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102화 (102/110)

102화. 트스대 –1차전 이후(2)

트스대 3일 차.

2차전이자 준결승이 열리는 날.

“시청자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아! 제 2회 트스대! 중계를 맡은 캐스터 김두기입니다!”

“안녕하세요, 해설의 ST 라이플입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김두기와 라이플의 인사로 막을 열었다.

-왔다!!!!!!!

-트하트하~~~~~~~~

-벌써 3일차? 아쉬워ㅠㅠㅠㅠㅠ

-빨리 경기 ㄱㄱㄱㄱㄱ

언제나처럼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

그들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시작부터 함께 해주시네요.”

“네! 맞습니다! 지금 시청자 분들이…. 42만! 42만 명입니다! 오늘이 결승인 줄 알았어요!”

“허허. 제 개인 방송 최대 기록이 5,000명인데 트스대가 부럽네요.”

“그럼 내년엔 라이플 님도 선수로 출전하시는 게 어떠실까요! 이번 대회 출전자분들 다 유입이 두 배는 늘었다던데!”

“사양하겠습니다. 저 감독님한테 혼나요.”

-ㅋㅋㅋㅋㅋㅋㅋ

-나오면 재밌긴 하겠누 ㅋㅋㅋㅋ

-ㄹㅇ ㅋㅋㅋㅋㅋㅋ

-나와서 미다스 혼내줘 ㅋㅋㅋ

이처럼 잠시 동안.

가벼운 농담으로 입을 푼 그들은 이어서 본격적인 진행에 들어갔다.

“라이플 님! 그거 들으셨나요?! 지금 인터넷이 아주 난리입니다! 난리에요! 트스대 팀장님들끼리 신경전이 어마어마하다던데!”

“아, 당연히 들었습니다.”

라이플은 고개를 끄덕였다.

트스대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문명과 동떨어져 사는 게 아니었다면 모를 수가 없는 주제였으니까.

‘오죽하면 우리 감독님도 그 얘기를 하던데…….’

하루 만에 떡밥이 얼마나 불타올랐는지 벌써 각 팀을 지지하는 팬덤까지 만들어져서 싸워댈 정도였다.

그게 김두기가 이야기를 꺼낸 이유다.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흥미를 돋우기 딱 좋은 주제였으니.

-신경전이라고 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어차피 우승은 미다슨데 ㅋ

-파란수박햄이 우습냐 ????

-맞지 ㅋㅋ 미다스는 그냥 따잇이여 ㅋㅋㅋㅋㅋ

-뭐래;;; 다 꺼져;;; 지금부터 트스대는 아쿠마단이 지배한다 ㅇㅇ

-너넨 진짜 나가라….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 ㅋㅋ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김두기가 떡밥을 던지자마자 채팅창에서도 싸움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이번 경기의 당사자도 아닌 팀 호박왕과 팀 아쿠마단의 팬들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어어! 다들 진정하세요! 자꾸 싸우면 밴 당할 수도 있습니다아!”

“맞아요. 어차피 결과는 곧 나올 텐데. 지켜보시죠.”

프로들의 경기에서는 흔한 일.

김두기와 라이플은 능숙하게 그들을 진정시켰다.

-아, 안 되는 거야…?

-되겠냐고 ㅋㅋㅋ

-오케…….

-너넨 딱 기다려라 미다스가 쇼앤프루브 할 거니까 ㅋㅋㅋ

-풉 ㅋㅋㅋㅋ

물론 사람의 성향이 다양하니만큼 아직도 시비를 거는 사람은 있었다.

하나, 그들도 곧 말싸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진행의 프로.

김두기가 기가 막히게 화제를 돌린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2차전 첫 경기를 장식해주실 양 팀 선수들 나와 주세요!!!!”

바닥에서 전장이 올라오는 연출은 첫째 날, 첫 경기에서만 써먹었다.

어차피 똑같을 터.

매번 재탕해봐야 전 굽는다고 욕만 먹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보통 게임은 바로 진행되곤 했는데….

오늘은 달랐다.

“이런 이슈가 있었는데! 그냥 넘어가면 섭하죠!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양쪽 팀원들 소감 한 번씩만 듣고 가겠습니다!”

-소감 ㅋㅋㅋㅋㅋㅋ

-소감(도발)

-의도가 불순해요 ㅋㅋㅋㅋ

이런 상황에서 소감이라니.

무슨 목적일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보였다.

당연히 채팅창이 웃음으로 가득 찼으나. 김두기는 슬쩍 넘기고는 미다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미다스 님! 이렇게 직접 인터뷰 하는 게 한 달 만이었나요?”

대략 한 달 전쯤인가.

지호는 김두기를 배틀 에어리어 이벤트 매치에서 만난 적 있다.

아마 그걸 말하는 거겠지.

“네, 반갑습니다.”

워낙 선명했던 기억이었기에 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번 경기 소감이 어떻게 되실까요?!”

이어서 바로 본론을 찌르는 질문.

지호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즐거운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캬ㅑㅑㅑㅑㅑ

-봐봐 ㅋㅋㅋ 미다스가 결승 갈거라잖아 ㅋㅋㅋㅋㅋㅋ

-응~ 희망사항이구여~ 라디가 올라갈 거구여~

-미친 ㅋㅋㅋㅋㅋ 면전에서 도발을 ㅋㅋㅋㅋㅋㅋ

딱히 팀 라디라디아에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겸손 떨어 뭐하겠는가.

스트리머의 본분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는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곧바로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저도 미다스 님과 같이 우승하고 싶네요!”

“오늘 팀 미다스 꺾고 올라가는 게 목표입니다.”

……

그 뒤로 진행된 나머지 팀원들과 팀 라디라디아의 인터뷰도 무난하게 이어졌다.

남은 건, 팀 라디라디아의 마지막 한 명뿐.

“자, 마지막! 절치 님만 남으셨네요! 팀 라디라디아의 챌린저 유저신데요! 소감 말씀해주세요!”

이번에도 무난한 도발로 끝날 터.

장내의 모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제대로 라이벌 구도가 붙은 팀이 아니고서야 인터뷰는 감초 역할일 뿐 메인은 이어질 게임이니까.

하나, 그때 들려온 대답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

“소감은 딱히 없고. 거기 미다스 님한테 질문 하나 있네요.”

“저요? 네, 어떤 질문이신가요?”

갑작스러운 지목.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오늘 이긴다고 확신하시는 거 같던데. 자신 있으신가?”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껄렁껄렁한 태도로 묻는 절치의 표정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자신이 있냐라.

지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뭐, 질 거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날카로운 제안이 돌아온 건 그때였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원딜 와보시던가?”

-크…….

-시작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지 ㅋㅋㅋㅋㅋㅋㅋ

-쟤가 원딜이지?

-ㅇㅇㅇㅇ

이제야 시작된 본격적인 기싸움.

시청자들은 열광했으나 지호는 태연했다.

‘뭐, 굳이?’

어쭙잖은 도발이다.

특히 퓨처 워에서는 흔한 종류의.

지호는 무시하려 했다.

한데, 그때.

무시할 수 없는 멘트가 들려왔다.

“대답 안하시네. 쫄?”

…….

순간 정적이 흘렀다.

중계진도 말을 멈췄고, 시청자들도 당황했는지 채팅이 느려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으아니! 쫄이라니! 쫄이라니!!”

김두기의 웃음기 섞인 외침과 함께 채팅창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쫄? 쫄? 쫄?

-미다스 인생 최초 쫄 ㅋㅋㅋ

-이건 진짜 개빡세네 ㅋㅋㅋ

미다스가 누구던가.

트스대에 나온 스트리머 중에서.

아니, 최근의 평가로는 프로게이머와 필적할 정도라고 불리는 피지컬의 소유자다.

그런 미다스에게 쫄?

상상도 할 수 없던 말이다.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이 지호에게 꽂혔다.

그 시선을 받으며.

하하.

지호는 웃었다.

“재밌네요.”

물론, 평소와는 다른 의미의 미소였다.

-어? 저 표정 ㄷㄷㄷㄷㄷ

-미친 ㅋㅋㅋ 빡쳤네 ㅋㅋㅋㅋㅋ

-솔직히 쫄은 못 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평소 어지간한 일에는 무덤덤한 지호가 유일하게 불타오르는 것은 단 하나.

바로, 게임에 관련된 것이었다.

‘쫄았냐고?’

챌린저인 이상 절치의 원딜 실력은 진짜일 거다.

그렇다고 겁을 먹었느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상대가 강할수록 재밌을 텐데, 쫄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한데도 대답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연두리에게 오더를 맡겼기 때문이다.

하나, 도발까지 들은 이상 참을 수 없다.

지호는 바로 대답했다.

“뭐, 그렇게 지는 게 소원이시라는데 원딜 가 드리죠.”

* * *

양 팀이 게임 시작을 위해 밴픽창으로 넘어간 뒤.

김두기와 라이플은 웃으며 말했다.

“아, 엄청난 기싸움이었어요.”

“이런 전개는 저도 예상 못 했습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재밌으면 그만 아닐까요!”

-맞지 ㅋㅋㅋㅋ

-ㄹㅇ 상상도 못 했는데 미친 꿀잼임 ㅋㅋㅋㅋ

-거기서 미다스한테 도발 칠 사람이 있을 줄이야 ㅋㅋㅋㅋㅋ

그래서 진짜 원딜전 가나?

모두의 궁금증이었다.

또, 그 궁금증은 팀 라디라디아의 금지 영웅 목록이 나왔을 때 보다 커졌다.

쿵!

[금지 영웅]

[사이오닉커]

[수확귀신]

……

평소 사기라 불리는 영웅들로 가득찬 금지 목록이었다.

중요한 점은, 무언가 없다는 것.

“아! 진짜로 미다스 저격 밴을 안했네요!”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이 왜 진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미다스가 미드 가면 어칼라고 ㅋㅋㅋㅋㅋ

-근데 챌린저 원딜이면서 미다스한테 오라는 것도 비겁한 거 아님??

-쫄????

-아니;;;; ㅅㅂ

“가속검까지 살았습니다.”

“진짜에요! 전부 다! 살았습니다!”

가속검을 비롯해 평소 미다스가 주력으로 쓰는 영웅이 전부 다 살아남은 상태였다.

흥미진진한 상황.

김두기의 목소리가 절로 높아졌다.

“이러면 가속검 나오려나요!”

“아닐 겁니다.”

하지만 라이플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잘랐다.

게임으로 밥을 먹고 사는 바.

그는 누구보다 지금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저 금지 영웅 목록은 기싸움이자 가장 효과가 확실한 도발이다.

만약 무시하고 미드로 간다?

피지컬 스트리머인 이상, 미다스는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쫄아서 튀었다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붙을 테니까.

“제대로 말려들었네요.”

“그렇죠! 체크메이트에요!”

김두기는 라이플의 평가에 동의했다.

한데, 의문이 들기도 했다.

“미다스 님 원딜도 괜찮지 않나요? 얼핏 그런 채팅을 본 것 같은데.”

“그런 전적이 있긴 합니다. 문제는 그때 상대 스트리머가 다이아였다는 거겠죠.”

“아! 그렇군요! 그럼 지금 상황에서 통할 말은 아니네요! 절치는 챌린저니까요!”

“그렇죠.”

라이플은 고개를 끄덕였다.

챌린저와 다이아는 어른과 아이라 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비교가 불가능할 수밖에.

-안 가면 진짜 별 욕 다 먹을 걸 ㅋㅋㅋㅋㅋㅋ

-애매하네…….

-근데 이건 지더라도 가야지;;;

“그럼 원딜은 못 가지 않나요?!”

김두기가 고개를 갸웃했다.

얘기만 들으면 지러 가는 꼴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라이플은 바로 대답했다.

“갈 겁니다. 아니, 가야만 합니다.”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불리하다지 않았나요?”

“어쩔 수 없습니다. 도발을 들은 이상, 갈 거예요. 게이머란 그런 종족이니까요.”

-그건 인정….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맞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판단은 미다스에게 달린 것.

모두의 시선이 픽밴으로 향했다.

* * *

“와… 진짜 미드를 다 살리네!”

“미다스 님! 가서 참교육 해주세요!”

상대 팀의 금지 목록을 본 팀원들의 반응이었다.

“이건 미드 가는 게 맞아요.”

심지어 그 연두리마저 미드를 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로서는 당연한 판단이다.

“절치 저 분, 실력은 진짜니까요.”

물론 그녀도 호박왕 팀과의 친선 경기에서 미다스의 원딜을 봤다.

한데, 그건 상대가 다이아 티어.

반면 절치는 챌린저. 그중에서도 모든 게임을 원딜로만 해온 진성 원딜 장인이다.

그렇기에 설득하려 했으나.

“걱정 마세요. 저는 안집니다.”

지호의 대답은 완고했다.

“어쩔 수 없죠.”

이러면 어쩔 수 없다. 일단 해보는 수밖에.

연두리를 비롯한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모를 기대감이 들었다.

미다스니까.

뭔가 보여주지 않을까 싶은 것.

“미다스 님! 진짜 보여주시나요?”

그들을 대표해 모자맨이 질문을 던졌다.

휘릭.

지호는 팀원들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네, 보여드릴게요. 진짜 피지컬이라는 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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