기대해라. 이번에도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오케오케.”
지호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영상을 감상했다.
[‘Poro’님이 1,000원 후원!]
[방금 중계하는 거 보니까 둘이 은근 잘 맞을 거 같은데 협동 게임 함 해보실? 트라이만 하고 클리어 못해도 각방 20만원씩 도네함 ㅇㅇ]
“오! 콜! 미다스 님 의견은 들어봐야겠지만, 일단 난 무조건 콜!”
영상의 시작은 한 시청자의 후원과 그에 따른 호박왕의 활기찬 반응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떤 게임을 하라고 하신 거지?”
[‘Poro’님이 1,000원 후원!]
[Dungeon Escape With Friends]
“미다스 님, 머리 쓰는 게임이나 방탈출 같은 건 좀 해보셨나요?”
“어… 한 번도 안 해보긴 했는데, 일단 해볼게요.”
“어?”
이어서 게임명을 듣고 당황하는 호박왕과 태연한 지호의 대답이 지나갔다.
여기까지는 라이브로 보던 시청자들과 같았는데.
편집본에는 추가된 장면이 있었다.
“어째서!!!!” “또 어디가!!!”
장면 사이사이, 경악하는 호박왕의 모습이 오버랩된 것.
준영이 넣어둔 장치다.
고통받는 호박왕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뒤에 이어질 장면을 예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뭐야, 호박왕 고통 받음?
-ㅇㅇㅇ 오지게 ㅋㅋㅋㅋㅋㅋㅋ
-개웃기니까 기대하셈 ㅋㅋㅋㅋ
-오 ㅋㅋㅋ 대체 뭔 일이 있길래 ㅋㅋㅋㅋㅋㅋ
그의 노림수대로 영상을 보던 사람들은 기대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바라던 장면은 곧 이어졌다.
“어…? 어… 이게 아니네.”
생전 처음 겪는 퍼즐 앞에서 지호가 고개를 갸웃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벙한 미다스. 색다른 맛이네?
-다른 겜 할 때랑 너무 다르잖아 ㅋㅋㅋㅋㅋ
-표정은 또 왜 저렇게 순해짐 ㅋㅋㅋㅋㅋ
-미다스는 응애야, 퍼즐 몰라…….
-다시 봐도 웃기네 ㅋㅋㅋㅋ
지금 영상을 보는 이들의 80% 이상은 지호의 구독자다.
당연히 평소 그의 모습을 잘 알고 있다.
한데, 지금 보이는 영상은?
완전히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 갭 때문일까.
채팅창에는 웃음이 도배되었다.
이러한 반응은 호박왕에게 미션이 걸렸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ㅋㅋㅋ’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야, 미다스!!! <-맛깔나게 하면 5만 원.]
“야, 미다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속 뭔데 ㅋㅋㅋㅋㅋ
-본심 on
-미션 안 걸렸으면 서운해서 어쩔 뻔했냐 ㅋㅋㅋㅋㅋㅋ
-저 정도면 지가 미션 건 거 아님?
-ㄹㅇ ㅋㅋㅋㅋㅋ
직접적인 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저 정도는 합방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장난이다.
특히 5만 원이 걸린 미션이라면 거부하는 게 더 이상할 터.
중요한 것은, 그 속도다.
미션이 걸리자마자 고민도 없이 소리치는 모습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만큼 호박왕의 고통이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웃는 것도 잠시.
이내 하나둘씩 의문이 올라왔다.
-근데 이거 깰 수는 있음?
-그러게? 여기가 파트 1이라며;;;
-솔까 여기가 어렵긴 해 ㅋㅋ
-일단 보셈 ㅋㅋㅋ 이 뒤가 레전드여 ㅋㅋㅋㅋㅋ
그 순간.
화면이 잠깐 어두워지더니,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었다.
[‘쏘’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5분 내로 호박왕 탈출시키면 100,000원]
“어떻게든 호박왕 님만 구하면 되는 거죠?”
바뀐 것은 장면뿐만이 아니었다.
차분히 말하는 지호의 표정도 방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으니까.
“후….”
진지한 표정으로 각을 재는 지호.
편집자인 준영은 여기서도 라이브와 차이점을 줬다.
투욱!
“어?”
화면을 분할한 뒤, 열쇠를 던지는 장면과 경악하는 호박왕의 표정을 같이 담은 것이다.
이 장치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상황에 더더욱 몰입하게 만들었고.
-와…….
-저걸 저렇게 넘어간다고?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ㅋㅋㅋㅋㅋ
-이래야 미다스답긴 해 ㅋㅋㅋㅋㅋㅋ
자연스레 감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건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던 지호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미쳤네.”
준영이 만든 영상은 몇 번 봤는데.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자신은 평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순간으로 이런 영상을 뽑아내다니.
“봤냐? 이게 나여.”
“인정.”
짝짝!
그렇기에 꺼드럭거리는 준영의 태도에도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게다가, 덕분에 깨달은 점도 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할 필요는 없는 거구나.’
게임을 잘한다고 유명해진 만큼.
지금까지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미다스라는 스트리머의 본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퍼즐을 앞에 두고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에도 시청자들은 즐거워했다.
‘만약 피지컬로 막힌 거였다면 반응이 정반대였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걱정은 없었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이처럼 지호가 혼자 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근데 너 뭐 물어볼려고 온 거 아니냐?”
툭 던진 준영의 질문이 그의 상념을 깨웠다.
“아, 맞다.”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 영상을 올린다는 말에 잊고 있었던 본래의 목적이 떠오른 것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굳이 끌 필요는 없다.
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트스대 팀 때문에 뭐 좀 물어보려고.”
“엉.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너 왕눈이 쪽도 호박왕 쪽도 안 간다며. 그럼 누구 팀으로 들어가려고? 그 둘 말고는 친한 사람 없지 않나.”
준영 또한 궁금했던바. 바로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한데, 돌아오는 대답은 놀라웠다.
“이번에 트리스에서 팀장 할 생각 없냐고 제안 들어왔거든. 일단 한다고 했는데, 팀원을 어떻게 구하면 좋을지 좀 애매해서.”
“언, 어?!”
차분히 지호의 대답을 듣던 준영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팀장? 아무리 체급이 커도 그렇지, 벌써?’
지호가 팀장이라니.
이건 엄청난 소식이었다.
[인터넷 방송인 10만 시대……]
최근 그가 본 기사의 제목이다.
내용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고, 방송인들은 대중에 노출될 기회를 찾아 헤맨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딱 적합한 게 트스대 같은 이벤트 매치라고 했지.’
1억이라는 상금과 이후의 혜택을 보면 알 수 있듯, 트스대는 트리스에서 화끈하게 미는 이벤트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홍보효과다.
[최고 동시 시청자 수 : 45만 명]
작년 트스대 결승전의 기록이다.
하다못해 결승이 아닌 일반 경기도 최소 5만 명 이상은 찍었다.
그 말인즉, 참가 명단에 오르기만 해도 파급효과가 굉장하다는 소리다.
당연히 스트리머라면 누구나 나가고 싶어할 터.
그만큼 팀장의 입지는 막강하다.
트스대 멤버로 뽑히느냐는 오로지 팀장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트리스는 엄격한 기준으로 팀장을 선정하곤 했다.
오죽하면 작년 기준으로 방송 경력 5년 이하인 팀장은 아무도 없을 정도였겠는가.
들리는 소문으로는.
시청자 수는 기본에 인지도나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조건까지 고려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1개월 차인 지호가 팀장 제안을 받다니.
‘개꿀은 맞는데….’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물씬 걱정도 밀려왔다.
“좋긴 한데, 너가 짬이 오래된 것도 아니라, 무난하게 왕눈이나 호박왕한테 업혀 가는 것도 괜찮지 않나?”
어차피 지호의 실력이야 누구보다 그가 더 잘 안다.
어느 팀에 들어가도 눈에 띌 터.
굳이 귀찮게 팀원을 구하거나 이후의 관리를 할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했는데 지호 놈의 대답은 상상을 초월했다.
“뭐, 그게 무난하긴 하겠지. 근데 너 말대로 뉴비인 내가 팀장을 한다? 그리고 우승까지 한다? 이거 재밌지 않을까?”
‘미친놈.’
준영은 새삼 감탄했다.
이전부터 느끼긴 했는데, 확실히 그릇이 남다른 놈이었다.
대중의 관심을 끄는 걸 타고났다랄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말이라고 하냐? 내가 봤을 때, 우승까지 갈 것도 없이 일단 공지 나오면 겜잘알 베스트 10까지는 다 먹고 들어갈 거다.”
“그렇겠지?”
같은 생각이었기에.
지호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일단 팀원을 어떻게 구하는 게 더 재밌을지 생각해보자.”
* * *
미다스 채널의 3번째 영상.
[몸이 좋으면 머리가 편하다.]
앞서 올라온 2개의 영상과 마찬가지로, 이 영상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이거 꼭 봐야함 ㅇㅇㅇ
-레전드네 ㅋㅋㅋㅋㅋ
-호박왕이랑 미다스 조합 대놓고 빵터지네 ㅋㅋㅋㅋ
-다음 퍼즐 게임 합방은 언젠가요????
실시간으로 본 5,000명을 시작으로.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으니.
<게임 인기 급상승 동영상 #71>
이내 또다시 실시간 순위에까지 올랐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봤다는 말이다.
채널이 만들어진 이래 올라온 3개의 영상이 모두 인기 동영상에 오르는 위엄 때문일까.
구독자의 증가폭도 가팔랐다.
기껏해야 일주일 정도 지났을 뿐인데 벌써 10만 명을 찍었을 정도다.
그리고 이처럼 미다스에 대한 반응이 뜨겁던 그때.
거기에 기름을 붓는 소식이 전해졌다.
[속보) 트스대 팀장 목록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