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91화 (91/110)

091화. 트스대 -친선 경기(4)

같은 시각.

“아, 이건 좋지 않은데…….”

미다스와 라디라디아, 양 팀의 친선 경기를 지켜보던 호박왕의 소감이었다.

-그러게;;

-이거 미드가 지면 답도 없는 게임인데 ㅋㅋㅋㅋㅋ

-근데 뭐가 어떻게 된 거? 썬더가 유리하던 거 아니었나?

-ㅁㄹ 갑자기 역전됨 ㅋㅋㅋㅋ

“그니까! 내 말이 그 말이야! 분명 썬더 님이 유리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기울었지?”

그의 말에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

호박왕은 자연스럽게 멘트를 치며 거기에 호응했다.

‘확실히 호박왕 님이 방송센스는 엄청나시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카인은 내심 감탄했다.

분명 갑작스러운 컨텐츠였는데, 미리 준비라도 한 것처럼 저렇게 자연스러울 수 있다니.

‘하긴, 그게 되는 분이니까 이렇게 자리를 만드셨겠지.’

사실 그는 두 팀의 친선 경기가 잡혔다는 소식에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어차피 남의 일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같이 전략을 짜고 있던 호박왕의 대응은 달랐다.

[이거 중계하면서 같이 보면 재밌겠네요. 저쪽도 손해 볼 건 없으니 허락해주실 거예요.]

순식간에 계산을 끝내더니.

양 팀의 팀장들에게 연락을 돌렸고, 결국 중계해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아내지 않았던가.

뭐, 그 과정에서 뭔가 딜이 오갔다고 들었지만 그건 카인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어련히 알아서 잘 했겠지.

그의 포지션은 중계를 돕는 것.

카인은 일단 거기에 집중했다.

“카인 님 뭐가 문제였을까요?”

때마침 호박왕이 그에게 바톤을 넘겼기에.

그는 자연스럽게 받으며 말했다.

“제가 봤을 때, 썬더 님이 미다스 님을 과소평가한 게 원인이 아닐까 싶네요.”

-ㅇㅈ 시작 전에도 도발하더만.

-그거 솔까 미다스가 그냥 넘어가서 다행이지 문제 삼았으면 일 커지고도 남았음.

-ㄹㅇ ㅋㅋㅋㅋㅋ

“아마, 여기가 포인트였죠?”

다음으로 카인은 영상을 돌렸다.

그러자 미다스가 썬더의 공격을 피하는 장면과, 그걸 보며 입을 떡하니 벌리는 썬더의 표정이 이어졌다.

“맞아요! 시청자분들이 이때 많이들 궁금해하셨거든요!”

호박왕이 박수를 치며 끼어들었다.

이런 반응을 예상한바.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쉽게 말하자면, 히트박스의 판정 범위를 이용하는 겁니다.”

퓨처 워가 현실성 높은 게임이라지만 그래도 게임은 게임이다.

캐릭터마다 피격 판정이 뜨는 범위가 정해져 있고.

여기서 기준은 몸의 중심이다.

그 말인즉, 중심을 이동하면 히트박스가 약간이나마 움직인다는 소리.

상위 티어 유저들은 이 범위 차이를 교묘하게 다루는 테크닉이 있다.

저 영상에서 나타난 것이 그 예.

“허, 말만 들어도 어려워 보이는데요?”

“확실히 어렵긴 해요.”

모든 설명이 끝나고, 이어진 호박왕의 경악스러운 반응에 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게 맞다.

저건 최상위권 유저들이나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급 테크닉이니까.

한데, 보자마자 따라하다니.

예전이었다면 믿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알고 있다.

‘미다스 님이라면 가능하겠지.’

앞서 서든 샷에서 보지 않았던가.

그는 눈으로 직접 본 테크닉을 귀신같이 재현해내는 재주가 있다.

“이대로 가면 이번 판 미다스 님 쪽이 유리해지겠네요.”

“음….”

호박왕의 물음에 카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라디라디아 님이 다이아1 정글이신 거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갱각 잘 잡으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하긴…. 챌린저 미드랑 다이아 정글이 합쳐지면 무섭긴 하겠네요.”

“그렇죠, 아마 이제 곧 찌르지 싶은데, 그 결과가 중요할 거예요.”

이처럼 카인이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하고 있던 찰나.

호박왕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 지금 라디라디아 님 미드로 가고 있는데요! 보여주나요?!”

그 말에 채팅창을 보던 카인의 시선도 화면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니! 이게 무슨!”

호박왕의 다급한 목소리가 다시 터졌고, 카인의 눈동자도 휘둥그레지기 시작했다.

* * *

“누나! 누나아!! 빨리 미드 갱 좀! 나 죽어!”

“하….”

한참 중립 몬스터를 잡던 와중 들려온 썬더의 다급한 목소리.

라디라디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곧 솔킬 각 나온다며;;;

-본인이 당하는 각이었네 ㅋㅋ

-호들갑 떨 때부터 알아봤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녀도 어이가 없었다.

분명 괜찮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대형 몬스터를 잡으러 왔는데 이제 와서 위험하다니!

-이거 갱 가능함?

-애매한데 ㅋㅋㅋㅋㅋㅋ

-차라리 아까 갔으면 몰라도 지금은…….

“그러게요. 지금 가면 역으로 당할 수도 있는 각인데.”

라디라디아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중립 대형 몬스터들은 강력하다.

특히 초반에는 한 마리를 잡고 나면 체력이 절반 가까이 깎이기도 할 정도인데….

심지어 그녀가 고른 영웅은.

갱에 특화된 대신 몬스터를 잡는 속도는 오래 걸리는 닻 사냥꾼이다.

당연히 여유가 없을 수밖에.

‘지금 체력 절반밖에 없는데.’

심지어 슬쩍 확인해보니 썬더의 체력도 40% 이하다.

둘 다 체력이 없는데.

무슨 수로 갱을 가겠는가.

차라리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낫겠지.

“좀 버티거나 아니면 빼. 나 지금 버프몹 잡고 있어서 피도 얼마 없어.”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래! 쟤도 딸피라 와서 cc기 한 번만 박아주면 되니까 와줘!”

하지만 썬더의 대답은 변함없었다.

게다가 왜인지 도망칠 수도 없단다.

-아오 ㅋㅋㅋㅋㅋㅋ

-에휴;;; 가긴 가야겠네 ㅋㅋㅋㅋ

-ㅇㅈ…. 저러다가 죽으면 게임 진짜 답도 없어진다.

“에휴…….”

라디라디아의 입에서 또다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짐덩이가 따로 없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

썬더의 포지션이 미드기 때문이다.

팀의 중심이라 불리는 미드.

그만큼 게임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특히, 상대인 미다스의 위험성은 그녀도 잘 아는바.

성장하기 전에 말리긴 해야 한다.

“바로 갈게, 나 체력 반밖에 없으니까 호응 잘 해라.”

그녀는 바로 미드로 향했고.

이내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되었다.

잠시 후, 미드에 도착한 라디라디아.

“음…….”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연신 검을 휘두르는 미다스였다.

휘릭! 삭-! 카앙!!!

특이한 점이라면 그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는 것?

-저거 뭐야 ㅋㅋㅋㅋ 뭐 저리 빠르냐 ㅋㅋㅋㅋㅋ

-몰랐어? 가속검이 미다스 전매특허잖아 ㅋㅋㅋㅋㅋ

-대체 몇 스택이냐;;;;;

‘미친…….’

라디라디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녀도 가속검은 많이 봤다.

한데, 저 속도는 난생 처음이다.

오죽하면 다이아인 그녀가 움직임을 놓칠 정도겠는가.

까앙!

“윽…!”

아마 썬더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러니 저렇게 샌드백처럼 맞고 있겠지.

-아니, 그래도 챌린전데 저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밀린다고?

-이거 되는 거 맞음???

-진짜 미친놈인데;;;

시청자들은 반신반의했지만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괜히 왔다.’

저렇게까지 스택이 쌓이기 전에 진작 오던가.

아니면 차라리 버렸어야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왔는데.

“야, 바로 간다. 호응해”

그녀는 고개를 털고 바로 미다스의 뒤를 노렸다.

* * *

쐐액! 타앗-! 쐐애액!

-미친;;;;;

-이건 볼 때마다 경이롭네…….

-대체 뭘 어케하는 거냐 ㅋㅋ

그 시간.

미다스의 방송 채팅창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그 이유는 지호의 가속검 때문.

현재 그의 스택은 45까지 쌓였다.

그 말인즉, 속도는 일반적인 상태의 9배라는 것.

무려 9배다.

평범한 이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속도겠지.

괜히 프로게이머들의 한계가 40스택이라 하겠는가.

심지어 그들조차 어지간하면 속도를 제어하는데 급급할 터.

-뭐가 보이긴 하나 ㅋㅋㅋㅋㅋㅋ

-멀미날 듯

-그냥 막 되는대로 휘두르는 거 아님??

-ㄹㅇ ㅋㅋㅋ

오죽하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찔할 정도겠는가.

하지만 미다스는 달랐다.

썬더를 압박하면서 전투 로봇을 파밍하는 것뿐만 아니라.

“에이, 아니에요. 다 보면서 움직이는 거죠.”

사이사이 채팅에 대응하기까지.

그야말로 완벽하게 가속검을 다루고 있었으니, 감탄이 나올 수밖에.

미드에 라디라디아가 도착한 건 그때였다.

-갱!!!!

-라디 왔다 ㅋㅋㅋㅋㅋ

-비상 비상 초 비상 ㅋㅋㅋㅋ

갑작스러운 적 정글러의 난입.

순식간에 채팅창이 올라가기 시작했으나.

“네, 알고 있습니다.”

지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시야에 적이 보인 순간, 지호의 눈은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으니까.

[서리검(썬더) : 잔여 체력 37%]

[닻 사냥꾼(라디라디아) : 잔여 체력 52%]

이대로 가면 양쪽에서 싸 먹힐 터.

그렇게 되기 전에 지호는 땅을 박찼다.

타앗!

“어?”

동시에 라디라디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깜빡.

미다스와 눈이 마주쳤나 싶었는데.

어느새 상대가 눈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후웅!

심지어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기까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상대를 베는 스킬, 질풍참을 발동한 것이다.

“헉!”

그녀는 급하게 몸을 피하려 했으나.

서걱!

이미 늦었다.

스택을 잔뜩 쌓은 검은 그녀가 대응하기 전에, 이미 목적을 달성하고 지나갔으니까.

[닻 사냥꾼(라디라디아) : 잔여 체력 37%]

게다가 질풍참으로 끝도 아니었다.

서걱!

[닻 사냥꾼(라디라디아) : 잔여 체력 29%]

마치 콤보라도 되는 양 연달아 검이 꽂히기 시작한 것.

-미친;;;;

-저게 무슨 속도냐 ㅋㅋㅋㅋ

-가속검 사기캐였네…….

‘진짜 빠르네…….’

보긴 봤지만, 직접 당해보니 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바.

그녀는 묵묵히 대응했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한 후, 스킬 ‘닻 던지기’를 발동한 것이다.

후웅!

그녀의 손에 들린 거대한 닻이 미다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한 번.

단 한 번만 맞추면 되는데….

미다스에게는 닿지 않았다.

스윽-!

그저 한 발자국 옆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가볍게 닻을 피해냈으니까.

이 상태로 또다시 미다스가 달려들면 죽을지도 모른다.

하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라디라디아는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죽어라!”

반대편에서 달려들고 있는 썬더가 보인다.

미다스가 닻 던지기를 피하는 틈을 노린 모양.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캬

-가라! 썬더몬!!!!

-라디도 합류해야지 ㄱㄱㄱㄱㄱ

그녀의 생각도 같았다.

미다스가 아무리 빨라도, 챌린저와 다이아의 양각은 못 이기겠지.

자신감이 찬 라디라디아는 바로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이건 되겠다.’

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흘긋 썬더를 바라본 미다스가 검을 아래로 내리긋자마자 밝혀졌다.

후웅!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는 검.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다.

푸확!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검격이 썬더를 베고 지나갔으니까.

-공간참??

-이걸 이 타이밍에 쓴다고??

-아 미친;; 썬더가 방심하는 타이밍만 기다렸나보네;;;;;

‘X발, 방심했다.’

일방적으로 당해도 그는 챌린저다.

공간참을 대비하고 있었다면 어떻게든 막아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미다스를 조지고 싶은 마음에 정신이 팔려 있었고.

미처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서리검(썬더] : 잔여 체력 12%]

순식간에 바닥에 가까워진 썬더의 체력.

타앗!

라디라디아의 시야에 땅을 박차는 미다스의 모습이 보였다.

‘뭐 저리 빨라….’

그야말로 미친 속도였다.

가볍게 땅을 박찬 것 같은데, 스킬인 질풍참만큼 빠르게 움직일 정도.

대체 어떻게 저 속도를 제어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건 안 되겠다….’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가속검 → 서리검]

역시나 순식간에 썬더의 체력이 바닥났다.

남은 건, 라디라디아 뿐.

-조졌네…….

-와, 저걸 진짜 어케 막냐;;;

-걍 밴 때렸어야 함 ㅋㅋㅋㅋ

-ㄹㅇ 다른 건 몰라도 가속검은 진짜 답이 없네.

이미 기세는 꺾였지만, 수많은 이들이 보고 있는 판에 쉽게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빠르게 가까워지는 미다스를 노리고 그녀는 다시 닻을 던졌다.

후웅!

하나, 아쉽게도 닻은 허공만 크게 갈랐다.

미다스에게 닿기 직전.

파밧-

갑자기 그의 속도가 빨라지더니.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어?’

그녀는 다급하게 미다스를 찾으러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늦었다.

서걱!

[적, 더블 킬!]

[가속검 → 닻 사냥꾼]

이미 그녀의 시야는 회색빛으로 바뀐 후였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