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6화. 팀원 선발전 이후(1)
딸깍!
-ㄷㄱㄷㄱㄷㄱㄷㄱㄷㄱ
-60! 60! 60!
-미다스는 결과를 뿌려라!!!
-이거 된 사람은 대박인 거지?
-ㅇㅇ 벌써 몇 천 명씩 몰려갔다던데 로또 된 거지 ㅋㅋㅋㅋ
결과가 나오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채팅은 끝없이 올라갔다.
그만큼 기대감이 크다는 소리겠지.
채팅창에서 시선을 뗀 지호는 화면에 떠오른 득표율 상위 4명의 이름을 확인했다.
[1. 60, 연두리 (플래티넘)]
[2. 72, 모자맨 (골드)]
[3. 47, 호이스키 (다이아)]
[4. 30, 유나 (실버)]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연두리와 모자맨 그리고 호이스키까지, 지호가 관심을 뒀던 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캬ㅑㅑㅑㅑㅑㅑㅑ
-역시 ㅋㅋㅋ 연두리 무조건이지
-오! 유나도 됐네???
-조합 야무진 듯 ㅇㅇㅇ
-아…, 오데아는 안 뽑혔네ㅠㅠㅠ
-난 뽀야미 뽑히길 바랐는데 까비쓰 ㅠㅠㅠㅠㅠ
채팅창의 반응도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하긴, 저들이 뽑은 결과였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종종 아쉽다는 채팅도 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전부 뽑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아쉬워하는 마음은 이해됐기에, 지호는 그들을 다독였다.
“다들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지금처럼 진행하려고 노력할 테니까요.”
현실적으로 어려울지도 모른다.
일단 트스대 같은 이벤트가 자주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이번 선발전을 진행하며 생각보다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기 좋다는 걸 깨달은바.
가능한 최선을 다해볼 예정이었다.
-오 ㅋㅋㅋㅋㅋ
-하꼬들 그때만 기다리겠네 ㅋㅋ
-당연하지, 이번에 어떻게 되는지 실시간으로 봤을 텐데 ㅋㅋㅋㅋ
-ㄹㅇ 걍 인생 역전 기회임;;;
그러자 채팅창이 또다시 불타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해서 아쉬웠던 모양이다.
또, 궁금증도 피어오르는지 질문도 계속 날아왔으나.
‘이쯤에서 방종이 깔끔하겠다.’
지호는 그간의 경험으로 느꼈다.
어느 정도 궁금증은 남아있어야 더 화제가 된다.
게다가 확실한 것도 아니었기에.
지호는 슬슬 방종을 위한 빌드업을 했다.
“자자… 일단 제가 3일 밤낮을 거의 꼬박 샌 상태라 아마 내일은 휴방일 거고. 모레 즈음해서 팀원 분들하고 퓨처 워 호흡 맞춰볼 예정이에요.”
-이 팀 정도면 어느 정도려나.
-일단 강팀은 아님 ㅋㅋ 다른 팀들은 거의 다 전 프로에 준 프로급이라 ㅋㅋㅋㅋㅋㅋ
-애매하긴 하네 ㅋㅋㅋㅋ
-팀랭?? 아니면 일반 게임???
-사람들 모아서 시참하려나? 왕눈이 쪽은 그렇게 한다던데 ㅋㅋㅋ
“음, 팀 밸런스를 맞춰야 해서 어렵긴 하겠네요? 일단 생각해보고 정확한 시간은 따로 공지하겠습니다. 다들 트바!”
* * *
한편.
-연두리다! 연두리다! 연두리다! 연두리다! 연두리다!
-연하 연하~~
-진짜 멋있어요!!!!!!
-떡상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
-6300명? 미쳤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대박!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최종 웨이브를 클리어한 뒤.
게임을 종료한 연두리는 놀라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미다스를 비롯한 다른 스트리머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게임을 종료한 게 방금 전이다.
이어서 방송 세팅을 되돌리자마자 연두리를 반기는 것은, 끝도 없이 올라가는 채팅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경악하는 것도 잠시, 그녀는 부랴부랴 입부터 열었다.
“어… 님들. 다들 반갑슙니다?”
분명 자연스럽게 답하고 싶었는데.
말하고 보니 나오는 건 어벙한 멘트였다.
세상에.
반갑슙니다? 라니…!
이게 무슨 망신이야라는 생각에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지기까지 했는데 다행히 반응은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갑슙니닼ㅋㅋㅋㅋㅋㅋㅋ
-왜 질문하는데 ㅋㅋㅋ
-이 사람 고장났네 ㅋㅋㅋㅋㅋ
오히려 웃음으로 가득 찼으니까.
덕분에 조금 긴장이 풀린 연두리는 긴장감에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갑자기 채팅이 너무 빨리 올라오니까… 헉! 6,000명?!”
하지만 이번에도 말을 끝맺지는 못했다.
문득 시청자 수에 눈이 갔기 때문.
저걸 직접 언급하는 건 하꼬행동이라는 것쯤이야 알고 있다.
‘그래도 놀라운데 어떡해….’
-그걸 말하냐 ㅋㅋㅋㅋㅋㅋㅋ
-아 갭차이 오지네 ㅋㅋㅋㅋ
-뉴비이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성격이었음? ㅋㅋㅋㅋㅋ
이번에도 채팅창은 웃음으로 도배되었다.
게임 속에서는 칼 같던 그녀가, 어버버하는 모습에 반전 매력을 느낀 것이다.
“다들 게임하는 거 보고 계셨던 거예요?”
-ㅇㅇㅇㅇㅇㅇ
-아마 님이 인기 순위 1등일 걸요????
-팀원 거의 확정인데 ㅊㅊㅊㅊ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
그렇게 대화를 나누기를 잠시.
연두리의 시선에 묘한 단어가 보였다.
‘투표?’
분명 팀원 선발전에 관한 것일 터.
그녀는 곧바로 시청자들에게 물었다.
“어? 투표는 무슨 말씀이세요?”
-아, 맞다. 참가자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시작했다고 했지.
-이번에 팀원 뽑는 걸 시청자 투표에 맡긴다고 했고, 지금 미다스 방에서 투표 진행중임 ㅇㅇㅇ
-나 트리스 하면서 3만 명 넘게 투표한 거 처음 봄 ㅋㅋㅋㅋ
-ㄹㅇ……. 화력 미쳤더라;;;
채팅창에 쏟아지는 설명을 주워 담은 연두리는 내심 감탄했다.
‘와, 대단하네.’
듣고 보니 완벽한 방법이었다.
양질의 팀원을 뽑으면서 독단적이라는 소리도 피할 수 있고, 심지어는 시청자들의 참여까지 유도하다니.
이게 대기업 스트리머의 판단인가?
하나, 속으로 감탄하는 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다시 입을 막아야만 했다.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
-연두리 우승!!!!!!
-캬ㅑㅑㅑㅑㅑㅑㅑㅑㅑ
-여기가 미다스네 팀원인 연두리네 방인가요?! 여기가 미다스네 팀원인 연두리네 방인가요?!
“헉?!”
갑자기 채팅이 더욱 빠르게 밀리기 시작한 탓이다.
[시청자 수 : 8,692명]
게다가 시청자 수는 순식간에 이천 명 가까이 늘어났다.
처음이었다면 경악했겠지만.
이미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바.
연두리는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꺄, 됐구나……!’
-미친 ㅋㅋㅋㅋ 저번주 평청자가 30명대였는데 8000명 ㅋㅋㅋㅋ
-진짜 미쳤다 ㅋㅋㅋㅋㅋㅋ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
게다가 올라오는 채팅들만 봐도 확실하다.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고.
반드시 해낼 거라 다짐했지만 진짜 해내다니.
감격한 그녀는 힘차게 외쳤다.
“깜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72번 너가 최고다 ㅋㅋㅋ
-ㅊㅊㅊㅊㅊㅊㅊ
-모자맨 ㅊㅊㅊㅊㅊㅊㅊ
-떡상 가즈아!!!!!!
“다들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씁니다아아아!”
72번, 모자맨도.
-오? 유나님 ㅊㅊㅊㅊㅊ
-이게 유나가 되네 ㅋㅋㅋㅋㅋ
-진짜 개이득 ㅋㅋㅋㅋㅋㅋ
-앞으로 떡상할 일만 남았누
“헉! 제가요?! 진짜?! 와!!!!”
30번, 유나도.
결과가 나오자마자 수천 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서 축하를 받은 것.
그리고 개중에서도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스트리머는 47번, 호이스키였다.
“어… 다들 안녕하세요.”
-왔냐? ㅋㅋㅋㅋㅋㅋㅋ
-이럴거면 왜 방종했어 ㅋㅋㅋ
-일단 ㅊㅊㅊㅊㅊㅊㅊㅊ
-난 님이 될 줄 알았음 ㅋㅋㅋ
앞서.
사과 후, 시청자분들을 뵐 면목이 없다고 방종한 호이스키.
지인의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방송을 켜자, 장난 반 축하 반인 채팅창이 그를 반겼다.
“다들… 정말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일단 반사적으로 인사를 건네려던 찰나.
그의 머릿속에 방송을 성장시키려 노력하다가, 실패하고, 결국 접을까 고민까지 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동시에 시야가 살짝 흐려졌다.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큼, 감사… 합니다.”
애써 아닌 척 해보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그보다 한발 더 빨리.
채팅창이 눈물로 채워지기 시작했으니까.
-에휴…….
-좋은 날에 왜 우냐 ㅠㅠㅠ
-ㅠㅠㅠㅠㅠㅠ
-응원합니다 ㅠㅠㅠ
* * *
그리고 같은 시각.
호이스키의 방송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있었다.
“캬… 여기서 감동적인 마무리까지? 진짜 딱 좋네.”
방송을 모니터링하던 준영이었다.
‘이러면 조회수가 안 나올 수가 없지.’
준영은 기분 좋게 흥얼거렸다.
스트리머 80명을 모은 이번 합방.
처음에는 불안한 부분도 있었는데 결국 성공적으로 끝났다.
자칫 트스대를 위한 준비쯤으로 스쳐 갈 수도 있었던 과정에서 완벽한 스토리가 나온 것이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도 좋은데.
방금 거기에 감동적인 결말까지 추가되었다.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밖에.
띠링!
[나 졸려 죽겠어서 좀만 자고 온다. 뒤를 부탁해 -지호]
“하긴 피곤할 만하지.”
준영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난 3일 동안 지호가 받은 메일만 무려 1,739개였다.
그걸 대충 훑기만 한 것도 아니고.
허수를 거른 후에는 짧게나마 인터넷을 뒤지고 지난 방송까지 잠깐씩 확인했단다.
‘내가 도왔다지만 그래도 난 사이사이 잠도 자고 쉬면서 했으니까.’
한데, 지호 놈은 3일 내내 풀로 달렸다.
그 열정이 이번 컨텐츠를 성공까지 이끌어 온 거겠지.
그는 본능적으로 확신했다.
‘마무리에 팀원으로 뽑힌 스트리머들이 우는 장면까지 넣으면, 이번에도 대박이다.’
딸깍! 딸깍!
준영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영상 편집을 시작했다.
이미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며 어느 정도 편집점을 잡아둔 터.
그의 작업은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 * *
그 시각.
타닥! 타다다닥!
트리스의 과장, 황기택도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간만에 본 황 과장의 빡세게 일하는 모습. 보고를 위해 찾아온 이호산은 눈을 빛냈다.
‘진짜 사고 제대로 치겠는데.’
황 과장이 저렇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건 손에 꼽힐 정도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냈었다.
아마 이번에도 비슷하겠지.
이호산은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
“과장님?”
“어, 왔냐? 보고서 거기다 놓고, 이거 봐봐라.”
그제야 이호산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황과장이 자신이 만들던 자료를 보여주었다.
평소 황 과장은 그에게 이것저것 일을 가르치곤 했다.
‘배워두면 나중에 다 써먹을 일이 있다고 하셨던가.’
이번에도 비슷한 맥락일 터.
“이번에 미다스 방송 보면서 느껴지는 게 있더라. 내가 왜 뉴비 시장 빨아올 생각을 안 했을까.”
역시나.
황 과장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그 말을 들으며 이호산은 빠르게 자료를 훑었다.
자료의 핵심 내용은 뉴비 스트리머들을 위한 이벤트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두 가지였다.
‘일단 미다스랑 합작할 예정이라고 적힌 이 부분하고, 기대되는 효과에 타 플랫폼의 파이 흡수?’
이호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자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애초에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것도 미다스였으니까.
‘합작이라는 큰 기회까지 줄 정도인지는 모르겠다만, 그거야 뭐 과장님도 생각이 있겠지.’
한데, 타 플랫폼과의 경쟁 우위?
그 페이지를 연달아 읽으며 고개를 갸웃하자, 뒤에서 과장의 핀잔이 들려왔다.
“우리가 뉴비 스트리머들을 키우려는 스탠스를 취하면 그쪽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냐. 한 번 지켜봐 봐. 이번 기회에 대거 넘어올 테니까.”
“아아…….”
확신에 찬 말에 이호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게다가 은근히 재주가 뛰어난 황 과장의 성격상, 어떻게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겠지.
“앞으로 바빠지겠네요.”
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타 플랫폼의 방송인이 넘어온다?
이건 단순히 혼자만 넘어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청자들까지 일부 따라올 테고.
그 말인즉 트리스의 시청자들이 늘어난다는 소리니까.
‘대박이네. 이번 건만 제대로 성공하면….’
다가올 미래는 밝을 터.
자연스레 이호산의 표정이 밝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