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7화. 트스대 -첫째 날(1)
트리스에서 주관하는 이벤트 대회는 꽤나 많다.
하면 개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백이면 백, 트스대라 답할 것이다.
-괜히 45만 명이나 봤겠어?
-ㄹㅇ ㅋㅋㅋ 글고 일단 1위 게임인 퓨처 워잖아 ㅋㅋㅋㅋㅋ
-다른 대회랑 그냥 급이 다르지.
그래서일까?
주관사인 트리스가 트스대에 들이는 노력도 남달랐다.
대표적으로는 작년보다 2배 늘어난 상금과,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시작으로.
각종 홍보와 광고 등.
다방면으로 트스대를 알리기까지.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효과적이었다.
몇몇만 알던 대회에서 입소문을 타고 점점 화제가 되었던 작년 트스대와는 달리.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온갖 커뮤니티에서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널리 알려진 것이다.
이는 겜잘알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베스트 게시판]
[1. 객관적인 트스대 팀 분석.txt]
[2. 지금까지 트스대 친선 경기 결과 궁금한 사람 컴온]
[3. 트리스가 트스대 우승팀 넣어주기로 한 광고 ㄷㄷㄷㄷㄷ]
[4. 이번 트스대 중계진 클라스]
[5. 내일 시작하는 트스대 간단 요약 정리_최종]
……
…
트스대의 룰을 시작으로.
각 팀의 전력을 비교한 분석글이나 친선 경기의 결과를 토대로 순위를 매긴 글까지.
트스대에 관한 A부터 Z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으니까.
또, 그들의 관심이 향한 곳은 누가 우승할지에 대해서였다.
-솔직히 지금까지 상대전적만 봐도 미다스 팀이 걍 우승 아님???
└ㄹㅇ ㅋㅋㅋㅋ 친선 경기 전승이라며 ㅋㅋㅋㅋㅋ
-ㄴㄴ 그건 파란수박이 퓨처 워에 적응하기 전이라 그렇지 ㅋㅋㅋ 장담하는데 호박왕 팀이 우승한다.
-적응해봐야 미다스 밑이지 ㅋㅋ
-다들 왜 왕눈이네는 언급도 안 하냐…?
-왕눈이 팀은. 음…, 아니야…….
└ㅠㅠㅠㅠ
-라디 팀도 또 모름. 썬더 정지 먹고 챌린저 새로 데려와서 ㅋㅋㅋ
서로 응원하는 팀이 다르니 의견은 갈릴 수밖에 없는 노릇.
하나, 대화가 격해질 일은 없었다.
-다들 개소리 말고 모여 트스대 시작함 ㅋㅋㅋㅋ
-뭣? ㄱㄱㄱㄱㄱㄱ
-트리스 방송 ON ㅋㅋㅋㅋ
-일단 치킨부터 시킨다 ㅋㅋㅋ
한참 댓글을 주고받는 사이, 트스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애초에 심심풀이였던 바.
그들은 바로 방송으로 달려갔다.
* * *
“후우… 후우…….”
“이제 진짜 시작이에요….”
“와, 나 손 떨리는 거 봐.”
지호는 긴장한 팀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쪽 벽에는 트리스의 마크가 새겨져 있었고, 반대편 벽에는 큰 스크린이 보였다.
‘트스대 대기실답네.’
시간이 되면 스크린이 켜지면서 자동으로 방송이 보일 거라고 했던가.
그는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18:59]
오후 7시.
24시간 중, 가장 많은 스트리머들이 방송을 하는 탓에 꽉 찬 집이라고 불리는 시간대다.
평소였다면 그들도 한참 방송을 하고 있었겠지.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트스대의 첫째 날이었으니까.
“청심환이라도 먹고 올걸…….”
“그거 먹으면 가상현실 속에서도 효과 있나?!”
“아마…….”
“지금이라고 먹고 올까?”
“올 때 내 꺼도.”
긴장을 풀기 위해서일까?
팀원들은 끊임없이 실없는 말을 주고받았다.
한데, 소용없었다.
솔직히 방금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도 가물가물할 정도였으니.
특히나 멘탈이 약한 유나의 시선이 연두리를 향했다.
친선 경기 때마다 연두리가 긴장을 풀어주곤 했었는데….
오늘은 힘들 것 같은 느낌이다.
“어우… 매도 빨리 맞으면 좋다고 차라리 빨리 우리 팀 불렸으면 좋겠네요. 숨 막힌다….”
당장에 그녀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는 판국인데 뭘 바라겠는가.
하긴, 다 비슷한 마음이겠지.
‘으앙….’
유나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고.
미다스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다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평소처럼 하시면 됩니다.”
동시에 유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평소처럼이라니!
‘말이야 쉽지….’
미다스의 팀원이 된 지 보름가량.
그동안 많이 성장했다고 유나는 자부한다.
퓨처 워 실력은 기본이고.
이제 수천 명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방송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트스대는 급이 다르다.
당장에 작년에만 해도 첫날에 거의 5만 명 가까운 시청자가 몰렸다고 하는데.
올해는 인기가 더하다지 않던가!
게다가 작년 기준으로 결승전은 무려 45만 명이 봤다.
45만 명.
상상만 해도 아찔한 숫자다.
거기서 실수라도 한다면….
‘으악! 이런데 어떻게 긴장을 푸냐고…!’
물론 유나는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다만 속으로 중얼거릴 뿐.
그리고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인지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네….”
“평소처럼…. 알겠습니다!”
반사적으로 대답은 나온다지만.
그들이 긴장하고 있다는 걸 지호는 당연히 알 수 있었다.
‘뭐, 어쩔 수 없나.’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반응이다.
긴장을 풀란다고 바로 풀리겠는가.
굳이 더 압박하는 대신 지호는 다른 선택을 했다.
저들에게 부족한 건 자신감.
그렇다면 기댈 구석이 있다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저만 믿으세요. 제가 있는 한, 우리 팀은 절대 안 집니다.”
평소였다면 오글거려서 생각도 하지 않았을 허세 섞인 말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무엇보다 확실했다.
“오.”
“하긴….”
팀원들의 표정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건 유나도 마찬가지였다.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나만 믿으라는 말.
흔히들 하는 말인데, 말하는 이가 미다스다 보니 묘한 힘이 있었다.
그간 같이 게임을 하며 느낀바.
‘미다스 님은 진짜 괴물이었으니까.’
그래, 저 사람이 같은 팀인데 뭐가 무섭겠어.
“마자여! 지금까지처럼 하면 되는데 왜 긴장했지?! 다들 빨리 표정 풀어요!”
유나는 애써 힘차게 외쳤고.
“시청자가 좀 많긴 한데…. 그래도 뭐…….”
“다들 파이팅!!”
“아자 아자!”
팀원들도 그녀의 말에 호응했다.
파앗!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 빛이 터진 것은 그때였다.
동시에 그곳에서 방송이 흘러나왔다.
마침내 트스대의 막이 오른 거다.
“드디어….”
“후!”
남은 건 차례를 기다리는 것뿐.
그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스크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쿠웅!
-왔다!!!!!!!
-드가자!!!!!!!
-채팅 속도 뭐야 ㄷㄷㄷㄷ
-미친;;;; 시작하자마자 시청자가 10만 명…? ㅋㅋㅋㅋ
[시청자 수 : 103,091명]
광고와 홍보의 성과를 보여내듯.
제2회 트스대는 시작부터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아직 트리스의 로고만 나왔을 뿐인데, 채팅창에 버퍼링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에 화답하듯 중계진이 나왔다.
“시청자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아! 제2회 트스대를 중계하게 된 캐스터 김두기입니다!”
“안녕하세요, 해설을 맡은 ST 라이플입니다.”
-ㄷㄷㄷㄷㄷ
-김두기에 라이플???
-이건 진짜 본격적이네 ㅋㅋㅋ
-둘 다 현직 아님?
-ㅇㅇ 김두기는 그쪽 분야 원탑이고 라이플은 프로게이머잖아 ㅋㅋ
시청자들은 여기서 한 번 놀랐다.
김두기는 캐스터 중에서도 1티어로 꼽히는 만큼 정식 대회나 큰 행사에 주로 섭외되는 비싼 몸인 데다가.
해설을 맡은 라이플도 현역에서 손에 꼽히는 프로게이머였기 때문이다.
“듣기론 라이플 님이 해설로 오시는 데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고 하던데 맞나요?!”
“네네, 그렇죠. 엘카 형이 진짜 오고 싶어 했는데, 그 형 일정이 워낙 바빠서 제가 슥 낚아챘거든요.”
본격적인 진행에 들어가기에 앞서.
두 중계진은 사전에 맞춘 대로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입을 풀 겸, 시청자들의 열기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는데.
“호오, 엘카 님이요?”
“네. 그 형이 미다스 님 팬이거든요.”
-?????????
-미친?
효과는 확실했다.
기름이라도 뿌린 듯 채팅창이 불타기 시작했으니까.
-엘카가 미다스 피지컬 보고 놀랐다는 게 진짜였어??
-이게 왜 진짜임????
-아니 ㅋㅋㅋㅋ 와;;;;;;;
엘카는 국내 피지컬 원탑으로 불리는 괴물 프로게이머다.
괜히 프로들의 프로라 불리겠는가.
반면 미다스는?
게임을 잘한다 해봐야 아마추어다.
그래서일까.
[지가 그렇게 게임을 잘 했으면 프로를 했지.]
[미다스? 스트리머가 무슨;;;]
[프로들이 보면 웃겠네 ㅋㅋㅋㅋ]
등등.
미다스를 싫어하는 이들은 항상 그 부분을 짚으며 비난해왔다.
한데, 프로 중에서도 탑인 엘카가 리스펙할 정도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던 것이다.
시청자들만큼은 아니지만, 놀란 건 김두기도 마찬가지였다.
‘그 미다스가 한 달 만에 여기까지 올라왔다니….’
배틀 에어리어가 출시됐을 때.
이벤트 매치에서 미다스를 알게 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미다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핵 논란에 휩싸인 뉴비 스트리머였다.
물론, 빠르게 성장할 건 예상했다.
당시 그의 피지컬이나 멘트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급성장한 스트리머가 있었나?’
그의 기억으로는 없다.
여기서 트스대 우승까지 한다면?
거기에 또다시 날개를 달게 될 터.
‘재밌겠네.’
김두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라이플의 대답도.
이어진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상적이었으니까.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남은 건, 행사의 진행이다.
후웁.
김두기는 잠시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이내 힘차게 외쳤다.
“기대가 됩니다! 마침 첫 경기네요! 그럼 양 팀 소개부터 시작해보겠습니다아아!”
* * *
“와….”
“엘카 님이? 미다스 님을?”
스크린 너머로 중계를 지켜보던 팀원들은 입을 크게 벌렸다.
엘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데, 그 엘카가 미다스 님의 팬이라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우리 팀장이지!’
이처럼 그들이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사이에도.
중계는 계속 이어졌다.
[제가 듣기론 이분들 친선 경기 전적이 전승이라는데 맞나요?]
[네! 맞습니다아! 전승! 무패! 심지어 팀장인 미다스 님은 지금까지 랭크 게임에서도 져본 적이 없답니다! 그냥 패배를 모르는 남자예요!]
-미친 ㅋㅋㅋㅋㅋ
-전승이라고????
-ㄷㄷㄷㄷㄷㄷ
-아니 랭겜에서 전부 이기는 게 가능함???
-그 힘든 걸 미다스는 해냅니다.
[괜히 우승 후보라 불리는 게 아니네요.]
[우승 후보 정도가 아닙니다! 최종 보스! 그냥 끝판왕이에요! 다른 팀장들이 다 저분만 견제한다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거 맞는 말임 ㅋㅋㅋ
-걍 방송들 보면 전부 타도 미다스만 외치는 중 ㅋㅋㅋㅋㅋㅋ
“어우….”
“안 그래도 어제 방송에서 시청자들도 다 저 말 하던데.”
부담을 느낄 만한 상황.
하지만 팀원들은 긴장하지 않았다.
왜 긴장하겠는가.
국내 원탑 피지컬인 엘카가 인정한 미다스가 우리 팀인데!
[자, 그럼 제2회 트스대의 첫 경기! 팀 미다스 vs 팀 왕눈이. 팀 왕눈이 vs 팀 미다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짧은 팀 소개가 끝나고, 대기실에 알림이 떴다.
[Team 미다스 vs Team 왕눈이]
[참가자들은 확인을 눌러주세요.]
“다들 갈까요?”
“오늘도 재밌게 해봅시다!”
“드가자!”
그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허공에 떠오른 확인 버튼을 눌렀다.
제2회 트스대.
첫 경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