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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81화 (81/110)

081화. 더 베이스 -팀원 선발전(3)

크허어어엉!

쿠웅! 쿵!

육중한 발소리와 함께 포탈을 지나 전장에 나타난 오우거, 녀석의 시선이 앞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꽂혔다.

“엇…!”

이때라도 등을 돌리고 도망쳤다면 무사했을지도 모른다.

한데, 의기양양하던 기세와 달리.

정작 포탈 앞에서 거대한 오우거를 마주한 다섯 명의 스트리머들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멍하니 고개를 들며 어버버할 뿐.

쿠어어어엉!

반면, 적 오우거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공격 자체는 단순했다.

그저 거칠게 포효하며 전봇대 두께의 몽둥이를 거세게 내리찍는 게 전부였으니까.

후웅! 콰아아아아!

한데, 결과는 처참했다.

“아악!”

“뭐야-!”

“미치인!!”

의기양양하게 앞서던 다섯 명이 한 번에 허공을 날았을 정도.

심지어 그들은 다시 일어나지도 못했다.

파앗!

곧바로 몸이 빛으로 변하며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격에 게임오버 됐다는 뜻이다.

…….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처참한 광경!

순간 전장에 정적이 흘렀다.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하나.

갑자기 장르가 바뀐 느낌이랄까?

너무나도 압도적인 적 앞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하나, 전부 같은 마음은 아니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네요.”

-ㅇㅈ ㅋㅋㅋㅋㅋ

-너무 쉽긴 했어 ㅋㅋㅋㅋ

-80명이라 그런가 ㅋㅋㅋ 오우거가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나 나오네 ㅋㅋㅋㅋㅋ

-이게 디펜스 게임이지 ㅇㅇ

비교적 후방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지호도.

그의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도.

급격히 올라간 난이도를 오히려 반기고 있었으니까.

‘너무 쉽긴 했지.’

앞선 1, 2라운드도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튜토리얼 느낌이지 치열한 디펜스 게임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이제야 진짜 고난이 시작되려 했으니 기대가 될 수밖에.

물론, 당사자들은 죽을 맛이었다.

“와 씨, 무슨 난이도가 이래.”

“그러게요. 한 단계 차이인데 이게 맞나…….”

어려움에서 매우 어려움으로, 난이도가 한 단계 올라간다는 알림은 모두가 확인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뭐, 한 번에 너무 많은 계단이 올라가는 거 아니냐고.”

검을 들고 있는 한 스트리머가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상대하던 고블린들과 저 오우거는 말 그대로 급이 다르다는 것을.

오죽하면 사람이 날아가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멍하니 있을 수도 없었다.

쿠어어어엉!

쿵!

눈 깜짝할 새 5명을 끝내는 걸로도 부족했는지, 오우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게다가 한 마리로 끝도 아니었다.

크어어어어!

먼저 온 오우거의 뒤를 이으며, 포탈에서 추가적으로 2마리의 오우거가 나왔고.

키에엑! 키엑!

다음으로 1, 2웨이브의 적이었던 고블린들까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오우거 3마리만으로도 벅찬데.

심지어 고블린 무리도 앞선 웨이브보다 더 많았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상황.

하나, 그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우리 쫄지 맙시다! 이거 그래 봐야 3웨이브에요!”

“인정, 인정! 여기도 못 깰 리 없잖아요! 다들 스트리먼데!”

결국 목표는 트스대에 나가는 것.

그러려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순식간에 5명이 게임 오버 됐다지만, 아직 아군은 75명이나 남지 않았던가.

“자자, 한 번에 갑시다!”

그들은 다시 용기를 내며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서걱! 피슝!

키엑! 크워아아아!

고블린들이 맥없이 쓰러져갔고, 오우거들이 고통스럽게 비명을 내지를 때까지만 해도.

전황은 앞선 두 웨이브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듯 했다.

-오 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3웨이브에서 막힐 정도는 아닌가?

-걍 개돌을 박네 ㅋㅋㅋㅋ

-어? 될 거 같은데???

오죽하면 시청자들도 혹시나 하고 기대할 정도였는데….

지호의 생각은 달랐다.

“저 대로면 조금 힘들겠네요.”

그의 목적은 팀원을 선발하는 겸 컨텐츠를 뽑아내는 것.

스트리머들을 괴롭히는 게 아니다.

애초에 난이도가 어렵다고 들었기에, 당연히 사이사이 막힐법한 부분에 대해서도 알아봐 뒀다.

대표적으로.

스테이지의 구성이나 주로 나오는 몬스터, 그리고 보스들의 약점이다.

인원수에 따라 나오는 보스의 종류도 달라지지만 대기업 스트리머들은 한 번쯤 대형 시참 컨텐츠를 진행한 경험이 있던 터.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오우거는 패턴만 알고 나면 공략하기 쉽다고 했었지.’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저들이 패턴이고 뭐고 일단 무작정 달리기부터 하고 있다는 것.

“어?!”

역시나, 오우거의 반격과 함께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크워어어!

공격이 통한 건지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것도 잠시, 이내 녀석이 다시 무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결과는 처음과 같았다.

또다시 몇 명의 몸이 빛으로 변한 것이다.

“미친, 저거 보스 아니야?”

“아닐걸요…? 보스는 5웨이브마다 나오는 걸로 아는데…….”

“뭐가 저렇게 세!”

보스를 떠올리게 할 정도의 위용.

심지어 한 마리도 아니었다.

크워어!

쿵! 쿠웅!

가장 날뛰던 오우거를 필두로.

무려 3마리나 되는 오우거들이 천천히 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키에엑!

그 사이사이에 작은 고블린들도 저들의 무기인 독침을 쏘며 압박을 넣고 있었다.

그 결과.

분위기가 금세 기울었다.

지금까지 절반 이상 넘어온 적 없는 몬스터들이 성 근처까지 다다른 것은 기본이고.

잠깐 사이에 스트리머 80명 중에 15명이 게임오버 됐을 정도였다.

“어? 11번 님! 앞에!”

“악!!! 씨…….”

“이건 진짜 에바야….”

“지지….”

당사자인 스트리머들은 좌절했고.

그걸 보고 있는 시청자들도 비슷한 심경이었다.

-다 죽겠는데????

-무슨 3웨이브가 이렇게 빡세냐 ㅋㅋㅋㅋㅋㅋㅋㅋ

-매우 어려움이면, 그럴만해…….

-이거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님???

기껏해야 몇십 분이라지만.

그들도 한껏 몰입해서 디펜스를 지켜보고 있던바.

하나둘씩 안타까운 반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반응을 보며 지호는 말했다.

“그러게요, 슬슬 돕긴 해야겠네요.”

최종 보스가 10웨이브에서 나오니 앞으로도 7개의 웨이브가 남았다.

벌써부터 이렇게 죽어 나가면 클리어는 불가능할 터.

‘이건 어쩔 수 없지.’

스리슬쩍 뒤쪽으로 이동한 지호는 활을 당겼다.

끼리익!

그러고는 활줄을 놓으려는 찰나.

‘음?’

그의 시선이 근처에서 다급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무리에 향했다.

“다들, 방금 설명 드렸던 패턴 정확히 기억하셨죠?”

“네.”

“당연하죠!”

“일단 타이밍 잘 재시고, 혹시 삐끗하면 제가 바로 신호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주로 말하고 있는 이는, 무리의 중심에서 멀리 오우거를 향해 활을 쏘고 있는 남자였다.

낯선 외모임에도 익숙한 눈빛.

지호의 눈에 기대감이 서렸다.

‘오, 역시 패턴부터 파악하셨나?’

익명성이라는 특성상.

더 베이스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평범한 남자 캐릭터지만, 지호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캐릭터 명 대신 머리 위에 떠 있는 숫자다.

‘60번은….’

이번 컨텐츠의 모티브를 제공한 연두리다.

1웨이브가 끝나자마자 그녀가 몇몇 이들에게 접근하면서 무리를 형성한 걸 본데다가.

대화 또한 그럴싸했다.

뭔가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지호는 활줄을 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연두리의 무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집중해주세요! 패턴 파악했고, 어떻게 공략하면 되는지 알려드릴게요! 7번님!”

“자자! 다들! 들어주세요!”

“잠깐만 나와주세요!”

크게 소리치며 오우거를 향해 달려나가는 것까지는 다른 이들과 비슷했다.

하나, 녀석과 직면한 순간부터는 달랐다.

“오우거가 크게 소리치면 공격이 이어진다는 징조에요! 검 든 사람들은 이때 뒤로 빼고 창 든 분들이 거리 재면서 공격해주세요! 그리고 활 드신 분들은 다른 부위는 안 박히니까 얼굴 위주로 공격해주시고!”

속사포처럼 쏟아진 연두리의 오더에 맞춰서 완벽한 호흡으로 오우거를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걱!

검을 든 이가 연신 오우거를 다졌고.

크워어!

녀석이 몽둥이를 든 순간.

타앗!

뒤로 빼더니, 그 자리를 창을 든 이가 대신했다.

피잉!

틈틈이 연두리가 화살로 오우거의 안면을 노리기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호흡이었고.

이는 뜻밖의 결과로 이어졌다.

쿠어어어….

“잡았다!”

무적일 것만 같았던 오우거가 무기력하게 쓰러진 것이다.

“와! 저걸 잡았어!”

“미쳤다! 개 멋있어! 님들 이쪽도 부탁해요!”

“캬! 역시 깰 수 있을 줄 알았다니까!”

정신없이 다른 몬스터를 상대하던 전장의 스트리머들은 경악했고.

또, 환호했다.

-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쟤네 호흡 뭔데 ㅋㅋㅋㅋㅋㅋ

-60번 연두리라했지? 당장 팔로우 하러 간다 ㅋㅋㅋㅋㅋ

-걔도 걘데 창 찌르던 24번도 좀 야무지지 않음????

-ㄴㄴㄴ 걍 60번이 최고인 듯 ㅋㅋㅋ 오더 내리는 거 못봄? 개까리하잖아 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환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그들은 벌써부터 응원하는 스트리머가 정해지고 있는지 저들끼리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좋네.’

과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이 정도의 몰입은 어느 정도 의도한바.

그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님들! 우리 같이 이쪽부터 공략해봐요!!”

-쟤가 처음부터 사람들이랑 친해진 걔 맞지?

-ㅇㅇ 모자맨이라던데 ㅋㅋ

-어케 스머명이 모자맨 ㅋㅋㅋㅋ

-근데 센스는 좋은 듯.

-ㅇㅇㅇ 방금 연두리쪽이 오우거 잡을 때 오더 듣자마자 주변 사람들 모아서 다른 오우거들이랑 고블린들 마크 하더라….

-일단 표정 보니까 게임 즐기는 거 같아서 좋네 ㅋㅋㅋㅋㅋㅋ

안 그래도 관심이 가던 참.

지호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머리 위에 72가 떠 있는 남자, 모자맨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32번 님! 이쪽으로! 64번 님은 저쪽 막아주세요!”

창을 든 그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건네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만 해도 최소 십여 명이었는데….

한 가지 신기한 점이 있었다.

‘다들 표정이 엄청 좋네.’

연두리와 달리 그의 오더는 명확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대략적인 위치만 지정해줄 뿐이었으니까.

그만큼 전투도 험난하기만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맨이나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분위기 메이컨가???

-내가 쟤 화면으로 보고 있는데 멘트 하나하나가 걍 개웃김 ㅋㅋㅋ

-쟤도 떡상하겠는데???

-ㄹㅇ ㅋㅋㅋㅋㅋ

-미다스 몇 명을 키우냐 ㅋㅋㅋ

‘슬슬 끝나겠네.’

연두리와 모자맨. 두 그룹의 활약으로 몬스터들의 수는 차차 줄어가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끝날 터.

지호는 활을 대충대충 쏘며 웨이브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죽어!”

“으라챠챠챠챠!”

“끝났다!!!”

3웨이브까지 무사히 끝났다.

[3웨이브 클리어.]

[잠시 후, 4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웨이브가 끝나자 대기 시간이 찾아왔다.

한데, 이번 대기 시간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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