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화. 새로운 팀(2)
[속보) 트스대 팀장 목록 공개]
아무 내용도 없이 링크만 딸랑 연결된 겜잘알의 게시물.
하지만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왜냐.
누구보다 빨리 트리스의 공지를 가져온 글이었으니까.
[제2회, 퓨처 워 트리스 스트리머 대회. 팀장 명단 공개]
여느 때처럼 사설은 길었으나.
중요한 내용은 글 하단에 있을 터.
링크를 타고 트리스의 공지로 넘어온 이들은 스크롤을 휙휙 넘겼다.
<팀장 목록>
왕눈이
호박왕
……
…
미다스
그리고 최하단에 도달했을 때.
그들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차올랐다.
-??????
-뭐임????
작년과 마찬가지로 팀장은 8명이었다.
그야 8팀이니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미다스라는 이름이 있었다는 거다.
-그 미다스 맞음???
-아이디 보니까 맞네 ㅋㅋㅋ
-와, 미친. 대박 ㅋㅋㅋㅋㅋㅋㅋ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스트리머가 트스대 팀장 목록에 있다니!
명백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한데, 불만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미다스 클라스 무엇?! ㅋㅋㅋ
-아니 ㅋㅋㅋ 방송 1개월차가 트스대 팀장이라고? 이건 지이이이이인짜 오지는데 ㅋㅋㅋㅋㅋ
-요즘 핫하긴 했지 ㅇㅇ
-요즘만? 걍 걔는 방송 시작한 후로 항상 핫하던데…….
-ㄹㅇ ㅋㅋ 솔까 미다스 이름 못 들어본 날이 더 드물다 ㅋㅋㅋ
평균 시청자 수면 시청자 수, 인지도면 인지도.
무엇 하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트스대 팀장은 오바 아님?
-ㄹㅇ;; 무게감이 너무 없는데;;
짧은 방송 기간 탓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종종 있었으나.
이러한 의견은 빠르게 사라졌다.
-뭐래 ㅋㅋㅋ 1개월 만에 저 정도 커리어 찍었으면 그게 오히려 더 대단한 거 아님???
-그러게? 짬만 차면 단줄 아나;;
-무게감 ㅇㅈㄹ ㅋㅋ 무슨 대학교수 뽑냐??
순식간에 비난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핵 논란으로 미다스를 반쯤 매장하려던 겜잘알의 여론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호적인 반응.
그만큼 미다스의 인지도가 달라졌다는 걸 의미할 터.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일까?
“벌써 반응이 핫하네. 팀장 한다고 하길 잘했다.”
잠시 겜잘알의 반응을 살피던 지호는 만족스럽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화제가 될 거라 짐작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빠르게 반응이 올 거라 생각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제 막 공지가 올라온 시점이라는 걸 감안하면, 앞으로 더더욱 알려질 가능성이 높겠지.
‘뭐, 긍정적인 반응이라 오히려 좋은 건가.’
지호는 쿨하게 겜잘알을 닫았다.
딸깍! 딸깍!
그리고 다시 인터넷을 뒤적이며 공지가 올라오기 전까지 보던 정보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흐음…. 논란이 꽤 많았네.”
준영과 대화를 끝마치고 집에 돌아온 게 대략 3시간 전.
그간 지호는 계속해서 트스대에 관해 공부했다.
주로 찾아본 건.
트스대의 룰과, 무슨 기준으로 팀원을 꾸렸는지, 어떤 논란이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등이었다.
그리고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확실히 팀원을 잘 구하는 게 제일 중요하겠네.’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일까?
이제 2회차인 대회치고는 꽤 많은 논란이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종류는 팀 구성에 관한 것이었다.
오죽하면 팀원 하나 잘못 구했다고 나락까지 간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겠지.
“일단 대충 감은 잡았고.”
이어서 그는 다른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틀었다.
종류도, 시청자 수도 다양한 방송들.
서걱, 서걱.
지호는 노트에 메모까지 하며 집중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났을 때.
‘역시 처음에 떠올렸던 방법이 제일 낫겠다.’
생각의 정리는 대강 끝났다.
남은 건, 더 구체화시키는 것뿐.
지호는 모니터를 가득 채운 방송들을 종료했다.
삐익-삑!
이후 그는 연신 알림이 뜨던 트리스의 메시지함을 확인했다.
[새 메시지 : 999+]
트리스의 메시지함은 하나하나 확인하지 않아도 매번 카운트가 초기화되는 구조다.
고로, 마지막으로 확인한 이후 999개 이상의 메시지가 왔다는 소리.
‘미친. 3시간 전에 확인했는데….’
경악한 지호는 고개를 저으며 슥슥 스크롤을 내렸다.
[안녕하세요, 미다스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번 트스대, 미다스님의 팀에 들어가고 싶어서-]
[미다스님, 진짜 트스대 팀장이신가요? 그럼-]
[팀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등등.
평소처럼 광고에 관한 문의도 종종 있었으나, 거의 대부분은 트스대에 관한 연락이었다.
띠링!
심지어 스마트폰으로도 연락이 왔다.
왕눈이와 호박왕을 비롯.
합방 때 연락처를 주고받은 스트리머들이었다.
당연히 그들도 비슷한 목적일 터.
“한 번 쫙 공지하는 게 편하겠네.”
딱 봐도, 하나하나 설명하다간 끝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라리 빨리 알리는 게 낫겠지.
[오늘 방송에서 공지할 예정입니다.]
지호는 개인적으로 연락 온 이들에게 답장을 보낸 뒤.
방송 공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가상현실게임이 개발된 이래.
인터넷 방송 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괜히 10만 개인방송 시대라 불리겠는가.
특히, 세계적인 플랫폼 중 하나인 트리스에서 방송하는 스트리머는 셀 수 없이 많다.
오죽하면 평균 시청자 수가 1만 명을 넘는 이들도 많을 정도.
그래서일까.
방송만 켜면 1.5만 명 이상이 모일 정도로 체급이 크더라도,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까지는 미다스도 그런 경우의 예외가 아니었는데.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방송 시작 1개월 만에 트스대의 팀장 중 1인이 된 스트리머, 미다스]
그 시작은 한 언론사의 기사였다.
물론, 규모가 큰 메이저 언론사는 아니다.
하지만 짜집기 기사만 쓰는 인터넷 언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언론사였다.
-미다스가 누군데?
-1달 만에 트스대 팀장이라고?? 그게 가능한가???
-미다스 정보 요약한 글 찾아옴 [링크]
└이거 다 진짜임?
└ㅇㅇㅇㅇ
└그냥 괴물이네…….
-오튜브 영상 퀄도 미쳤는데?
└심지어 이제 3일 된 채널인데 구독자가 10만이네 ㅋㅋㅋ
-난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걍 넘사벽임 ㅋㅋㅋㅋ
-이런 사람이 왜 지금까지 안 알려진 거??
└아는 사람은 다 알았을 걸?
└ㅇㅇ
역시 언론사는 언론사였다.
짧은 기사였음에도 겜잘알에 올라온 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어났다.
잠깐 사이에 수십만 명 이상에게 노출되었을 정도.
또, 거기서 끝도 아니었다.
[펌) 1달 만에 머기업이 된 스트리머]
[요즘 스트리머의 떡상 과정 #스트리머 #트스대 #퓨처 워]
……
…
기사는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타며 퍼지고, 또 퍼졌다.
미다스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더 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 * *
트스대 팀장의 파급 효과일까?
공지가 올라오고 몇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미다스’라는 이름이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베스트 게시판]
[1. 기사 펌) 방송 시작 1개월 만에 트스대의 팀장 중 1인이 된 스트리머, 미다스]
[2. 미친 ㅋㅋㅋ 미다스 트스대 팀장됨 ㅋㅋㅋㅋㅋ]
[3. 미다스가 팀장 된 이유.EU]
[4. 오튜브 개설 4일 만에 구독자 10만을 찍은 스트리머가 있다?!]
……
…
어느 정도냐 하면.
겜잘알 메인 화면의 베스트 게시판의 모든 글들이 ‘미다스’라는 단어로 도배될 정도였다.
아무리 지호라 할지라도 이 정도는 핵 논란 이후 처음이었다.
그만큼 이번 트스대의 여파가 크다는 소리일 터.
그리고 트스대의 팀장들에게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팀원들에 관한 궁금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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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다스 팀원은 어떻게 구한다는 거임?
ㄹㅇ 궁금한데 오피셜 아직 안 나옴?
아니, 미다스 방송 언제 켬???
스머들 다 겜잘알 눈팅하는 거 아는데, 이 정도면 시원하게 방송 켜서 말해주지;;;
-피지컬 보고 뽑지 않을까???
└지가 피지컬 끝판왕인데 굳이?
-평청자?
└혼자 방송해도 1.8만 명이 보는데 평청자 신경 쓰려나……
-ㄹㅇ 모르겠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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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이들의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전부 추측일 뿐,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았고.
자연스레 호기심은 한 곳을 향했다.
-미다스 언제 방송 켬?
└오늘 정기 휴방일인데;;;;
└하필?
└아… 궁금해 죽겠는데 ㅋㅋㅋ
답이 나오지 않을수록 궁금증은 커져가는 법. 겜잘알에는 미다스에 관한 글이 계속 올라왔다.
그리고 모두의 궁금증이 한계까지 부풀었을 때.
미다스의 방송 공지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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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오늘은 정규 휴방일이지만 30분 후에 짧게 게릴라 방송이 있을 예정입니다.
방송 내용은 아마 모두가 궁금해하실 트스대에 관한 내용이 될 것 같네요.
모두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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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미하미하
-착.석
-ㅎㅇㅎㅇㅎㅇ
-휴방인데 와준 미다스 칭찬해!!!!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방송을 켜기가 무섭게 시청자 수가 올라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1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평소보다 많은 시청자가 들어왔을 정도였다.
[현재 시청자 수 : 21,332]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
지호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미리 공지한 대로 짧게 게릴라를 켜게 됐습니다.”
-캬!!!!!
-감다살이네 ㅋㅋㅋㅋㅋ
-그래서 팀원 구하는 조건은 뭐임????
-벌써 팀 다 정해둔 건가요?
-저, 팀으로 뽑아주세요!!!!!
역시나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트스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가 아니라면 누구도 답해줄 수 없으니 당연할 거다.
‘오, 파트너 스트리머들도 많이 왔네.’
지호는 속으로 감탄했다.
끊임없이 올라가는 채팅들 사이, v로 체크된 닉네임들이 여럿 보였기 때문이다.
저건 트리스에서 인증된 파트너 스트리머라는 표시다.
평소에도 한둘은 보였는데, 오늘은 최소 수십 명 이상이었다.
그 말인즉, 꽤나 규모가 큰 스트리머들도 다수 그의 방송을 보고 있다는 것.
‘하긴, 그럴만하지.’
이제는 지호도 어엿한 스트리머다.
누군가에게 묻지 않아도 트스대에 나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꿰고 있다.
아니.
솔직히 그와 같은 팀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어지간한 스트리머들에게는 큰 의미일지도?
최소한 1만 명 넘는 시청자들에게 알려진다는 뜻이니까.
당연히 지호였어도 궁금할 거다.
그는 굳이 시간을 끄는 대신, 바로 생각해둔 내용을 말했다.
“다들 물어보시는 것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오오…….
-캬ㅑㅑㅑㅑㅑㅑㅑ
-미카콜라!! 시원하다!!
-가즈아!!
“일단 컨셉은 뉴비 스트리머 모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조건은 바뀔 수도 있지만. 일단 대상은 첫 방송을 시작하신 지 반년에서 1년 사이인 스트리머분들이 될 것 같네요.”
짧지만, 임팩트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 말은 실시간으로 방송을 지켜보던 누군가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오,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 저런 조건을 건다고?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네.”
며칠 전 지호의 방송을 보며 트스대를 준비하게끔 지시한 트리스의 과장, 황기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