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화. 트스대 -첫째 날(2)
파앗!
메시지의 알림에 따라 확인 버튼을 누르자, 밝은 빛과 함께 시야가 흐릿해졌다.
평소였다면 바로 영웅 선택창으로 넘어가졌을 터.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쿠궁!
시야가 밝아짐과 동시에 정면에서 무언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
메인 전장인 황폐화된 대지였다.
“자! 양 팀 등장했습니다아!”
“캬… 뭔가 해설 입장으로 저 무대를 보고 있으니까 신기하네요.”
“그렇겠죠! 보통 라이플 님은 저기에 계셨을 테니까요!”
중앙 위에는 캐스터인 김두기와 해설인 ST라이플이 보였고.
그 주변에는 현재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채팅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캬ㅑㅑㅑㅑㅑㅑㅑㅑ
-미다스 ON!!!!!!!!!!!
-우승 드가자 ㅋㅋㅋㅋㅋㅋㅋ
-어차피 우승은 미다스! 어차피 우승은 미다스! 어차피 우승은 미다스! 어차피 우승은 미다스!
“헉!”
“……와.”
“잠깐. 시청자가 일, 십, 백… 십오만…? 십오만 명이 보고 있다고?!”
예상보다 본격적인 환경에 놀란 걸까?
팀원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오… 그러게요.”
대기실에서는 주눅 들어있던 팀원들을 다독였던 지호지만.
이번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 수 : 153,091명]
경기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시청자 수는 말 그대로 단위가 다른 수준이었으니까.
트스대는 이제야 1일 차 아니던가.
한데, 15만 명이라니!
대체 결승전엔 얼마나 모이려고….
“확실히 여기서 경험 차가 나네요!”
“팀 미다스는 이 경기장이 처음인 거죠?”
“맞습니다! 반대로 팀 왕눈이는 작년에도 와봤죠! 이거 어떻게 작용할지 모릅니다!”
-쟤네 얼 타는 거 봐 ㅋㅋㅋㅋ
-촌놈들 ㅋㅋㅋㅋㅋㅋㅋ
-하다못해 미다스도 저러네….
-가끔 저러는 거 보면 뉴비는 맞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지호와 팀원들의 반응에 중계석과 채팅창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보통 대기업이라 부르는 스트리머들과 다른 풋풋한 반응이 새롭게 다가온 거다.
반면, 상대 팀의 반응은 달랐다.
“안녕하세요, 미다스 님!”
“하이하이!”
“미다스 님, 살살 해주세요!”
왕눈이, 미아, 쿠누누에 봉봉봉까지.
일명 왕눈이 사단이라 불리는 그들은 전장 건너편에서 태연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간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
지호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다들 반갑습니다. 누누 님, 그래도 살살은 안 해드려요.”
“아, 왜!”
개중에는 왕눈이 사단이 아닌 이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지호는 가볍게 인사를 건네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앞서 친선 경기에서 본 적 있다.
‘청해 님이셨지.’
왕눈이가 섭외한 챌린저 스트리머라고 들었는데, 꽤 잘했던 터라 기억에 남았다.
물론 지호가 이겼지만.
쿠구구궁-!
그렇게 양 팀이 잔잔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전장이 완전히 올라왔다.
그 말인즉, 준비가 끝났다는 뜻!
“자! 그럼 이제 시작합니다아아!!”
역시나 캐스터인 김두기의 외침이 들리는가 싶더니….
후웅!
이내 고요해지며 풍경이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내려다보던 무대 안으로 들어와진 것이다.
[금지 영웅을 선택하세요.]
“자자, 가볼까요.”
“네에!”
어느새 고요해진 주변 환경.
양 팀은 서로 준비한 전략에 맞춰 밴픽을 시작했다.
* * *
“들어보니까 양 팀장 분들 연이 깊다고 하더라고요.”
“아! 저도 들었습니다! 미다스 님의 첫 합방 상대가 왕눈이 님이셨다던데! 맞나요!”
“네. 거기다가 퓨처 워 처음 할 때 왕눈이 님이 가속검을 알려준 스승에다가, 다른 게임 합방도 자주 하던 사이라던데요?”
-스승은 아니짘ㅋ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걍 첨부터 혼자 알아서 잘했더만 ㅋㅋㅋㅋ
-그래도 왕눈이가 발굴한 건 맞음 ㅋㅋㅋㅋ
-ㅇㅈ 30따리였잖아 ㅋㅋㅋㅋ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 이런 건가요! 아! 밴 시작했네요!”
두 중계진이 대화하는 사이.
양 팀의 희망 영웅 선택이 끝났고, 금지 영웅 선택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인 것.
김두기는 바로 중계를 시작했다.
“특히나 이번 경기는 밴픽이 기대되는데요! 라이플 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인적으로는 미다스를 저격한 밴이 주로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맞습니다아! 특히 미다스가 영웅 폭도 넓은 편이 아니라!”
양 팀의 밴은 빠르게 끝났다.
쿵!
[금지 영웅]
[가속검]
[귀신]
[환영군주]
[고대창병]
[사막 궁수]
그리고 왕눈이 팀의 금지 영웅 목록은 예상대로였다.
한 팀의 금지 카드는 최대 5개.
그 모든 것을 미다스에게 쏟아부은 것이다.
“아, 역시 미다스를 봉인하는 방향으로 가네요.”
“어쩔 수 없어요! 이번 대회 최종 보스거든요! 봉인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
-ㄷㄷㄷ 결국 올밴이네 ㅋㅋㅋ
-와 무슨 밴 카드를 다 미다스한테;;;;
-근데 그게 맞긴 해 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이래도 질 거 같음…….
보통 에이스를 견제한다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트스대 같은 이벤트 대회에서는 더더욱 그럴 터.
하나,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상대인 미다스가 압도적인 인물이었던 탓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해도 질 가능성이 높을 정도였다.
“이러면 미다스 님도 난감하죠!”
캐스터인 김두기는 탄식했다.
미다스가 게임을 잘한다한들 숙련도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상대인 청해도 챌린저인 판.
주력 영웅을 전부 금지당했으니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라이플의 생각은 달랐다.
“보통 사람이면 그럴 텐데, 이 경우는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아! 왜죠!!”
바로 되돌아오는 김두기의 반문.
라이플은 어깨를 으쓱하며 하던 말을 이어갔다.
“아시다시피 미다스 님의 영웅 폭은 좁습니다. 게임 경력 자체가 짧으니 당연하겠죠.”
-그치 ㅋㅋㅋ
-한 달이라 했나?
-ㅇㅇ
-해본 영웅 다 합쳐도 15개 안 될 걸? ㅋㅋㅋㅋㅋ
-근데 마스터에 전승? 괴물은 괴물이여 ㅋㅋㅋㅋㅋ
“맞습니다! 그러니까 주력 영웅이 금지된 게 치명적인 거 아닐까요!”
“상식적으로는 그게 맞는데. 지금까지 전적을 보면 아니더라고요.”
라이플이 스크린을 조작하더니 미다스의 전적을 띄웠다.
보이는 것은 전부 파란색.
모두 승리했다는 의미였다.
“보시면 알겠지만 미다스 님은 항상 처음 하는 영웅으로도 이런 결과를 내곤 했었습니다.”
“전적은 그렇지만! 이번 경기의 상대는 챌린저인 청해에요! 지금까지와는 다르지 않겠습니까아!”
양 팀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애써 부정했으나.
김두기도 내심 동감하고 있었다.
그도 중계 준비를 하며 대강 알아봤던 내용이니까.
라이플은 거기에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결과가 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죠. 통계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하긴…….
-글고 보면 지금까지도 첫 판이라도 무시하던 놈들 다 개쳐맞긴 했어 ㅋㅋㅋㅋㅋ
-밴만으로는 못 막을 수도 있다는 말이네?
-ㅇㅇ 그러니까 전승이지;;
채팅창에도 비슷한 말이 올라왔다.
지금까지 미다스가 보여준 플레이가 있으니 다들 납득하는 거다.
그 반응에 라이플은 고개를 끄덕이며 준비했던 멘트를 읊었다.
“아마 팀 왕눈이도 이걸 알고 있을 겁니다. 여기서 추가 전략을 준비해왔는지 아닌지가 관건이겠네요.”
* * *
라이플의 말마따나.
평소 주력으로 사용하던 모든 영웅을 금지 당했음에도 팀 미다스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역시, 전부 미다스 님 밴이네요.”
연두리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렇다고 미다스 님을 막을 수 있겠냐고!”
유나와 모자맨도 비슷한 마음인지 씨익 웃고 있었다.
그들은 미다스를 믿고 있으니까.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놀라운 플레이를 보여줄 거라 믿었다.
“일단 밴만 보면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평범하게 나올 것 같네요.”
연두리는 짧게 평했다.
팀 왕눈이와는 친선 경기로도 붙어 보고, 그 밖에 따로 방송도 전부 챙겨보았다.
‘특색 없는 팀이었지.’
대회 시작 직전에 확인한 바로는 따로 변칙적인 전략을 준비하는 낌새도 없었다.
그러니 오더를 내릴 것도 없다.
다만 미다스에게 맡길 뿐.
“미다스 님, 평소처럼 미드에서 중심 잡아주시면 될 거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연두리의 말에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쿵!
[영웅을 선택하세요.]
그 사이 다른 팀원들의 선택이 끝났고, 지호의 차례가 다가왔다.
‘평소처럼 중심을 잡으면 된다고?’
어떤 영웅을 할지 고민하던 찰나.
그의 눈에 한 영웅이 들어왔다.
[서리검]
그가 생각하는 최선의 픽이었다.
성능도 나쁘지 않은 데다가, 맞상대해본 경험이 많아서 딱히 조절할 것도 없으니까.
지호는 고민 없이 선택을 끝냈다.
* * *
[황폐화된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자! 게임 시작했습니다아!”
영웅 선택이 끝나고 양 팀의 스트리머들이 전장에 소환되었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 것.
한데, 트스대 방송의 채팅창은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흠, 이번 판 변수 없겠지??
-ㅇㅇ 걍 미다스가 이길 듯 ㅋㅋ
-이래서 허접들 싸움이 더 재밌는 건데 ㅋㅋㅋㅋ
오죽하면 텍스트에 불과한데도 심드렁하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운동 경기든 게임이든.
가장 흥미로운 구경거리는 양 팀이 비등비등한 경우다.
그런데 이번 판은 어떠한가.
팀 왕눈이는 이렇다 할 특색도 없는 데다가, 친선 경기에서도 거의 패배를 이어왔다.
그래서 최약체라 불릴 정도.
반면, 팀 미다스는 명실상부 최강.
최강 vs 최약의 싸움이니 무게추가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판 중계 난이도 어렵겠네.’
김두기는 혀를 찼다.
캐스터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이다.
뭔가 치열해야 보는 사람도 즐겁고 해설할 맛도 나는데.
이건 뭐, 시작부터 분위기가….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역시 이번 경기 포인트는 미드겠네요!”
“맞습니다.”
김두기는 슬쩍 운을 띄웠다.
잔잔한 설명을 시작으로 중계를 이어가기 위함이었는데….
이내 억지 텐션이 아닌.
진심으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어?! 탑에서 싸우고 있네요! 1렙 맞다인가요!!”
대화를 주고받으려던 찰나.
탑에서 연두리와 쿠누누가 부딪히기 시작한 까닭이다.
-ㄷㄷㄷ?
-대회에서 1렙 영혼의 맞다이를?
-미친 ㅋㅋㅋㅋㅋ
방송 화면이 바로 탑으로 넘어갔다.
쿵! 후웅!
양쪽 탑 라이너.
연두리의 무쇠전사와 쿠누누의 생체골렘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둘 다 체력이 많고 단단하기로 유명한바. 이어지는 건 그야말로 마구잡이식 싸움이었다.
-역시 패기의 라인 ㅋㅋㅋㅋ
-이건 도망치면 지는 거다 ㅋㅋ
-이래서 탑 놈들은…….
“탑 라이너라면 이 전투 피할 수 없긴 하죠.”
“맞아요! 이건 무조건 해야 해요! 자존심 싸움이거든요!”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일기토.
마침 잔잔한 분위기가 아쉬웠던 김두기가 신나서 중계하려던 순간.
라이플의 의아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 팀 미다스쪽 정글이?”
김두기는 바로 미니맵을 확인했고.
이내 다시 소리쳤다.
왕눈이 팀의 탑을 제외한 라이너들이 미다스 팀의 정글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 인베! 인베에요! 이건 큽니다!”
-ㄷㄷㄷㄷㄷㄷ
-미친 ㅋㅋㅋㅋㅋ
-시작부터 개꿀잼이누 ㅋㅋㅋ
모두가 결과를 정해놓고 보던 첫 경기.
변수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