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화. 서든 샷 -내전(2)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미다스가 왔다!!!!!!!
-미하 미하
-이럴 거면 방종 왜 했어 ㅋㅋㅋㅋㅋㅋ
-2연타 게릴라? 오히려 좋아
-자, 드가자!!!!!!!
벌써 2번째 게릴라 방송이다.
예고 없는 방송이 갑작스러울 만한데도, 시청자들은 오히려 즐거운 눈치였다.
아마 흥미로운 떡밥 때문이겠지.
“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어쩌다보니 다시 방송을 켜게 됐네요.”
[‘ㅇㅇ’님 1,000원 후원!]
[오늘 내전 멤버에 카인님도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이를 짐작하고 있었기에, 짧은 인사와 함께 날아드는 질문에도 지호는 멈칫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방송으로 송출되는 시야를 돌릴 뿐.
“네, 저기 계시네요.”
대화방 중앙에서 다른 스트리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카인을 비추기 위함이었다.
-ㄷㄷㄷㄷㄷㄷㄷ
-진짜 카인이네 ㅋㅋㅋㅋ
-대박 ㅋㅋㅋ 이거 빅매친데???
-여기서 이걸 보게 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얼굴만 보였을 뿐인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내전 때문이겠지?’
퓨처 워 전 프로이자 서든 샷 준프로급 실력자.
두 수식어가 보여주듯, 카인의 피지컬은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그런 카인과 미다스가 포함된 내전이라니!
흔히 볼 수 없는 빅매치에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또, 미션으로도 나타났다.
[‘서폿유저’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내전 이기면 100,000원]
[‘칼악귀’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기본 칼로 킬 당 만원]
[‘중립핸들’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카인 따면 50,000원 드림!]
……
…
내전에서 승리하는 미션을 시작으로.
킬 미션까지.
지호는 흥미로운 눈으로 목록을 바라보았다.
“킬 미션이… 걸렸네요?”
승리 미션이나 몇 킬 이상은 종종 받아봤지만, 단일 킬 미션은 처음이었다.
1킬만 하면 5만 원이라니.
‘확실히 잘하긴 하나보네.’
하긴, 당연히 그렇겠지.
괜히 준 프로급이라고 불리지는 않을 테니까.
-미친, 킬 미션 ㅋㅋㅋㅋㅋ
-카인이 그 정도임? 미다스가 1킬도 못하는 그림은 ㄹㅇ 안 그려지는데 ㅋㅋㅋㅋ
-미다스는 첫판이라;;;
-아하 ㅋㅋ 개꿀잼이네 ㅋㅋㅋ
-이래서 미다스 방송을 못 끊어
-ㄹㅇ ㅋㅋㅋㅋ 매일 팝콘각이 나오거든 ㅋㅋㅋㅋㅋ
미션을 수락하자 채팅창은 더욱 뜨거워졌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지호는 한 번 더 불을 지폈다.
“다들 기대하시는 거 같은데, 포인트 도박 한 번 열어볼까요?”
포인트 도박.
다른 방송을 보다가 배운 트리스의 시스템 중 하나로, 채널 포인트를 걸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몇천 원이라도 걸고 보라는 말이 있다.
‘몰입감이 몇 배가 된다고 했지.’
트리스의 포인트 예측도 마찬가지일 터.
-캬ㅑㅑㅑㅑㅑㅑㅑㅑㅑ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감 다 살 ㅋㅋㅋㅋ
-개같이 1번 몰빵한다.
-난 카인이 이긴다에 건다 ㅋㅋㅋㅋㅋ
이를 보여주듯, 포인트 도박을 열자마자 채팅이 더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열길 잘했네.’
지호는 미소를 지으며 슬쩍 비율을 확인했다.
1. 승리 (27%) / 2. 패배 (77%)
포인트는 압도적으로 2번에 쏠려 있었다.
무려 77%나 되는 포인트가 그의 패배에 걸린 것이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을 거다.
처음 하는 게임, 준 프로급 실력자라는 상대 등등.
대강 나열해 봐도 빡센 게임이니까.
하지만.
‘오히려 좋아.’
그럴수록 타오르는 게 지호다.
지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1번 거신 분들, 포인트 복사시켜드릴게요.”
* * *
서든 샷.
총기를 들고 전투를 벌이는 FPS 게임으로.
비슷한 장르인 배틀 에어리어와 달리, 속도감 있는 진행을 자랑하는 게임이다.
5판 3선승제의 한 게임이 끝나기까지 평균 15분 내외랄까.
“그래서 보통 내전할 때 자주 애용되곤 하죠.”
…까지가 호박왕의 설명이었다.
“아아…. 그럼 배틀 에어리어랑은 아예 다른 느낌인 거네요?”
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고.
그는 바로 다시 간략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쵸! 사실 장르가 같다는 점만 제외하면, 배틀 에어리어랑 서든 샷은 근본적으로 다르긴 해요.”
이어진 그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두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기의 유무다.
무기를 구하는 것부터 게임의 한 과정인 배틀 에어리어와 달리, 서든 샷은 무기를 가지고 시작한다는 것.
이는 결국 빠른 진행으로 이어진다.
“호박왕 님 설명 잘하시네요!”
“그럼요, 미아님. 제가 또 종겜스 아입니까!”
미아의 말마따나 호박왕의 설명은 훌륭했다.
서든 샷을 처음 접하는 지호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여하튼 이러한 설명을 시작으로.
내전은 스피디하게 전개되었다.
“다들, 맵은 어떤 맵이 좋으신가요?”
“비밀기지에서 공수 한 번씩 번갈아 가면서 두 판 어때요?!”
“좋네요.”
“찬성이요!”
먼저 맵을 정했고.
“일단 미다스 님하고 카인 님은 쪼개고!”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가도 되겠네요.”
“그럼 이제 사다리 타 볼게요!”
“두구두구!!!”
다음으로 팀을 짰다.
보통 팀 게임이 그렇듯.
밸런스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반대 팀은 전혀 즐길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특히 내전이니만큼 팀 밸런스는 더더욱 중요할 터.
그들은 피지컬이 독보적인 미다스와 카인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랜덤으로 돌렸다.
“짜잔! 결과는 이렇습니다아!!”
[미다스 / 미아 / 호박왕 / 연두리 / 망군]
[카인 / 왕눈이 / 쿠누누 / 봉봉봉 / 호스]
-팀 밸런스 오지네 ㅋㅋㅋ
-ㄹㅇ 사다리 야무지게 돌렸누 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결과 모른다 ㅋㅋㅋ
-너만 모르지 친구야. 2번 건 사람들은 다 안다!!!
이로써 준비 과정은 끝.
다음으로 양 팀은 각자 게임 대기실로 이동한 뒤, 서로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저쪽 팀에 카인 님이 있어서 진짜 빡셀 거예요.”
“인정.”
“저분 진짜 괴물이라던데.”
지호 팀에서 먼저 브리핑을 시작한 것은 호박왕이었다.
워낙 언변이 뛰어난 데다가.
카인과의 친분도 있는 이였기에 다들 그의 말을 경청했다.
“일단 제 생각엔 카인 님이 라플 들고 돌진하실 거 같은데, 어디로 갈지 예측한 다음에 다굴쳐보죠.”
“좋네요.”
“하긴 카인 님이 제일 문제니까.”
돌격소총을 들고 달려오는 카인을 다 같이 잡자는 말.
나름 설득력이 있는 의견이다.
한데, 팀원들이 끄덕이며 호박왕의 말에 동의하려던 찰나 이견이 날아들었다.
“아니에요. 카인 님은 높은 확률로 스나를 들고 오실 거예요.”
앞서 봉봉봉이 소개했던 스트리머, 연두리였다.
“?”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보통 라플을 선호하는 건 맞는데, 이기려 할 때는 스나를 들거든요. 이번 게임에는 미다스 님도 있고, 저쪽 팀이 공격부터 시작이니까 스나가 더 가능성 높아요.”
연두리의 설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내용까지 추가된 것이다.
“아, 그리고 왕눈이 님이랑 봉봉봉 님은 1라인을 선호하시고, 쿠누누 님이랑 호스 님은 2라인을 선호하시니까 다들 그거 감안하시면서 루트 짜면 될 거 같네요.”
????
한참 집중해서 그녀의 말을 듣던 스트리머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들을수록 뭔가 묘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잘 알아……?’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스쳤기에.
호박왕이 질문을 던졌다.
“연두리 님, 혹시 저는 서든 샷 할 때 어떤 성향인지 아시나요?”
“음…. 보통 스나를 좋아하시고 자주 쓰는 총은 TRG-22. 선호하는 루트는 1라인 맞나요?”
“오…. 소름…….”
그리고 즉시 튀어나온 정보에 호박왕은 몸을 털었다.
전부 정답이었으니까.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태연했다.
“하하, 제가 방송 시작하기 전에는 하루종일 트리스만 보던 사람이라, 스머분들 정보는 많이 외우고 있습니다. 특히 퓨처 워랑 서든 샷은 덕후 수준이라.”
“그걸 다 외워요? 천재에여?!”
“에이, 미아 님. 그럴 리가요. 아까 내전 초대받자마자 한 번씩 다시 슥 찾아봤죠.”
어찌 됐건, 좋다.
놀라운 준비성의 결과라는 소리니까.
존중받아야 마땅할 터.
호박왕은 바로 엄지를 올렸다.
“캬, 좋네요. 그럼 오늘 오더는 연두리 님께 맡겨도 되겠는데요?”
“저는 찬성입니당!”
“저도 찬성.”
그리고 지호 팀의 대화가 이렇게 마무리되려던 찰나.
전체 음성이 대기실에 울렸다.
“미다스 님, 들리시나요?”
적 팀 에이스인 카인이었다.
“네, 들립니다.”
“토토 걸었다는 소식 있던데, 한 가지만 알려드릴게요. 2번 미리 정산하셔도 됩니다.”
-캬ㅑㅑㅑㅑㅑㅑㅑㅑㅑ
-미친 ㅋㅋㅋㅋㅋㅋ
-이게 프로의 도발이다 ㅋㅋㅋ
-개웃기네 ㅋㅋㅋㅋ
하하.
명백한 도발이었음에도 지호는 가볍게 웃었다.
그의 시선은 시청자들은 볼 수 없는 메시지함을 향하고 있었다.
[분위기 한 번 제대로 달궈볼까요? -카인]
지호도 스트리머다.
이렇게까지 판을 깔아주는데 못 받아먹으면 서운하겠지.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2번 정산키가 고장 나서 1번 밖에 못 누르겠네요. 어쩔 수 없이 제가 이겨야겠습니다.”
* * *
[5초 후, 게임을 시작합니다.]
-자, 드가자!!!!
-ㄱㄱㄱㄱㄱㄱㄱ
-어디로 가실 거???
“글쎄요, 일단 연두리 님이 오더하시는 대로 갈 예정이에요.”
게임이 로딩되는 동안.
지호는 비밀기지 맵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이 맵의 이름이 비밀기지인 이유는, 말 그대로 산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양 팀은 각각 기지 내부와, 산속에서 시작한다.
‘전자가 공격팀, 후자가 수비팀이라고 했지.’
그리고 이번 매치.
지호가 포함된 팀은 수비팀이었다.
[게임이 시작됩니다.]
“미다스 님은, 1번 라인으로 가주세요. 개활지라 스나 싸움이 쉬울 거예요. 미아 님은 같이 가서 커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든 샷은 자유도가 떨어지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로는.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이 1, 2라인으로 정해져 있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양 팀은 인원을 쪼개서 각각 라인으로 보내곤 한다.
연두리의 오더는 이 중 1라인을 지키라는 거다.
“네, 확인했습니다.”
“넹!”
지호와 미아는 대답한 뒤, 바로 이동했다.
그리고 몇십 초가 지났을까.
탕! 타앙! 탕!
2라인 방향에서 묵직한 총성이 울리더니 킬로그가 연달아 떠올랐다.
[카인 -> 호박왕]
[카인 -> 망군]
[카인 -> 연두리]
그곳으로 간 나머지 팀원들이 순식간에 몰살된 것이다.
킬로그에 뜬 총 모양을 보니 연두리의 말대로 카인이 든 무기는 저격소총인 TRG-22였다.
-미친 ㅋㅋㅋㅋㅋㅋ
-이게 카인이지 ㅋㅋㅋㅋ
-무슨 스나를 라플처럼 쏘누 ㅋㅋㅋㅋㅋㅋ
“미다스 님, 바로 1라인으로 가겠습니다. 첫판은 남자답게 스나 일기토 가시죠.”
이어서 카인의 목소리가 울렸다.
“와준다면 감사하죠. 져드리진 않겠지만.”
지호는 화답하며 총을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스윽.
시야 저 멀리에 카인이 나타났다.
미리 준비했던바.
지호는 빠르게 그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