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80화 (80/110)

080화. 더 베이스 -팀원 선발전(2)

[다들 준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미다스]

“어?! 님들! 이제 시작인가 봐요!”

미다스에게서 온 공지 메시지.

반사적으로 멘트를 치던 연두리는 아차하며 말을 멈췄다.

‘아, 맞다. 채팅 꺼뒀었지.’

사전에 미다스의 공지를 받고 채팅창을 비롯한 소통의 창구를 완전히 닫아둔바.

방송 화면에는 정적만 흘렀다.

‘계속 혼자 중얼거리니까 어색하긴 하네…….’

하지만 만족스러웠다.

그녀의 눈에 채팅이 보이지 않을 뿐, 방송이 켜져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청자 수 : 927]

이를 보여주듯.

시청자 수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4자리에 다다를 정도.

‘세상에! 927명이라니!!!’

연두리는 감격했다.

며칠 전 대기업들의 내전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방송 평균 시청자 수는 30명이었다.

그 날 500명까지 오르며 최고 기록을 갱신한 것도 꿈만 같았는데.

오늘은 또 압도적으로 박살 낸 것!

이게 대형 스트리머의 낙수효과구나…….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트스대에 못 나가게 되면 바로 꺼질 거품이겠지.’

방송 경력은 짧지만 그보다 몇 배는 오랜 시간 동안 트리스에서 게임 방송을 봐온 연두리다.

그녀의 경험상, 지금처럼 우연찮은 계기로 뜬 스트리머는 대부분 오래 가지 못했다.

해당 이슈만 지나면 풍선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근데 트스대에 나가게 되면 확실히 다를 거야.’

원래였다면 그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을 터.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으니까.

“후….”

일생일대의 기회를 앞둔 긴장감에 호흡을 가다듬고 있던 찰나.

[다들 링크로 들어와 주세요. - 미다스]

공지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이번에는 게임 대기실로 연결되는 링크도 함께였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후… 님들! 응원해주세요!”

연두리는 방송을 보고 있을 시청자들에게 향해 힘차게 외치고는 링크를 눌렀다.

[The Base]

[대기실 80/100]

“다들 안녕하세요!”

“어? 목소리 왜 이래.”

“와… 엄청 많네.”

순식간에 시야가 뒤바뀌었고.

그녀의 눈에 넓은 벌판과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부 다 스트리머겠지.

“우와! 엄청… 어라?”

이렇게 많은 스트리머가 모인 합방은 연두리도 처음이다.

신기하다는 생각에 습관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말을 건네던 그녀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와 같은 가는 목소리가 아닌.

굵고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 진짜 다 익명인가 봐.’

본인이 제공한 아이디어였고, 합방이 익명으로 진행될 거라는 단체 공지도 받았지만.

그럼에도 겪어보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연두리는 가볍게 머리를 털고는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흐으으음.”

더 베이스라는 게임을 고른 것도.

그 밖에 세세한 룰을 정한 것도 미다스지만.

기본 틀인 익명성 자체는 연두리의 아이디어였던 바, 그녀는 이 합방의 의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전부 다 익명인 상황에서 다른 스트리머들이 어떻게 활약하는지 보려는 거겠지.’

솔직히.

미다스가 구태여 이렇게 귀찮은 과정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그의 피지컬이야 워낙 유명한바.

대충 아무나 골라 가도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슈퍼플레이 정도는 가능할 테니까.

아마 그녀였다면 그랬겠지.

한데도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를 연두리는 대강 짐작했다.

‘진심으로 하꼬들을 데리고 트스대에서 우승하려고 하는 거구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녀도 거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어.’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연두리는 그 미다스가 인정한 사람 아니던가.

-------

……

연두리님이 추가로 적어주신 내용을 토대로 합방 컨텐츠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형평성 때문에 연두리님을 먼저 뽑기는 힘들 것 같은데, 제가 본 연두리님이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

-------

그녀가 미다스에게 받았던 메일의 일부분이다.

“후….”

메일의 중간 내용을 떠올리자 다시금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지금에야 벅차오른다 정도지.

처음 답장이 왔을 때는 폴짝폴짝 뛰기까지 했었다.

대형 스트리머가 인정한 거니까.

‘이번에도 보여줄 거야!’

그녀는 다시금 다짐했고.

때마침 시야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 게임이 시작됩니다.]

[참가 인원에 비례해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참가 인원 : 80명]

[난이도 : 어려움]

[설정된 베이스 : 대형 성]

쿠구구궁!

게임이 시작된다는 알림.

이어서 그들의 뒤에 거대한 중세 유럽의 성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와… 80명이나 되니까 베이스가 성이네.”

“개멋있다…….”

“잠깐! 그럼 적은 얼마나 세다는 거야?”

“걱정 노노. 1웨이브니까 약할 걸요?”

[잠시 후, 1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생존자 전원에게 무기가 주어집니다.]

그러고는 거의 곧바로.

1웨이브가 시작된다는 메시지가 나타났고, 모든 참가자의 손에 랜덤으로 무기가 생겨났다.

활, 창, 검, 몽둥이 등등 각양각색의 무기 중.

연두리가 받은 무기는 활이었다.

“오, 활! 좋다!”

한데, 화살이 없었다.

‘화살이 자동으로 생긴다고 했었나.’

팅!

언젠가 들어본 듯한 정보에.

고개를 갸웃하며 활줄을 살짝 당겨보자 아무것도 없던 활에 화살이 걸렸다.

‘오. 편하겠다.’

그리고 이처럼 연두리가 무기를 만져보고 있을 찰나.

“다들 저쪽에 보이는 붉은 포탈 기억해주세요! 저쪽에서 몹들 나올 거예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연두리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고.

그녀는 이내 감탄했다.

여기서 본인의 스트리머명을 언급하는 건 룰로 금지되어 있다.

게다가 다들 숫자 표기된 익명에.

본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도 아니라 초면이나 마찬가지임에도, 그의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대단한 친화력이네.’

안 그래도 더 베이스는 처음인 참.

연두리는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전방을 주시했다.

“아, 저거구나.”

그곳에는 흉흉한 붉은 빛 포탈이 있었다.

잠시 그걸 지켜보고 있자.

또다시 귓가에 사람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저쪽에서 나온 몹들이 베이스까지 닿으면 라이프가 깎이는데, 전부 다 깎이면 게임 끝이에요!”

“아하!”

“더 베이스 많이 해보셨나 보네. 엄청 잘 아시네.”

“아, 그리고 혹시 죽으면 게임 끝이니까 다들 조심해요!”

그 남자가 거기까지 말한 순간.

[1웨이브 시작.]

키리에엑!

키에!

메시지와 함께 포탈이 있는 방향에서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휘릭!

연두리는 바로 고개를 돌렸다.

‘고블린?’

그곳에는 적어도 수백 마리는 가볍게 넘을 것 같은 고블린 무리가 나오고 있었다.

“헉!”

“미친! 왜 저렇게 많아!”

“이거 난이도 에반데!”

더 베이스는 부활 같은 시스템이 없는 게임이다.

한 마디로 죽으면 끝이라는 것.

트스대에 뽑히려면 최대한 활약해야 하는 상황인데.

압도적으로 많은 적들을 마주했으니 주춤거리는 게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대다수가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던 찰나, 묵묵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연두리도 그중 하나였다.

서걱! 피슝!

키엑!

확실히 1웨이브라 쉬운 걸까?

그들이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고블린들이 맥없이 쓰러져갔다.

“어? 쟤네 약한 거 같은데? 자, 드가자!”

“다 비켜! 내가 캐리한다!”

“길막 노노요!”

그리고 그 모습에 안심했는지.

방금 전까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던 사람들도 신나게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1웨이브 클리어.]

[잠시 후, 2웨이브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첫 번째 웨이브가 순식간에 끝났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별 거 없는데요?”

“쉽누!”

그리고 주어진 잠깐의 대기 시간.

몇몇 사람들이 의기양양하게 꺼드럭거렸지만, 연두리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분명 더 베이스는 난이도가 빡센 게임이라고 했었지.’

직접 해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워지는 게임이라는 것쯤이야 익히 들어본 바.

이대로 끝날 리 없다.

그렇다면 미리 준비해야겠지.

그녀는 1웨이브에서 체크해둔 몇몇 이들에게 다가갔다.

* * *

같은 시각.

비교적 후방에서 여유롭게 전장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2웨이브 시작.]

크라아!

키에!

“오, 이번에는 고블린 십부장들까지 추가됐네요.”

이 합방을 기획한 지호.

그는 평온하게 말하며 활을 당겼다.

피슝!

“돌겨어어어어억!”

“이번에도 내가 캐리한다!”

“자자, 다들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하세요! 아직 웨이브 많아!”

저 앞에서는 79명의 스트리머들이 고블린 수백 마리와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사상자는 없지만 엄청난 열기였다.

-역시 국밥겜답네 ㅋㅋㅋㅋ

-ㄹㅇ 무슨 전쟁 보는 것 같누

-80명이 많긴 해 ㅋㅋㅋㅋ

-스케일 오지네. 서버 만드는 비용도 꽤 들었겠는데 ㅋㅋㅋㅋ

그만큼 채팅창에서 연신 감탄이 올라왔다.

게다가 감탄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스트리머들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72번 저 사람 친화력 오지네 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

-판단력은 21번이 좋은듯?

-60번 누구임? 방송 저 사람 시점으로 보고 싶은데 ㅋㅋㅋㅋㅋ

-연두리 ㅇㅇ

자고로 시청자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참여를 유도하는 거라고 들었다.

거기서 떠올린 방법이 이거다.

한때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시청자들은 보다 관심 있게 합방을 지켜보게 된 것이다.

게다가.

‘사람 생각이 다 비슷하긴 하구나.’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직접 뽑았어도 결과는 비슷했을 터.

피슉!

지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사이사이 새는 몬스터를 처치했다.

[2웨이브 클리어.]

[잠시 후, 3웨이브가 시작됩니다.]

그렇게 2웨이브가 끝났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20분이었다.

아무리 쉽게 쓰러진다 한들 몬스터가 수백 마리였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던 것이다.

치열한 전투로 끌어 오른 분위기.

또,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

이는 자연스레 사람들을 풀어지게 만들었다.

“미다스 님!! 제가 캐리하고 있습니다!!!”

“뭔 캐리여! 내가 캐리지!”

“다들 뭐라는 겨! 아무것도 못하고 뒤에서 있었잖아요들!”

-개판났네.

-쟤넨 걸러야겠는데…….

-친구들아 눈에 띄면 되는 게 아니야…….

지금 이곳에 있는 79명의 스트리머는 그 누구도 정확한 기준을 알 수 없다.

막연히 돋보이면 된다 생각할 뿐.

그 욕심에 뇌절하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이처럼 전장이 시끌벅적해지던 찰나.

[3웨이브 시작]

다음 웨이브가 시작되었다.

한데,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2웨이브까지 사망자 0명]

[난이도를 상향조정합니다.]

[어려움 → 매우 어려움]

크허어어엉!

난이도를 올린다는 메시지와 함께.

적들 무리 중에 고블린 10마리를 합친 것과 같은 크기의 오우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

동시에 포탈 근처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이들의 말문도 막혔다.

지금까지와 다르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

하지만 이미 늦었다.

쿠어어어엉!

오우거의 강력한 일격이 이미 그들에게 꽂히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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