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103화 (103/110)

103화. 트스대 -두 번째 경기(1)

“절치 님, 진짜 가능하시겠어요?”

“네, 당연하죠.”

팀장인 라디라디아의 걱정 섞인 질문에 챌린저 원딜인 절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겠냐고?

그야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할 수 있으니까 도발까지 해서 원딜로 끌고 왔지.’

뭐,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직접 상대하는 건 처음이지만, 영상으로만 보더라도 미다스의 피지컬은 놀라웠으니까.

하지만.

‘그래봐야 거긴 미드잖아.’

절치가 미다스와 붙기로 한 포지션은 미드가 아니라 원딜이다.

원딜 한 우물만 파온 그가 질 리가 있겠는가.

무조건 이긴다. 것도 압도적으로.

“아시겠지만, 방심하면 안 돼요.”

라디라디아는 다시 조심스럽게 말했다.

계획이 먹혔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묘하게 자신감이 넘치는 것까지.

2주 전에 미다스를 상대했던 썬더와 비슷했던 까닭이다.

당시 게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똑똑히 지켜본 입장에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십셔.”

절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심?

애초에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도발까지 한 마당에 자칫 지기라도 하면 그게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압박할 생각이다.

‘숨도 못 쉬게.’

절치는 주먹을 꽉 쥐었다.

파앗!

[황폐화된 대지에 소환됩니다.]

그리고 때마침.

시야가 바뀌고 전장에 기계음이 울렸다.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그럼 다들 가봅시다!”

절치는 곧바로 아래쪽 라인을 향해 이동했고.

“아자, 아자!”

“미드는 맡겨주세요.”

“자, 인베 방어 와주세요.”

이어서 다른 팀원들도 각각 라인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참 그들과 같이 이동하며.

라디라디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에 진짜 절치님이 미다스님을 누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소식은 없다.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니까.

일단 봇 라인을 확실하게 밀어줘야겠다.

겸사겸사 동선도 꼬아주고.

“이번 판, 역 버프 시작할게요. 바훈트님 리쉬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디라디아는 탑 라이너인 바훈트에게 지원 요청을 보내며, 탑 쪽 중립 몬스터 자리로 향했다.

* * *

평소와 다른 라디라디아의 동선.

경기를 보던 중계진들은 바로 이 점을 언급했다.

“아! 라디라디아! 봇이 아니라 탑쪽 정글부터 잡을 생각인가요?!”

“네, 역 버프 시작입니다.”

보통 양 팀 정글러는 봇에 가까운 중립 몬스터부터 잡고 시작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 탑쪽 중립 몬스터를 잡으며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게 바로 역 버프 전략이다.

모든 전략이 그렇듯 이유가 있다.

라이플은 거기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아마 봇에 힘을 쏟으려는 모양이네요. 위쪽부터 시작해서 두 버프를 먹고 난 뒤에 나오는 첫 갱 타이밍에 봇을 가려는 겁니다.”

“아! 미다스 죽이기군요!”

“역 버프는 자연스럽게 동선이 틀어지니, 연두리도 대비할 수 있겠네요.”

“하긴! 맞아요! 전자두뇌는 위험하죠! 대비해야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자두뇌 ㅋㅋㅋㅋㅋㅋ

-오지긴 했어…….

-하지만 다이아 정글러한텐 안 먹히지 ㅋㅋㅋㅋㅋ

그 사이.

양 팀의 리쉬가 끝나고 각각 라인으로 이동했다.

“아! 이제 라인전 시작합니다!”

“절치, 확실히 노련해요. 한 타이밍 늦게 도착해서 역 버프 전략을 숨기는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네요.”

“맞습니다! 이러면 팀 미다스는 모르거든요! 이게 어떻게 작용할지 기대가 됩니다!”

-원딜 싸움은 누가 이기려나??

-ㄹㅇ ㅋㅋㅋ 사실상 그게 메인인 경기 아님??

-상성은 절치가 유리하긴 함.

-근데 미다스라 또 모르지 ㅋㅋ 걔가 언제 상성 신경 썼나 ㅋㅋㅋ

-절치도 챌린저여;;; 무시 ㄴㄴㄴ

역 버프라는 이색 전략이 나온 바.

특히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인 라인은 하단이었다.

양 팀의 핵심 플레이어들이 원딜을 잡은 상황이다.

승패가 거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니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 것이다.

김두기는 재빨리 그 점을 짚었다.

“라이플 님! 두 원딜 간 상성은 어떻게 될까요?!”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잽과 스트레이트의 대결이라 볼 수 있겠네요.”

“아! 미다스가 잽이고 절치가 스트레이트겠네요!”

“네, 맞습니다.”

라이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저 설명을 이어갔다.

미다스가 고른 ‘심장 추적자’는 쿨타임이 짧은 대쉬기와 빠른 공격 속도를 바탕으로 딜을 넣는 영웅이고.

절치가 고른 ‘보안관’은 긴 사거리를 바탕으로 묵직한 딜을 넣는 영웅이다.

그야말로 특징이 정반대인 것.

-잽, 스트레이트 정확하네 ㅋㅋ

-그래서 누가 유리함???

자세한 설명도 좋지만, 중요한 건 결론이다.

김두기는 바로 핵심으로 들어갔다.

“잽! 스트레이트! 좋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상성은 누가 유리할까요!”

“일반적인 상성만 따지고 보면 초중반은 보안관이 유리한 편이죠. 사거리로 압박을 넣기 쉽거든요.”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보안관.

한데, 묘한 부분이 있었다.

“어? 이거 미다스가 나중에 선택하지 않았나요!”

“간단합니다. 심장 추적자는 피지컬이 뛰어날수록 후반에 성능이 폭발하는 영웅이거든요. 미다스는 자신이 있는 거예요.”

“아! 후반까지 갈 자신이 있으니까 선택한 거다! 챌린저를 상대로 엄청난 자신감이네요!”

- ㄷㄷㄷㄷㄷ

- 자신감 빼면 시체긴 해 ㅋㅋㅋ

- 피지컬이 좋을수록 성능이 폭발한다? 이거 완전 미다스 전용…….

이처럼 한참 대화를 주고받던 그때였다.

“어?”

라이플이 급하게 화면을 돌렸다.

이어서 보이는 것은 봇의 라인전.

“보세요. 봇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아니? 절치 체력이 왜 저러죠! 벌써 반피에요!”

동시에 울리는 김두기의 외침.

시청자들의 시선이 봇에 꽂히기 시작했다.

* * *

쇽!

심장 추적자의 화살이 빠르게 날아와 꽂혔다.

절치는 바로 총을 겨누었으나.

방금 전에 전투 로봇을 잡으며 평타를 날린 터라 아주 잠시 텀이 있었고.

철컥-!

어느새 미다스는 유유히 사거리 밖으로 벗어났다.

‘와, 돌겠네…….’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된 상황.

절치는 황당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원딜 한 포지션만으로 챌린저에 올라온 원딜 장인이다.

그 동안 한두 판 해봤겠는가?

과장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원딜을 해봤고.

또, 어느 정도는 숙달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사거리부터 스킬까지 전부 꿰고 있다는 소리다.

지금 미다스의 플레이를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저렇게 기계처럼 하는 건 힘들지.’

심장 추적자는 보안관에 비해 사거리가 짧은 대신 공격 속도가 아주 약간 빠르다.

말 그대로 ‘아주 약간’이다.

한데, 미다스는 그 조금의 차이를 활용해서 그가 전투 로봇의 막타를 치는 사이에 딜을 욱여넣는 거다.

“하…!”

헛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평타 사이 텀이라 해봐야 많이 잡아도 1초 미만이다.

그 찰나를 저렇게까지 활용하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는 기예다.

심지어 녀석은 단 한 대도 절치의 평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 말인즉, 사거리나 타이밍 계산이 한 수 위라는 소리일 터.

아마추어 중에서는 사거리 싸움에서 자신을 이길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절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미다스 : 잔여 체력 96%]

[절치 : 잔여 체력 57%]

그는 평타만으로도 체력이 절반 가까이 깎인 반면.

미다스는 아직도 거의 풀피다.

누가 봐도 명백한 실력의 차이.

그렇다고 전투 로봇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초중반에 전투 로봇 파밍으로 차이를 벌려놓지 않으면, 후반에 갈기갈기 찢기고 말 테니까.

타앙!

절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전투 로봇의 막타를 쳤고.

쇽! 사락-

아니나 다를까, 미다스가 달려와서 평타를 날리고 다시 거리를 벌렸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이제 저 얍삽한 화살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

‘미친놈….’

절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지금 미다스의 플레이는 자신의 움직임을 완벽히 읽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페이크에는 꿈쩍도 않고 제대로 된 평타에만 반응하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황스럽다만.

후우.

절치는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가라앉혔다.

흥분해봐야 달라질 건 없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지.

‘미다스는 나보다 잘한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미다스도 사람인 이상 한두 번은 실수할 터.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된다.

타앙!

마음을 가라앉힌 절치는 다시 전투 로봇을 먹었다.

그러자 또다시 예의 그 얍삽한 소리가 들린다.

쇽!

‘넌 진짜 잡히면 보자.’

절치가 주먹을 꽉 쥐었다.

* * *

절치가 이 정도인데, 보고 있는 이들은 어떻겠는가.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상성에서 밀리는 미다스가 절치를 이기고 있어요!!”

-ㄹㅇ;; 어케 된 거임??

-왜 일방적으로 쳐맞냐 ㅋㅋㅋㅋ

-아냐, 그래도 전투 로봇 처치는 절치가 조금 앞서네, 응…….

-그럼 뭐해 ㅋㅋㅋ 피가 반핀데

김두기의 흥분한 목소리가 울렸고, 마찬가지로 채팅창도 난리가 났다.

챌린저인 절치의 도발로 성사된 원딜전.

경험이나, 상성이나.

당연히 절치의 우세라 생각했거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펼쳐지고 있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대단하네요.”

심지어 해설인 라이플도 감탄했다.

아니, 오히려 놀라움의 강도로 따지면 그가 가장 클 것이다.

막연히 놀란 다른 이들과 달리.

라이플은 정확히 상황을 캐치하고 있었으니까.

‘저 정도 디테일이면 챌린저 상위 정도…? 아니, 그 이상인가. 프로 무대에서 뛰어도 될 거 같은데?’

그때, 김두기가 그의 상념을 깼다.

“라이플님! 해설 부탁드립니다! 왜 절치가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 거죠! 이건 거의 샌드백이에요!”

“아…. 절치가 전투 로봇 막타를 치면서 생기는 평타 사이 간격을 미다스가 정확히 노리고 있는 겁니다.”

-????

-그게 무슨 미친 말이야;;;

-평타 사이 간격이라 해봐야 0.x초 아님??? 사람이 그걸 노린다고??

-미친;;;;

라이플의 설명을 들은 시청자들은 의아한 반응이었다.

듣기만 해도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아, 절치 입장에선 난감하겠네요! 그렇다고 전투 로봇을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네, 그렇습니다.”

“심지어 스킬을 날려도! 미다스는 피해요!!! 이거 답이 없거든요!!!”

-와…. 챌린저를 그냥 피지컬로 찍어눌러버리네;;;;

-아니 ㅋㅋㅋ 이건 진짜 미쳤네

-이러면 게임 어캄???

-ㄹㅇ 원딜 싸움도 말리면 답 없는 거 아님??

하지만 시청자들과 달리 라이플은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는 미니맵의 한 곳을 가리켰다.

“일단 원딜 싸움은 유리하게 흘러가지만, 대신 라디라디아가 뭔가 해줄 거 같네요.”

정글러인 라디라디아.

평범한 동선이랑 다르게 시작한 그녀가 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 시점에 탑 갱을 가는 건가요!”

“이게 역버프의 장점이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탑을 찌를 수 있어요.”

일반적인 동선이었다면 두 번째 버프 몬스터를 잡고 있어야 할 시점.

생체골렘을 픽한 연두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광전사를 고른 상대 탑 바훈트와 딜교환을 하고 있었고.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

[광전사 -> 생체골렘]

이는 첫 킬로 이어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