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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95화 (95/110)

095화. 트스대 -우승 후보(3)

시간을 조금 돌려 전장에 킬 메시지가 울리기 전.

즉, 게임이 막 시작되었을 즈음.

봇으로 가는 길목에서 정글러인 유나의 중립 몬스터 사냥을 돕고, 다시 라인으로 향하기까지.

원딜을 잡은 지호는 무난하게 게임을 진행했다.

기릭! 기릭!

이어서 라인에 도착하자 전투 로봇들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말인즉.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는 소리!

“미다스 님! 가보죠!”

“네.”

라인전의 시작과 끝은 전투 로봇 파밍이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

팟!

지호는 차분히 체력이 적은 전투 로봇들만 골라서 막타를 날렸다.

-오 ㅋㅋㅋㅋㅋㅋ

-원딜 거의 처음이라더니 막타 잘 치는데?

-하나를 안 놓치누.

“기분 탓인가. 원딜은 오히려 먹기 쉬운 느낌이네요.”

깔끔하게 막타를 칠 때마다 올라오는 채팅에 지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평소와 다른 포지션임에도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원거리라 편한 느낌이랄까.

“미다스 님, 철갑보안관은 폭딜형이라 거리 주면 위험하고, 룬 지킴이는 스턴이 있어서 조심하셔야 해요.”

그리고 이처럼 지호가 파밍에 전념하는 사이, 모자맨은 미리 연두리에게 들은 설명을 간략하게 읊었다.

“넵.”

“저쪽 서폿인 다룬 님이 실버라니까 스킬 날리면 제가 대신 맞아드리긴 하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실버 멸시 ㅋㅋㅋㅋㅋㅋ

-모자맨 골드라고 꺼드럭대는 거 볼 때마다 왜케 웃기냐 ㅋㅋㅋ

“뭐, 그래도 저쪽 분들이 다 수비적인 플레이를 하실 거 같다니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 같아요.”

…까지가 모자맨의 설명이었다.

-상대가 미다스면 사려야지

-ㅇㅈ ㅋㅋㅋㅋㅋㅋ

-킬 주면 그때부턴 지옥인데 저어어얼대 안 덤빌 듯 ㅋㅋㅋㅋㅋ

“아, 그래요?”

지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상대를 유심히 관찰했다.

슥-! 콰앙!

상대인 철갑보안관은 연신 전투 로봇이나 지형물 뒤에 몸을 숨겨가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나마 모습이 보일 때라곤.

전투 로봇의 막타를 칠 때 정도?

쾅!

그마저도 아주 잠깐이었다.

순식간에 목표를 사살하고는 바로 다시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그러게요. 많이 조심스러우시네요.”

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말과 달리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왜냐.

‘타이밍이 다 보이는데?’

압도적인 차이 앞에서 잔기술은 의미 없다는 말이 있다.

지호는 그 말을 새삼 실감했다.

분명 상대가 필요한 타이밍에만 나오고 있다는 게 보임에도.

그는 정확히 읽을 수 있었으니까.

“모자맨 님, 갑니다.”

보인다는 건, 맞출 수 있다는 것.

지호는 서포터에게 신호를 보내며 스킬을 발동했다.

[연사]

목표는, 두더지 게임처럼 자꾸 나왔다가 사라지는 철갑보안관.

“후우….”

먼저 그는 잠시 타이밍을 읽었다.

그리고는.

‘지금!’

정확한 타이밍에 손을 놓았다.

구웅-!

화살 끝에 모랫빛 기운이 모이더니 그대로 앞으로 방출되었고.

쐐액! 쐐애액!

그 뒤를 강렬한 힘이 담긴 세 발의 화살이 연달아 뒤쫓았다.

결과는 전부 직격!

타이밍을 완벽하게 읽은 터라, 빗나가는 일은 없었다.

“?!”

지호에게는 당연한 결과.

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은 달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격이었는지 뮤쥬는 눈을 크게 뜨며 재빨리 전투 로봇 뒤로 몸을 숨겼다.

-캬!!!

-그러치!! 이게 미다스지 ㅋㅋㅋ

-와, 스킬 전부 제대로 맞았네? 이건 좀 크다 ㅇㅇ

-이제 뮤쥬 쫄아서 파밍도 사리면서 할 테니까 서서히 말려 죽이면 되겠네 ㅋㅋㅋㅋㅋ

순식간에 우위를 점한 상황.

하나, 지호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았다.

“엥? 서서히 말려 죽이다니요. 킬각 나왔는데.”

대신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앞으로 나아갈 뿐.

-???

-이게 킬각이라고??

-에바지 ㅋㅋ 그래도 뮤쥬 아직 피 60%는 남아있는데 ㅋㅋㅋ

-그래도 미다스라면….

-ㄹㅇ ㅋㅋㅋㅋ

채팅창에 갈고리가 올라왔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은 내심 기대하기 시작했다.

지호는 항상 말을 지켰으니까.

이어진 장면은 역시나 놀라웠다.

팟! 파앗!

지호는 상대와 마찬가지로 전투 로봇 사이를 오가며 활을 쐈다.

쾅! 콰아아앙!

그에 맞서.

철갑보안관을 픽한 뮤쥬도 계속 그를 노렸으나.

대개 전투 로봇에 막히고 말았다.

반면, 지호의 화살은 연신 그에게 꽂혔으니.

[철갑보안관 : 잔여 체력 23%]

그의 체력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향했다.

[사막 궁수 : 잔여 체력 61%]

모든 공격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

지호의 체력도 서서히 줄었으나.

애초에 스킬에 당하고 시작한 데다가, 이후에도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철갑보안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적당히 좀 해라!”

[룬 폭발]

상대 서포터인 룬 지킴이가 회심의 스킬을 날렸으나.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에헤이! 어딜!”

이때만 기다리고 있던 모자맨이 스턴을 대신 맞아냈으니까.

-크…….

-이걸 진짜 맞아줬네 ㅋㅋㅋㅋ

-솔까 이러면 1인분 한 거지

“칫!”

뮤쥬가 새로이 다가오는 전투 로봇 뒤에 몸을 숨기며 도망치기 시작한 건, 그때였다.

답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가만히 두면 집으로 돌아가서 체력을 회복하고 오겠지.

‘어딜! 그 전에 끝낸다.’

지호는 다시 활을 당기며 쿨타임이 돌아온 스킬을 발동했다.

[연사]

그리고는.

처음처럼 타이밍을 잰 뒤, 놓았다.

* * *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사막 궁수 → 철갑보안관]

“헉…!”

라인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 시점에 나온 첫 킬!

모자맨은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팟! 파앗!

한데, 정작 당사자인 미다스는 태연히 전투 로봇의 막타를 날리고 있었다.

심지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잔잔한 표정이다.

“아니, 어떻게…?”

모자맨은 고개를 갸웃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연두리는 그에게 단단히 강조했었다.

상대 원딜러인 뮤쥬가 수비적인 자세로 나오면 모자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뭐, 그 역할이 미끼긴 했지만.’

조금 상황을 지켜보다가 무리하는 척 달려들면 뒤는 미다스 님이 알아서 할 거라고 했었지.

한데, 이게 어쩐 일인가.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벌써 첫 킬이 나와버렸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서로 평화롭게 전투 로봇을 파밍하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화살에 자석이라도 달린 듯 쏘는 족족 상대에게 꽂히더니, 결국 킬까지 내버렸으니까.

그 과정에서 모자맨이 한 건, 상대 서폿의 스킬을 막는 것뿐이었다.

-그야, 미다스니까…….

-난 이 얼 타는 표정이 제일 웃기더라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해하려 하지 마 ㅋㅋㅋㅋ 그냥 쟤는 종족이 다름;;;;

‘아니, 다들 왜 당연하다는 반응이야!’

모자맨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티어는 골드지만 지금 상황이 말도 안 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으니까.

쾅! 콰앙!

때마침 라인에 돌아온 뮤쥬가 다시 전투 로봇을 파밍하기 시작했고.

“모자맨 님, 준비되셨나요?”

이어서 미다스의 신호도 들려왔다.

다시 싸우러 가겠다는 의미겠지.

“넵!”

이번에는 어떻게 잡은 건지 똑똑히 지켜본다.

모자맨은 힘찬 포부와 함께 대답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사막 궁수 → 철갑보안관]

[더블 킬!]

[사막 궁수 → 룬 지킴이]

마찬가지로 활을 당기나 싶더니 킬이 나버렸으니까.

심지어 이번에는 더블 킬이다!

“미친….”

-개웃기네 ㅋㅋㅋㅋㅋ

-모자맨 현타 왔다 ㅋㅋㅋ

-이게 너네 팀장이야….

-괜히 괴물이라 불리겠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이쯤 되니 모자맨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진짜 괴물이네.”

그는 허탈하게 웃으며 상대 경계 포탑을 미는 미다스를 뒤따랐다.

* * *

[아군이 당했습니다!]

[사막 궁수 → 철갑보안관]

[적, 더블 킬!]

[사막 궁수 → 고대 창병]

[적, 트리플 킬!]

[사막 궁수 → 룬 지킴이]

“하이고…….”

이게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울리는 전광판.

카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적이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심지어 봇 라인은 벌써 2번째 경계 포탑까지 밀린 상태였다.

-그냥 미친 탱크네 ㅋㅋㅋㅋㅋ

-이거 막을 수 있음???

-원딜이 저렇게 컸는데 어케 막아;;;; 걍 져야지 ㅋㅋㅋㅋㅋㅋ

“하하.”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을 본 카인은 허탈하게 웃었다.

뜬금없이 원딜로 가버린 미다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뭐… 미다스 님이니까 어느 정도 존재감은 드러날 줄 알았지만.’

그래도 미드와 탑이 크면 막을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전부 오판이었다.

‘초반에 퍼블 나왔을 때 무리하게라도 라인을 바꿨어야 했나.’

얼마나 답답하면 이런 후회까지 할 정도였다.

뭐, 어차피 의미 없는 생각이다.

그나마 파란수박이 봇으로 갔다 한들,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을 터이니.

“죄송해요, 제가 계속 죽어서…….”

“아니에요! 뮤쥬 님은 잘 하셨어요! 서폿인 제가 잘 했어야 하는데….”

패배를 직감했는지 팀 보이스로는 암울한 목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킬은 합쳐서 15킬을 내어준 데다가 벌써 2차 경계 포탑까지 밀린 상황이니 당연히 그렇겠지.

“다들 멘탈 잡으세요. 이번 판, 제가 잘 커서 해볼 만해요.”

와중에 파란수박은 긍정적이었다.

‘잘 크긴 했지….’

그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탱커형 영웅을 고른 카인은 어쩔 수 없다지만.

처음부터 캐리 역할을 맡은 파란수박은 상대 탑인 연두리를 압살하며 성장해왔으니까.

하지만.

- 해볼 만하겠냐 ㅋㅋㅋㅋ

- 에바야 ㅋㅋㅋ 죽창 들고 탱크를 어케 막아…….

- ㄹㅇ 택도 없음. 미다스가 걍 템포가 너무 빨라;;;;

미다스의 성장세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처음 몇 킬을 먹은 후로는 눈 깜짝할 사이에 타워까지 밀며 성장하지 않았던가.

“아마, 힘들 거예요.”

카인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파란수박의 자신감은 이해가 된다.

‘히어로즈 배틀은 원거리 딜러보다 탱커의 영향력이 크다고 했었지.’

문제는 퓨처 워는 반대라는 것.

초중반은 미드나 탑이 주력이지만, 후반은 원딜게임이라 불릴 정도로 존재감이 압도적인 게 퓨처 워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어떻게든 봇을 죽여놨어야 했다.

‘미다스 님의 피지컬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얕봤던 거였던가…….’

-미다스 왔다 ㅋㅋㅋㅋㅋㅋㅋ

-탑 고속도로 밀더니 미드도 밀러 오셨네 ㄷㄷㄷ

-17킬 ㅋㅋㅋ 풀템 ㅋㅋㅋㅋㅋㅋ

그 사이, 상대 경계 포탑 뒤에서 걸어오는 미다스가 보인다.

어느새 풀템을 맞춘 상태에.

정글까지 전부 돌고 왔는지 버프인 ‘속도의 룬’, ‘힘의 룬’ 모두를 몸에 두른 상태였다.

“다들 미드 모여주세요, 이거 못 막으면 집니다.”

카인은 모든 팀원을 불렀다.

마지막 한타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속으로는 결과를 짐작하고 있었다.

‘…저 괴물을 진짜 어떻게 막냐.’

결과는 카인의 예상대로였다.

원딜 미다스라는 변칙적인 픽이 나온 친선 경기.

지호가 독보적인 우승후보로 꼽히던 호박왕 팀의 본진을 미는데 걸린 시간은 17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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