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트스대 -첫째 날(4)
“이렇게 되면 이제 양 팀 미드는 같은 조건이네요.”
“맞아요! 같은 1킬에! 심지어 버프까지 둘 다 들고 있습니다! 이제부턴 진짜 기량 싸움이라는 건데에!”
라이플과 김두기가 짧게 상황을 브리핑했다.
예상치 못한 미다스 팀의 반격!
따지고 보면 1킬에 불과하지만,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모두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와 같은 팀 왕눈이의 우위는 없으리라는 것을.
-어우;;;;
-와 근데 진짜 당한대로 돌려줬네 ㅋㅋㅋㅋㅋ
-그러게 ㅋㅋ 딱 1킬에 버프 뺏은 것까지 ㅋㅋㅋㅋ
-아니지? 미다스네는 버프 하나만 뺏긴 건데, 왕눈이네는 두개 다 뺏긴거자나 ㅋㅋㅋㅋ
-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를 보여주듯 채팅창은 엄청난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스릴 있는 경기.
시작부터 역전에 역전이 이어지고 있으니 분위기가 끓어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리라.
이러면 결과는 알 수 없는 거니까.
김두기는 재빨리 그 점을 짚었다.
“하지만! 아직 모릅니다! 미다스는 킬을 먹었지만 청해도 그동안 놀고만 있던 건 아니거든요!”
“맞습니다. 계속 전투 로봇을 파밍해서 레벨부터 차이 나고 있거든요. 게임 초반에는 이것도 큽니다.”
운을 띄운 김두기의 말도, 곧바로 받는 라이플의 부연설명도 일리는 있었다.
벌써 레벨 차가 벌어진 상황.
심지어 미다스는 이제야 정비를 마치고 라인에 복귀하고 있다.
그간 경계 포탑에 죽은 전투 로봇만 해도 수십 기였으니, 이 스노우볼은 계속 굴러가는 게 정상일 터.
한데, 여기에는 큰 변수가 있다.
상대가 그 미다스라는 것이다.
[다들, 이제 반격 갑시다.]
팀 미다스의 보이스 채널로 흘러나왔던 그의 멘트다.
보통 이처럼 강한 어조로 말할 때.
미다스는 항상 그 말을 지키곤 했다.
그래서일까?
중계진들의 해설과는 달리, 시청자들은 조금씩 기대하기 시작했다.
-이제 반격 드간다던데??
-미다스는 한다면 하는데…. 진짜 빡센 반격 나올 듯 ㅋㅋㅋㅋ
-미멘…….
그리고 미다스가 다시 미드에 도착했을 때.
기대는 현실로 다가왔다.
* * *
지이이잉-!
“흐음….”
지호는 여유롭게 레이저를 피하며 각을 쟀다.
쩌저적!
이어서 바닥에 균열이 생겨났으나.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이번에도 가볍게 피해냈다.
‘슬슬 각이 나올 거 같은데.’
미드로 돌아온 게 방금 전.
곧바로 그를 반긴 것은 맹렬히 달려드는 청해였다.
심지어 압박은 처음보다 심했다.
청해는 뒤가 없다는 듯 달려들고 있었으니까.
지호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버프가 깜빡이고 있다는 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고….’
그 안에 킬을 따고 싶은 거겠지.
[블랙홀]
쿠과가가앙!
이를 보여주듯.
청해는 궁극기까지 쓰며 지호를 압박했다. 그리고 쿨타임이 돌아온 레이저와 장판을 절묘하게 깔기까지!
어느 방향으로 도망쳐도 스킬에 맞게 될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됐다.’
지호는 씩 웃었다.
청해의 몸에 감돌던 버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지호가 봉봉봉을 잡고 강탈한 버프는 아직 유지 중이다.
퓨처 워에서 이 차이는 꽤 크다.
레벨이 밀리던 상태로도 킬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지이이잉-!
지호는 레이저에 몸을 날렸다.
[서리검(미다스) : 잔여 체력 63%]
동시에 체력이 빠르게 줄어갔지만, 괜찮다.
그것보다 더 빨리 죽이면 되니까.
지호는 레이저 너머로 보이는 청해를 향해 스킬을 발동했다.
[서리폭풍]
쩌저저적!
싸늘한 냉기가 청해를 덮쳤고, 그의 몸 주변에 서리가 꼈다.
서리폭풍의 효과인 슬로우였다.
“이런…!”
청해는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스킬을 맞추는데 정신이 팔린 사이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당했다.
결과가 지금 이 상황.
슬로우 탓에 도망칠 수는 없으니 남은 선택지는 맞상대하는 것뿐.
한데, 지금 청해는 스킬이 없다.
쐐액!
그에 반해 버프까지 두른 미다스는 맹렬한 기세로 스킬을 날려대고 있었다.
챌린저인 만큼 킬각은 잘 안다.
이건 피할 수 없겠지.
‘졌다….’
청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 * *
[적을 처치했습니다!]
[서리검 → 암흑과학자]
미드에서 나온 솔로 킬!
“아! 미다스! 청해를 잡았어요!”
-캬!! 깔끔하다!!!!
-거기서 스킬 맞고 슬로우 거는 판단 미쳤긴 하네 ㄷㄷㄷ
-청해가 무리했지;;; 저걸 맞아주냐 ㅋㅋㅋㅋㅋㅋ
-인정 ㅋㅋㅋㅋ 피했어야지….
김두기의 흥분한 목소리가 울렸고, 동시에 시청자들도 열광했다.
말 그대로 시원한 킬이었으니까.
“이건 진짜 크네요. 팀 왕눈이, 미드가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구성인데. 미드가 죽어버렸어요.”
이어서 라이플도 씁쓸하게 말했다.
방금 전에 나온 솔킬은 타격이 크다.
‘특히 상대가 미다스라 더….’
라이플도 미다스의 방송은 종종 봐서 알고 있다.
미다스는 이기는 방법을 안다.
절대 이 우위를 놓치지 않겠지.
그리고 이어진 경기는 라이플의 짐작대로였다.
미드에서 나온 킬을 기점으로 전세가 확연히 기울어버렸고, 미다스가 그걸 더 크게 굴리기 시작한 것.
[적을 처치했습니다!]
[서리검 → 암흑과학자]
미다스가 표시된 전광판은, 미드에서 울리고.
[적을 처치했습니다!]
[서리검 → 대륙의 방패]
[더블 킬(Double Kill)!]
[서리검 → 빛 사냥꾼]
봇에서.
또, 정글에서까지 울렸다.
“아! 미다스! 또 킬을 먹었어요!”
“그야말로 전 라인을 휩쓸고 있습니다!”
“이거 어떻게 막아야 하나요! 미다스! 왜 방심도 안 하나요!!!”
-쟤는 절대 방심 안함 ㅋㅋㅋ
-ㄹㅇ;;; 그냥 먹이 보면 물고 절대 안 놓더라;;;;
-끝이여 끝…….
어설픈 상대였다면 방심하지 않을까 기대라도 하겠는데.
미다스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이번에도 그는 깔끔하게 경기를 이어갔으니까.
그러니 결과는 정해진 바였다.
[승리!]
“GG네요.”
“아아!!! GG!!! 첫 경기 끝났습니다! 1라운드는 팀 미다스의 승리였습니다아아!”
-캬ㅑㅑㅑㅑㅑㅑ
-이걸 이기는 미다스 ㅋㅋㅋㅋㅋ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 * *
트스대는 총 3판 2선승제.
1라운드가 끝난 뒤.
양 팀의 선수들이 짧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중계진들은 지난 경기를 가볍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럼 양 팀의 선수들이 다음 게임을 준비하는 동안, 1라운드를 살짝 돌려보겠습니다.”
“재밌는 게임이었죠. 시작 인베 장면부터 볼게요.”
“이 전략. 준비성이 보이는 전략이었죠! 성과도 꽤 컸어요!”
명장면을 리플레이로 돌려보고.
사이사이 핵심 포인트에서는 부연설명을 하며 이해를 돕는 것.
“여기서 미다스가 더블 킬을 냈거든요! 이때부터 봇의 판세가 확 기울었어요!”
“지금! 뒤쪽에서 미다스가 내려왔는데! 팀 왕눈이 입장에서는 저승사자 같았을 거예요!”
등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 그냥 거의 미다스가 다 했는데??
-놀라운 건 이게 진짜라는 거임.
-괜히 15킬이겠어 ㅋㅋㅋ
한데, 분명 두 팀의 경기였음에도 나오는 이야기는 주로 미다스에 관한 것이었다.
그만큼 인상 깊었다는 소리.
“팀 왕눈이 입장에서 이번 경기는 진짜 아쉬웠겠네요.”
“네! 맞아요! 분명 확실하게 우위였거든요! 정글 타이밍만 안 읽혔어도!”
“다음 판도 기대되네요.”
“그렇죠! 이런 전략이 또 있으면 그땐 진짜 모르거든요!”
-대신 봉봉이가 좀 빠릿빠릿하게 해야겠지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인베 또 당해주려나;;
-감 있으면 왕눈이네가 다른 전략 가져오겠지 ㅋㅋㅋ
첫 경기는 패배로 끝났지만, 중계진과 시청자들은 다음 경기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전략이 있다면 그때는 팀 왕눈이가 승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거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의 기대가 현실로 이어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에도 미다스는 서리검을 골랐네요.”
“팀 왕눈이가 주력 영웅을 또 다 밴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죠!”
또다시 서리검을 픽한 2경기.
미다스는 압도적인 피지컬로 미드를 찍어 눌렀고. 심지어는 갱이 와도 역으로 킬을 내버렸기 때문이다.
그야 당연하다.
이번에도 봉봉봉의 동선은 연두리에게 훤히 읽히고 있었으니까.
“아! 미다스가 또 킬을 먹네요.”
“연두리이! 또 예측했어요! 머릿속에 컴퓨터가 있는 건가요! 동선, 타이밍을 완벽히 꿰뚫고 있어요!”
미드는 압살했고.
다른 라인은 무난하게 라인전을 이어갔으니.
결과는 더 볼 것도 없었다.
[승리!]
“첫 경기 끝났네요.”
“또 나왔어요! GG입니다! 팀 미다스 vs 팀 왕눈이. 팀 왕눈이 vs 팀 미다스는!!! 팀 미다스의 승리였습니다아아!”
-진짜 개애애애애애쎄다…….
-저걸 어케 막냐 ㅋㅋㅋㅋㅋ
-어차피 우승은 미다스!!! 어차피 우승은 미다스!!! 어차피 우승은 미다스!!!
* * *
미다스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첫 경기를 시작으로.
트스대는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이번 트스대 대박이네 ㅋㅋㅋ
-확실히 트리스에서 힘 빡 주고 한 가치가 있었던 듯 ㅇㅇ
-여기저기 광고 뿌려댔는데 이 정도는 모여 줘야지 ㅋㅋㅋㅋ
-걍 개꿀잼임 ㅋㅋㅋㅋㅋㅋ
어딜 가나 호평만 나올 정도.
그만큼 시청자 수도 작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최대 시청자 수 : 231,447명]
무려 23만 명이다.
작년 기준으로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치고, 그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몰렸다는 의미다.
본 사람이 많으니 자연스레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특히 많은 관심을 받은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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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스대 1차전 요약
뭐, 팀 설명이야 다른 글들 찾아보면 금방 나올 테니 결과만 보여줌.
1. 팀 미다스 (승) vs 팀 왕눈이
2. 팀 쿠나 vs 팀 라디라디아 (승)
3. 팀 아쿠마 (승) vs 팀 무혜
4. 팀 도월하 vs 팀 호박왕 (승)
내일 경기는.
팀 미다스 vs 팀 라디라디아
팀 아쿠마 vs 팀 호박왕
이렇게 두 경기고, 여기서 이긴 팀들끼리 다음날 결승전 한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게 보는 포인트는 호박왕 팀임.
저기 에이스인 파란수박이 대회 전에 방송에서 “이번 대회 목표는 미다스 님이다. 그리고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했거든 ㅇㅇ
솔직히 첨엔 허세인 줄 알았다?
쟤네 친선 경기에서 미다스한테 걍 개털렸거든 ㅋㅋㅋㅋㅋ
근데 오늘 1차전 보니까 아니더라…….
무슨 폐관 수련이라도 했나.
그냥 사람이 달라져 있더라;;;;
파란수박이 도월화 팀 찍어 누르는데 미다스 보는 느낌이었음.
특히 저 팀 카인도 전 프로에 챌린저라 아마 진짜 이길 각 나올 수도.
-나도 봤는데 진짜 비벼볼만 하겠더라 ㅋㅋㅋㅋㅋ
-드디어 미다스 꺾이나 ㅋㅋㅋ
-얘네 내일 만남?
└ㄴㄴ 결승 대진임 ㅋㅋㅋㅋ
-캬…. 벌써 기대되누 ㅋㅋㅋ
-ㄹㅇ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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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요약과 함께.
새롭게 떠오른 강자, 파란수박에 대한 생각이 담긴 이 글은 순식간에 수많은 댓글과 함께 추천을 받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트스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