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태풍의 눈
트스대 2차전.
팀 미다스 VS 팀 라디라디아.
미다스의 캐리로 끝난 이 경기는 앞선 1차전보다 큰 파장을 가져왔다.
그 시작은 언제나처럼 겜잘알에 올라온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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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미다스 차력쇼 (영상 있음)
팀 미다스 vs 팀 라디 경기 안 본 사람 있음???
안 봤으면 꼭 봐라 ㅋㅋㅋ
제목에 쓴 것처럼 그냥 미다스 차력쇼였음 ㅋㅋㅋㅋ
아래 영상이 하이라이트거든?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봐 보셈 ㅇㅇ
진짜 미다스는 신이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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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호들갑 ㅋㅋㅋㅋㅋㅋ
-미다스 잘하는 게 하루 이틀이누???
-뻔하지 뭐. 미다스가 미다스 했을 듯 ㅇㅇㅇ
-ㄹㅇ ㅋㅋㅋ
매번 게임을 할 때마다 화제를 모았던 미다스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상대가 미다스인 이상 트스대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쳤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 반응은.
영상을 보고 난 이후에 180도 달라졌다.
-??????
-이게 뭐냐….
-저 상대가 절치라고?? 챌린저인 그 절치 맞아????
-무슨 챌린저가 샌드백처럼 ㄷㄷ
평소 미다스가 랭크 게임에서 만나는 상대라 해봐야 마스터다.
반면, 2차전 상대였던 절치는 챌린저 원딜러.
챌린저가 어떤 티어던가.
수많은 퓨처 워 유저 중에서도 상위 200명만 달 수 있는 티어다.
하물며 절치는 그중에서도 중상위권이고.
-아니, 미다스는 주 포지션이 원딜도 아니잖아;;;
-그게 진짜 무서운 거지 ㅋㅋㅋ
-이 무슨…….
그걸 본인의 주 포지션도 아닌.
쫄? 이라는 도발을 듣고 등 떠밀려 간 원딜러로 압도하다니!
썬더 때도 챌린저를 이겼다는 사실로 화제가 되긴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그때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무슨 챌린더가 실버처럼 보이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피지컬로 찍어눌렀누….
-대단하다 진짜 ㅋㅋㅋㅋ
밀리는 모습을 보이다가 역전한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 그대로 압살해버렸으니까.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인기를 끈 영상은 절치와의 라인전이었다.
[트리스 스트리머 대회 하이라이트 -미다스 vs 절치]
영상의 주인공은 미다스.
그가 힘의 룬 버프를 두른 절치의 보안관을 상대로 킬을 내는 장면이었다.
평소 미다스의 영상과 달리 화려함은 없었다.
그저 차분하게 석궁만 날려댈 뿐.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영상을 본 사람들이 경악하기에는 충분했다.
-거리를 저렇게까지 완벽하게 조절하는 게 가능함???
-심지어 사거리도 심장 추적자가 미묘하게 짧지 않나? 어케 했누;;;
└그게 진짜 무서운 거임…. 절치도 사거리 조절은 귀신같은데 절대 안 닿잖아….
-그냥 AI 수준임 ㄹㅇ
그리고 이 화제성은 트스대라는 이벤트와 겹쳐, 독특한 시너지를 발휘했다.
각종 업계로 소문이 흐르더니.
지호의 메일이 넘치기 시작한 것.
[안녕하세요, 미다스 님. 이번에 출시한 게임……]
[혹시 먹방엔 관심 없으신가요? 밀키트 광고제의 드립니다!]
……
…
신작을 출시한 게임사를 비롯, 미다스라는 대형 스트리머에게 광고를 맡기고 싶은 각종 업계를 시작으로.
[TXP의 코치 김필주입니다. 영입 제안…]
[퓨처 워 프로팀 Pie.X입니다.]
등등.
미다스를 영입하고 싶은 퓨처 워 프로팀들까지.
그에게 관심을 보인 까닭이다.
또, 이 소식은 평소에 인터넷 방송에 관심이 없던 이에게까지 닿았다.
* * *
트스대 2차전이 끝난 다음 날, 오전 8시.
“하아암~.”
드륵!
지호의 여동생인 지현은 하품을 하며 인터넷을 뒤적이고 있었다.
평소였으면 한참 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을 시간인데….
금요일인 오늘은 여유로웠다.
“공강 좋아!”
이 시간에 이렇게 여유롭게 인터넷 서핑을 할 수 있다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물론 다음 주까지 해야 할 과제는 있지만.
그녀는 일단 뒤로 미뤘다.
어차피 과제는 시간이 닥쳐야 하는 게 정석이니까.
“인터넷 좀 보다가 밀린 웹툰이랑 오튜브나 싹 봐야징!”
그렇게 지현은 잠시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녔다.
먼저,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뉴스 탭에서 흥미로운 제목들을 눌러보고.
사이사이 킬링타임 하기 좋은 인터넷 글들을 몇 개나 지났을까….
드르르륵!
“에엥?”
한참 마우스 휠을 내리던 지현의 손이 멈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드륵-
그녀는 이내 휠을 다시 올렸고, 바로 입을 벌렸다.
“오… 빠?”
왜인지.
거기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부비적.
그리고는 눈을 몇 번 비비고 다시 모니터를 보았다.
하나, 그렇다고 화면이 바뀔 리가.
여전히 거기에 있는 건, 그녀의 오빠인 지호였다.
“뭐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지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글의 제목을 확인했다.
[오늘자 챌린저를 찢어먹은 스트리머]
“엥? 챌린저? 스트리머어어??”
지현은 게임이나 인터넷 방송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동기 남자 놈들 덕분에.
저게 무슨 뜻인지 대강은 안다.
한데.
“쟤가 왜??”
그녀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 찼다.
뭐지?
분명 회사 다니고 있다고 했는데?
아니, 예전에 퇴근하고 밥도 같이 먹은 적 있는데???
어떻게 된 건지 당황스럽다.
하지만 고개만 갸웃한다고 뭔가를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딸깍!
그녀는 일단 글을 클릭하고 차분히 읽어보았다.
“음… 음음…….”
무슨 외계어도 아니고, 어려운 단어들로 가득했으나.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인간,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그녀의 오빠인 지호가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다가?
의문이 든 지현은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나오는 정보는 놀라웠다.
딸깍!
“헉! 돈을 이렇게 많이 번다고…? 어쩐지 용돈을 세게 주더라.”
딸까악!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정도 됐다고….”
딱 연락 안 되기 시작했을 때네.
뭐, 자세한 맥락은 직접 들어봐야 알겠다만 대강 짐작은 됐다.
무슨 이유든 간에 회사를 그만두고 방송을 시작했겠지.
‘아니, 이 인간은 무슨 일 그만뒀다는 것도 아빠한테 말 안 하고….’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지던 찰나.
문득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긴, 나였어도 그랬으려나….”
지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언제쯤이었을까?
10년 전이니까, 그녀가 초등학생이었을 때겠다.
어찌나 인상적이었는지.
시간이 꽤 지났다 싶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선명했다.
[자고로 남자가 정상적인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지. 어린애도 아니고 언제까지 게임만 할 생각이냐!]
[오늘부터 게임은 그만하고 공부에 집중해라.]
등등.
그녀의 아버지가 오빠인 지호에게 했던 말들이다.
평소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성격이던 아빠인데, 왜인지 오빠가 게임을 하는 거에는 학을 떼곤 했었고.
결국 크게 싸운 이후로 지호가 게임을 하는 모습은 보질 못했었다.
딸깍!
지현은 다시 영상 하나를 재생하고 잠시 지켜보았다.
“애도 아니고….”
화면 속 지호의 표정은 한없이 해맑았다.
언젠가부터 본 적 없는 표정.
“뭐, 니가 재밌으면 됐지.”
지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빠가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아빠 간다!”
참내.
양반은 아니라니까.
“네! 다녀오세요!”
지현은 현관문 방향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그리고 인터넷을 닫았다.
뭐, 괜찮을 거다.
어차피 아빠가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하다못해 인터넷도 잘 안 하신다.
‘인터넷 방송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시겠지.’
매일 인터넷을 보는 지현도 이제야 알게 됐는데 알게 될 리가.
하다못해 TV에라도 나오면 모를까….
“뭐, 그럴 리 없겠지.”
그녀는 고개를 흔들었다.
* * *
비슷한 시각, 트리스 사무실.
“TV 광고를 내자.”
“네?”
“TV까지요?”
황기택 과장의 폭탄 발언에 직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또 뭔 소리야?’
‘갑자기 왜 저러는데?’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눈치를 보던 와중.
개중 그나마 황 과장과 친하게 지내던 이호산이 대표로 물었다.
“그러니까, 트스대 우승팀으로 만드는 광고를 TV에까지 내자는 말씀이시죠?”
“엉, 맞아.”
돌아오는 대답은 태연했다.
게다가, 그의 말은 끝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TV는 기본이고 오튜브, 포털 사이트까지 다 띄우자는 말이지.”
“잠시만요, 과장님.”
이호산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뭐, 문제 될 건 없다.
과거와 달리 요즘 비주류로 밀려난 TV 같은 매체들의 광고비는 저렴한 데다가.
오튜브나 포털 사이트의 경우에도.
어차피 들어가는 광고만 잠시 바꾸면 되는 부분이니까.
이번 트스대의 성공으로 황과장의 입지가 더더욱 높아진바.
이 정도는 태클도 걸리지 않겠지.
중요한 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호산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스트리머들 입장에서 보면 트리스 광고에 잠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일 텐데….
굳이 저렇게까지 밀어준다고?
황 과장의 대답은 바로 이어졌다.
“보여주기야.”
“예?”
“트리스가 트스대에서 우승한 팀을 어떻게 대하는지. 또, 뉴비들도 트리스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 이걸 보여주는 거지.”
“아아.”
거기까지 설명을 들은 이호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앞서 황 과장이 판을 벌일 때와 같은 맥락이었다.
다른 플랫폼의 방송인들을 당겨오고 결과적으로는 트리스 전체 이용자를 늘리려는 것.
한데,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갑자기 광고는 왜?
기존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거 아니었나?
이호산은 혼자 고개를 갸웃했다.
‘저런 반응이 나올 만하지.’
황기택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계획을 전면 수정했을 때부터 의아한 반응은 짐작했다.
하지만 그도 이유는 있다.
그의 경험상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드라마 같은 성공 스토리다.
팀 미다스는 그 요소가 충분하고.
그걸 잘 부각시키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했거늘….
‘그 망할 놈이.’
문제가 있다면 미다스가 너무 뛰어났다는 것이다.
평소였으면 기분 좋을 소식이다.
덕분에 트스대가 보다 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니까.
2차전이자 준결승전이었던 어제 최대 시청자 수가 46만 명이었으니 결승전은 더하겠지.
다만, 그가 원하던 흐름은 아니다.
미다스가 과하게 돋보이면서 그 팀에 대한 스토리가 묻히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 흐름은 피할 수 없으니.
추가적으로 스토리를 만들자.
“…라는 거지.”
황기택은 짧고 간단하게 설명을 끝냈다.
“아하.”
“넵,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해를 한 건지 만 건지.
직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고.
이호산이 질문을 던진 건 그때였다.
“과장님, 근데 그건 팀 미다스가 우승했을 때 이야기 아닙니까? 팀 호박왕이 우승하면 어쩌시려고.”
황기택은 피식 웃었다.
“설마 걔네가 우승 못 하겠냐.”
그 말에 이호산은 머리가 다시 지끈거려짐을 느꼈다.
‘맞다. 저 인간, 어제 미다스 경기 보고 삘 받아서 바로 이거 준비하기 시작한 거였지…. 안 봤겠네.’
남들보다 뛰어난 족속들은 별난 점이 있다고 하던데.
황 과장을 보면 맞는 말이었다.
“에휴….”
이호산은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열었다.
이어서 어제 자 팀 호박왕의 영상을 튼 뒤, 황 과장에게 넘겨줬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얘네 왜 잘하냐?”
황기택 과장의 표정에 황당함이 떠올랐다.