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트스대 -두 번째 경기(3)
[더블 킬(Double Kill)!]
[심장 추적자 → 닻 사냥꾼]
-???????
-내가 뭘 본 거지 ㄷㄷㄷㄷ
-아니…. 저렇게까지 차이날 수가 있음???
-찢.었.다.
-와;;; 평타 사거리 끝에서 줄타기를 저렇게까지 해낸다고??
-그냥 예술이네……
챌린저인 절치를 어린아이 다루듯 농락하는 미다스의 플레이!
직접 보기 전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 채팅창이 들끓었고, 중계진의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니이! 미다스! 더블 킬이에요! 대단합니다!”
“이건 정말 놀랍네요.”
“놀랍다 정도가 아니에요! 버프를 먹었는데! 심지어 절치는 챌린전데!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요!”
-난 당연히 절치가 이길 줄 알았는데….
-다 그랬을걸??
-ㄹㅇ;;;
-저걸 따내네 ㅋㅋ 진짜 미친놈.
라디라디아가 절치에게 버프를 양보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들 모두는 이대로 게임이 기울겠거니 생각했다.
탑은 이미 기세가 꺾인 상황.
그 와중에 미드는 반반이니, 희망은 봇뿐인데….
거기에 라디라디아가 쐐기를 박아버린 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게 웬걸.
미다스가 보란 듯 킬을 내버렸다.
그것도 완벽하게 피지컬로 찍어 누른 결과물이었으니.
당연히 경악스러울 수밖에.
“이러면 앞으로 봇 라인전은 더 어려워지겠네요!”
“네. 서포터인 만두디까지 죽으면서 더블 킬을 내줬고 방금 라인까지 밀어버려서 성장 차이가 더 벌어졌습니다.”
“맞습니다! 거기에 버프까지 뺏겨버렸어요! 안 그래도 라인전을 밀리고 있었는데! 이제 감당할 수 없어요! 타워 끼고 사려야 합니다!!”
애초에 킬이 나오기 전에도 일방적으로 밀리던 라인이다.
한데, 이제는 버프까지 미다스에게 넘어가 버렸다.
이어질 결과는 불 보듯 훤하다.
하지만 김두기와 라이플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본디 불리한 팀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는 게 해설의 역할.
그들은 바로 분석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아직 게임이 끝난 건 아닙니다.”
“아! 그런가요? 방법이 있을까요!”
“퓨처 워는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니까요. 정글러인 라디라디아가 다른 라인을 잘 풀면 가능성 있습니다.”
원딜의 성장?
당연히 중요하다.
특히 미다스처럼 슈퍼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퓨처 워는 팀 게임이니까.
원딜 혼자 잘 큰 팀과, 골고루 잘 큰 팀이 한타를 벌이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게 라이플의 생각이었고.
마침, 당사자인 라디라디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일단 봇은 버리고, 다른 라인 위주로 풀어야겠다.’
라디라디아는 생각을 끝냈다.
경험상 지금의 봇처럼 밀리고 있는 라인은 버리는 게 답이다.
괜히 가봐야 역으로 당할 터.
그 시간에 다른 라인을 키우는 게 백배 낫겠지.
“봇은 조금만 사려주시고, 미드랑 탑은 라인 당겨주세요. 갱으로 저쪽 말린 다음에 한타 노려보죠.”
“넵!”
“탑 라인 당겨둘게요. 갱 각 나오게!”
“네… 라디 님. 죄송합니다.”
라디라디아의 오더. 다른 라이너들은 바로 답했고, 절치는 힘없이 사과했다.
그러자 들려오는 건 허탈한 대답.
“아니에요. 어쩔 수 없죠.”
하.
절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쩔 수 없다라…….’
라디라디아의 팀 보이스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체념이었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당장에 절치가 그녀 입장이었다 해도 버프까지 주면서 밀어줬는데 역으로 당하면 포기하겠지.
깡! 까앙! 파삿!
어느새 전투 로봇들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전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 말인즉, 라인에 도착했다는 것!
“후….”
절치는 심호흡과 함께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직 안 끝났다.’
라인전만 놓고 보자면 순수하게 피지컬 차이로 진 게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게임이 끝난 건 아니다.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고.
원딜러로서 쌓아온 경험치는 한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법.
라디라디아의 말처럼 지금부터 킬을 안 주고 사리며 한타까지 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무조건 버틴다.’
절치는 주먹을 꽉 쥐었다.
* * *
이번 판.
미다스가 보여준 원딜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기 때문일까?
팀 라디라디아도 중계진도 망각하고 있던 사실이 있다.
미다스는 원래 미드 라이너였고.
게임을 이기는 방향으로 굴리는 건 전문가였다는 것이다.
“미드 갱 갈게요.”
이를 보여주듯, 더블 킬을 먹고 정비를 끝낸 지호가 향한 곳은 미드였다.
더블 킬로 인한 아이템과.
‘힘의 룬’ 버프.
이 두 가지만 봐도 현재 상황에선 말도 안 되는 파괴력이다.
심지어 파일럿은 그 미다스.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태풍과 같았으니.
결과는 정해진 바나 마찬가지였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심장 추적자 → 환영군주]
“아니! 미다스!! 순식간에 미드를 풀어버렸어요!!”
-미친 로밍 타이밍 ㅋㅋㅋㅋㅋ
-딜 미쳤네 ㅋㅋㅋㅋㅋ
-ㄹㅇ 걍 몇 번 도약하면서 평타 날리니까 죽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미다스거든 ㅋㅋㅋ
게다가.
그의 로밍은 한 번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다시 봇 라인에 복귀해서 절치를 압박하는가 싶더니, 이후로도 각만 나오면 움직이고 또 움직였으니까.
특히 가장 고생한 것은, 팀 라디라디아의 미드인 슈뭉이었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심장 추적자 → 환영군주]
“아!! 슈뭉! 또 죽었어요! 또!!! 미다스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계속 와요!!!”
-ㅠㅠㅠㅠㅠㅠㅠ
-슈뭉이 울겠다 ㅋㅋㅋㅋ
-이 정도면 원한 산거다 ㅇㅇ
-ㄹㅇ 무슨 원수처럼 달려드넼ㅋㅋㅋㅋㅋㅋ
틈만 나면 찔러대는 통에.
처음에는 반반을 가져가나 싶었던 라인전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졌을 정도다.
물론 팀 라디라디아도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타란튤라 퀸 → 그림자 늑대]
절치가 라인에서 미다스를 상대로 버티는 타이밍 동안.
라디라디아는 특히 만만한 정글러 유나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며, 사이사이 탑과 미드도 계속 찔렀다.
“라디라디아, 이번 카정도 날카로웠네요.”
“좋아요! 게임은 이렇게 해야 하는 거거든요! 이렇게 계속 찌르다 보면 팀 미다스 흔들릴 수도 있어요!”
“그런가요?”
“아…. 아무튼 그렇습니다!”
-어…, 그건…….
-흔들리겠냐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사적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김두기의 말에 시청자들이 웃었듯.
결국,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미다스라는 상대를 겪어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미다스는 이기는 방법을 안다.]
이번 경기에서 그는 이 평가를 확실히 증명했다.
잡은 우위를 절대 놓지 않고.
굴리고 또 굴리는 모습이 그렇다.
[적 경계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특히 집요한 압박 끝에 절치가 지키던 포탑을 밀어버린 이후로는.
그야말로 일방적 학살이 이어졌다.
[적을 처치했습니다!]
[심장 추적자 → 환영군주]
미드에서.
[적을 처치했습니다!]
[심장 추적자 → 광전사]
[더블 킬!]
[심장 추적자 → 타란튤라 퀸]
[미다스는 전설적입니다!]
탑에서, 심지어는 정글에서까지.
킬 메시지가 연달아 올라왔다.
또, 그 와중에.
미다스가 몇 번이나 갱을 가며 키워준 미드 라이너, 호이스키의 활약도 돋보이기 시작했다.
그도 나름 다이아 티어.
미다스나 절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평소에도 미드와 원딜을 주로 가는 편이라 게임을 굴리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두 명이 휩쓸고 다니는 게임.
심지어 다른 라인도 잘 풀렸으니.
결과는 예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 못 막아요! 막을 수가 없어요!!!”
파아앗!
그야말로 파도에 휩쓸린 나뭇잎처럼 팀 라디라디아의 본진이 밀려버리며 게임이 끝났다.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23분.
그 과정에서 이렇다 할 한타는 벌어지지 않았다.
아니, 벌어질 수가 없었다.
[심장 추적자(미다스) 17/0/8]
17킬 0데스 8어시스트.
미다스라는 괴물이 게임을 뒤집어놓은 탓이다.
* * *
[승리!]
“GG!!! 끝났습니다! 1라운드 팀 미다스의 승리입니다!!”
“양 팀 다 수준 높았어요.”
-캐리머신 미다스!!
-그저 -미-
-이게 원딜이지 ㅋㅋㅋㅋ
-그냥 티어 하나 더 만들자 챌린저 위에 ‘미다스 티어’ ㄱㄱㄱ
그렇게 1라운드가 끝나고 난 뒤.
바로 이어진 2라운드!
팀 라디라디아의 밴 목록을 보자마자 김두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쿵!
[금지 영웅]
[사이오닉커]
[심장 추적자]
……
…
“아니! 밴 목록 뭐죠! 절치가 또 미다스를 부르고 있어요!!”
-밴을 또 저렇게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쫄? 2트 ㅋㅋㅋ
-또 원딜전 가나요 ㄷㄱㄷㄱ
마찬가지로 시청자들도 흥미롭다는 반응이었다.
1라운드와 마찬가지로 미다스의 주력 영웅들이 살아있는 금지 영웅 목록.
이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으니까.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방금 전판이 충격적이었는지 추가로 심장 추적자도 밴 목록에 있다 정도?
“이러면 다시 미다스 원딜을 볼 수 있는 걸까요!”
- 원딜… 가야겠지?
- 절치 점마 패기는 지리네 ㅋㅋ
- 인정 ㅋㅋㅋ 방금 저렇게 쳐맞고 또 덤비는 건 진짜 오지는 거임
첫 경기는 패배로 끝났지만, 김두기와 시청자들은 다음 경기를 기대하기 시작했다.
앞서 미다스를 파악했으니.
이번에는 다시 만나더라도 미다스를 이길 전략이 준비된 건가? 하는 기대감이 든 거다.
하지만, 라이플의 생각은 달랐다.
“이건 팀 라디라디아가 실수했네요. 아니, 뇌절했네요.”
“뇌절이요! 왜죠!”
김두기는 고개를 갸웃했다.
라이플이 바로 거기에 답했다.
“사실 1라운드에도 미다스가 원딜을 갈 이유는 없었죠. 그래도 간 이유는 도발 때문이었고.”
거기에 발을 뺀다면 되도 않는 소리를 들어야 할 테니까.
한데, 지금은 어떠한가?
이미 승리라는 결과로 증명했다.
그 말인즉, 또다시 도발에 걸릴 필요는 없다는 소리!
역시나 라이플의 예감은 적중했다.
미다스는 가속검을 골랐다.
“아아! 가속검이 나왔어요!”
“역시, 주력 영웅이 살았는데 안 할 이유는 없죠.”
“이러면! 팀 라디라디아 어지러워져요! 저 팀은 친선 경기에서도 가속검에 당해봤거든요!”
-미친…….
-이게 나오네 ㅋㅋㅋㅋㅋㅋㅋ
-자자, 다들 방 뺍시다. 게임 끝났어요~~~~
-칼서렌 본다 ㅋㅋㅋㅋ
모두의 예상은 적중했다.
나름 치열했던 1라운드와는 달리 미다스의 가속검이라는 카드가 나온 2라운드는 쉽게 끝나버렸다.
주력 영웅,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고 불리는 가속검을 고른 미다스의 플레이는 파괴적이었다.
“아! 미다스! 게임을 뒤집어버리고 있어요!”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데요.”
“저걸 어떻게 막습니까! 못 막아요! 밴이 답이에요!”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조금의 어려움도 없이 일방적으로 눌러버릴 정도였으니까.
심지어 팀 라디라디아가 나름 가속검을 견제하기 위한 영웅들만 골라서 뽑았음에도.
미다스는 죽지 않았다.
그러니 결과는 더 볼 것도 없었다.
[적이 항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