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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78화 (78/110)

078화. 내전 이후

“헉….”

갑작스러운 미다스의 제안에 연두리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트스대 팀에 지원?’

평소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주제여서일까?

순간적으로 버퍼링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계속 멍 때릴 수는 없는 노릇.

빠르게 정신줄을 붙잡은 연두리는 미다스의 말을 다시 곱씹었고.

이내 자신도 모르게 입을 가렸다.

‘헉? 미친! 대박!!!’

의미는 바로 이해했다.

팀에 받아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녀의 입이 먼저 움직였다.

“네! 좋아요! 꼭 지원할게요! 무조건 지원할게요!!”

고민은 사치였다.

트스대의 결과를 떠나서, 미다스라는 스트리머와 연이 닿는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니까.

거의 로또 1등과 비슷한 정도랄까.

확실한 건, 방송을 하면서 두 번은 만나기 힘든 기회라는 것이다.

‘오늘 합방도 대박이었는데…!’

무려 대기업들의 내전이다.

그녀 같은 하꼬 스트리머라면 누구든 줄을 설 자리겠지.

대기업 스트리머들의 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낙수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당장에 그녀만 해도 하루 만에 팔로우가 1,000명이나 늘지 않았던가.

하물며 트스대라니!!!

연두리도 트스대에 대한 로망이나 한 번쯤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쯤이야 당연히 있었다.

‘말 그대로 택도 없으니까 포기했었는데….’

지금, 생각지도 못하게.

거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들뜬 기분이 조금 가라앉자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근데 제가 팀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전 하꼰데…….”

“네?”

뭔가 이상한 질문이었던 걸까?

미다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아… 내전 직전에 했던 방송이라 아직 소식을 못 들으셨나보구나.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이어진 미다스의 말은 놀라웠다.

1년차 미만, 뉴비 스트리머들만 데리고 팀을 꾸릴 생각을 하다니.

하꼬인 연두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발상이었다.

‘와…….’

그녀는 다시금 감탄하며 미다스를 바라보았다.

이게 대기업의 품격인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뒤에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대략적인 윤곽만 잡아둔 상태고 어떻게 할지는 지금도 계속 고민 중이라 자세한 계획은 바뀔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신청 자체는 저녁부터 받을 예정입니다.”

그렇게 설명을 마무리한 뒤.

미다스는 조심스럽게 불가피한 상황에는 연두리를 뽑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으나.

그 정도는 괜찮다.

애초에 이런 제안 자체가 엄청난 특혜임을 알고 있으니까.

하여, 그녀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네! 공지 올려주시면 바로 신청할게요!!!”

* * *

그날 저녁.

방송을 종료한 뒤,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한 지호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딸깍! 딸깍!

그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내전에서 맞상대했던 전 프로게이머 카인의 방송이다.

카인의 시점에서 일대일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서였다.

“캬… 역시 잘하시긴 했어.”

확실히 상대방의 시점에서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디테일이 살아있다랄까?

당시에 파악하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딸깍!

“음?”

이어서 카인의 다른 영상들까지 찾아 돌아다니던 지호는 순간 마우스를 멈췄다.

[설계파 프로게이머 카인, 은퇴하다.]

카인이 은퇴하던 시점에 올라왔을 게시물이 보인 까닭이다.

그는 바로 글을 클릭했고.

한참 읽다보니 눈에 자연스레 호기심이 서렸다.

“호오.”

글의 내용은 은퇴한 프로게이머 카인의 선수생활에 관한 것이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카인이 피지컬은 평범한 대신 게임을 설계하며 스노우볼을 굴리는 플레이로 유명했다는 내용인데….

이 내용이 지호에게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카인 님이 선수 시절에는 피지컬로 밀리던 편이었구나.’

그가 이기긴 했지만 카인의 피지컬은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게임을 시작한 이래 만난 사람들 중에는 가장 뛰어났으니까.

하다못해 로스트 월드에서 핵쟁이를 만났을 때도 살아남았는데 이번에는 죽지 않았던가.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물론 게임이 다르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피지컬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카인이 피지컬로 압살당하는 세계라니.

역시 프로는 프로인 건가.

“하긴, 옛날에도 게임 잘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었지…….”

문득 10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 지호는 생각에 잠겼다.

당시 어떤 게임을 하던 정상에 올랐던 지호였다.

그런 만큼 어지간한 사람들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아이디가 TH어쩌고로 시작했었는데, 이제 기억도 잘 안 나네.’

얼굴도 본 적 없음에도 라이벌처럼 느껴지던 존재였다.

어떤 게임을 하던 항상 그를 바짝 쫓아왔던 터라 외우기 싫어도 외워질 수밖에 없었던 것.

“지금도 게임은 하고 있으려나.”

그렇다 한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다스라는 아이디를 기억하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할 터.

지호는 고개를 흔들며 상념을 털어내고는, 다시금 마우스를 이동했다.

[겜잘알]

이어서 그의 관심이 향한 곳은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그리고 이내.

“오?”

지호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솔직히 팀을 어떻게 짜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진짜 모름.]

[미다스가 직접 밝힌 팀 선정 기준.Official]

[미다스 하차시키라고 문의 넣고 옴 ㅇㅇ]

[소신발언) 난 미다스의 이번 선택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함.]

……

겜잘알은 기본이고.

다른 커뮤니티나 오튜브까지.

그에 관한 이야기가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이트들이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솔직히 오튜브는 좀 의외였다.

지금까지 그가 화제였던 경우는 조 있지만, 그렇다고 오튜브에까지 올라온 건 처음이었으니까.

“이게 몇 개여…….”

[(충격!) 트스대 새 팀장 ‘미다스’가 팀을 꾸린 이유!]

[트스대, 팀장의 권한이 너무 강한 것 아닌가?]

긍정적인 영상부터, 부정적인 영상까지.

꽤 많은 영상들이 올라와 있었다.

이슈를 긁어와서 영상을 만드는 소위 렉카 유튜버들이 그에 관한 영상을 순식간에 만들어낸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먼저 업로드 된 영상이 긍정적인 느낌이었다는 것.

-다른 채널부터 보고 왔는데 이거 ㅈㄴ 억까네 ㅋㅋㅋㅋㅋ

-ㄹㅇ;;; 글고 얘는 참고영상 화질 왜 이 모양임?

-뻔하지 ㅋㅋ 영상 급하게 만들려고 어디서 막 긁어온 듯 ㅋㅋㅋ

-렉카 클라스 ㅉㅉㅉ

그 덕에.

뒤늦게 부랴부랴 영상을 올린 채널들은 뭇매를 맞고 있었다.

그만큼 지호의 선택에 대한 여론이 좋다는 의미일 터.

-미다스 대단하긴 함 ㅋㅋㅋㅋ

-하꼬들의 성좌여.

-저런 머기업 처음 봐서 그런가 진짜 다르게 보이긴 하네 ㅋㅋㅋ

-근데 지금도 하꼬들 데리고 뭐 할 수 있나 싶긴 해;;;

-뭘 기대하누 ㅋㅋ 걍 보는 거지.

-ㅇㅇ 그냥 미다스 하나 보고 만족하자…….

그러나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껏해야 신기하다 정도랄까?

오죽하면 미다스가 봉사활동을 한다고 표현하는 이도 있을 정도.

하지만 지호의 생각은 달랐다.

“하꼬들 중에서도 괜찮은 사람들은 많던데.”

이를테면, 오늘 내전에서 알게 된 연두리가 대표적이다.

그녀는 평균 시청자 수가 50~100명에 불과하다고 들었는데.

방송 진행이면 진행, 센스면 센스.

무엇 하나 다른 이들에 비해 꿀리지 않았다.

오늘 내전 상대가 왕눈이 사단이라 불리는 대기업 모임임에도 말이다.

찾아보면 그런 이들이 또 있을 터.

“팀 제대로 꾸리고 트스대에서 보여주고 나면 분위기가 또 달라지겠지? 벌써 기대되네.”

그러려면 먼저 팀원부터 야무지게 뽑아야 한다.

아직 획기적인 방법은 없지만.

하나하나 부딪치다 보면 괜찮은 사람들을 찾아낼 수 있겠지.

지호는 피식 웃으며 자신의 트리스 방송 공지를 열었다.

“일단 방송 시작 일자, 그리고 평균 시청자 수. 또… 아! 전업 스트리머들만 뽑을 거니까 최근 1달 평균 방송 시간까지? 그리고….”

그리고는 대략적인 내용을 공지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띠링!

“어, 올라왔다!”

미다스의 방송 공지 게시판에 알림 설정을 해둔 연두리는 침대에서 폴짝 일어났다.

타닥! 타다다닥!

이어서 공지에 올라온 양식을 확인한 뒤.

빛의 속도로 빈칸을 채워 넣었다.

“이 기회, 못 잡으면 내가 사람도 아니다!”

방송을 종료한 뒤.

인터넷을 찾아본 그녀는 한참 경악했었다.

미다스의 말처럼 그가 밝힌 트스대 팀 기준으로 이미 시끌벅적했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 진짜 기회라는 소리다.

방송이 성장할 기미가 없어서 포기해야 하나 고민 중이던 찰나.

다신 없을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팀에 지원하라고 하신 이유는 오늘 내전에서 보였던 모습 때문이겠지?”

분명.

불가피한 상황에는 뽑지 못할 수도 있다고 미다스는 말했다.

‘어지간하면 뽑아주실 거 같은 뉘앙스였지만…….’

가만히 안주할 수는 없었다.

넋 놓고 있다가 뽑히지 못하면 피눈물이 날 테니까.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자신의 쓰임새를 증명하는 것.

타닥! 타다다닥!

재빨리 모든 양식을 채워 넣은 연두리는 마지막으로 할 말에 추가적으로 장문의 글을 적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팀원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을 때부터 생각했던 내용.

어떻게 팀을 꾸릴지에 대해서였다.

* * *

다음 날, 이른 아침.

지호의 집.

딸깍!

띵동! 띵도옹!

한창 메일을 확인하던 중.

연신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지호는 현관으로 나갔다.

“나다.”

그곳에 있는 사람은 친구이자 편집자인 준영이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는 일단 문을 열었다.

띠리릭!

“아니, 뭔 전화를 이렇게 안 받냐.”

그러자 투덜거리며 들어온 준영은 바로 태블릿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제목은 아직 안 정했는데, 둘 중에 뭐부터 올릴지 한번 골라봐.”

지호는 바로 태블릿을 보았고.

두 개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1. 콜로세움]

[2. 내전]

“이걸 벌써 만들었냐.”

새삼 감탄하며 준영의 얼굴을 보니, 다른 것보다 먼저 눈에 짙게 껴 있는 다크서클이 보였다.

보아하니 또 밤을 샌 모양이다.

“돈 벌어야지 임마.”

그 시선을 눈치 챈 걸까?

준영이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역으로 질문을 던져왔다.

“근데 넌 뭐하고 있었냐?”

“아, 트스대 팀원 신청 메일로 받았거든. 그거 확인하다 보니까 어느새 아침이네.”

“몇 명이나 지원했는데?”

“917명?”

띠링!

“이제 918명이네.”

“미친…….”

준영은 입을 벌렸다.

하꼬들이 트스대에 지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그 유명한 미다스의 팀이다.

당연히 많이들 지원할 거라 예상했으나,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공지를 올리고 12시간이 지나기도 전인데 저 화력이라니.

새삼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일단 나 영상 좀 본다.”

“오야, 나 메일 좀 봐도 되냐? 궁금한데.”

“그러든가.”

그 사이.

지호는 바닥에 털썩 앉으며 영상을 재생했고.

컴퓨터 의자에 앉은 준영은 메일들을 슥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낯익은 스트리머명이 보였다.

“연두리? 이 사람은 어제 내전했던 사람 아니야?”

“오, 맞아. 괜찮은 사람 같아서 공지 올리면 지원해달라고 했거든. 보내셨나 보네.”

“하긴, 어제 보니까 괜찮을 거 같긴 하더라.”

이처럼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메일을 확인하는 것도 잠시.

양식 가장 아래, 마지막으로 할 말에 적힌 내용을 본 준영의 입에서 감탄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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