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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84화 (84/110)

084화. 더 베이스 -팀원 선발전(6)

크아아아아-!

중간 보스 몬스터.

사이클롭스의 죽음과 함께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5웨이브 클리어.]

[잠시 후, 6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보스 스테이지를 통과했습니다.]

[이제 무기가 강화됩니다.]

파앗!

이어서, 모든 이들의 손에 들린 무기에서 강한 빛이 터지더니.

각각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메시지의 내용처럼 무기가 강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빛이 사라졌을 때.

“오…….”

“이건 딱 봐도 진짜 셀 거 같네.”

“그러게, 뭐 휘두르기만 하면 고블린들 싹 쓸려나가겄어.”

모두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렀다.

허름하기 짝이 없던 기존 무기가 언뜻 봐도 고급스러운 무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한 명.

지호의 시선은 무기가 아닌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다이아2. 근데 하는 꼴 보니까 좀 쎄해. - 준영]

‘역시.’

준영에게서 온 쪽지의 내용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대로다.

애초에 준영에게 연락을 보냈던 이유는 47번의 피지컬이 범상치 않아 보였던 탓이다.

사이클롭스를 노리는 각과 무빙 자체가 유난히 깔끔했다랄까나.

전장에 있던 다른 어떤 이들보다도 눈에 띄었을 정도인데.

마침 다이아2라니, 딱 좋다.

지호는 미소 지으며 47번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 아까 같이하자고 하셨는데. 지금이라도 가능할까요?”

“아아, 네! 언제든 환영입니다.”

이런 행동이 갑작스러웠는지.

그의 방송 채팅창에는 물음표가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아깐 거절했잖아 ㅋㅋㅋ

-어? 근데 방금 웨이브 때 저쪽 파티원들 몇몇 죽지 않았나????

-뭐 본인들이 못해서 죽었겠지.

-ㅇㅈ 47번은 꽤 야무졌어. 피지컬 좋아 보이던데?

애초에 다른 이들과 섞일 생각 자체가 없던 미다스 아니던가.

특히 47번이라는 것도 이상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하나, 지호는 태연히 답했다.

“뭐 좀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준영에게 전해 들은 바.

지호는 이전 웨이브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일부러 위험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유도했다고 했었나.’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애초에 협동이면서 경쟁인 컨텐츠를 준비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수작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이 정도는 허용범위라는 말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다.

‘방해받았을 때 어떻게 나오는지 테스트해봐야겠어.’

한두 번쯤이야 그럴 수 있다.

다만, 아예 악의적인 마음으로 게임을 방해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걸 확인해보기 위해 이쪽 파티에 합류한 것.

‘만약 계속 삐딱하게 나온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다.

썩은 싹은 확실히 도려내야겠지.

지호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호이스키의 등을 바라보았다.

* * *

이어진 6웨이브.

한참 디펜스를 진행하던 호이스키는 속으로 투덜거렸다.

‘미친, 또야?’

피잉-! 키에엑!

그의 시야 끝에는 이번 웨이브부터 새로 등장한 몬스터, 가고일의 미간을 꿰뚫고 있는 화살이 보였다.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일격!

“헉! 감사합니다, 76번 님!”

이어서 가고일에게 쫓기던 스트리머가 감사를 표하는 것까지.

분명 훈훈한 광경임에도.

호이스키의 표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이 정도면 일부러 방해하는 거 같은데.’

방금 합류한 76번 활잡이.

그가 계획을 방해하는 게 벌써 세 번째다.

처음에는 우연인가 했는데 이쯤 되니 고의가 아닐까 의심될 정도.

‘쩝… 이러면 나가린데.’

호이스키는 머리를 긁적였다.

“60번 님! 우리 파티가 오른쪽 막아볼게요!”

“네, 그럼 저희가 왼쪽에 집중해보겠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60번과 72번은 힘차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몬스터를 정리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게임의 주역인 모습.

“하…….”

그걸 보고 있자니 견딜 수 없는 허무함이 호이스키를 찾아왔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처음 합방을 시작했을 때에는 그도 저들처럼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었다.

한데, 막상 시작되고 나니 생각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순식간에 두각을 드러내며 중심에 선 저들과 달리, 그는 혼자 허덕이는 게 전부였으니까.

하기야.

‘애초에 게임을 아주 조금 잘하는 것 말고는 없던 놈이 뭘 할 수 있겠어…….’

안 그래도 방송을 접을까 고민하고 있던 참.

마지막 동아줄이라 생각했던 이곳에서마저 좌절하게 된 그는 마지막 선택지를 골랐다.

차라리 악역이 되기로 결심한 것.

어중간한 것보단 그게 더 주목받을 테니까.

한데,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쩝, 모르겠다.”

결국 그는 모든 걸 내려놓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아득바득 발악할 게 아니라 오늘까지는 즐기고 방송을 접으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그러자.

‘차라리 홀가분하네.’

애초에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기에.

그는 쓸데없는 생각을 버리고 당장의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그렇게 몇 웨이브가 지났다.

그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호이스키였다.

서걱! 삭!

“갑니다!”

힘차게 외치며 달려간 호이스키.

그가 검을 좌로 긋자 몬스터 한 무리가 사라졌다.

이어서, 그는 또 움직였다.

곧바로 돌더니 자신의 뒤를 노리던 다른 몬스터까지 반으로 가른 것이다.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엄청난 활약이었으니.

당연히 시선이 꽂힐 수밖에.

-47번 원래 저렇게 잘 싸웠나??

-무빙 돌았는데;;;;

-글고 칼질 자체도 깔끔함 ㅋㅋ

-뭔가 미다스랑 저 파티에 들어가고 진화한 거 같은데 ㅋㅋㅋ

몇몇 시청자들의 말처럼.

이건 지호의 영향이기도 했다.

애초에 호이스키의 피지컬은 좋은 편이다.

문제라면 더 베이스가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게 많다는 점이겠지.

특히 그처럼 다른 이들에게 오더를 내리는 입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몬스터들의 위치를 파악하며 오더를 내리고.

또, 본인도 몬스터를 잡기까지.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은 탓이다.

‘그걸 조금 덜어주면 진짜 실력을 볼 수 있지 않으려나.’

지호의 두 번째 계획이었고.

이번에도 정확히 맞았다.

은연중에 이어진 그의 도움으로 부담을 한 꺼풀 덜어낸 호이스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저 정도면 미다스 다음으로 피지컬 좋을 듯.

-ㅇㅇ 확실히 눈에 띄는데?

-좀 치네 ㅋㅋㅋㅋㅋ

이러한 활약은 자연스레 관심으로 이어졌다.

다른 이들과 달리.

피지컬로 주목받기 시작한 거다.

-오 ㅋㅋ 찾아봤는데 퓨처 워 다이아2라는데?

-캬! 왠지 다른 사람보다 낫더라.

-맘에 든다 ㅋㅋㅋ 난 47번파 할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당연히 미다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다른 이들에 비하면 압도적이다.

심지어 티어는 다이아 아니던가.

지금 거의 확정이나 마찬가지인 연두리나 모자맨에게 부족한 피지컬이라는 조건이 충족되는 것.

시청자들은 기대를 품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그에 관한 주제가 더 많이 오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다른 둘에 필적할 정도다.

그리고 이렇게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와중.

정작 호이스키의 표정은 어두웠다.

‘76번, 미다스 님 맞는 거 같은데.’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지금까지 본 결과 확신할 수 있었다.

애초에 방해할 때부터 이상했다.

한데, 다 내려놓고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하니 더더욱 잘 보이는 게 있었다.

쐐애애액!

얼핏 어설프게 보이지만.

막상 필요한 타이밍에는 말도 안 되는 정확도로 꽂히는 화살이 대표적인 예였다.

게다가 호이스키가 전투할 때마다 뒤에서 서포팅을 해주기까지 한다.

이 합방을 만든 미다스정도는 아니라지만 그도 나름 피지컬에는 자신 있던바.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자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왜 나한테 같이 싸우자고 하셨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럴싸한 이유가 떠오른 탓이다.

‘5웨이브에서 개수작 부려서 몇 명 떨어트린 걸 알고 계시는 건가…….’

하면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왜 굳이 접근했겠는가.

간접적으로 티를 내는 거겠지.

“끝인가….”

좌절할 만도 한데.

호이스키의 표정은 밝았다.

덕분에 마지막에 재미있었으니까.

‘간만에 신나게 날뛰었네.’

그러고 보니 게임은 이렇게 즐기는 거였다.

방송을 시작하고 욕심이 생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잊고 있었던 것.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호이스키는 새롭게 다짐했고.

[9웨이브 클리어.]

[잠시 후, 마지막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9번째 웨이브가 끝나자마자 모두에게 말했다.

“여러분들, 저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에?”

“갑자기?”

“왜요? 이제 라스튼데….”

당연하게도 의문에 찬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설명하다 보면 대기시간이 끝날 터.

“다들 죄송합니다.”

그는 힘없이 말하고는 게임을 종료했다.

* * *

[게임을 종료했습니다.]

일방적인 통보와 함께 더 베이스를 종료한 호이스키.

채팅창을 켜자. 그의 눈이 커졌다.

-어이!!!!!!!!!

-아니 왜 나갔어! 아니 왜 나갔어! 아니 왜 나갔어! 아니 왜 나갔어!

-님 뭐함;;;;;;;

-아니 ㅋㅋㅋ 지금 개떡상 기횐데 진짜…….

-지금이라도 번복하셈 ㅋㅋㅋ

채팅이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던 까닭이다.

방송을 하면서 처음 겪는 경험.

그의 떨리는 시선이 반사적으로 시청자 수에 꽂혔다.

[시청자 수 6,820명]

‘헉… 미친!’

-아니, 왜 나갔냐고ㅠㅠㅠㅠ

-님만 응원하고 있었는데;;;;;

-ㅠㅠㅠㅠㅠㅠㅠ

[‘ㅁㅁ’님이 1,000원 후원!]

[왜 거의 마지막까지 가서 포기하신 거???]

호이스키가 경악하는 동안에도 질문은 연신 날아들었다.

그들의 궁금증은 하나다.

왜 갑자기 포기했냐는 것.

‘업보네.’

이렇게까지 모일 줄을 몰랐다만.

어느 정도 질문을 받을 것쯤은 짐작하고 있던 상황.

그는 차분하게 대답하려 했다.

“음…. 자세히 말하자면 길고 변명이겠지만……. 저 때문에 게임 오버 당하신 분들이 있거든요…….”

한데, 말이 계속 머뭇거려졌다.

여태껏 바라던 기회였으니 당연한 일이리라.

‘내가 왜 그랬을까….’

이 순간에도 계속 후회가 됐지만.

이미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

그는 뚝뚝 끊기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 * *

같은 시각.

“뭐였지?”

“그러게요… 뭐 급한 일이 있으신가.”

“진짜 궁금하네.”

더 베이스에 남겨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웨이브만 남은 판.

지금 누가 돋보이고 있는지는 실제로 게임을 하고 있는 그들이 더 생생하게 느낀다.

47번 정도라면 손에 꼽힐 정도다.

한데, 갑자기 포기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의문은 금세 사라졌다.

[마지막 웨이브 시작.]

[최종 보스 스테이지]

[해당 웨이브를 클리어하면 승리입니다.]

때마침 마지막 웨이브가 시작되었으니까.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다들 가봅시다!”

“라스트 웨이브 화이팅!!”

“다 덤비라고 해!”

그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포탈을 바라봤을 때.

“?”

모두의 얼굴에 의문이 감돌며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미친?????

-난이도 돌았나 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어떻게 깨라는 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시에 지호 방송의 채팅창도 황당하다는 반응으로 도배되었다.

괜히 마지막 웨이브가 아닌 걸까.

지금까지처럼 많은 몬스터가 나오는 건 기본이고, 그 뒤로는 드래곤의 그림자까지 비치고 있었던 것.

“어….”

“이건 좀 힘들지도…….”

심지어 그 연두리와 모자맨조차 당황했는지 말끝을 흐리던 찰나.

한 걸음 앞으로 나온 이가 있었다.

“재밌었네요. 이제 끝내볼까요.”

지금껏 정체를 숨기고 후방에 있던 지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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