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101화 (101/110)

101화. 트스대 –1차전 이후(1)

첫째 날과 둘째 날.

총 이틀에 걸쳐 진행된 트스대 1차전이 끝난 뒤, 늦은 밤.

타닥! 타닥!

어두운 컴퓨터방 겸 영상을 편집하는 작업실에서 바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가 있었으니.

지호의 편집자이자 친구인 준영이었다.

[쐐액!]

[적을 처치했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미다스가 퓨처 워를 플레이하는 영상이다.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영상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없이, 키보드만 타닥거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하, 됐다.”

한참 움직이던 그의 손이 멈췄다.

띠링!

[렌더링 완료]

화면 속에는 영상이 완성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드디어 작업이 끝난 것이다.

“으아…!”

쁘드득!

준영은 의자를 한껏 젖히며 기지개를 켜고는, 피곤함과 뿌듯함이 공존하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빡세다, 빡세.”

이번에는 꽤 오래 걸렸다.

아침을 먹고 시작해서 이제야 끝났으니 대략 12시간 정도 걸렸으려나.

이제 결과물을 확인해봐야겠지.

딸깍!

준영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완성된 영상을 틀어보았다.

평소와 같은 10분 길이의 영상.

그가 영상을 체크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원하던 포인트가 담겨 있는지.

이번에 준영이 영상에서 강조하려던 포인트는 미다스라는 플레이어의 화려함이었다.

‘그래야 트스대를 보고 미다스를 검색한 유입들이 좋아요를 누를 테니까.’

기존에 만들어둔 영상이 몇 개 있음에도 부랴부랴 영상을 만든 이유가 있다.

트스대의 화제성 때문이다.

1차전인 첫째 날, 둘째 날의 최대 시청자 수가 무려 23만 명이다.

당연히 결승은 몇 배는 더할 터.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오튜브 채널을 운영할 자격도 없겠지.

“후, 괜찮네. 그럼 이제 올려볼까.”

다행히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이제 남은 일은 오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것.

톡, 토옥.

바로 업로드를 누른 준영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트스대.

즉, 트리스 스트리머 대회.

이건 스트리머라면 모두가 바랄 기회의 장이다.

‘하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건?’

준영의 생각으로는 크게 두 개다.

첫째, 탑 of 탑 피지컬 스트리머로서의 인지도와.

둘째, 최대 수십만 명의 시청자들.

이번 트스대를 계기로 전자는 확실히 얻을 거라고 장담한다.

애초에 기존에도 그런 이미지였고.

반면, 후자는 가만히 앉아서 소화시킬 수 있는 부류가 아니다.

특히 오튜브라면 더 그렇다.

취향에 맞는 컨텐츠가 없으면 구독도 누르지 않을 테니까.

‘돈을 그렇게 받았는데 빡세게 일해야지. 지호야, 우승만 해봐라. 유입들 정신 못 차리게 해줄 테니.’

트스대 장면으로 영상을 만들 순 없다.

저작권이 트리스에 있으니까.

대신 준영은.

팀 미다스의 지난 친선 경기와 다른 경기들을 위주로 편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상에 ‘트스대’라는 단어를 섞어서 어그로끌 법한 제목으로 업로드하는 것까지.

띠링!

[업로드 완료]

그가 하려던 모든 과정이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리며 쉬는 것뿐.

딸깍!

그는 습관적으로 겜잘알을 눌렀다.

거기서 이런저런 글이나 댓글들을 보며 어떤 떡밥이 굴러가는지 파악하려던 찰나.

[트스대 1차전 요약] 이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베스트 1위네?’

준영은 바로 해당 글을 확인했고.

“오호…?”

이내 감탄사를 흘렸다.

경기 결과야 어차피 어딜 가나 나오니 관심 없다.

다만 그가 관심을 보인 것은 파란수박에 관한 글이었다.

‘라이벌인가…. 좋지.’

댓글을 보아하니 미다스와 파란수박, 둘 관계가 라이벌인 것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이건 좋은 신호였다.

첫 경기 초반에 트스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듯. 압도적인 전력 차는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그리고 이는 결국 몰입을 방해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어차피 미다스가 이길 텐데.]

이런 생각에 관심을 끊는 것이다.

자칫 이렇게 될까 걱정하던 참에 등장한 라이벌의 존재라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내일 지호한테 말해봐야겠다.’

어차피 팀 호박왕과의 경기는 내일이 아니다.

양 팀 다 이긴다 해도.

다음 날인 결승에서 만나게 될 터.

내일부터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도 충분하겠지.

“으챠.”

업로드도 끝났으니 쉴 시간이다.

슬슬 생각을 마무리한 준영이 의자에서 일어나려던 그때였다.

띠링!

[방송 ON - 미다스]

“에엥?”

이 시간에?

너무 뜬금없어서 의아했지만 워낙 예측 불가능한 놈이다.

‘슥 보다가 귓 보내봐야겠네.’

준영은 바로 지호의 방송에 들어갔다.

* * *

[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미하미하

-ㅎㅇㅎㅇㅎㅇ

-트스대를 찢어놓은 대 미 다 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미다스!!!

방송을 켜기가 무섭게 시청자 수가 올라간다.

어찌나 빠른지.

역대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현재 시청자 수 : 28,384명]

역시나.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 수는 엄청났다.

방금 켰는데 평소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시청자가 들어와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는 예상했던바.

지호는 차분하게 미소 지으며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미다스입니다. 좀 늦은 시간인데 많이들 와주셨네요.”

-미다스가 방송을 켰으니까…….

-이걸 어떻게 참앜ㅋ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ㅋ

-대 미 다 스!!!!!!!

평소와 같은 평범한 인사였는데 반응은 화끈했다. 게다가, 와중에 시청자 수는 계속 늘고 있었다.

‘역시 트스대 효과 확실하네.’

지호는 속으로 새삼 감탄했다.

트스대로 인한 유입이 어느 정도는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이 시간에 방송을 켠 거고.

한데, 이 정도일 줄이야.

[‘서폿유저’님이 100,000원 후원!]

[트스대 잘 봤습니다. 힘내서 우승까지 달려 봐요.]

[‘트스대보고옴’님이 100,000원 후원!]

[두 경기 내내 박수 치면서 봤어요!!! 진짜 멋있어요!!!!]

“아, 서폿유저 님. 트스대보고옴 님 감사합니다. 내일이랑 모레 경기도 열심히 해볼게요.”

-응원비를 ㅋㅋㅋㅋㅋㅋ

-오지긴 했지 ㅇㅇ

-걍 미친놈이었어 ㅋㅋㅋㅋ

-모레는 결승인데? 벌써 이겼다는 마인드누 ㅋㅋㅋㅋㅋ

-그럼 미다스가 지겠냐 ㅋㅋㅋ

계속 들어오는 후원도 후원이지만.

지호를 가장 즐겁게 만드는 건 그가 한마디 할 때마다 수백 개씩 올라오는 채팅들이었다.

‘크… 이거거든’

트스대도 물론 재미있었다.

하나, 그 와중에도 시청자들과 소통에 대한 갈증이 생겨났었다.

그게 해소되니 기분이 좋은 것.

지호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목소리도 한결 밝아졌다.

“네, 맞아요! 당연히 모레도 경기해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다스 우승까지 달려 ㄱㄱㄱ

-오늘따라 텐션 개높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정 ㅋㅋㅋ 처음 보는 듯?

그렇게 밝은 분위기로 대화를 주고받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한 후원이 화제를 돌렸다.

[‘ㅇㅇ’님이 1,000원 후원!]

[미다스님! 파란수박님이 이번 대회 목표는 미다스님이고, 이길 준비 됐다고 하셨는데 들으셨나요?!]

“ㅇㅇ님. 1,000원 감사합니다. 아, 듣긴 했어요.”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당장에 방송을 켜기 전까지만 해도 팀원들이 단톡방에서 신나게 그 얘기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어케 생각하심???

-솔직히 파란수박 정도면 킹정이지 ㅋㅋㅋㅋㅋㅋ

-ㅇㅇ 걔도 피지컬 좋던데 ㅋㅋ

-좋은 정도가 아님;;; 도월화네랑 했던 1차전 보면 걍 미친놈임

-빨리 결승 보고 싶은데 ㅋㅋ

마찬가지로 채팅창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 정돈가?’

지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파란수박과는 친선 경기에서도 만나봤다.

한데, 그때는 시청자들이 이런 반응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문을 눈치챘는지.

[‘ㅇㅇ’님이 8,000원 후원!]

[오늘자 파란수박 명장면 - 영상 후원입니다.]

한 시청자가 영상 후원을 보냈다.

“아, 감사합니다. 한 번 같이 봐볼까요?”

지호는 재생을 눌렀고.

이어서 가속검을 플레이하는 파란수박의 영상이 나왔다.

-ㄷㄷㄷㄷㄷㄷ

-미다스 같네;;;

-저거 봤는데 오지긴 하더라.

“오….”

지호는 감탄했다.

확실히 그들의 말 대로였다.

영상 속 파란수박은 친선 경기 때와 같은 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전된 모습이었다.

라인전부터 한타까지.

빠르고, 깔끔하다.

‘적응이 끝난 건가?’

친선 경기 때의 파란수박은 퓨처 워라는 게임에 적응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딜교환부터 플레이 방식까지 전부 다른 게임에 특화된 느낌이랄까.

원래 타 AOS 게임 장인이었으니 당연히 그럴 터.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그새 적응이 끝났다는 말이겠지.

[이번 대회 목표요? 당연히 미다스 님을 꺾고 우승하는 거죠. 가능하겠냐고요? 네, 이길 준비 됐습니다.]

영상의 마지막은 파란수박의 멘트로 끝났다.

동시에.

-개꿀잼이네 ㅋㅋㅋㅋ

-저 정도면 미다스한테 비빌 만하지 ㅋㅋㅋㅋ

-ㄹㅇ ㅋㅋㅋ 쟨 좀 치네 ㅋㅋㅋ

채팅이 빠르게 올라왔다.

한데, 썬더의 도발 때와는 달리.

화가 난 게 아닌, 흥미진진한 반응이었다.

‘다들 기대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이제는 지호도 어엿한 스트리머다.

저들이 뭘 원하는지.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대강은 꿰고 있다.

방송에서 저런 말을 한다?

이건 그에게 던지는 도전장이다.

하면 받아주는 게 도리겠지.

지호는 차분히 운을 띄웠다.

“확실히 잘하시네요.”

-진짜 잘함….

-ㅇㅈㅇ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또 ㅋㅋㅋㅋㅋ

몇몇 시청자들은 동의했고.

일부 고인물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이 아는 미다스라면 순순히 넘어갈 리 없으니까.

“그래도 우승은 제가 해야겠죠? 어떤 걸 준비하셨든 깔끔하게 이겨드리겠습니다.”

-캬ㅑㅑㅑㅑㅑ

-이게 미다스거든 ㅋㅋㅋㅋㅋ

-솔직히 인정하는 줄 알고 실망할 뻔 ㅋㅋㅋㅋ

-미다스가 그럴 리가 있냐 ㅋㅋ

* * *

다음 날.

지호가 파란수박에게 보낸 대답이 겜잘알을 뜨겁게 달궜다.

[확실히 잘하시네요. 그래도 우승은 제가 해야겠죠? 어떤 걸 준비하셨든 깔끔하게 이겨드리겠습니다.]

라이벌 관계는 언제나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특히 지금처럼 양측 다 도발적인 멘트를 이어간다면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두 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마 진짜 도발 하나는 국밥이라니까 ㅋㅋㅋㅋㅋㅋ

-한 번을 안 져요 ㄹㅇ

-실제로 게임도 안 지긴 해…….

-이번엔 진짜 다르다 ㅋㅋㅋㅋㅋ

-쟤네 언제 뜬다고?

-결승에서 ㅋㅋㅋㅋㅋㅋ

하나, 이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도 있었다.

[결승? 미다스는 우리가 꺾는다.]

2차전에서 팀 미다스와 맞붙게 될 팀 라디라디아였다.

가만히 있다간 묻히게 될 터.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발언을 뱉은 것이다.

-라디팀은 급이 다르지 않나

-근데 또 모르지 ㅋㅋㅋㅋ 챌린저 새로 영입한 이후론 친선 경기도 안 뛰었잖아 ㅋㅋㅋㅋ

-어그로 ㄴㄴㄴㄴㄴㄴ

게다가, 다른 팀도 나섰다.

[파란수박 님? 제가 쉬게 만들어드릴 테니, 다시 히어로즈 배틀 하러 가십셔.]

팀 호박왕과 맞붙게 될 팀 아쿠마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쉬는 건 아쿠마네였고 ㅋㅋㅋㅋ

-도발 화끈하네 ㅋㅋㅋㅋ

그리고 이처럼 열기가 끓어오르는 와중.

트스대 2차전.

준결승의 문이 열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