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화. 새로운 팀(3)
‘머리가 좋다고?’
문득 들려온 황기택 과장의 중얼거림에 트리스의 직원인 이호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뭐랄까.
그의 기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
-아니, 뉴비들만??
-이게 맞나 ㅋㅋㅋㅋㅋ
[‘???’님이 1,000원 후원!]
[그럼 1년 넘게 방송한 사람들은 입구컷이라는 건가요? 대기업 스트리머여도??]
슬쩍 확인해보니, 화면 속 미다스의 방송에서는 채팅과 후원으로 질문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만큼 갑작스러웠다는 뜻일 터.
[네, 그렇습니다. 다른 조건은 몰라도 최소한 방송 기간 기준은 그대로 갈 생각입니다.]
하지만 미다스의 대답은 확고했다.
“단호하게 나오는 거 보니 뭔가 준비하긴 했나 보네. 제대로 납득만 시키면 재밌는 그림 나오겠구만.”
게다가 황 과장의 반응도 여전히 긍정적이었다.
‘어째서?’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기에.
이호산은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을 던졌다.
“과장님, 혹시 어떤 점 때문에 머리가 좋다고 말씀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솔직히 그렇습니다. 제 생각엔 미다스가 굳이 뉴비들로만 팀을 꾸려서 얻을 이득이 없어 보이는데….”
하하.
확실히 기분이 업 되긴 했는지.
별 것 아닌 대답에도 황 과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이내 다시 물어왔다.
“하나만 물어보자. 그렇게 따지면 미다스가 트스대에 나와서 뭘 얻을 수 있을까?”
“음…. 상금도 꽤 크긴 한데, 미다스 정도면 광고 한두 번이면 벌 돈이고. 역시 홍보 효과 아닐까요?”
“그렇지!”
이번 대답은 꽤나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황 과장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말을 덧붙였다.
“홍보 효과, 거기에 추가하자면 우승했다는 성취감이겠지. 누구나 그런 욕심은 있으니까.”
홍보, 그리고 성취감.
거기까진 이호산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래서?’
속으로 궁금증이 차오르려던 찰나.
또다시 황 과장의 말이 이어졌다.
“솔직히 그건 다 비슷할 거야. 근데 미다스는 다른 팀장들하고 큰 차이점이 있지.”
“차이점이요?”
“체급이든, 피지컬이든. 다른 팀원들한테 아쉬울 게 없다는 거. 이거 꽤 크거든.”
“아아….”
이호산은 말끝을 살짝 흐렸다.
듣자마자 납득이 되는 말이었으니까.
미다스가 상위 0.1%에 속하는 최정상급 스트리머는 아니라지만, 어디 가서 꿀릴 체급은 아니다.
‘오히려 으스대고도 남을 정도지.’
하물며 피지컬은?
그 때문에 트스대의 룰을 바꿨어야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는 소리다.
끄덕.
자연스레 이호산의 고개가 움직였다.
하지만 아직도 의문은 남아있다.
“그래도 뉴비들만 데리고 가는 게 무슨 이득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과장님도 아시겠지만, 유입도 피지컬도 다다익선이잖습니까?”
그에 대한 과장의 대답은 쿨했다.
“작년 트스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거다.”
“갑자기 작년은 왜….”
“그때 제일 시끄러웠던 이슈가 뭐였지?”
“팀 짜는 과정이 진짜 개판이었죠. 고객센터에 전화 테러 오던 거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어우…….”
이호산은 혀를 차며 몸서리쳤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각종 저격을 시작으로, 누군가 돈을 받고 팀에 넣어준다는 제보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사건사고가 터져대지 않았던가.
심지어 후자는 실제로 밝혀져서 차라리 트스대를 무산시켜야 하나 내부회의까지 수차례 열렸을 정도였다.
“그것도 맞긴 한데, 그건 우리 입장이고 당시에 팀장들이 제일 스트레스 받은 건, 타 스트리머들의 극성 팬덤이었지.”
“하긴… 그렇죠.”
“이번에 미다스가 제한 없이 팀원을 뽑는다고 했으면 더 심했을 거다. 알다시피 미다스는 고정 팬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 거의 없으니까.”
“아아.”
[왜 X 안 데려감??]
[Y가 근본인데 감다뒤네;; 이런 감으로 무슨 트스대 팀장 ㅋㅋㅋㅋ]
등등.
몇몇 채팅이 문득 이호산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지가 좋아하는 스트리머를 안 뽑았다고 부계정까지 총동원해서 팀장들의 방송 채팅창을 테러했다지.’
이번에도 비슷한 일은 벌어질 터.
그럴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고정 팬들이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고정 팬들이 많을수록 어쭙잖은 분탕질에 시청자들이 휘둘릴 가능성이 줄어들 테니까.
“확실히 미다스 입장에선 다른 팀장들처럼 무난하게 가면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는 상황이겠네요.”
“맞지. 그래서 어떻게 할지 궁금했는데, 대처 방법이 꽤 노련하네. 이번 대회 기대해도 되겠어.”
“그렇네요.”
황 과장의 말에 이호산이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어?’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장님. 미다스가 원래 저렇게 머리가 좋은 편이었던가요?”
“둘 중 하나겠지.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이 연기였다던가, 아니면 주변에 노련한 사람이 있던가.”
* * *
[시청자 수 : 22,617]
‘와, 이게 트스대 효관가.’
슬쩍 시청자 수를 확인한 지호가 감탄했다.
최근 그의 방송 평균 시청자 수는 1.7만 정도다.
한데, 이건 말 그대로 평균.
지금처럼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몰려들 정도는 아니다.
평소였다면 지금쯤 간신히 1만 명을 넘어가고 있을 시점이겠지.
그 말인즉, 절반 이상은 트스대에 관한 내용을 들으러 달려온 유동 시청자라는 소리다.
그래서일까?
-아니 ㅋㅋㅋ 왜 하꼬들을 데리고 간다는 거?????
-트스대가 우습냐 ㅋㅋㅋㅋㅋ
-지금이라도 번복 ㄱㄱ
-ㄹㅇ 이거 논란 터진다 ㅋㅋㅋ
-근데 난 괜찮다고 보는데?
-지랄 ㄴㄴㄴ
채팅창은 역대급으로 불타고 있었다.
심지어 그 중 태반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뭐, 대충은 예상했지만.’
뉴비들만 데리고 팀을 꾸려보는 거 어떠냐.
몇 시간 전, 준영이 낸 의견이었다.
당시에는 ‘오, 그런 컨셉도 괜찮겠네.’하고 넘어갔지만,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방송각과 이미지를 챙기면서.
혹시 모를 리스크도 방지하는 것.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음… 보니까 기준이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많네요.”
-그걸 말이라고 ㅋㅋㅋㅋㅋㅋ
-당연한 거 아님??
-진짜 님 위해서 하는 말임 ㅇㅇ
-하꼬들 모이면 노잼 확정인데 ㅋㅋㅋ 괜히 하꼬겠냐고 ㅋㅋㅋㅋ
문제라면, 지금처럼 부정적인 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 거다.
애초에 트스대 같은 큰 이벤트는 대형 스트리머들의 축제 같은 느낌이 강했으니까.
이걸 설득하는 건 순전히 그의 역량일 터.
지호는 운을 띄우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이 해주신 말들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ㅇㅇㅇㅇㅇㅇ
-이제야 말이 통하네 ㅋㅋㅋㅋ
-역시 ㅋㅋ 미다스가 감이 있어.
먼저, 그들의 말을 수긍했다.
“그런데. 요 며칠 트스대 같은 대회들을 찾아보니까 아쉬운 점이 있더라고요.”
-갑자기??
-????
-뭐임???
그리고는 슬쩍 주의를 돌렸다.
“기존에 방송을 하시던 분들. 음… 체급이라고들 하시죠? 무튼 체급이 큰 분들은 이런 기회가 많은데, 뉴비들은 기회조차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거. 다들 아시나요?”
-누가 하꼬 하랬나 ㅋㅋㅋ
-ㄹㅇ 불만이면 하꼬 탈출하던가 ㅋㅋㅋㅋㅋㅋ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지;;;
-ㅇㅇ 하꼬들한테는 기회도 안 가는 건 맞음.
-근데 어쩔 수 없지 않나…?
이것만으로도 분위기는 한결 유해졌다.
그야 당연하다.
이런 대회가 있을 때마다 하꼬들이 소외되는 건 모두가 외면하던 불편한 사실이었으니까.
지호는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그래서 이번에 그런 분들과 팀을 꾸려보려고 합니다. 저는 여러분들 덕분에 빠르게 성장한 편이니, 그 기회를 다른 분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히, 지호는 누구와 팀이 되든 상관없었다.
애초에 팀장을 하게 된 것도 재밌겠다는 이유 아니었던가.
어떻게 가도 즐거우면 그만이다.
‘뭐, 그걸 곧이곧대로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트리머다.
때로는 이미지 포장도 필요하겠지.
-오…….
-마인드 ㅆㅅㅌㅊ
-ㄷㄷㄷㄷ 이건 좀 오진다.
-와 씨, 사람이 달라 보이네 ㅋㅋ
-선한 영향력 뭔데;;;;
다행히 포장은 성공적이었다.
채팅창의 분위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넘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남은 건, 점점 더 굴리는 것뿐.
지호는 또렷한 목소리로 멘트를 이어갔다.
* * *
[스트리밍을 종료합니다.]
“후… 끝났네.”
30분가량의 짧고 굵은 방송이 끝났다.
보통 방송이 끝나면, 지호는 바로 캡슐 밖으로 나간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는데….
왕눈이와의 선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띠링!
[왕눈이 대화방]
[대화방에 참여했습니다.]
-미다스
“오, 미다스 님 오셨네요. 방송 고생하셨습니다.”
링크를 누르자.
익숙한 응접실이 눈에 들어왔고.
그곳의 푹신한 의자에 앉아있던 왕눈이가 바로 인사를 건네왔다.
“잘 지내셨나요.”
안 그래도 진 빠졌던 참.
지호도 마찬가지로 안부 인사를 건네며 푹신한 의자에 앉았다.
“저야 뭐, 평소랑 비슷하죠. 미다스 님은 항상 다사다난하신 거 같지만.”
그런 지호의 반응에 왕눈이는 피식 웃으며 농담을 건네더니.
이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팀원을 어떻게 고를지, 조언을 듣고 싶다고 하셨죠?”
“네네.”
“아시겠지만 저는 비교적 쉽게 팀을 꾸렸어요. 워낙 방송을 오래 해서 마음 맞는 지인들이 많았거든요.”
지호도 알고 있던 내용이다.
얼마 전에 같이 로스트 월드를 즐겼던 미아나 쿠누누 같은 왕눈이 사단 멤버들을 말하는 것.
“뭐, 그래서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제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다른 이도 아닌 왕눈이다.
도움이 안 될 리가.
그와 눈을 마주친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전략은 잘 짰어요. 지금까지 봐온 미다스 님 스타일은 아닌데, 소화를 잘 시킨 느낌?”
확실히 짬은 무시할 수 없나 보다.
전후사정을 들은 것도 아닌데 곧바로 파악하는 걸 보면.
“이제 어떤 분들로 구하느냐가 문젠데. 제가 미다스 님이라면 조금이라도 논란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볼 거 같아요.”
“네, 맞아요. 그래서 구설수에 오른 적 없는 사람 중에서 고른 다음에 지난 방송도 슥 훑어보려고요.”
지호는 바로 동의했다.
안 그래도 첫째로 고려하고 있던 점이었으니까.
“좋아요. 다음은 미다스 님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팀원이면 완벽하겠네요. 예를 들면, 사운드가 안 비는 분이라던가 이런 식으로.”
그 후로 한참.
지호와 미다스는 트스대와 관련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슬슬 대화를 마무리하려던 찰나.
띠리링!
누군가 왕눈이에게 연락을 걸었다.
“미다스 님, 잠시 음성채팅 좀 받아도 될까요?”
“넵.”
[왕눈이 오빠, 뭐해!]
상대는 익숙하게 들리는 통통 튀는 발랄한 목소리, 미아였다.
“잠깐 미다스 님하고 대화하고 있었어. 왜?”
왕눈이는 곧바로 대답했고.
미아의 밝은 목소리도 이내 돌아왔다.
[나 누누랑 게임 한 판 같이할까 해서 멤버 구하고 있는데, 오빠랑 미다스 님도 같이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