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6화. 서든 샷 -내전(3)
타앙!
카인의 속도와 시선. 그리고 이동 방향까지 고려한 완벽한 타이밍.
‘맞았다.’
…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어떤 게임을 하건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순간 카인이 그 자리에서 멈추더니 총구를 이쪽으로 돌린 것이다.
-이걸???
-????
-캬…….
-타이밍 다 읽혔네;;;
-저게 카인이지 ㅋㅋㅋㅋㅋ
“!”
흠칫 놀라긴 했지만 지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꺾었다.
탕!
그리고 거의 동시에.
카인의 총알이 허공을 스치고 지나갔다.
-캬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ㅑ
-이거지!!! 미다스도 피지컬은 안 꿀린다고 ㅋㅋㅋ
-인정 ㅋㅋㅋㅋㅋㅋㅋ
-캬, 이게 피지컬 싸움이지 ㅇㅇ
“후….”
간만에 느낀 스릴.
지호는 짧게 숨을 뱉었다.
‘각도 예리한 거 봐. 확실히 매섭긴 매섭네.’
분명 그가 유리한 포지션이었다.
게다가 총알이 빗나갔다는 걸 인지하자마자 고개를 돌리기까지 했고.
한데도 간신히 피하는 게 고작이었다.
조금만 주춤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헤드샷이 떴겠지.
스윽.
여하튼 이로써 한발씩 주고받았다.
‘이제 내 차례다.’
서든 샷의 저격소총.
TRG-22는 헤드를 맞추면 무조건 한방 컷일 정도로 위력이 강한 대신 큰 단점이 있다.
반동으로 인한 모션이 길다는 것.
철컥!
지호는 승리를 확신하며 총구를 들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총을 겨누고 있는 카인을 볼 수 있었다.
“?”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돌이킬 수는 없었다.
곧바로 카인의 총구가 불을 뿜었으니까.
타앙!
[카인 → 미다스]
[패배!]
* * *
빠르게 끝난 1라운드.
게임은 바로 2라운드로 이어졌다!
처음과 다른 점이라면 시작부터 일대일 제안이 날아왔다는 것.
“미다스 님, 이번 판은 바로 1라인에서 만나볼까요? 쫄리면 안 오셔도 됩니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미다스 죽어서 빡쳤을 텐데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인 도발 좀 치네 ㅋㅋㅋㅋ
-프로 때도 저랬음 ㅋㅋㅋㅋㅋㅋ
이번에는 전판보다 더 자신감이 붙었는지 쫄리면 오지 말라는 도발까지 섞여 있었다.
하긴.
영문도 모르고 패배한 상황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피할 수도 있겠지.
하나, 지호는 달랐다.
오히려 바라던 바였기 때문이다.
‘지더라도 직접 부딪쳐봐야 차이를 좁힐 수 있을 테니까.’
지호는 패배를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는 성격은 아니다.
인정할 건 빠르게 인정하는 편.
지금 시점에서 그와 카인의 실력차는 누가 봐도 명확하다.
그러니 같은 TRG-22를 들고, 속도에서 밀리겠지.
뭔가 방법이 있든.
세세한 컨트롤의 차이든.
그걸 좁히지 못한다면 어차피 승리는 불가능할 터.
지호는 도발을 흔쾌히 받았다.
“네, 바로 갑니다.”
-오…….
-이걸 받네 ㅋㅋㅋㅋㅋ
-방금 걍 찢기지 않았었나;;;;
-근데 여기서 ㅌㅌ하면 미다스답지 않긴 해 ㅋㅋㅋ
-ㅇㅈ
[게임이 시작됩니다.]
[Round 2]
지호는 바로 1라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시야에 카인이 나타난 찰나.
“후우.”
숨을 얕게 들이쉬며 조금 더 차분하게 타이밍을 잰 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그럼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총이 격발되는 순간 카인이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미친;;; 또 피하네 ㅋㅋㅋ
-ㄷㄷ 이번에는 더 날카로웠는데
-걍 타이밍을 다 읽힌다니까…….
-ㄴㄴ 일부러 그 타이밍을 내준 거야 쏘라고 ㅋㅋㅋㅋㅋ
-ㄹㅇ?
-확실히 준 프로급은 다르다; 소름 돋네;;;;
탕!
당연히 피할 거라 예상했던바.
지호는 이어진 카인의 반격을 피했다.
한데, 처음과 달리 이번에는 카인에게 시선을 고정한 상태였고.
이내 이상한 점을 볼 수 있었다.
‘칼?’
아주 찰나의 순간.
카인의 무기가 총에서 칼로, 다시 총으로 바뀐 것이다.
다시금 그의 손에 들린 TRG-22.
이어서 카인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카인 → 미다스]
결과는 어김없이 헤드샷!
또다시 지호가 패배했다는 킬로그가 전장에 울렸고, 이어서 남은 팀원들의 킬로그도 연달아 떠올랐다.
2라운드도 처참히 패배한 것이다.
“미다스 님, 괜찮으세요?”
“이거 어쩔 수 없긴 해요. 카인 님이 워낙 서든 샷도 잘하기로 유명해서…….”
-미다스 멘탈 나가겠네;;;;
-……
-이건 좀 크네.
-처음 털리는 거 아닌가???
-ㅇㅇ 핵쟁이 상대로도 개찢었는데 ㅠㅠㅠ
배틀 에어리어 이벤트 매치 당시.
저격의 신이라고 불리던 타미타미까지 제압했던 미다스다.
한데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이라니!
팀원들은 물론이고, 포인트 예측에서 카인의 승에 걸었던 시청자들까지도 걱정을 쏟아낼 정도였다.
“괜찮습니다.”
반면, 그들의 걱정을 받은 지호의 표정은 평온했다.
이제 차이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은 건 직접 해보는 것뿐.
지호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대충 알겠네요. 지금부터 역전 가보죠.”
* * *
한편.
카인의 방송 채팅창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캬!!!!! 역시 카인!!!!!!!!
-마!! 이게 프로의 손맛이다!!! 마!! 이게 프로의 손맛이다!!!
-미다스 컷!!!!!!!
-따이이이잇!
“허허… 다들 진정하세요.”
-님이 아까 호들갑 떨어서 그렇자나요 ㅋㅋㅋ
-?? : 미다스님도 엄청 잘하셔서 어떻게 될지 몰라요 (진짜 한 말)
-봐 ㅋㅋㅋ 잘해봐야 아마추어라니까 ㅋㅋㅋㅋ
-ㄹㅇ 너무 겸손했어 ㅋㅋㅋㅋㅋ
어느 정도냐 하면.
분위기를 조금 진정시키려던 카인의 시도도 먹히지 않을 정도였다.
[게임이 시작됩니다.]
[Round 3]
-자, 막판 가자!!!!
-벌써 이겼누 ㅋㅋㅋㅋㅋ
-이걸 쟤네가 어케 역전해 ㅋㅋㅋㅋㅋㅋ
그러던 와중.
3번째 라운드가 시작되었고.
동시에 들뜬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인 님, 또 1라인으로 오시죠. 이번에는 진짜 이겨드릴게요. 아, 쫄리면 안 오셔도 됩니다!”
벌써 2번이나 처참하게 털린 미다스의 도발이었다.
-진짜 이겨드릴게요. (0킬 2데스)
-미친 ㅋㅋㅋㅋㅋ
-어차피 못 이길 거 자존심이라도 부리는 건가 ㅋㅋㅋㅋ
-이 정도면 포기할만한데…….
-미다스 이런 성격인 줄 몰랐는데 실망이누;;
당연히 승리를 확신하는 걸까.
채팅창에 비웃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카인은 내심 불안한 마음이었다.
‘왜 이렇게 쎄하지.’
분명 이기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질 가능성도 전혀 없고.
그런데도 여전히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그 불안한 느낌은 다시 미다스를 만났을 때 현실로 다가왔다.
타다다닥.
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1라인으로 이동한 카인.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그는 살짝 모습을 보이며 헛총질을 유도했다.
타앙!
-이걸 또 속네 ㅋㅋㅋㅋㅋㅋ
-근데 안 속을 수도 없음. 무시하면 바로 선타 뺏기는 건데 ㅋㅋㅋ
-ㅇㅇ 가불기여;;;;
-걍 카인이 개잘함 ㅋㅋㅋ
결과는 어김없이 성공!
그는 바로 총을 들고 상대를 겨누었다.
한데, 앞선 두 라운드와는 달랐다.
철컥!
저 멀리 보이는 미다스의 손에 칼이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총으로 바뀐 것이다.
‘어? 반캔을….’
흠칫 놀란 것도 잠시.
카인은 다급하게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하나, 이번에는 미다스가 빨랐다.
타앙!
[미다스 → 카인]
-??????
-미친;;;;;
-뭐야, 방금 미다스 반캔 한거임???
-ㅇㅇ….
-아니, 서든 샷 처음이라며;;; 감도 못 잡고 있던 거 아님?????
지호와 달리, 카인과 그의 시청자들은 바로 변화를 알아챘다.
반동 캔슬.
소위 반캔이라 부르는 기술이었다.
서든 샷은 비교적 초창기에 나온 게임이다.
당연히 지금과 달리 최적화가 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고, 시스템 상 허점을 활용한 기술들도 생겨났었다.
‘뭐… 대부분 바로바로 막혔고 게임사에서 공식적으로 허용한 건 몇 없지만.’
반캔은 그 대표적인 예였다.
총을 겨눈 상태에서 순식간에 칼로 바꿨다가 총으로 돌아오면 모션이 초기화된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
문제는.
-저게 본다고 바로 따라할 수 있는 거임?????
-ㄴㄴㄴ 나 예전에 서든 샷에 미쳐있을 때, 한 달 연습하다가 포기함;;;;
-흉내는 되는데, 저렇게 깔끔하게 하는 건 힘들지
-괜히 저거 쓸 수 있냐 없냐를 프로팀 지원 가능 조건으로 두는 게 아님.
-근데 미다스는 어케 함???
-우연이겠지……?
-우연이지 ㅅㅂ 말이 되나.
우연일 거다.
카인방 시청자들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인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진짜 괴물이네. 이걸 보자마자 따라 한다고? 그것도 저렇게 완벽하게?’
우연?
그럴 리 없다.
진짜 우연이었다면 카인보다 더 빨리 격발할 수 없었을 터.
한데, 미다스는 저격소총으로 바뀌자마자 방아쇠를 당겼다.
확신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는 4라운드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타앙!
[미다스 → 카인]
-와, 소름 돋네…….
-미친;;;;
-아니, 괜히 미다스 미다스 하는 게 아니었누…….
-어휴;; 진짜 미친 피지컬이네.
-돌았다 리얼 ㅋㅋㅋㅋ
“하하…….”
카인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의 나이는 올해로 22살이다.
가상현실게임 시대 이후 프로게이머들 평균 은퇴 연령이 28세라는 걸 감안하면 꽤나 빠른 은퇴를 한 셈.
그가 프로신을 떠나게 만든 이유가 미다스 같은 이들이었다.
‘저 정도 피지컬 괴물은 또 오랜만에 보네. 스트리머 중에도 저런 사람이 있을 줄이야…….’
카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간만에 마주한 피지컬이라는 벽이 꽤나 씁쓸했기 때문이다.
“제가 말했죠? 저분은 진짜라고.”
-뭐 저런 사람이;;;;
-ㅇㅈ…….
-진짜 미쳤음 ㄷㄷㄷ
-보고도 못 믿겠네 ㅋㅋㅋㅋㅋ
-걍 어이가 없다 ㅋㅋㅋㅋ
시청자들은 이제야 그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하기야 저런 걸 봤으니.
믿기 싫어도 믿을 수밖에 없겠지.
이대로 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할 터.
카인은 팀원들을 불렀다.
“자자, 여러분들. 이번에는 다르게 가볼까요.”
* * *
[게임을 시작합니다!]
[Round 5]
-와;;; 이게 5라까지 오네….
-미다스는 전설이다 진짜 ㅋㅋㅋ
-이걸 멱살 잡고 끌고 오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차피 내전이긴 해도,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기고 싶네요.”
“당연하져! 지면 재미없자나여!”
“고고, 가 봅시다.”
2:0.
처참하게 질 뻔한 상황에서 2:2까지.
극적인 내전이었던 만큼 시청자들도, 팀원들도 들떠 있었다.
“저는 이번에도 1라인으로 가보겠습니다.”
그때, 울린 지호의 목소리.
지금까지와 같은 전략으로 간다는 말이었다.
-캬ㅑㅑㅑㅑㅑㅑㅑ
-스나왕 미다스 간다 ㅋㅋㅋㅋ
-이번에도 연속 헤샷 나오나????
-막판까지 캐리 간다!!!!!
“꺄! 좋아여!”
“미다스 님만 믿겠습니다.”
“2라인은 제가 지킬게요!”
팀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처참하게 밀리던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것도 미다스의 스나 아니던가.
하지만 그때.
반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