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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93화 (93/110)

093화. 트스대 -우승 후보(1)

“아, 괜찮습니다.”

욕이라도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왜인지 미다스의 대답은 평온했다.

-뭐야, 걍 봐주겠다는 건가?

-와 ㅋㅋㅋㅋㅋㅋ

-오지네;;;;

-저게 태산의 품격? ㄷㄷㄷㄷ.

“그래도…….”

연신 올라오는 채팅처럼 라디라디아도 감탄했다.

화가 날만도 한데.

이처럼 태연한 반응이라니.

[‘ㅇㅇ’님이 1,000원 후원!]

[걍 봐주지 말고 참교육 가죠?]

심지어는 지호의 시청자들까지 후원을 보낼 정도였으나.

지호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럴만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먹이주지 말자.’

지난 1달 사이 꽤나 많은 걸 경험한 그다.

그동안 깨달은 점은 세상에는 반응해야 할 어그로와 아닌 어그로가 있다는 것.

경험상 이번 일은 후자다.

‘괜히 엮여봐야 내가 손해일 테니까.’

안 봐도 비디오다.

정색하고 나서면 찔려서 그러니 뭐니 또다시 물고 늘어질 터.

가장 깔끔한 대응은 대중에게 판단을 넘기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스트리머.

방송을 본. 그리고 앞으로 볼 시청자들이 나서서 진위를 가려주겠지.

‘거기에 대한 후폭풍은 썬더 저 사람이 책임져야 할 거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강이나마 확신하고 있었기에.

“아닙니다. 덕분에 재밌었어요. 트스대때 뵙겠습니다.”

지호는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 * *

[아, 괜찮습니다.]

“그렇지! 나이스!”

지호의 차분한 대응에 방송을 모니터링하던 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의 시청자 짬 덕분일까.

준영은 지호의 스탠스를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병먹금 하겠다는 거겠지.”

백 점짜리 대응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엮이면 이득을 보는 건 언제나 체급이 작은 쪽이었으니까.

‘그에 비해 얘는…….’

하아.

준영은 한숨을 쉬며 반대편 모니터를 확인했다.

그곳에 보이는 것은 방금 라디라디아의 대화방에서 추방당한 썬더였다.

[아니! 님들! 이거 봐봐! 이게 어떻게 핵이 아니야! 안 그래?! 핵이니까 챌린저인 내가 졌지!]

문제는 여전히 지호가 핵을 썼다는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는 것.

-개소리 좀 그만해라 ㅋㅋㅋㅋ

-아니 ㅋㅋ 미다스 핵 아니라는 건 프로게이머들도 인정한 부분인데 니 뭐 됨???

-핵은 핵이지 ㅋㅋㅋ 개잘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

-걍 털렸다고 인정해;;; 미다스한테 지는 건 쪽팔린 것도 아님 ㅇㅇ

[아니, 하…. 답답하네. 미다스 빠들은 걍 니들 주인 방 가세요.]

-반박할 말 없으니까 미빠타령은 좀 추하네 ㅋㅋㅋㅋㅋ

-난 라디방 유입인데 뜬금없이 미다스 빠 됐네;;;

-얜 걍 말이 안 통함 ㅋㅋㅋㅋㅋ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그의 편을 들어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십중팔구는 썬더를 욕하고.

나머지는 은근슬쩍 약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지호 말대로 어린 친구라 어지간하면 그런가 보다 할라 했는데, 생각보다 더 맛이 간 놈이네.”

준영은 뚜둑- 손을 풀었다.

실시간으로 봐서 알고 있다.

지호는 썬더에게 관심을 끊었다.

물론 녀석이 착하거나 호구라 그런 건 아니다.

상대할 가치도 없다 판단한 거겠지.

방금 전까지는 비슷한 마음이었지만, 아직까지 저러는 걸 본 이상 생각이 달라졌다.

‘이건 못 참지.’

이제 준영의 밥줄은 미다스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고로 미다스를 건드리는 건.

친구고 아니고를 떠나서 준영 그를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소리!

‘매운 채팅 좀 맛보게 해줘야겠네.’

준영은 여론몰이를 위해 겜잘알에 글을 작성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게 되었다.

“뭐야…. 굳이 안 써도 되겠는데?”

딸깍!

그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클릭한 것은.

‘[트스대] 마스터한테 털리고 핵 타령하는 추한 챌린저’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내용은 당연히 썬더를 욕하는 것.

또, 비슷한 내용의 글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챌린저가 인증한 핵 같은 가속검 ㅋㅋㅋㅋ]

[미다스가 챌린저한테는 안 될 거라던 놈들 어디감?]

[왜 미다스는 뭐만 했다하면 핵 소리 듣냐 ㅋㅋㅋㅋㅋㅋ]

……

얼핏 봐도 수십 개가 넘는 글들이 올라와 있었으니까.

하나 같이 썬더를 욕하는 내용으로 운을 띄운 글들은 이내 한 가지 결론으로 이어졌다.

-아니, 얼마나 잘하길래???

-ㅇㅈ 그래도 챌린저면 진짜 잘 치는 편일 텐데 ㅋㅋㅋㅋ

-미다스가 그 정도였음???

-그래봐야 마딱인 줄 알았는데;;;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추한 행동으로 비웃음을 사고 있으나.

그래도 썬더는 챌린저 티어다.

실력 하나만큼은 진짜라는 말이다.

대체 얼마나 크게 실력 차이가 났으면 그런 썬더가 핵이라고 징징거리겠는가.

하물며 상대는 마스터라니!

관심이 지호의 가속검으로 향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즈음, 의문을 해소시켜줄 댓글이 달렸다.

-여기 클립 따왔으니까 보셈. 걍 개찢겼어 ㅋㅋㅋㅋㅋ

지호의 플레이를 녹화한 짧은 영상을 올렸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걸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은….

-와… 진짜 샌드백이네…….

-아니 ㅋㅋㅋㅋ 와 ㅋㅋㅋㅋ 저게 말이 되나 ㅋㅋㅋ

-저게 마스터가 맞음???

-아니, 쳐맞고 있는 놈이 챌린저라는 거잖아??

-그냥 괴물이누;;;

말 그대로 경악, 그 자체였다.

챌린저를 뉴비처럼 가지고 노는 플레이를 봤으니 누구나 비슷한 마음이리라.

게다가.

일반 유저들만 이러한 반응을 보인 것도 아니다.

[‘ㅇㅇ’님이 1,000원 후원!]

[오늘자 챌린저 씹어먹은 마딱이 가속검]

몇몇 유저들이 프로들이나 상위 챌린저들 방송에 영상 후원으로 해당 클립을 보냈고.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캬… 나 이 분 알아. 미다스 님이지? 이 분 가속검 볼 때마다 진짜 뽕 찬다니까. 대박인 거 같아.”

기존에 미다스를 알던 이들은 다시금 감탄했다.

“뭐? 저게 마스터라고? 에이, 님들 나 속이는 거지? 엘카 님 영상 아니야?”

그리고 모르던 이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주제가 있었다.

“핵? 핵은 무슨…. 말도 안 되는 떡밥 굴리지 마세요. 잘한다고 다 핵이라 하는 건 오바야. 아무리 봐도 핵쟁이 특징이 안 보이는데.”

-ㅇㅈ ㅋㅋㅋㅋㅋ

-왜 아예 엘카한테도 핵쟁이라 하지 ㅋㅋㅋㅋㅋ

-그 말도 안 되는 짓을 실제로 하고 있는 챌린저가 있다???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잖아….

상위 챌린저와 현직 프로들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일축해버린 것.

하지만 바깥세상이 어떻게 흐르고 있건, 본인만의 세계에 빠진 썬더에게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계정 걸고 장담한다. 미다스 저거 핵쟁이야. 공론화시키고 참교육 가야겠어. 그리고 보니 트리스 이 새끼들도 문제야. 어떻게 핵쟁이한테 트스대 팀장을 줘? 관리 안 해?”

그래서일까?

썬더는 여전히 미다스를 핵쟁이라고 비난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트리스까지 묶어서 까기 시작했다.

-????

-어어, 야 진짜 안 된다;;;;

-얜 진짜 가겠는데???

-미친,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을 이렇게까지 키우네 ㅋㅋㅋ

-신고한다 ㅅㄱ ㅋㅋㅋㅋ

실시간으로 썬더의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경악했다.

사실 공개적으로 미다스를 비난하는 것부터 위험한 일이긴 했다.

트리스에는 엄연히 타 스트리머 비방에 대한 제재 가이드가 있으니까.

심지어 논리라고 할 것도 없다.

고작해야 핵이 아니면 챌린저인 자신이 마스터한테 질 리가 없다는 칭얼거림 정도?

한데, 거기에 트리스까지 엮다니.

그러고도 부족해 트스대까지 걸고 넘어졌다.

작년에 고생한 이후.

트리스에서 트스대에 관련된 이슈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을 보던 이들은 불안감을 나타냈고.

그들의 예감은 적중했다.

“응, 아니야. 이런 걸론 정지 저어얼대 안 당해-!”

그것도 썬더가 한참 시청자들을 약 올리고 있던 찰나에.

띠링!

[스트리밍이 종료됩니다.]

“어? 뭐야?”

갑자기 꺼진 방송.

썬더가 고개를 갸웃하던 찰나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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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썬더 님.

회원님의 활동에 근거하여 계정에 징계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이유 : 타 스트리머 비방

정지 기간 -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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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에는 정지에 대한 근거가 디테일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썬더는 읽지 않았다.

이유, 기간만 뚫어지게 응시할 뿐.

“하…….”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니, 뭘 했다고 정지까지 먹이냐.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

“바로 항의해야겠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캡슐에서 나와 스마트폰을 보는데….

“어?”

뭔가 이상했다.

[야, 너 적당히 해. 지금 인터넷 난리 났어.]

[에휴…. 난 모르겠다;;]

[썬더님, 당분간 자숙하셔야 할듯.]

등등.

실제 친구나 방송을 하다가 만난 스트리머 등 수많은 이들의 연락이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뭐야…….’

그는 갸웃하며 인터넷을 켰다.

이어서 자신을 향한 비난으로 가득한 커뮤니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표정이 다시 일그러진 건 덤이다.

‘당분간 방송 켜면 안 되겠는데.’

아무리 기분 내키는 대로 방송을 하는 썬더라 해도, 악플은 무섭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지가 차라리 다행일지도?

“오히려 좋아.”

이처럼 안도한 썬더가 한숨 돌리고 있던 찰나였다.

쾅!

그의 방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아, 뭐야.”

썬더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고.

이내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누, 누나…….”

방송 정지까지는 괜찮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니까.

하지만 누나의 분노는 다르다.

당장에 캡슐만 해도 전부 그녀가 제공해준 것이니까.

‘아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싸늘하게 굳은 표정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이어진 멘트는 최악의 상황을 알렸다.

“보니까 넌 아직 방송할 때가 아닌 거 같더라. 기사님 오셔서 캡슐 가져가기로 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누나! 내가 잘못했어! 진짜야!”

“늦었어.”

쾅!

‘내가 왜 그랬지…?’

썬더는 그제야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마찬가지로 저지른 사고는 되돌릴 수 없으니까.

썬더라는 챌린저 스트리머의 잠정적 은퇴가 결정된 순간이었다.

* * *

썬더의 정지는 화제가 되었다.

하나, 말 그대로 잠깐이었고 사람들의 관심은 빠르게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이 정도면 미다스 진짜 챌린저 상위급인 거 아님?

-이거 리얼임 ㅋㅋㅋㅋ

-아니 어케 마스터가 챌린저를 찢냐 ㅋㅋㅋㅋ

-이러면 미다스네 팀 강함 순위도 올려야지 ㅋㅋㅋㅋㅋ

이번 친선 경기 전까지는.

‘그래도 마스턴데 챌린저를 이기는 건 힘들지 않을까?’와 같은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경기로 그러한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다.

비록 하위권인 176위라지만 그래도 챌린저인 썬더를 완전히 압살하지 않았던가.

자연스레 미다스에 대한 평가가 몇 단계는 올라갔고.

이내 새로운 궁금증이 생겨났다.

-그래서 미다스 다음 경기는 언제임???? 가속검 원툴인지 아닌지 개궁금한데 ㅋㅋㅋㅋㅋ

여기에 대한 대답은 바로 달렸다.

-아까 라디네 팀이랑 끝난 다음에 호박왕이 바로 연락해서 이제 곧 시작 한다는데?

그것도.

기존에 강팀으로 뽑히던 호박왕 팀과의 친선 경기 소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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