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4화. 서든 샷 -내전(1)
띠링!
[미아네 대화방]
[대화방에 참여합니다.]
-미다스
-왕눈이
“꺄! 왔다!”
왕눈이와 함께 이동한 대화방.
로딩이 끝나자마자 미아의 밝은 목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타다다닥!
“왕눈이 오빠, 미다스 님! 하이하이! 올만!!”
“우리 로스트 월드 합방이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을걸?”
“근가?! 무튼 올마안!”
“하하.”
그들을 부른 미아는 여전히 높은 텐션이었다.
타고난 인싸 그 자체랄까.
오죽하면 왕눈이도 순간이나마 버퍼링이 걸릴 정도였으니, 지호라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안녕하세요, 미아 님.”
“넹! 미다스 님도 하이하이!”
평범한 인사, 그리고 밝은 대답.
지난 합방에서 몇 번이나 주고받은 패턴이었다.
보통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난 뒤에는 미아가 다른 화제로 말을 걸어오곤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에헤이, 님들아. 당연히 그 미다스 님이지 다른 미다스 님이 어디 있어. 봐봐, 저기 오셨잖아. 안녕하세요!”
“거기 두 분 지각입니다.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봉봉이 너도 방금 왔으면서?”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호스라고 합니다!”
-ㄷㄷㄷㄷㄷㄷ
-진짜 왕눈이랑 미다스가 왔네?
-아니 저 사람들 ㅋㅋㅋ 왜 자기들 방송은 안 켜고 ㅋㅋㅋㅋㅋㅋ
-미하!!! 왕하!!!!
미아와의 짧은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정신이 쏙 빠질 정도로 많은 인사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익숙한 얼굴들과, 처음 보는 얼굴.
심지어는 다들 방송 중인지 홀로그램으로 떠올라 있는 채팅창까지.
“다들 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지호는 가볍게 인사하며 대화방 전체를 스윽 확인했다.
[미아네 대화방]
[8/10]
방금 지호와 왕눈이가 들어왔으니, 원래 6명이 있었을 터.
절반 이상은 아는 얼굴이었다.
미아, 쿠누누, 봉봉봉, 망군.
이렇게 넷이 로스트 월드 멤버들이었으니까.
‘근데 다른 두 명은 처음 보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낯선 남녀를 보고 지호가 고개를 갸웃하던 찰나.
“오, 두 분은 처음 뵙네요!”
왕눈이가 나서서 그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왜 이리 긴장들 하셨어요.”
지호와의 첫 합방에서도 그랬듯.
왕눈이는 합방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킬이 능숙하다.
그는 이번에도 슬슬 시동을 걸었고, 왕눈이 사단의 다른 멤버인 봉봉봉도 웃으며 말을 거들었다.
“둘 다 긴장 안 하셔도 돼요! 왕눈이 형도, 미다스 님도 알고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라니까? 도깨비들 아니에요.”
“이 정도로 대기업인 분들은 처음 봐서…….”
“아하하! 하긴 그럴 시기긴 해요.”
하긴.
왕눈이 사단 멤버들에게는 친근한 형․오빠지만, 왕눈이는 어지간한 스트리머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보는 대기업이다.
하물며 미다스는?
그런 왕눈이보다 체급이 2배 이상 큰 괴물이다.
‘생각해보니까 긴장할 만하네.’
순간 그들의 마음이 이해된 봉봉봉은 대신 소개를 이어갔다.
“자자, 제가 소개해드릴게요! 여기 여자분은 연두리 님이시고, 남자분은 호스 님! 저번에 컨텐츠하다가 만난 분들인데, 두 분 다 방송 경력은 짧아도 잘하셔서 친해졌어요.”
“아하!”
왕눈이는 호기심에 눈을 빛냈다.
앞서 미다스를 알게 되자마자 합방 제안부터 보낸 것처럼, 그는 새로운 스트리머와의 관계를 항상 열어둔다.
특히 왕눈이 사단 멤버의 추천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그들의 안목은 꽤나 정확하니까.
이번에도 왕눈이는 반갑게 웃으며 손을 건넸다.
“앞으로 종종 볼 수도 있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왕눈이에요!”
“연두리예요…! 잘 부탁드려요!”
“종합 게임 스트리머 호스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드디어 긴장 풀렸네 ㅋㅋㅋ
-이제 시동 거나요? 저번에 봉봉이 방송에서 보니까 텐션 장난 아니던데 ㅋㅋㅋㅋ
-봉봉봉이 얼 탈 정도였으니까….
그제야 긴장이 조금 풀린 걸까?
두 스트리머는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머지는 차차 알아 가면 되겠지.
잠시 그들과 대화를 나누던 왕눈이가 이번에는 미아를 바라보았다.
“근데 뭔 게임을 하려고 사람을 이렇게 많이 모았어?”
“서든 샷! 5대 5 내전 할 거야!”
“오, 재밌겠는데?”
“그치?!”
왕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FPS 게임인 ‘서든 샷’은 한때 그도 즐겨 하던 편이었다.
간만에 하는 것도 괜찮겠지.
문제는, 머릿수가 부족해 보인다는 건데….
아니나 다를까.
쿠누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덧붙였다.
“형, 근데 아직 2명 더 모아야 해요. 미아 누나가 일단 되는대로 모으고 본 거라…….”
“금방 모을 거거든! 근데… 오빠나 미다스 님. 혹시 부를 사람 있어요?!”
일단 기세 좋게 말했지만 내심 불안한 모양.
미아는 조심스레 고개를 돌리더니, 지호와 왕눈이를 향해 속삭이듯 물어왔다.
“오케! 좀만 기다려봐. 한 번 찾아볼게.”
“저야 뭐 딱히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아, 맞다. 잠깐만요.”
바로 메신저를 확인하는 왕눈이와 달리.
지호는 고개를 저으려다가 멈췄다.
부를 사람이 없다 생각했는데, 문득 합방으로 친해진 호박왕이 떠오른 까닭이다.
‘나중에 게임 할 일 있으면 불러달라고 하셨는데.’
그는 호박왕에게 연락을 보냈다.
띠링!
답장은 바로 돌아왔다.
한데, 뜻밖의 내용도 함께였다.
“음, 호박왕 님께 여쭤봤는데 본인이랑 한 분 더 가능하냐고 물어보시는데 괜찮을까요?”
“꺄! 당연히 좋죠! 누구신데요?!”
“카인 님이라고 하시네요.”
“아하! 카인 님… 네에?!!”
미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 * *
그 시간, 준영의 집.
[미다스가 직접 밝힌 팀 선정 기준.Official]
[솔직히 팀장이라고 지 꼴리는대로 하는 건 오바 아닌가 ㅋㅋㅋ]
[미다스 하차시키라고 문의 넣고 옴 ㅇㅇ]
[소신발언) 난 미다스의 이번 선택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함.]
……
…
“좋네.”
영상을 편집하던 와중, 슬쩍 커뮤니티를 살펴본 준영의 평가였다.
<뉴비 스트리머들로만 트스대 팀을 꾸리겠다.>
지호의 게릴라 방송은 30분 정도로 짧았지만, 이 멘트 하나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워낙 화제인 주제인 데다가.
그의 기준도 파격적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그래도 이 정도면 뭐.”
준영은 수많은 글 중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글을 읽기 시작했다.
-------
[솔직히 팀을 어떻게 짜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진짜 모름.]
작년 트스대 보니까 어차피 다들 머기업끼리, 아니면 지인들끼리 똘똘 뭉치던데;;;
그건 인정하면서 미다스가 뉴비들만 데려가는 건 왜 발광하는 거임??
팀은 8팀이니까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은 거 아닌가?
발작버튼 눌린 친구들 이유 좀.
-ㄹㅇ ㅋㅋ 체급 큰 사람한테 비비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 능력껏 하꼬들 데려가겠다는데 왜 지랄인지.
-즈그 주인들 안 데려 간다고 저러는 거지 뭐 ㅋㅋㅋㅋㅋ
-에휴, 과몰입들이 또 ㅋㅋㅋㅋ
-근데 아쉬운 건 사실임. 하꼬는 하꼬인 이유가 있는 건데.
└수백, 수천 명 지원할 텐데 그 중에서 고르는 거라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음 ㅇㅇ.
└흠,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
“확실히 포장이 기깔나긴 했어. 적당히 감성도 자극했고.”
준영은 새삼 감탄했다.
겜잘알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의 반응이 원래부터 이렇게 순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까지만 해도, 온 게시판이 미다스의 욕으로 가득할 정도였으니까.
여론이 변화된 시점은 지호의 발언 이후다.
<저는 여러분들 덕분에 빠르게 성장한 편이니, 그 기회를 다른 분들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준영도 순간 감탄할 정도였는데, 다른 이들은 어떻겠는가.
커뮤니티의 반응은 순식간에 지금처럼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다.
게다가.
앞서 언론사의 기사를 타고 화제가 됐던 터라, 오튜버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띠링! 띠링!
[안녕하세요, 사우TV입니다. 이번에 미다스님 관련 영상 하나 제작하고 있는데 자료 공유 좀 가능할까요?]
[야, 너 미다스 편집자 됐다며 ㅋㅋㅋ 나 트스대로 조회수 좀 빨려고 하는데 미다스 소스 좀 주라.]
등등.
벌써부터 들끓는 수많은 연락들로 준영의 SNS와 메신저가 폭주할 지경이었다.
“흠.”
업계에서 나름 오래 있었던 준영.
그만큼 이런 흐름엔 예민하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이슈.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훨씬 더 번지겠다.’
어차피 막을 수는 없는 흐름이다.
애초에 그래야 할 이유도 없고.
다만 방향을 유리한 쪽으로 조절할 수는 있다.
“이 새끼는 악질이니까 거르고. 얘랑 얘, 그리고 또 애까지….”
준영은 개중 몇몇을 추려 답장을 보낸 뒤, 겜잘알을 새로고침했다.
뭔가 재밌는 글이 올라왔나 싶어서였는데.
“오?!”
그의 기대대로 흥미가 돋는 글이 있었다.
-------
[미친 ㅋㅋㅋ 지금 정상대전 열리기 직전 ㅋㅋㅋ]
미아랑 쿠누누가 심심해서 서든 샷 내전 멤버 모았는데 라인업 개미쳤다 ㅋㅋㅋ
왕눈이에 미다스 그리고 호박왕이랑 카인까지 모임 ㅋㅋㅋㅋ
10명 중에 트스대 팀장이 3명, 퓨처 워 전 프로가 1명 ㅋㅋㅋㅋ
당장 보러 가야겠지? ㅋㅋㅋㅋ
-?????
-왕눈이나 미다스는 그렇다 쳐도 호박왕?? 카인???
└미다스가 부름 ㅋㅋㅋㅋ
-카인이면 그 카인이냐?
└카인이 한 명 말고 또 있누? 글에 적어뒀자나 전 프로라고 ㅋㅋㅋㅋ 이번 트스대에 호박왕네 팀으로 들어간다는 거 같더라 ㅋㅋㅋ
└와, 미친 ㅋㅋㅋ 그러면 거의 트스대 전초전이네??????
└게임은 달라도 거의 그 느낌임
-ㅅㅂ 미다스는 방송 안 켜나;;;
└안 그래도 누가 방금 미아한테 미션 넣음 ㅋㅋㅋㅋ 미다스한테 방송 켜라고 말하기 ㅋㅋㅋㅋㅋ
└아마 곧 켤듯??
└캬!! 개같이 뛰어간다 ㅋㅋㅋ
-팀은 어케 짬? 미다스랑 카인이 같은 팀이면 걍 압살일 텐데 ㅋ
└그 둘은 양 팀에 나눠놓고 사다리 탄다고 하는 듯???
└역시 스머들 ㅋㅋㅋ 센스 하나는 지린다니까 ㅋㅋㅋㅋㅋ
-이번엔 미다스 빡세겠지???
└솔직히 서든 샷에서 카인 상대하는 건 진짜 빡셀걸? 점마 서든 샷도 준 프로 급이거든 ㅋㅋㅋ
└ㅅㅂ;; 퓨처 워는 전 프로에 서든 샷은 준 프로급이야? 세상 ㅈㄴ 불공평하네 ㅋㅋㅋㅋ
-------
“이건 뭐, 눈만 감았다 뜨면 굵직한 일이 터지네.”
준영은 피식 웃으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걸리고 있었다.
‘캬, 또 영상 소재 하나 나왔다. 방송은 언제 켜려나.’
지호의 팀 선정 기준이 화제가 되기 전, 가장 핫한 이슈는 그가 트스대에서 활약할 수 있을지였다.
워낙 뛰어난 피지컬을 보여주긴 했으나 전 프로나 챌린저가 상대면 밀릴 수도 있다는 것.
이게 과반수의 의견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급성사된 카인과의 맞대결이라니.
‘이건 안 봐도 대박이지.’
퓨처 워가 아니라 서든 샷이라는 점은 아쉽지만, 대강의 피지컬은 비교할 수 있다.
게다가 카인의 서든 샷 실력이 준 프로 수준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미다스가 진짜들에게 통할지.
모두의 궁금증이 해소될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방송 ON-미다스]
때마침 트리스에서 알림이 왔다.
지호가 방송을 켠 것이다.
“자, 드가자.”
동시에 올라오는 수많은 채팅들.
그중 하나를 따라한 준영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방송을 지켜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