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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89화 (89/110)

089화. 트스대 -친선 경기(2)

라디라디아.

대기업이라 불리는 이들이 모인 트스대 팀장 중에서도 체급이 큰 편에 속하는 여성 스트리머다.

특히, 작년에도 팀장이었던 바.

올해는 순식간에 팀을 결성한 이들 중 하나였다.

“듣기론 팀장 발표 공지가 뜨자마자 팀을 확정 지었을 정도라고 하니까, 아마 팀워크는 이쪽이 제일 좋을 거예요.”

…까지가 친선 경기 제안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대한 연두리의 설명이었다.

-라디네 팀이면 전반적인 티어도 이쪽이랑 비슷하지 않나???

-ㄴㄴ 그래도 챌린저는 있잖아….

-근가? 하긴 이 팀은 마스터인 미다스 제일 높긴 하지 ㅋㅋㅋㅋ

-미다스가 그냥 마스터냐고 ㅋㅋ

-ㅇㅈ ㅋㅋㅋㅋㅋ

-일단 반반인 거 같은데 ㅋㅋㅋ

갑자기 성사된 친선 경기.

시청자들이 흥미롭게 양 팀의 전력을 비교하는 동안에도 연두리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일단 제안 들어온 김에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희는 이제 막 뭉친 상황이라 최대한 게임을 많이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결론은 하자는 것.

지호는 바로 동의했다.

“그러죠.”

게임을 많이 해보는 게 좋다는 연두리의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지호의 목적은 달랐다.

‘챌린저가 있다고?’

최근 솔로랭크를 돌릴 때마다 들던 생각이 있다.

마스터 티어에서도 그를 즐겁게 해주는 상대가 종종 보였는데, 챌린저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겸사겸사 그 갈증을 해소할 기회가 왔으니, 오히려 반갑기까지 했다.

“재밌겠는데요!”

“저는 이번에도 준비됐습니다!”

“라디라디아 님이면 엄청 큰 대기업 아니신가?! 대박!”

게다가 팀원들도 반기고 있었다.

그렇다면야 지체할 이유는 없겠지.

“라디라디아 님께 바로 연락 보내겠습니다.”

지호는 즉시 쪽지를 보냈고.

그에 대한 답은 바로 돌아왔다.

띠링!

[감사합니다. 이쪽 대화방으로 들어와 주세요. - 라디라디아]

* * *

트리스 스트리머 대회.

즉, 트스대는 명칭상 대회지만 권위가 있는 진지한 대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따지고 보면 트리스에서 주최하는 큰 축제에 가깝겠지.

그래서일까?

본 경기를 제외하면 트스대의 목적에 걸맞게, 승패를 막론하고 즐기는 게 보통이다.

당연히 친선 경기도 마찬가지다.

‘…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낭패야.

라디라디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쪽이 요즘 유명하다던 마딱이, 미다스 맞지?”

바로 옆에서 시비조로 지껄이고 있는 팀원이자 친동생인, 썬더 때문이다.

심지어 그 내용은 명백한 시비다.

“아니, 썬더야. 지금 뭔 소리를….”

자칫하면 큰 싸움으로 번질 상황.

급하게 막으려던 라디라디아는 눈을 크게 떴다.

‘삿대질?!’

이 미친놈이 아직도 모자랐는지.

맞은편의 미다스에게 삿대질을 하더니, 또다시 도발적인 말을 내뱉는 거 아니겠는가.

“오늘 내가 클라스 차이가 뭔지 제대로 보여줄게.”

-????????

-썬더 점마 갑자기 왜 저럼?????

-뭐 잘못 쳐먹었나 ㅋㅋㅋㅋ

-원래 성격 지랄맞긴 했는데 저렇게 또라이는 아니었잖아;;;;;

오죽하면 라디라디아의 방송 시청자들도 당황했는지 순간 채팅이 느려졌을 정도였다.

그러니 그녀는 어련하겠는가.

숨이 턱- 하고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삐걱-

라디라디아는 뼛소리가 들릴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상대 팀원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망했다…….’

하긴, 그녀였어도 똑같을 거다.

친선 경기를 하자고 불러놓고 갑자기 시비를 걸어대다니, 이게 무슨 개매너란 말이던가.

“아직 대회가 시작된 것도 아닌데, 너무 공격적이시네요.”

그때, 차분한 목소리가 울렸다.

누구였더라.

연두리라는 스트리머였던 것 같다.

여기서 멈췄으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이 미친놈은 멈추지 않았다.

“뭐래. 공격적인 게 아니라, 당연히 정해진 결과를 알려주는 건데?”

아니, 오히려 한술 더 떴다.

“이봐요. 지금 뭐 싸우자고 부른 겁니까?”

“진짜 재수 없는 사람이네.”

“어이가 없구먼.”

이쯤 되니 상대 팀원들도 참지 않았고.

분위기는 실시간으로 흉흉해졌다.

너무 어이없던 탓에 잠시 멍 때린 사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버린 것.

‘이건 안 되겠다.’

라디라디아가 직접 친 사고는 아니지만, 팀원의 잘못은 결국 팀장의 책임이다.

일단 사과부터 해야겠지.

그녀는 대화방 설정을 열었다.

문제의 근원인 썬더를 추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미다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자, 다들 진정하세요. 결국 하고 싶은 말은 저를 이기겠다는 말인데… 가능하시겠어요?”

“설마 마딱이한테 지려고.”

“하하.”

지호는 피식 웃었다.

걸려오는 도발은 피하지 않는 게 그의 신조.

그는 자잘한 말을 하는 대신 깔끔하게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재밌네요. 한 번 실력으로 보여주시죠. 만약 썬더 님이 이기시면 이번 일,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 * *

-저 새끼 뭐임???

-썬더가 누군디;;; 뭐 됨? 전 프로야???

-ㄴㄴ 그냥 챌린저던데 ㅋㅋㅋ

-챌린저가 한둘인가 ㅋㅋㅋㅋ 뭔 프로 출신도 아니면서 저렇게 설치냐 ㅋㅋㅋㅋㅋㅋ

“우리 이번 판 꼭 이깁시다.”

“맞아여! 저 재수 없는 인간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허허.”

썬더가 던진 도발의 파장은 컸다.

시청자들은 당연히 분노했고, 팀원들까지 열이 오를 정도였으니까.

[금지 영웅 선택이 끝났습니다.]

때마침 끝난 밴 과정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쿵!

[적, 금지 영웅]

[기계 새]

[환영군주]

……

“어? 가속검을 안 죽인다고?”

“밴으로도 도발하는 건가….”

-걍 미쳤네 ㅋㅋㅋㅋㅋㅋ

-캬……. 이 정도면 리스펙 해줘야지 ㅋㅋㅋㅋㅋ

-가속검을 살려? ㅋㅋㅋㅋㅋㅋ

가속검은 미다스에 대해 들어봤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그의 주력 캐릭터다.

오죽하면 핵 논란까지 있었겠는가.

한데, 금지하지 않고 살려뒀다?

이 사실이 뜻하는 바는 간단하다.

가지고 와보라는 것.

‘재밌네.’

자신감이 있으니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신호를 보내겠지.

지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적, 영웅 선택.]

[서리검]

이어서 적이 영웅을 골랐다.

어지간한 공격엔 슬로우가 따라붙는 특성상, 가속검보다 상성 우위에 있는 서리검이었다.

-아오, 이래서 살려뒀네;;;

-약아빠진 놈 ㅋㅋㅋㅋ

-전략은 좋네…….

쿵!

[영웅을 선택하세요.]

이어서 다가온 지호의 선택 시간.

“미다스 님, 그거 가시나요?”

“헉!”

“상성이 애매하긴 한데…. 미다스 님이라면 될 거 같기도.”

-그거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와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

-가! 속! 검! 가! 속! 검!

-제발!!!!!

나쁜 상성.

심지어 상대는 챌린저란다.

하지만 팀원들과 시청자들은 기대하기 시작했다.

왜냐.

그들이 알고 있는 미다스라면 이런 상황에서 피할 리 없으니까.

“당연히 가야죠.”

그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으며 지호는 캐릭터를 선택했다.

* * *

화기애애한 지호네 팀과 달리.

상대인 라디라디아 팀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썬더, 너 이거 이기고 공개사과 해도 한참 욕먹을 판에, 지기까지 하면 진짜 개망신인 건 알지?”

“아니, 저 가속검 내가 서리검으로 썰 수 있다니까? 보여줄게.”

“하…….”

라디라디아는 친동생인 썬더를 노려보았다.

상황파악이 안 되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는 건지.

답답해서 속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뭔 사고를 쳐도 이런 사고를 치냐고 진짜.’

올해부터 새로이 바뀐 룰.

남들은 챌린저 스트리머를 구하느라 바빴지만 라디라디아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친동생인 썬더가 챌린저였으니까.

그래서 바로 팀으로 데려왔는데.

웬걸.

이렇게 대형 사고를 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래도 친동생인데 이걸 쳐낼 수도 없고….’

하긴, 쳐내도 이젠 늦었다.

이미 물은 엎질러진 후였으니까.

“걱정 노노, 나만 믿어.”

“그래, 대신 끝나고 미다스 님하고 저쪽 팀원분들한테 직접 사과해.”

더 이상 고민해도 머리만 아플 터.

깊은 생각은 나중으로 넘기려던 그녀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너 근데 미다스 님 이길 자신은 있어? 얼마나 잘하시는지 영상은 봤지?”

“아니? 내가 마스터 영상을 뭐 하러 봐. 볼 필요도 없어. 진짜 잘했으면 챌린저 왔겠지, 마딱이겠어?”

“하, 미친놈아….”

라디라디아의 속이 터지든 말든.

썬더는 두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내뱉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고 현실 깨닫게 해준다.’

사실 트스대 전부터 미다스라는 이름은 들을 때마다 거슬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챌린저인 자신은 기껏해야 1,000명 정도 보고 있는데.

실력도 없는 마딱이가 운으로 여기저기 이름을 날리더니 평균 시청자 2만 명을 찍냔 말인가.

심지어 프로게이머 중에서도 가장 피지컬이 좋기로 유명한 엘카가 인정했다는 소문도 있다.

‘지랄.’

순간 기가 찬 썬더는 헛웃음을 쳤다.

엘카의 성격은 그도 알고 있다.

게임 좀 잘한다고 얼마나 콧대가 높은지.

몇 번 같은 팀으로 만났을 때 그가 먼저 인사를 걸었음에도 시큰둥했던 싸가지 없는 놈이다.

그런 놈이 리스펙을 했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이 또한 미다스가 퍼뜨린 헛소문일 터.

-썬더야 너 그러다가 털리면 진짜 어칼라 그러냐;;;;

-지금이라도 대가리 박자…….

-아니, 미친놈이. 건드릴 게 없어서 미다스를 건드리누 ㅋㅋㅋ

-장담하는데 얘 진다. 미다스 실력은 진짠데.

그 와중에도.

시청자들은 연신 그를 걱정하는 채팅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 저들도 속고 있는 거겠지.

썬더는 어깨를 으쓱했다.

“에이, 님들까지 왜 이래요. 나 썬더야 썬더. 챌린저 172등.”

[3, 2, 1.]

그사이 로딩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 곧 게임이 시작할 테니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결과로 보여주면 그만이니까.

“다들 지켜봐요. 내가 칼서렌 받아낼 테니까.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고.

파아앗!

동시에 게임이 시작되었다.

* * *

[황폐화된 도시에 소환됩니다!]

전장을 울리는 기계음과 함께, 주위의 풍경이 급변했다.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익숙하게 느껴지는 전장.

까딱, 까딱.

지호는 바로 몸을 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화이팅!”

“아자아자!”

“이겨봅시다아아아!!!”

팀원들은 로딩이 끝나자마자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며, 각자의 라인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잔뜩 굳은 표정을 보아하니 제대로 된 첫 게임에 긴장한 모양이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팀의 오더를 맡은 연두리다.

그녀는 나머지 팀원들에게 각각 뭔가를 말하는가 싶더니.

지호에게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다스 님, 저쪽 정글인 라디라디아 님도 다이아 상위 티어라 갱각 날카로울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다이아 정글러와 챌린저 미드가 힘을 합친다면 확실히 위험할 수도 있다.

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드로 이동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네 ㅋㅋㅋ

-ㄹㅇ;;; 뭐? 클라스를 보여줘?

-미친새끼지 걍.

-점마 그래도 챌린저는 챌린저라 아마 좀 칠겨 ㅋㅋㅋㅋ

-잘하면 뭐해, 싸가지가 없는데.

그러는 사이 채팅창에서는 썬더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당연히 좋은 말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종종 욕까지 보였다.

한 짓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만.

어느 정도 진정시킬 필요는 있다.

방송은 방송으로 즐겨야지 너무 몰입하면 결국 악영향을 줄 테니까.

“에이, 다들 진정하세요. 너무 뜨겁다.”

지호는 그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생각보다 큰 모양이다.

[‘서폿유저’님이 1,000원 후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좀 무례하긴 하네요.]

-ㄹㅇ ㅋㅋㅋ

-뭐 이벤트라서 트래시 토킹 하는 걸 수도 있긴 한데 저건 좀 지나침 ㅋㅋ

-선 넘었지 ㅋㅋㅋㅋ

오죽하면 평소에도 자주 미션을 걸던 큰 손 ‘서폿유저’가 후원을 보내더니.

이내 미션까지 걸 정도였으니까.

[‘서폿유저’님이 미션을 등록했습니다.]

[찢어주세요. 이기면 500,000원]

-ㄷㄷㄷㄷㄷㄷ

-캬!!!!

-해장님 빡치셨다 ㅋㅋㅋㅋ

-미쳤다…. 50만원…….

-미다스 가자!!!

그것도 50만 원이라는 큰돈이 걸린 미션이었다.

그 덕분일까?

채팅창의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지만, 방금 전처럼 부정적인 느낌이 아니었다.

게임을 즐기는 방향으로 바뀐 것.

원하던 바였기에.

지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만 믿으세요. 챌린저 학살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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